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132
1131
코랄 행성으로 가려거든 2시간 동안 수송선에 탑승해야만 했다.
다른 세계로 가는 것이니만큼, 단순히 워프 게이트를 통과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는 설정인 모양이었다.
수송선의 일반석은 엄청나게 비좁았다.
천장 높이가 2미터가 겨우 될까 말까할 정도로 낮아서, 굉장히 답답했다.
또한, 좌석이 다닥다닥 밀착되어 있었기에 서로 부대끼는 건 불가피한 일이었다.
‘노예 상인들에게 팔려 간다는 게 이런 느낌인 건가?’
지크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게이머들과 이런저런 소통을 나누었다.
“지크 님, 지크 님. 이건이랑 어떻게 하실 거예요?”
“지크 님은 이건도 개터실 수 있죠?”
“캬! 지크 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건이 지크 님 저격한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게이머들은 지금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인 이건의 지크 저격에 대해 이야기하길 원했다.
“아, 그거요.”
지크는 게이머들과 을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풀어나갔다.
‘말실수하지 말자.’
다만, 괜히 구설수에 오르지 않도록, 지크는 지극히 조심했다.
“저는 이 게임을 지키고 싶으니까, 상대가 누구든 싸워야겠죠. 개인적인 악감정 같은 건 없어요. 딱히 별생각도 없고요.”
“상대가 이건인데도요?”
“그 사람이 게임 재능 하나만큼은 역대급이라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겁먹고 목을 내어놓을 순 없잖아요.”
“역시 지크 님. 자신감 쩌네요.”
“에이, 별말씀을요.”
지크는 자신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기사화되어 각 포털 사이트에 내걸릴 것이라는 걸 알았기에, 현명하게 대처했던 것이다.
“근데 코랄 행성 어때요? 저는 처음이라서요. 정보 찾아놓은 것도 없고요.”
지크는 게이머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코랄 행성에 대해 물어보았다. 물론, 실제로 궁금하기도 했다.
현재 코랄 행성은 게임 BNW의 최종 콘텐츠로써, 그 난이도는 그야말로 상상 초월이었다.
게다가 모든 퀘스트 자체가 마우레키온 제국군과의 연계되었기에, 일반적인 던전을 공략한다기보다는 차라리 전쟁 콘텐츠라고 봐도 무방할 지경이었다.
‘근데 레벨들 진짜 높네. 최소 299야. 마스터도 간혹 보이고?’
지크는 달라진 게이머들의 수준에 속으로 감탄했다.
코랄 행성은 최종 콘텐츠이니만큼 엄청난 경험치가 약속되어 있었고, 그에 따라 게이머들의 성장 속도도 엄청나게 빨랐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게이머들은 코랄 행성에서 드랍되는 방어구로 무장하고 있었는데 으로 비추어 보니 그 성능이 기존의 아이템들보다 30퍼센트 정도 뛰어났다.
역시나 강한 던전일수록 그 보상은 더욱 달콤하기 마련.
‘나도 배우는 자세로, 천천히 공략해봐야겠다.’
지크는 안 그래도 새로운 방어구 세트가 필요하던 차에 잘 되었다 싶었다.
크반트가 맞춤으로 제작해주는 아이템들이 뛰어나긴 했지만, 때로는 이렇게 새로운 던전의 특산물(?)들을 접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
그로부터 2시간 후.
“지크프리트 폰 프로아 폐하, 오셨습니까.”
코랄 행성에 도착한 지크는, 마우레키온 제국군의 안내에 따라 사령부로 향했다.
올 때야 일반석에 탑승해 게이머들과 부대꼈지만, 총사령관인 지크가 평범한 장병들과 함께 전투에 투입될 순 없는 노릇이 아니겠는가?
‘무슨 원시시대 같네.’
지크는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뀨! 주인 놈아! 여기 막 우주선 같은 거 없는 거냐! 왜 다 숲이냐! 뀨우!”
햄찌 역시도 코랄 행성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라 꽤나 실망한 모양이었다.
“그러게. 난 무슨 우주공간 같은 데 있을 줄 알았는데.”
“뀨! 그렇다! 오히려 문명이 없는 정글 같다! 뀨우!”
“원시 정글에서 피어난 문명 같은 건가? 코랄 종족은?”
“뀨! 그럴 수도 있다!”
“아무튼, 일단 가보자.”
“뀨! 알겠다!”
원정군 사령부에 도착한 지크는, 곧장 회의를 소집하고 그간 원정을 이끌던 수뇌부들과 자리를 가졌다.
