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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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는 수없이 많은 함정이 존재했다.
그 함정들은 마왕조차도 죽여 버릴 수 있을 정도로 위협적이었고, 또한 무시무시했다.
마계 역사상 를 통과한 자가 단 둘뿐인 것만 봐도, 함정들이 얼마나 악랄한지는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나는 놈을 어떻게 못 해. 근데 함정들은 충분히 가능해.’
지크는 그렇게 생각했다.
벨리알은 매우 강력한 마왕이었다.
하지만 벨리알이 과연 마계 역사상 가장 강력한 마왕 가운데 하나일까?
답은 NO.
벨리알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만약 그랬다면, 자신의 강함을 과시하기 위해 진즉 를 돌파했을 터였다.
혹은, 강해지고자 하는 마음에서 수련 삼아 를 돌파하거나.
벨리알은 그 어느 쪽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함정들을 이용해 충분히 엿을 먹이는 게 가능하단 얘기였다.
‘저기다!’
지크는 가장 근처에 있던 또 다른 함정으로 벨리알을 유인했다.
을 통해 보니, 그곳에는 매우 강력한 산성 독액으로 이루어진 웅덩이가 숨겨져 있었다.
‘뛰고.’
지크가 함정을 건너뛰었다.
풍덩!
뒤이어 벨리알이 함정을 밟고 산성 독액으로 이루어진 웅덩이에 빠졌다.
치익! 치이이이이이이이익!
그러자 짙은 녹색의 산성 독액이 벨리알의 피부를 녹이는 소리와 함께, 허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으아아아아아아악!!!”
벨리알은 산성 독액이 매우 고통스러웠던 모양이었다.
하기야, 이곳 는 대마왕 바알이 젊은 시절 수련 장소로 삼았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곳.
제아무리 벨리알이라도 숨겨져 있던 함정에 당하고도 멀쩡할 순 없었다.
“이 개새끼야아아아아아아-!!!”
벨리알은 눈이 시뻘게져서 지크에게 쌍욕을 퍼부어대었다.
“히익?!”
지크는 그런 벨리알의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피부가 부식되면서 쌍욕을 퍼부어대는 저 모습이 너무나도 무시무시해서, 지크조차도 움찔! 하고 겁을 먹었다.
그러나 그건 매우 좋은 현상이었다.
‘평정심을 잃었어. 좋아.’
지크는 벨리알이 이성을 잃은 걸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나 잡아 봐라~!”
그래서 지크는 자신을 쫓아오는 벨리알을 조롱하기 시작했다.
“약 오르지? 깔깔깔!”
“이 X발놈이!”
“어어? 쫓아와? 난 그럼 튄다! 끼욧~!”
“이 개 같은 새끼야아아!”
벨리알은 지크의 조롱에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마치 성난 황소처럼 돌진해 왔다.
쌔앵~!
지크는 칭호를 켜고 그런 벨리알을 피해 달아나는 한편, 가장 가까운 함정을 향해 뛰었다.
다음 함정은 딱정벌레 모양의 아이콘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슬쩍 피하고.’
지크는 함정을 교묘하게 피해 가면서, 계속해서 벨리알을 조롱했다.
“이… 이이…!!!”
벨리알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또 다시 함정을 덜컥 건드리고 말았다.
키릭~!
끼이이!
까득, 까드득!
뒤이어 한쪽 벽이 열리고, 그 안에서 수백만 마리는 될 법한 딱정벌레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딱정벌레들은 마카롱만 한 크기였는데, 쏟아져 나오자마자 벨리알을 향해 덤벼들었다.
서걱, 서걱!
그리고는 벨리알의 맨살을 닥치는 대로 갉아 먹기 시작했다.
그 딱정벌레들은 이른바 이라 부르는, 고대의 마계에서 서식했던 끔찍한 생명체들이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악! 꺼, 꺼져! 저리 꺼지란 말이다아아아아! 크아아아아악!”
벨리알은 들에게 온몸을 뜯어 먹히며,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지금!’
지크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촤라락!
지크는 다시 한번 냉기 속성의 빛의 검들을 만들어내서, 벨리알을 공격했다.
푹! 푸욱! 푹! 푹! 푹!
냉기 속성의 빛의 검들이 벨리알의 몸에 틀어박혔다.
“크으으으윽!”
덕분에 벨리알은 에 걸려서 몸을 잘 움직이지 못했고, 그러면 그럴수록 들은 더더욱 미쳐 날뛰며 그의 육체를 갉아 먹었다.
