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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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여!!!’
지크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떼어놓고 사부를 향해 덤벼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퍽!
“으악!”
빠악!
“컥!”
쾅!
“커헉!”
지크는 사부에게 덤벼들었다가 나가떨어지기를 반복했다.
“크윽….”
지크가 다시 몸을 일으키려던 때였다.
“물약이라도 좀 빨고 하도록 해라.”
사부가 지크에게 넌지시 말했다.
“꼬락서니가 영 말이 아니구나. 몇 대나 맞았다고 벌써 골골거리는 게냐?”
“…….”
“1분 주마.”
“자비를 베풀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크는 사부에게 공손히 인사를 해 보인 후 를 꺼내 벌컥벌컥 들이켰다.
안 그래도 생명력이 10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져서, 더 맞았다간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크으.”
그렇게 포션을 마시고 어느 정도 생명력을 채운 후.
“다시… 갑니다.”
“오너라.”
지크가 다시 사부에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아까와 마찬가지였다.
지크는 사부를 단 한 대도 때리지 못한 채 계속해서 얻어맞고, 나가떨어지고, 포션으로 생명력을 채우고, 또다시 덤벼드는 행동을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지크는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채 사부의 반격에 쓰러졌다.
고작 평타 한 대조차 때리는 게 너무나도 힘들었다.
“아….”
지크는 99번째로 나가떨어졌을 때, 사부가 마치 거대한 산처럼 보이는 착시효과를 보았다.
사부는 고작 지크에게 반격만 가했을 뿐인데도, 마치 넘지 못할 살처럼 느껴졌다.
“그게 전부인 게냐?”
사부가 지크에게 물었다.
“네 녀석이 3년 동안 수련한 결과가 고작 이것이야?”
“사부님….”
“아주 제대로 허송세월을 보냈구나.”
지크는 사부의 조롱에 순간 울컥! 감정이 터져 나올 뻔했다.
‘허송세월? 그게 말이나 됩니까! 제가 그동안 얼마나 구르고 굴렀는데!’
지크는 자신이 지난 3년 동안 허송세월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간 얼마나 힘들었던가?
온갖 적들과 싸우고, 던전을 공략하고, 죽을 위기를 숱하게 넘겼다.
목숨이 10개, 아니 100개라도 남아나지 않았을 정도였다.
물론 라는 클래스의 우월함으로 위기를 돌파해오긴 했지만, 그래도 그 주체는 누가 뭐래도 지크 본인이었다.
그간 해왔던 위험천만한 모험들이 아무것도 아니라니, 지크로서는 울화통이 치밀 만도 했다.
“허송세월… 하지 않았습니다.”
지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감정을 꾹 눌러 담은 채 입을 열었다.
“그러냐?”
“예.”
지크는 물러서지 않았다.
제아무리 사부라지만, 그간의 세월들을 부정하는 걸 받아들일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 본좌에게 증명해 보이면 되겠구나.”
사부가 말했다.
“본좌가 보기에는 허송세월 같은데 말이다.”
“아닙니다.”
“그럼 보여 보아라. 실력으로 증명해야지, 입만 놀려서야 되겠느냐?”
“예.”
지크는 사부의 말에 다시 를 움켜쥐었다.
‘난 놀지 않았어. 허송세월? 말도 안 돼. 할 수 있어. 고작 평타 한 대 때리는 거잖아.’
지크가 다시 사부에게로 달려들었다.
그간의 피나는 노력을 증명해 보이려는 것이다.
***
한편, 펠릭스에서는 베르단디의 결계 해제 작업이 한창이었다.
베르단디는 에서 결계를 해제하는 방법을 찾아내었다.
그리고는 결계에 두 손을 붙이고, 연금술을 사용했다.
결계를 이루는 에너지를 다른 에너지로 바꾸어서 부수려는 것이다.
그건 매우 힘든 작업이었다.
특히나, 베르단디와 같은 어린아이에게는 매우 고된 중노동이었다.
하지만 베르단디는 입을 꽉 다문 채 결계의 해제에 집중하면서, 그 고된 노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견뎠다.
‘꼭 결계를 해제하고 말 테야!’
베르단디의 의지는 매우 강력했다.
