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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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무장한 천족들이 진영을 갖춘 채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란 정말이지 위압감이 넘쳤다.
그 숫자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아서, 수백만쯤은 족히 될 것 같았다.
“아….”
지크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사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
베르단디가 을 이용한 연금술로 결계 해제에 그토록 매달렸고, 또한 성공했다.
하지만 모든 게 헛수고였다.
천족들이 이미 을 열고 대기하고 있었을 줄이야?
그간 지크가 기울였던 각고의 노력들이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토록 이 열리는 걸 막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온갖 개고생이란 개고생은 다 했건만….
‘진짜 그냥 강종하고 싶네.’
지크는 너무 화가 나고, 어이도 없고, 또 허탈해서 게임을 강제로 꺼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간 했던 개고생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치니까 더 미칠 것 같았다.
이 열리는 걸 늦추었을 뿐, 결국엔 막지 못했다고 생각하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어리석은 자들이여.”
그때, 천족들의 대열 가장 앞줄에 자리한 대천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의 이름은 대천사 제레미엘, 늘 천족 군대의 선봉장을 맡는 존재였다.
“이렇게 결계를 열어주니 참으로 고마운 바다.”
“그게….”
지크가 앞으로 슥 나서서 그 말을 받았다.
“무슨 소리지?”
“말 그대로다.”
제레미엘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우린 천계의 문을 열었지만, 결계를 깰 수는 없었다.”
“……?”
“결계는 우리의 손으로 깰 수 없는 것이었다.”
“도대체 그게 무슨….”
“결계는 내부에서 깰 수 없고, 오직 외부에서만 깰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린 기다렸다. 너희 중간계의 지적생명체들이 결계를 먼저 깨주기만을 기다린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그렇게 했다. 결과적으로… 너희 중간계의 지적생명체들이 우리 천족들을 강림시켜준 것이지.”
지크는 제레미엘의 그 발언을 듣고 피가 거꾸로 솟는 심정이었다.
이건 완전히 이용을 당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결계를 깨는 게 사실은 천족들을 도와주는 꼴이었을 줄은 정말이지 상상도 못 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세계의 멸망을 스스로 자초한 꼴이 되어버렸으니,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자괴감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어떤가? 너희 손으로 멸망을 자초한 기분이?”
제레미엘이 히죽 웃으며 지크를 조롱했다.
“기쁜가? 너희 하등한 생명체들이 한평생, 아니 창세기 이후 지금까지 가장 위대한 업적을 이룩한 셈이 아닌가?”
“거….”
지크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제레미엘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아가리 좀 닫지.”
“뭣지?”
“안 그래도 X나 빡치니까.”
“큭….”
제레미엘이 웃었다.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지? 너희의….”
바로 그때.
“제레미엘은 제가 맡겠습니다.”
미카엘이 앞으로 슥 나섰다.
지크가 제아무리 위대한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지만, 대천사를 상대하는 건 불가능했다.
최상급 대천사들이야 상대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미카엘이 나서는 게 옳았다.
“미, 미카엘! 동족의 배신자!”
제레미엘은 미카엘의 등장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전직 대천사장인 미카엘이 10장의 날개를 되찾은 상태로 등장했으니, 제레미엘로서는 겁을 먹는 게 당연했다.
같은 10장의 날개를 지녔다지만, 미카엘과 제레미엘 간의 격차는 대천사와 대천사장만큼이나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싸워야 한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
미카엘은 씁쓸한 마음에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즉시 제레미엘을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마, 막아라!”
제레미엘은 그런 미카엘의 기세에 겁을 집어먹고, 천족들의 군대를 향해 소리쳤다.
“동족의 배신자들 처단하라!”
그와 동시에 전투가 시작되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숫자를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타락 천사들이 일제히 고함을 내지르며 비행하기 시작했다.
“전군….”
지크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었다.
일단 죽도록 싸우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돌격하라.”
지크의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연합군 측 병력들 역시 천족들을 향해 맹공을 퍼부어대기 시작했다.
중간계를 침공한 천족들.
그리고 그런 천족들로부터 중간계를 지켜내려는 지적생명체들.
이 거대한 두 세력이 서로 맞붙으며, 창세기 이후 가장 큰 대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
같은 시각.
마계는 중간계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전투준비태세를 갖춘 채 대기하고 있었다.
대마왕인 지크의 명령으로 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하염없이 길어지던 대기시간은, 전령의 보고로 인해 끝이 났다.
“천족들이… 중간계 강림에 성공했다는 보고입니다.”
전령이 마왕들이 모여 있던 회의실에 소식을 전하던 순간.
“드디어!”
“으음!”
마계 서열 2위 벨리알과 3위인 메타트론이 동시에 벌떡 일어났다.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긴 했지만, 어쨌거나 최초의 천계 침공 작전이 시작되려는 순간이니만큼 의욕이 넘쳤던 것이다.
“메타트론 부사령관.”
“예, 총사령관 각하.”
메타트론이 벨리알의 부름에 응답했다.
“지금 즉시 천계로 향하는 워프 게이트를 가동하라.”
“예, 각하.”
메타트론은 벨리알의 명령을 받고 즉시 워프 게이트로 향했다.
‘드디어!’
워프 게이트로 향하는 메타트론의 발걸음은 그야말로 날아가는 듯했다.
‘아버지, 지켜봐 주십시오.’
메타트론은 이번 천계 초토화 작전에서 큰 공을 세워 아버지인 이그나토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었다.
이번에 대활약을 해서 천족들을 무찌르면, 과거 아버지 이그나토를 실망시켰던 일들을 만회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지금부터.”