오죽했으면, 들이 벨리알의 코와 입과 귀 등으로 파고들어 내부를 갉아먹었을 정도였다.
오싹!
지크는 들이 자신조차 데미지를 입히지 못했던 벨리알을 산 채로 뜯어먹는 걸 보고 놀랐다.
만약 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지크조차도 이곳 를 돌파하지 못했을 확률이 높았다.
그만큼 함정들의 위력이 무시무시했다.
그러나 벨리알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감히… 감히이이이-!!!”
벨리알은 분노에 차서, 자신을 뜯어먹던 들을 모조리 튕겨버리고는 다시 지크를 향해 돌진해 왔다.
고작 이 정도 가지고는 벨리알을 완벽하게 무력화시키는 건 불가능했다.
‘어쭈.’
지크는 벨리알을 피해 도망치는 한편, 더욱 강력한 함정을 찾아 내달렸다.
‘화를 내봤자 너만 손해지.’
지크는 벨리알이 두렵지 않았다.
이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벨리알은 스스로 자멸할 터, 지크는 그저 계속해서 도망치기만 하면 되었다.
결국, 시간문제에 불과했던 것이다.
***
지크와 벨리알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그 후로도 꼬박 10시간이나 계속되었다.
‘저 괴물 같은 자식!’
지크는 솔직히 벨리알의 무지막지함에 질려버렸다.
벨리알은 지난 10시간 동안 수십여 개의 함정에 빠졌고, 그에 따라 만신창이가 되었다.
문제는 그러고도 지크를 계속해서 쫓아왔다는 점이었다.
그 긴 시간 동안 지치지도 않고, 1분 1초도 쉬지 않으면서 말이다.
물론 그 오랜 시간 동안 집중력을 잃지 않고 도망친 지크 역시 대단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한계였다.
[경고 : 브레이브 뉴 월드를 플레이하신 지 47시간이 지나셨습니다. 과도한 게임 이용은 정상적인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알림 : 게임 과다 이용으로 인해 1시간 후 접속이 종료될 예정입니다.]남은 시간은 1시간.
그 안에 벨리알을 처치하지 못하면, 강제로 로그아웃을 당할 판국이었다.
강제 로그아웃뿐만이 아니었다.
‘으! 죽겠네!’
지크는 자신의 집중력이 서서히 떨어져 가는 걸 느꼈다.
47시간 동안 꼬박 접속해 있었더니, 눈이 빠질 것 같았다.
슬슬 졸리기도 해서, 컨트롤에 있어 잔 실수가 늘어가는 것 역시도 느껴졌다.
‘빨리 끝을 내야….’
바로 그때였다.
덜컥!
또다시 함정이 발동되며, 시커먼 피부를 가진 마인[魔人]들이 나타나 벨리알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나약한 존재로군.] [죽어라!]그 마인들은 고대의 마족들로서, 그 성향이 너무나도 난폭하고 호전적이라 창조주에 의해 멸종되었던 종족이었다.
그 무시무시한 존재들이 이곳 의 함정에 잠들어 있었다.
“마, 맙소사!”
벨리알은 고대 마족들의 등장에 너무나도 놀랐다.
고대 마족들의 전투력은 평범한 마족들을 상회하므로, 벨리알로서도 상대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굿!’
지크는 벨리알이 고대 마족들을 상대로 고전하는 걸 보고 쾌재를 불렀다.
[증오의 마왕 벨리알]•생명력 : ■■■□□□□□□□
지난 10시간 동안 노가다(?)를 통해 벨리알의 생명력을 70퍼센트가 깎아놓았는데, 함정에서 고대 마족들이 등장해 주니 너무나도 고마웠다.
실제로, 고대 마족들은 엄청난 공격속도와 이동속도를 앞세워 벨리알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었다.
‘지금!’
지크는 벨리알의 생명력이 20퍼센트 미만이 되자 앞으로 달려나가 전투 현장에 끼어들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고대 마족들은 지크의 편이 아니었다.
[죽어라, 더러운 잡종!] [나약한 사냥감이로군!]고대 마족들은 전투 현장에 끼어든 지크에게도 달려들었다.
하지만 지크는 그런 고대 마족들과 싸워줄 생각이 없었다.
“나랑.”
지크가 벨리알에게로 접근해 속삭였다.
“따로 좀 보자.”
“뭐, 뭣이?!”
“오붓하게 보자고.”
그 순간.
슈우우우우우우!
