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137
1136
지크가 코랄 행성에서 활동하고 있을 무렵.
“언제 오나.”
뉘르부르크 대륙에 있던 승구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빨리 거래하고 쉬고 싶은데.”
승구는 최근 고대의 던전을 하나 발견했고, 천신만고 끝에 클리어했다.
그 덕분에 299레벨을 찍었고, 꽤나 고가의 아이템을 득템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그래서 승구는 득템한 아이템을 판매하기 위해 구매자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템이 워낙 고가이니만큼, 승구의 기분은 매우 좋았다.
비록 지크처럼 엄청난 부(富)를 이룩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엄청난 부자다.
이번 득템으로 거의 50억 원어치의 수익을 얻게 될 거였으니 말이다.
승구는 이번에 벌 돈으로 최근 눈여겨보았던 건물을 사들일 생각이었다.
딱 50억 원 정도가 모자랐는데, 시기적절한 득템으로 부족한 돈을 메꿀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어차피 노후 준비는 다 됐으니까. 앞으로 게임만 하면서….’
승구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저기요.”
한 게이머가 승구에게 다가왔다.
“혹시 별빛 마법검 파시는 분이세요?”
“저 맞습니다. 구매자세요?”
“네.”
“아이고, 반갑습니다.”
승구가 히죽 웃으며 교환창을 열었다.
“이런 물건 어디 가서 구하기도 쉽지 않은데, 잘 생각하셨어요. 헤헤헤.”
“그러게요. 오래 찾았는데 드디어 구하네요.”
“거래하실까요?”
“그러죠.”
“그럼….”
승구가 교환창에 레전더리 마법검인 을 올려놓은 순간.
푸욱!
구매자가 갑자기 단검을 꺼내 승구의 배를 찔렀다.
“컥!”
승구는 훅! 하고 들어오는 데미지와 충격에 헛바람을 내뱉으며 고통스러워했다.
데미지가 얼마나 강력했느냐 하면, 299레벨인 승구조차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을 정도였다.
[알림: 상태 이상!] [알림: 에 걸렸습니다!]게이머가 승구를 찌른 단검에 맹독을 발라 놓았었는지, 상태 이상까지 걸렸다.
“가, 갑자기 이게 무슨….”
“혁명.”
승구를 찌른 게이머가 어느새 돌변해 히죽 웃으며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었다.
“혀, 혁명…?”
“난 혁명군이거든.”
“그게 도대체 뭔 개 같은 소리….”
“한태성을 잡으려면 떠받드는 조무래기들부터 조져야겠지.”
“크, 크윽!”
“잘 가라.”
말을 마친 게이머는, 승구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렸다.
털썩!
쓰러진 승구.
“혀, 형님한테… 알려야… 크윽!”
그렇게 승구는 이건의 추종자로부터 습격을 당했고, 죽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시작에 불과했으니….
***
“드디어 완성이야.”
용설화는 이제 갓 완성된 자신의 대장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간 용설화는 온전히 아이템 제작에만 몰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내는 데 집중하고 있었고, 드디어 오늘 결실을 맺은 참이었다.
이제 용설화는 이곳 에서 아이템을 제작하고, 또 판매할 예정이었다.
그녀의 꿈은 이 뉘르부르크 대륙 3대 공방처럼 유명해지는 것.
이제 번듯한 대장간이 생겼으니, 용설화로서는 꿈에 부풀어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용설화는 한동안 에 머물며 대장간 운영에 집중하고, 또 아이템 제작 숙련도를 올리는 데 몰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혁명을 위하여!”
한 게이머가 갑자기 크게 소리치며 대장간 입구를 향해 돌진해왔다.
‘뭐야?!’
용설화는 황급히 망치를 집어 들고 놈의 머리를 향해 내려치던 순간, 저 멀리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콰앙!
그 게이머가 자폭하면서 발생한 충격파가 용설화를 밀어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혁명을 완수하라!”
“다 부숴버려!”
뒤이어 수십여 명의 게이머들이 이제 갓 완성된 으로 몰려들더니, 앞다투어 자폭해버렸다.
펑! 펑펑! 펑! 퍼엉! 펑!