원정군 수뇌부들은 약 80퍼센트 정도가 마우레키온 제국군의 고위급 장성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나머지 20퍼센트는 큰 활약을 한 게이머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게이머들의 우두머리 격인 인물은 다름 아닌 카인이었다.
지크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모험가 출신 왕이 된 바로 그 게이머 말이다.
‘이런 개 같은.’
카인은 지크를 보자마자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고생이란 고생은 우리가 다 했는데. 저 새끼가 뭘 한 게 있다고 총사령관으로 부임하냐고. 에라이 X발!’
카인이 불만을 가지는 건 당연했다.
카인은 슈트카르트 황제에게 미리 허락받지도 않고 왕위에 오른 대가로, 이곳 코랄 행성으로 보내져 강제 복무를 했다.
초창기 코랄 원정은 정말 엄청나게 어려웠다.
우선 소수 병력으로 코랄 종족의 작은 거점을 습격해 파괴하고, 게릴라전을 벌여서 시선을 끌고, 정찰 활동을 하고, 마우레키온 제국군이 주둔하며 방어선을 구축할 부지를 알아보는 등 매일이 지옥 같은 나날들이었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길드원들이 죽고, 방어구가 파괴되고, 소모한 포션 값은 도대체 얼마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그렇듯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겨우 기틀을 마련해 전쟁을 치르고 있었는데, 지크가 뒤늦게 하고 나타났으니 배알이 꼴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현재 상황, 간략히 보고 부탁드릴게요.”
그런 카인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크는 태연하게 현재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카인 준장, 총사령관이신 지크프리트 폰 프로아 폐하께 보고를 드리도록.”
하필 마우레키온 제국의 육군 중장이 카인을 돌아보았다.
“제, 제가 합니까?”
“자네는 모험가이지 않나? 같은 모험가이신 폐하께서 자네의 말귀를 더욱 잘 이해하실 테니, 자네가 하게.”
“아, 알겠습니다.”
결국, 카인은 지크의 부하—실제로 계급이 낮아서 부하였고—로서 현재 상황에 대한 보고를 올리게 되었다.
“어, 그게….”
카인은 같은 게이머인 지크에게 보고한다는 게 자존심이 상했는지, 우물쭈물했다.
하지만 이내 곧 마음을 다잡고, 현재 상황을 전해주었다.
“현재 전쟁은 드래곤들의 대활약으로 큰 성과를 거둔 상태입니다. 적들의 전략 병기는 드래곤들 덕분에 대부분 무력화되었습니다. 하지만 드래곤들 역시 큰 피해를 입었으므로, 앞으로 전쟁은 보병들 간의 백병전 위주로 전개될 예정입니다.”
“지도를 보니까 여기 이 지점에서….”
지크가 테이블 위에 놓인 지도를 바라보며 말했다.
“상륙작전에 실패하면서 큰 피해를 입었고?”
“그렇습니다.”
“대충 보니까 전쟁의 목표는 여기 이 지점을 탈환하고, 적 사령부를 압박하는 거겠네?”
“마, 맞습니다.”
카인은 지크가 몇 마디 설명도 듣지 않고, 지도를 슥 훑어보는 것만으로 전쟁의 핵심 목표를 파악하자 매우 놀랐다.
‘이 자식이 이렇게 똑똑하다고?’
지크가 무력뿐 아니라 지략도 뛰어나다는 사실에 놀랐다.
“일단 전략적인 건 우리 군에 유능한 인재가 있으니까, 제가 불러오겠습니다. 그에게 맡기면 될 겁니다.”
“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마우레키온 제국의 장성이 물었다.
“한센이란 사람인데… 믿고 맡길 만한 지략의 소유자입니다.”
“아, 그 한센 말씀이십니까?”
“아세요?”
“그에 대한 소식 정도는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그가 이번 세계대전에서 신성 동맹군을 지략으로 완전히 찍어 눌렀다는 자 아닙니까?”
“소식이 여기까지 전해졌나요?”
“그러하옵니다.”
“아무튼, 전략적인 부분은 한센을 데려다가 맡길 예정이니 그렇게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예, 폐하.”
“근데 치천존 어르신과 도제 어르신의 행방은요?”
“아무래도 적들에게 납치를 당하신 게 아닐까 판단됩니다.”
“납치라….”
“아직 정확한 행방을 알 수 없으니, 보고가 올라오는 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알겠습니다.”