시커먼 블랙홀이 지크와 벨리알을 동시에 집어삼켰다.
지크가 벨리알을 로 초대한 것이다.
“아주 양념이 잘돼있네.”
지크는 완전히 걸레짝이 되어버린 벨리알을 바라보며 매우 흡족해 했다.
벨리알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날개는 여기저기 찢겨서 오래된 천막 같았고, 몸뚱이는 각종 외상과 화상으로 성한 곳이 없었으며, 뿔도 하나가 뚝 부러져 있었다.
마계 서열 1위의 강력함은 찾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일까?
우웅!
화르르르!
벨리알은 와 에 저항하지 못했다.
에너지를 뿜어내 디버프 오라를 밀어낼 힘조차 없었다.
그렇게 각종 디버프에 떡칠이 된 벨리알.
저벅저벅!
지크가 스킬을 켠 채로 벨리알에게 다가갔다.
“…이런 개 같은.”
벨리알은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 체념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상태에서는 지크를 이길 수가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하기야, 지크는 스태미나만 좀 떨어졌지 생명력은 거의 100퍼센트였다.
반대로, 벨리알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함정에 너무 많이 당하다 보니 전투불능 상태가 되어버렸다.
“끝내라.”
벨리알은 아예 저항할 의지가 없다는 듯 지크를 향해 넌지시 말했다.
“어차피 이기지 못할 거, 굴욕을 당할 바엔 그냥 깔끔히 끝내고 싶군.”
“흠.”
지크는 살짝 고민했다.
‘좀 패고 싶은데.’
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건 아니다 싶었다.
지크가 대마왕의 후계자가 되면, 벨리알은 마계의 2인자로 활동하게 될 터.
관계가 나빠서 좋을 게 없었다.
벨리알은 죽여 없애야 할 적이 아니라, 포용해야 할 아군이었던 것이다.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지크가 강자에 대한 예의를 차려서 벨리알에게 말을 건넸다.
“……?”
벨리알은 지크가 의외로 예의 있는 모습을 보이자 흠칫 놀랐다.
하지만 서로 말을 나눌 시간은 없었다.
‘끝낸다.’
지크는 즉시 스킬이 맺힌 를 휘둘러 벨리알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퍼억!
그와 동시에 벨리알이 마계 제0구역으로 강제 귀환되었다.
그리고….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지크는 벨리알을 처치한 대가로 엄청나게 많은 경험치를 먹었다.
***
에서 벌어진 연합군과 신성동맹군의 전투!
그 가장 첫 번째 격돌은, 신성동맹군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전투가 벌어진 지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의 성벽 다섯 개 중 하나가 무너졌다.
연합군 장병들은 전투 결과에 큰 충격을 받았다.
본래 연합군은 늘 연전연승을 이룩했기에, 신성동맹군을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로 사기가 높은 군대였다.
그러나 첫 번째 전투가 끝나자 그 자신감은 산산조각으로 부서지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신성동맹군은 너무나도 강했다.
특히나, 입에서 허연 스팀을 뿜어내는 50만 장병들의 전투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지경이었다.
전투 각성제를 투여한 신성동맹군 50만 장병들의 전투력이 너무나도 강력해서, 그 잘 싸우던 연합군조차 고작 2시간 만에 첫 번째 성벽을 버리고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다니.”
연합군의 총사령관 오스칼은 첫 번째 전투가 끝난 직후 허탈하다는 표정으로 무너진 첫 번째 성벽을 바라보았다.
신성동맹군은 무너진 성벽을 치우고, 숙영지를 편성하는 한편 시체를 치우는 중이었다.
“이를 어찌합니까.”
한센이 어두운 표정으로 다가와 오스칼에게 물었다.
“이대로라면 며칠 버티지 못할 겁니다. 전투력 차이가 너무 심합니다. 적들이 비정상적으로 강합니다, 각하.”
“나도 안다.”
오스칼이 고개를 끄덕였다.
“적들은 비정상적으로 강하고, 이대로라면 우리 군도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다.”
“어찌하면 좋습니까?”
“귀관은 무슨 걱정을 하는 건가?”
오스칼이 한센에게 되물었다.
“우리 군은 승리할 것이다. 승리를 믿어 의심치 말라.”
“하지만….”
“폐하께서 오실 것이다.”
“……!”
“그럼 우리 군이 승리할 것이다.”
그게 오스칼이 가진 신앙이었다.
지크가 올 테고, 그러면 이 불리한 전투도 이길 것이라는 아주 강한 믿음 말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