그렇게 엄청난 위력을 가진 자살폭탄테러가 가해지고.
와르르!
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다수의 게이머들이 자살폭탄테러를 가하자, 대장간 건물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게 시작이었다.
“이야.”
베오울프, 그러니까 이건이 슥 하고 나타나 쓰러져 있는 용설화를 향해 다가섰다.
“오래간만이야?”
“너… 용서 못 해!”
용설화가 몸을 벌떡 일으켜 이건을 향해 덤벼들었다.
하지만 용설화는 이건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용설화가 고수이긴 했지만, 레벨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이건에게 한참 밀리는 게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진짜 X나 느리네, 큭큭.”
이건은 용설화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며 조롱을 일삼았다.
“너 태풍 아재 딸내미 맞냐? 태풍 아재 전성기 때의 반도 못 미치는 거 같은데? 큭큭!”
“닥쳐!”
“주워온 자식 아님? 큭!”
“이… 이이…!!!”
“유전자 진짜 X나 쓰레기네? 부모한테….”
바로 그때였다.
“설화야!”
“이 새끼! 그만 안 둬?”
“이 어린 노무시키가!”
“죽여 버린다!”
“이런 빌어먹을 새끼!”
용태풍과 그 무리들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오면서 이건을 향해 버럭 소리쳤다.
“아이고, 틀딱들 나셨네.”
이건은 다섯 레전드들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레전드들은 이미 전성기가 한참 지나버린 후였다.
반대로, 이건은 여전히 세계 최고의 게임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나이도 어린데다가, 경험까지 갖추고 있어서 완전체에 가까운 게이머가 바로 이건인 것이다.
“오늘 줄초상 치르나? 큭큭!”
이건이 웃을 때였다.
“너 잘 만났다.”
천우진이 슥 하고 나타나 이건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천우진 역시 레전드들과 마찬가지로 용설화의 오픈 소식에 축하해주러 왔다가 이건과 마주치게 된 것이다.
“아, 이건 좀.”
이건은 천우진까지 합류하자 살짝 부담이 되었는지,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다.
“어차피 싸우면 이기는데, 난 바빠서 이만.”
이건은 웬일인지 싸울 의지가 없어 보였다.
“좀 막아 줘. 나 도망가게.”
이건은 자신이 끌고 온 추종자들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재빨리 내뺐다.
“죽여!”
“혁명이다!”
“우린 혁명군이다! 이 적폐들아!”
그러자 이건의 추종자들이 새카맣게 몰려들어 천우진과 레전드들을 가로막았다.
“저 개 같은 새끼가.”
천우진은 어느새 사라진 이건을 향해 으르렁거리며, 추종자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
한편, 데이토나는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데이토나에게 있어 집이란, 그의 애인인 NPC 아멜리아를 뜻했다.
NPC인 아멜리아를 진심으로 사랑한 데이토나는, 그녀와 결혼해서 살고 있었다.
그래서 늘 하루 일정이 끝나면 아멜리아가 사는 저택으로 돌아가 그녀와 시간을 보내다가 로그아웃하곤 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이, 이 무슨….”
데이토나는 저택으로 가던 중 전혀 예상하지 못한 광경을 보고, 그만 충격을 받아 쓰러질 뻔했다.
화륵, 화르르륵!
아멜리아의 저택이 활활 불타고 있었다.
“아, 안 돼!”
데이토나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불타는 저택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변을 당한 아멜리아를 발견했다.
“아, 안 돼. 아니야. 이럴 순 없어. 이, 이럴 수는 없다고. 아니야, 아니라고!”
데이토나는 불타는 저택 안에서 한때는 아멜리아였던 숯덩이를 부둥켜안고 오열했다.
그런 저택의 거실에는 이란 단어가 붉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그건 이건이 지크와 그 동료들에게 보내는 명백한 경고의 메시지였다.
앞으로 너희들도 이렇게 될 거라고, 이건이 지크뿐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까지도 파멸시킬 거라는 예고장이었던 것이다.
“이야.”