‘아바마마를 도와드려야 해!’
베르단디는 아직 어렸지만, 지크가 이 세상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바쁜 아빠를 이해하는 아주 착한 딸이었다.
그래서 아빠인 지크가 진 짊을 어느 정도 덜어주기 위해 힘들지만, 꾹 참았다.
그리고 그런 베르단디의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다.
스륵, 스르륵!
베르단디를 중심으로, 결계의 에너지 구조가 서서히 바뀌어 갔다.
“우리 딸, 많이 힘들지?”
브륜힐트는 그런 베르단디의 이마에 맺힌 땀을 손수건으로 닦아주면서, 곁을 지켰다.
프로아 제국의 기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베르단디를 중심으로 철통같은 방어진을 구축하고, 혹시나 모를 위협에 대비했다.
지금은 베르단디를 지키는 게 최우선적인 과제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다음 날이 되었다.
베르단디는 밤을 꼬박 지새웠음에도 불구하고 집중력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결계를 해제했다.
결과는 매우 좋았다.
스르르르르륵!
결계의 에너지 분자 구조가 바뀌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펠릭스는 워낙에 큰 대도시인지라 결계를 완벽하게 해제하기 위해서는 아직 한참은 더 남은 상황이었다.
고오오오오오!
그 와중에 펠릭스 하늘 위에 생성되어 있던 소용돌이는 더욱 빠르게 회전하며 의 곧 열릴 것이란 걸 알리고 있었다.
시간이 부족했다.
그 전에 결계를 부수고, 의식을 저지하고, 제단을 파괴하려면 빠르게 결계를 부수어야만 했다.
“힘내렴.”
브륜힐트도 그걸 알았기에, 안타까워하면서도 베르단디를 응원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었다.
그러나 베르단디 하나의 고생으로 세계를 구할 수만 있다면, 하루 이틀쯤은 괜찮았다.
– 네, 어마마마. 힘을 내볼게요!
“응!”
베르단디를 밤을 새웠음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결계를 해제하는 작업에 힘을 기울였다.
***
한편, 지크는 밤새도록 사부에게 얻어맞으며 퀘스트를 진행했다.
결과는 달라진 게 없었다.
지크는 밤새도록 1,000번도 더 넘게 쓰러졌고, 다시 일어나 사부에게 덤비고, 또 쓰러지고를 반복했다.
“아….”
지크는 해가 산 너머로 기울어지는 걸 바라보며 탄식했다.
단 1초도 눈을 붙이지 못한 채 꼬박 36시간 동안 퀘스트를 진행했건만, 계속해서 얻어맞기만 하니 허공에 삽질하는 기분이었다.
“고작 그게 전부인 게냐?”
사부가 지크에게 물었다.
“지난 3년이 허송세월이었다고 증명한 게야?”
“아닙니다.”
“고작 그런 허접한 실력으로 감히 본좌를 한 대라도 때리기를 바란 게냐?”
“아닙… 니다.”
“네 녀석이 정녕 본좌의 손에 죽고 싶은 모양이로구나.”
그 순간.
화아아아악!
사부의 몸에서 시뻘건 불길이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크윽!”
“계속 봐주고 있거늘… 이런 식으로 본좌를 실망시켜?”
“사, 사부님….”
“그럴 바엔 본좌의 손에 죽어라.”
사부가 지크를 향해 성큼 다가왔다.
“본좌가 준 힘.”
“……!”
“본좌가 거두어 가겠다.”
지크는 성큼성큼 다가오는 사부를 바라보며 극한의 공포를 느꼈다.
저벅저벅!
저 발걸음은 진정한 사신[死神]의 것이었다.
오싹!
소름이 끼쳤다.
쿵쾅쿵쾅!
심장은 당장에라도 터질 듯 미친 듯이 뛰었다.
후들후들!
다리는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본능에 각인 된 공포.
절대로 이기지 못할 상대가 자신을 죽이러 다가오니 몸이 먼저 반응한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공포를 느낀 건 게임 캐릭터 지크프리트 폰 프로아뿐만이 아니었다.
인간 한태성도 공포에 그만 질려버린 뒤였다.
