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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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크는 코랄 황제의 등장 소식을 즉시 사령부에 알리고, 한센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센은 지크의 부름을 받고 황급히 코랄 행성으로 달려왔고, 앞으로 원정군의 전략 자문 임무를 맡을 예정이었다.
“이 상륙 작전은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습니다.”
한센이 연구소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역의 지도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지형 자체가 공략하는 쪽이 너무나도 불리합니다. 또다시 대규모 상륙 작전을 펼친다면, 최소 수십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겁니다.”
“그래요?”
“예, 폐하.”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지크가 한센에게 물었다.
“저 연구소를 꼭 점령해야 하거든요.”
“특수 부대를 투입해 침투 후 단기타격 외에는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역시 그런가요.”
“어차피 상륙 작전에 성공한다고 해도, 적들이 연구소를 그냥 내버려 두고 가겠습니까? 관련 자료나 중요한 포로들을 데리고 도망칠 게 뻔합니다.”
“그건 그렇죠.”
“더욱이….”
한센이 말끝을 흐렸다.
“저곳은 적진 한복판입니다. 특수 부대를 투입한다고 해도, 작전 성공률이 극히 희박합니다. 게다가….”
“탈출이 문제죠?”
“예, 폐하.”
한센이 고개를 끄덕였다.
“침투에 성공하고, 또 작전을 성공시켜도 빠져나오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건 솔직히 자살행위입니다. 연구소로부터 탈출지점까지의 거리가 100킬로미터이니, 제아무리 폐하와 프로아 포스 대원들이라 할지라도 빠져나오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건 저도 인정합니다.”
지크는 한센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자신감을 가지되, 오만하거나 객기를 부리지 말 것.
지크 본인과 의 능력이 제아무리 대단하다고 한들, 연구소를 공략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다.
‘마왕의 힘만 사용할 수 있었어도 그냥 다 때려 부수고 유유히 도망치는 건데….’
지크는 이제 더는 사용할 수 없게 된 과 스킬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그러나 이제 와 사용할 수 없게 되어버린 스킬들을 아쉬워해봤자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었으므로, 지크는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프로아 포스를 잃을 순 없어. 대원 하나를 키우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얼만데.’
대원 하나를 키우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은, 일반적인 기사 500명을 키우는 것과 똑같았다.
그만큼 고급인력들이라서, 자살행위에 가까운 작전에 투입하기엔 프로아 제국의 국력 손실이 걱정되었던 것이다.
‘결국 내가 해야 돼.’
지크는 결정을 내렸다.
‘구출할 인원이 많은 것도 아니니까, 한번 해보는 거야.’
결국, 지크는 또다시 총대를 메기로 했다.
안 그래도 시간이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도제와 치천존에 대한 재사회화 과정 및 세뇌가 진행되고 있을 것이었기에, 1분 1초라도 서둘러야 했다.
만약 도제와 치천존이 세뇌되어 코랄 종족의 노예가 된다면,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은 없을 터였다.
최근엔 평균 무력 수준이 꽤 올라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이들이 드물지만 심심찮게 보였다.
하지만 그랜드 마스터는 차원이 다른 강자였기에, 치천존과 도제가 적이 된다면 감당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지크조차도 치천존과 도제를 동시에 상대할 자신이 없었으니….
“일단 알겠습니다. 전략 자문에 집중해주세요. 저는 제 나름대로 해볼 테니까요.”
“하오나 폐하….”
“방법이 없잖아요.”
지크는 자신을 걱정하는 한센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고는, 발길을 돌렸다.
‘얼른 준비해서 가자.’
지금 지크의 머릿속에는 오직 치천존과 도제를 구할 생각뿐이었다.
***
지크가 연구소 침투 작전을 준비하기 위해 사령부를 나섰을 때였다.
“지크프리트 폰 프로아 폐하를 뵙습니다.”
지크는 사령부를 나서자마자 현재 마우레키온 제국의 실세인 나이델베르크 공작과 딱 마주쳤다.