한편, 벨리알은 마왕들을 돌아보며 출동 준비를 했다.
“천계 초토화 작전에 나선다. 다들 차분히 대기할 수 있도록. 빌어먹을 천족 놈들의 터전을 쑥대밭으로 만들 절호의 기회이니만큼,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예, 각하.”
본래 마왕들은 통제가 안 되는 존재들이었지만, 지금만큼은 달랐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총사령관인 벨리알의 명령에 충실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지금 한마음 한뜻이 되어 똘똘 뭉치지 않으면 천족들이 마계까지 침공해올 테니, 제아무리 마왕들이라도 살기 위해서 고분고분하게 말을 들어야 했다.
“가자.”
벨리알이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섰다.
저벅저벅!
그 뒤를 마왕들이 뒤따랐다.
전쟁의 불씨가 천계와 중간계에 이어서 이제는 마계에까지 번진 것이다.
***
전투는 치열했다.
수백만의 중간계 지적생명체들.
그리고 수백만의 천족들.
이 두 세력의 격돌은 세계를 능히 무너뜨릴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양 측 세력의 숫자가 수천만이 넘어갔기에, 그 규모만으로도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 것 같았다.
실제로, 이 전투는 창세기 이후 벌어진 전쟁 중 가장 규모가 컸다.
과거 중간계의 지적생명체들이 유일신 교단을 무너뜨렸던 에 버금갈 정도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지크가 있었다.
“모조리 쓸어버려!”
지크는 전장 한복판에서 와 을 켠 채로 천족들을 닥치는 대로 쓸어버렸다.
그런 지크의 무력 앞에, 천족들은 무력했다.
하급, 중급, 상급 타락 천사들은 지크에게 아예 적수가 되지 못했다.
위대한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지크의 무력이란, 그야말로 괴물이었다.
살아 있는 살인 병기라고나 할까?
지크가 를 휘두를 때마다 천족들 수십여 명이 무더기로 나가떨어졌으니, 지금의 지크야말로 전장의 지배자라고 할 수가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더 괴물이 되려고 저래…?”
채형석은 그런 지크의 모습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지크가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까지 올라서 천족들을 쓸어버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현자타임마저 올 지경이었다.
채형석에게 있어서 지크는 절대로 쫓아가지 못할 수준까지 올라 가버린, 영영 따라잡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밀려.’
한편, 지크는 천족들을 쓸어버리면서도 전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못했다.
불리한 건 연합군이었다.
천족들의 기본 스펙은 너무나도 높아서, 연합군이 차츰차츰 밀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는 대천사들이었다.
지크가 그간 대천사들을 여럿 처치하긴 했지만, 아직 남은 이들이 여럿이었다.
그런데 남은 대천사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또한, 대천사들의 수장인 대천사장 루시퍼 역시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만약 그들이 전장에 나타난다면?
연합군은 끝장이었다.
힘의 균형이 확 기울게 되는 것이다.
‘왜 아직 안 나타나는 거지?’
지크는 다른 대천사들과 대천사장 루시퍼가 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걸 의아해했지만,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죽어라! 하등한 생명체여!”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은가!”
최상급 타락 천사들 수십여 명이 지크를 향해 달려들었다.
지크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랜드 마스터에 올라선 지금, 지크에게 최상급 타락 천사는 그렇게 위협적인 적들이 아니었다.
스릉!
도[刀] 형태의 가 서늘한 울림을 흘리고.
“다 꺼져.”
지크가 한 점 빛이 되어 자신의 앞을 가로막아선 최상급 타락 천사들을 향해 쇄도했다.
다음 순간.
번쩍!
지크가 순간 사라졌다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았던 최상급 타락 천사들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털썩, 털썩, 털썩, 털썩, 털썩… 털썩!
최상급 타락 천사들이 피를 분수처럼 뿜으며 무너져 내렸다.
지크가 빛에 버금가는 속도로 최상급 타락 천사들을 모조리 베어버린 것이다.
“영혼 고맙고.”
지크는 를 통해 최상급 타락 천사들의 영혼 에너지를 흡수한 후 앞으로 곧장 뛰어나가 적진 한복판으로 파고들었다.
그런 뒤 스킬을 사용해 천족들의 진영 한복판에 불지옥을 구현해내었다.
쩍, 쩌억!
땅이 달라지고.
콸콸콸!
시뻘건 용암이 치솟아 올라 천족들을 덮쳤다.
화륵, 화르르륵!
순식간에 불바다가 만들어진 것은 물론이었다.
“크악!”
“으아아아아악!”
불지옥에 떨어진 천족들은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질러대며 고통스러워했고, 그렇게 한 줌 재가 되어 스러졌다.
그 광경은 마치 타락한 천사들이 지옥에 떨어져 벌을 받는 것처럼 보였다.
“괴, 괴물….”
“하등한 중간계의 생명체에게 저런 힘이 있었나?”
그 광경을 본 천족들은 지크가 두려워 섣불리 다가오지 못했다.
천족들조차 공포에 질리게 만들 정도의 무력.
마스터 시절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의 강함이었다.
‘이제라도 파괴가 가능할까?’
지크는 하늘 위에 두둥실 떠올라 있는 을 바라보았다.
아직 다른 대천사들과 대천사장 루시퍼가 강림한 게 아니라면 을 파괴하는 게 어쩌면 승리의 열쇠가 될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해보자.’
지크는 즉시 10장의 날개를 펼쳐서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다른 대천사들과 대천사장 루시퍼가 강림하면 그땐 진짜 모든 게 끝장이었다.
그러니 을 파괴해서 나머지 대천사들과 대천사장 루시퍼의 강림이라도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