지크는 회의를 마친 뒤 사령부를 나섰다.
그리고는 코랄 종족의 게릴라들을 소탕하는 임무에 자원했다.
백문이 불여일견.
일단은 보병들과 함께 코랄 종족과 싸워 보고, 전반적인 분위기를 파악하려는 것이다.
***
그로부터 2시간 뒤.
지크는 코랄 종족의 게릴라 부대원들을 소탕하기 위해 게이머들과 함께 길을 나섰다.
“대박.”
“지크 님이랑 함께 하니까 이번 임무는 버스 타는 건가?”
“나 진짜 출세했네. 지크 님이랑 파티도 해보고.”
약 50여 명의 게이머들은 지크와 함께 작전에 나간단 사실에 매우 좋아했다.
지크는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강자였고, 또한 전 세계적인 유명 인사였으며, 게임의 진 주인공이었다.
게이머들의 입장에서, 그런 지크와 파티플레이를 한다는 건 정말이지 영광스러운 일이었던 것이다.
“다들 잘 부탁드립니다.”
“뀨! 잘 부탁한다!”
지크와 햄찌는 그런 게이머들 사이에 섞여 깊고 깊은 정글 속으로 들어갔다.
“아. 그렇구나.”
지크는 가는 동안 게이머들로부터 코랄 종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코랄 종족은 원시림에서 문명을 일으킨 고등한 지적생명체들로서, 가장 평범한 병사라 할지라도 그 육체 능력이 엄청나게 강하다고 했다.
“템은요?”
지크가 물었다.
“다들 입고 계신 것 같은데….”
“아. 템이요.”
그러자 한 게이머가 대답했다.
“그냥 죽여서 벗기면 돼요.”
“음?”
“얘네 무기는 딱히 쓸모가 없어서 주워다가 사령부에 팔아요. 개당 500골드 정도? 방어구는 입을 수 있어서, 괜찮다 싶으면 주워 입으면 됩니다.”
“그렇군요.”
“고레벨 코랄인일수록 좋은 방어구를 입고 있으니까, 답은 강한 놈을 사냥하는 거죠.”
“쉽네요.”
지크가 미소를 지었다.
죽이고, 그 방어구를 빼앗아 입는다.
나쁘지 않은 템파밍 방식이었다.
이것저것 조합하고, 업그레이드하는 등 노가다 파밍 방식보다는 차라리 이게 나았다.
얼마나 편한가?
그냥 뺏어 입기만 하면 된다니.
“일단 가봅시다.”
“네, 지크 님.”
그 후 정글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게 된 지크의 파티는, 불과 30분도 채 되지 않아 첫 번째 전투를 벌이게 되었다.
“모두 죽여라.”
“다 쓸어버려라.”
약 20여 명으로 이루어진 코랄 종족의 게릴라 부대가 지크의 파티를 공격해왔다.
그렇게 시작된 전투.
“악!”
“으악!”
지크의 파티는 기습을 당했기 때문인지 초기 대응이 엉망이었다.
그건 게이머들이 무능해서가 아니었다.
도대체 어디 어떻게 숨어있었는지, 코랄의 게릴라 부대원들이 매우 은밀하게 기습을 해왔던 것이다.
심지어, 그 예민한 지크와 햄찌마저도 기습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을 정도였다.
아무래도 코랄 종족들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은신 기술이 있는 게 분명했다.
‘세네.’
지크는 코랄 종족의 게릴라 부대원들을 살펴보고, 그 스펙에 놀랐다.
코랄인들은 같은 레벨의 게이머와 비교했을 때 스펙이 30퍼센트가량 높았다.
특히나, 생명력은 200퍼센트나 더 많은 것 같았다.
‘그냥 유전적으로 세구나.’
지크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를 움켜쥐었다.
‘디버프가 묻으면 어떨까?’
지크는 즉시 스킬을 전개해 코랄 게릴라 부대원들에게 디버프를 묻혔다.
또한, 아군을 위해서 을 켜서 코랄 게릴라 부대원들에게 강력한 슬로우를 걸었다.
그다음은?
‘맷집이 얼마나 센지, 한번 보자.’
지크가 를 휘두르며 한바탕 칼춤, 아니 몽둥이춤을 추기 시작하고.
“크악!”
“악!”
“어, 어디서 이런 강자가… 크악!”
코랄 게릴라 부대원들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 강력한 코랄 종족의 전사들조차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지크에게는 그저 샌드백 신세에 불과했던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