“어?”
지크는 나이델베르크 공작이 어째서 이곳 코랄 행성에 있는지 의아했다.
나이델베르크는 군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전형적인 행정 관료—사실 정확하게 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였다.
그런 그가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곳 코랄 행성에 와 있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나이델베르크 공작님?”
“예, 폐하.”
“왜 여기 계세요…?”
지크가 ‘왜 형이 거기서 나와?’ 하는 표정으로 나이델베르크를 바라보았다.
“예, 폐하.”
그러자 나이델베르크가 대답했다.
“코랄 종족의 황제가 정상회담을 요청하여, 폐하를 대신해 이렇듯 발걸음 하였습니다.”
“코랄 황제가요?”
“그렇습니다.”
“뭔가 평화 협정 같은 걸 제안하려는 걸까요?”
지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코랄 종족의 황제가 정상회담을 요청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사오나, 정확한 속내는 모르지 않겠습니까? 일단 만나보긴 해야겠지요.”
“그건 그렇죠.”
“아무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정상회담 준비가 시급하여….”
“고생하십시오.”
지크는 멀어지는 나이델베르크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이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기대했다.
‘그냥 휴전 했으면 좋겠네. 괜히 서로 피 더 흘리지 말고.’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지크의 바람이었고, 결정권자는 슈트카르트 황제와 코랄 종족의 황제.
지크가 할 수 있는 건 정상회담이 원만하게 이루어져서 평화가 찾아오기만을 기원하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지크는 나이델베르크 공작과 헤어진 후 시장으로 향했다.
“뀨! 주인 놈아! 또 쇼핑 하러 가냐! 뀨우! 구출 작전은 어떡하고 쇼핑하러 가냐!”
“시간이 좀 있어서.”
“뀨우?”
“나는 바로 가도 상관없는데, 사령부에서 탈출 계획 짜는데 시간이 좀 걸린대. 연구소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는 데에도 좀 걸리고. 몇 시간쯤 걸린다고 했으니까.”
“뀨! 알겠다!”
“근데….”
지크가 마우레키온 제국의 장병들이 수송선에 뭔가를 열심히 싣는 걸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뭘 저렇게 열심히 옮기지?”
마우레키온 제국의 장병들은 산업용으로 개조된 골렘에 커다란 상자를 계속해서 실어 나르는 중이었다.
“저기요.”
“예, 폐하.”
“뭘 싣는 거죠?”
지크가 지나가던 마우레키온 제국군에게 물었다.
“전능석입니다, 폐하.”
“저, 전능석이요?!”
지크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란 가장 완벽한 연금술적 물질로써, 약간의 과정만 거친다면 그 어떤 물질로도 가공할 수 있는 신비한 돌이었다.
지크도 미카엘의 날개를 찾던 도중 단 하나만 발견했던, 뉘르부르크 대륙에서는 매우 희귀한, 바로 자원 말이다.
“그렇습니다.”
“전능석이 저렇게 많아요?”
“예, 폐하.”
마우레키온 제국군이 대답했다.
“이곳 코랄 행성에서는 땅만 파면 전능석이 나옵니다.”
“……!”
“그래서 5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 광산도 건설했습니다.”
“헐….”
“저희 공병들은 12시간마다 채굴한 전능석을 본국으로 보내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맙소사.”
지크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쾅! 하고 맞은 기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능석의 가치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물질 중에서 가장 높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어떤 물질로도 바뀔 수 있는 성질 덕분에, 그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능석의 가치는 같은 무게의 황금보다 최소 100배가 비쌌다.
예를 들자면 이런 거였다.
현실에서 금이 1킬로그램당 5천만 원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전능석은 1킬로그램당 최소 50억 원이었다.
게다가 그건 어디까지나 가치를 가장 작게 잡았을 때의 이야기에 불과했다.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같은 무게의 금보다 수천 배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게 바로 전능석이었던 것이다.