지금 게임 속에서 지크가 죽는다면, 한태성의 게이머 생명도 같이 끝장나는 것.
모든 걸 잃을 위기에 처했으니, 게이머 한태성 역시 두려움에 벌벌 떠는 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지, 진짜 죽는다.’
두려웠다.
사부.
저 999레벨의 히든 NPC가 다가오는 걸 보고 있노라니 죽음의 공포를 느낀다는 게 어떠한 심정인지 피부로 느껴졌다.
‘안 돼. 이대로 다 잃을 순 없어.’
그런 생각이 뇌리에 스치자, 뒷일은 생각나지 않았다.
일단 살아남고 보아야겠단 생각만 들었다.
‘이판사판이야.’
지크의 뇌리에 그 생각이 스친 순간.
휘이이이이이이!
검은 기류가 지크를 휘감았다.
마나 홀이 깨지든 말든 일단은 살아남고 봐야겠다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스킬을 사용했다.
그렇게 대마왕으로 변신한 지크가 덤비는 사부와 격돌했다.
쾅! 콰앙!
사부의 주먹과 가 연신 맞부딪혔다.
‘크윽!’
지크는 그럴 때마다 손아귀가 찢어져 나갈 것 같아서 를 놓아버릴 뻔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여기서 무기를 놓쳤다간 진짜 끝장이었다.
버텨야 했다.
사부는 그간 많이 봐줬다.
그러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집중해야 했다.
모든 것을 걸고, 사부와의 대결에만 온 힘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버프 켜고.’
지크는 다시 제3단계 스킬을 켰다.
그런 뒤 스킬을 이용해 와 을 켜서 사부에게 강력한 디버프를 걸었다.
하지만, 디버프 오라는 여전히 사부를 침범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 순간에 내 모든 걸 건다.’
지크는 결단을 내렸다.
슈우우!
뒤이어 검은색 블랙홀이 생성되어 지크와 사부를 집어삼켰다.
지크가 사부를 가 지배하는 영역인 로 초대한 것이다.
***
지크는 안에서 사부와 마주했다.
‘시간이 없어.’
지크는 자신이 가진 모든 스킬을 사부에게 쏟아내며, 맹공을 퍼부어대었다.
하지만 대마왕으로 변신한 상태에서도 지크는 사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공격?
디버프?
먹히지 않았다.
사부는 지크가 어떤 짓을 해도 옷깃 하나 스치기 힘든, 그런 불가사의한 존재였다.
“결국, 네 녀석은 본좌를 실망시킬 뿐이구나.”
사부는 그런 지크가 무척이나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우웅!
사부의 손에 무지갯빛 에너지가 맺혔다.
‘저, 저건!’
지크는 그 에너지의 정체를 한눈에 알아보고, 경악했다.
사부의 손을 휘감은 저 에너지의 정체가 스킬이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죽을 수 없어!’
지크는 죽지 않기 위해서 똑같이 스킬을 일발 장전했다.
하지만 그러기가 무섭게, 어느새 사부가 지크의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
지크의 눈에 경악이 깃들고.
“이만 가려무나.”
이 실린 사부의 주먹이 지크의 얼굴을 향해 일직선으로 훅! 하고 들어왔다.
그렇다면, 지크가 선택할 방법은 오직 하나였다.
툭!
지크는 스킬이 맺힌 를 놓아버렸다.
꽈악!
그런 뒤 사부를 껴안았다.
거리가 좁아진 틈을 이용해서, 사부를 움켜쥔 것이다.
“이놈이?”
사부는 눈썹을 치켜뜨더니 이 실린 주먹을 내리쳐 지크의 등짝을 찍어 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지크가 더 빨랐다.
꽈악!
지크의 이빨이 사부의 가슴팍을 강하게 파고들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어떻게 때릴 방법이 도저히 없어서, 이렇듯 강제로 껴안은 뒤 물어뜯기라도 해야 했다.
콰앙!
뒤이어 사부의 주먹이 지크의 머리통을 강타했다.
“커헉!”
그렇게 지크가 피를 토하면서 나가떨어짐과 동시에 가 해제되었다.
그리고….
[알림: 축하드립니다!] [알림: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