이건은 멀리 언덕에서 불타는 저택을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잘 타네. 아주 활활 잘 타. 안에 안 뜨겁나? 나오질 않네. 큭큭큭. 하긴. 레벨이 높아서 저런 불구덩이 속에서 죽기나 하겠냐. 그냥 좀 간지럽겠지. 죽은 NPC는 숯덩이가 되어버렸는데 말이지. 큭큭큭.”
이건은 데이토나가 불타는 저택에서 나오지 않는 걸 보고 빈정거렸다.
“큭큭!”
“저 정도면 일상생활 불가능할 거 같은데. 현실에서 얼마나 찐따면 NPC랑 결혼해서 저러고 사냐. 쯧쯧.”
“곧 정신병 걸려서 입에서 침 줄줄 흘리는 거 아냐?”
추종자들 역시 이건을 따라 빈정거리고 키득거리면서, 이 만행을 즐겼다.
비록 가상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었지만, 한 사람에게 큰 정신적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에 쾌락을 느끼는 것이다.
***
한편, 지크는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코랄 행성에서 나는 자원들이 뭐가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았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행성 전체가… 그냥 노다지 광산이잖아?”
알고 보니 코랄 행성은 그야말로 엘도라도, 즉 거대한 황금의 도시나 다름없었다.
코랄 행성은 자원이 매우 풍부했다.
대충 산 하나를 파면 황금 광산이 나오고, 강을 드러내면 밑에서 마정석들이 쫘악- 깔려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토착 생명체들 역시도 그 경제적 가치가 매우 높았다.
‘이 정도로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코랄인들의 기술력도 뛰어나니까… 식민지로 만들면 진짜 엄청난 경제적 가치가 있겠네.’
지크는 코랄 행성의 가치가 생각보다 더 엄청나다는 것에 혀를 내둘렀다.
‘근데 얘네가 왜 중간계를 침공하려고 했을까? 뭐가 아쉬워서?’
솔직히 그게 의문이었다.
코랄인들은 이런 풍부한 자연환경에서 그들 나름대로의 문명과 기술을 발전시켜온 종족이라서, 굳이 중간계를 침공해올 이유가 없을 것 같았다.
침략이란 기본적으로 무언가 얻을 게 있어야 하는 거지, 딱히 이득도 없을 땐 벌일 만한 행위가 아니었다.
‘진짜 이상하네.’
지크가 그런 생각을 할 무렵이었다.
“폐하, 계십니까.”
막사 바깥에서 나이델베르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어서 오세요.”
지크가 나이델베르크를 반겨주었다.
“어쩐 일이세요? 회담 중이시라고 들었는데.”
“지금 막 회담을 마치고 온 참입니다.”
“그래요? 고생하셨습니다. 어떻게… 잘 해결되셨습니까?”
“본국은 휴전 협정을 맺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코랄 황제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요?”
“그의 입장이 너무 강경합니다.”
“왜죠?”
“코랄 종족의 문화와 생각이 우리들과는 너무나도 다릅니다. 그들에게는 휴전이란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아하.”
“코랄 황제는 종족이 멸종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 전쟁을 끝낼 생각이 없다고 했습니다.”
“거 골치 아프게 됐네요.”
지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앞으로 피가 얼마나 더 흐를지….”
“어쩌면 잘된 일인지도 모릅니다.”
“어째서죠?”
“만약 휴전을 한다고 해도, 코랄 종족은 언젠가 우리 세계로 침공해올 것입니다. 훗날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사생결단을 내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틀린 말씀은 아닙니다.”
지크가 나이델베르크의 말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전쟁을 계속하는 겁니까?”
“예, 폐하.”
나이델베르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본국이 승기를 잡은 상황입니다. 저들이 휴전 협정을 거부하고 끝장을 보겠다고 한 이상, 본국으로서도 방법이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지크가 벌떡 일어섰다.
“계속 싸우는 거니까… 저는 치천존 어르신이랑 도제 어르신을 구하러 가봐야겠네요.”
“예, 폐하.”
“고생하세요.”
지크는 나이델베르크를 뒤로 하고 막사를 나섰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금방 갑니다.’
지크는 지금쯤 세뇌를 당하고 있을 치천존과 도제를 떠올리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렇게 된 이상 구출 작전을 더 이상 미룰 순 없었으니, 한시라도 빨리 연구소에 침투해야 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