그런 전능석을 12시간마다 수송선을 꽉꽉 채워서 본국에 보낸다?
‘도대체 돈을 얼마나 벌고 있는 거야?’
지크는 마우레키온 제국이 벌어들이는 수익의 규모를 감히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다.
마우레키온 제국이 코랄 행성을 침공한 것이 벌써 몇 달 전의 일이었으니, 그간 운송한 전능석의 가치만 따져도 뉘르부르크 대륙을 통째로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마저 들었다.
‘우리도 숟가락 좀 얹을 수 없나…?’
지크는 그 와중에 코랄 행성의 전능석을 채굴해서 프로아 제국으로 가져갈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할 것 같았으므로, 포기하기로 했다.
괜히 슈트카르트 황제의 밥그릇에 숟가락을 들이밀었다가 관계가 틀어지기라도 하면, 그땐 진짜 프로아 제국이 멸망하는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쩝. 부럽다, 부러워.’
지크는 수송선에 전능석을 싣고 있는 마우레키온 제국군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
지크는 쇼핑—건진 게 없었다.—을 마치고 사령부로 복귀했고, 그에 따라 구출 작전에 나섰다.
그런데.
“대기하라니까, 기다리슈.”
카인이 불쑥 찾아와 지크에게 툭 던지듯 말을 전했다.
“대기? 무슨 대기?”
지크가 인상을 와락 구겼다.
탈출 계획이 수립된 이상 1분 1초라도 빨리 구출 작전에 나서야 했는데, 대기는 무슨 얼어 죽을 놈의 대기란 말인가?
“지금 윗선에서 정상회담 중이라니까, 대기하랍니다.”
“아.”
지크는 그제야 카인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회담이 시작되면 한창 전쟁 중이라 할지라도 잠시 전투를 멈추고, 추이를 지켜보는 게 암묵적인 룰이었다.
만약 코랄 황제와 나이델베르크 간의 회담이 잘 마무리만 된다면, 어쩌면 휴전협정이 맺어질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포로 교환이 이루어지면서 치천존과 도제가 자연스럽게 풀려날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다.
즉, 지금은 아무리 급해도 정상회담이 끝날 때까지는 움직이지 않는 게 현명했다.
“알겠으니까, 대기한다고 전해.”
“그러시든지.”
카인이 툭 내뱉고는 돌아섰다.
빠직!
그러자 지크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이게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사람 진짜 열받게 하네?’
지크는 카인을 확 패주려다가 꾹 참았다.
본래 성질 같았으면, 진즉에 손이 나가고도 남았을 지크였다.
하지만 참은 이유는, 지금 지크에게 중요한 건 이미지 관리였기 때문이었다.
이건이 호시탐탐 지크를 노리고 있었고, 언제 여론몰이로 물타기를 시도할지 몰랐다.
그래서 지크는 마지막으로 이번 한 번만큼은 꾹 참고, 카인을 봐주기로 했다.
그렇게 작전이 연기되고, 햄찌와 남게 된 지크.
“뀨! 주인 놈아! 이제 뭐 할 거냐! 뀨우!”
“쇼핑은 아까 했고.”
지크가 대답했다.
“그럼 쉴 거냐? 뀨우?”
“아니.”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이 행성에서 어떤 특산물이 나오는지 한번 알아보려고.”
“뀨우?”
“자원이 전능석이 전부가 아닐 거 아냐. 마우레키온 제국이 이 행성에서 뭘 가져가는지 알고 싶어.”
물론 안다고 해도 지크가 국가적 스케일로 자원을 채굴해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 원정을 시작한 건 마우레키온 제국이었으니, 프로아 제국이 숟가락을 올리는 건 불가능했다.
지크 개인이 약간의 전리품은 챙겨갈 수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어떠한 자원들이 채굴되는지 정도는 알고 싶었다.
코랄 행성은 뉘르부르크 대륙과 전혀 다른 세계이니만큼, 전능석 말고도 다양한 자원들이 채굴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