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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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코랄 행성으로 온 지크는, 즉시 회의를 소집해서 현재 상황을 알아보았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어째서 불과 며칠 만에 상황이 나빠졌는지를 알아보려는 것이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카인이… 모험가들을 이끌고 반란을 일으켰다고요?”
카인.
그가 결국엔 마우레키온 제국을 배신하고 코랄 종족에게 붙었던 것이다.
“예, 폐하.”
한센이 대답했다.
“카인이 아군의 주요 시설물들을 파괴하고, 기밀을 빼돌려 코랄 종족에게 넘겼습니다. 그 결과 아군은 엄청난 피해를 입고 전투에서 연전연패하는 중입니다.”
“이 미친놈이 진짜.”
지크가 으르렁거렸다.
이제는 하다 하다 카인까지 배신을 때리고 사고를 치고 자빠졌으니, 아주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상황은?”
“최전방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공격은 불가능합니다. 방어선을 구축하고 버티는 게 고작인데, 소규모 국지전에서 계속해서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진짜 가지가지 하네.”
지크는 이를 부득 갈고는, 한센에게 물었다.
“제일 급한 전선이 어디죠?”
“이곳입니다, 폐하.”
한센이 특정 장소를 가리켰다.
“이 고지를 두고 계속해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략적 요충지라서, 아군으로서도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계속해서 탈환 작전을 펼치는 중입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지크가 딱 잘라 말했다.
‘그래, 렙 업도 할 겸 가서 한바탕 날뛰어 보는 거다. 3차 전직을 하려면 레벨도 올려야 하니까.’
안 그래도 이후 상위 클래스로의 전직을 위해 500레벨을 찍어야 하는 상황.
레벨이 높으면 높을수록 앞으로 이건과의 싸움에서도 유리할 테니, 지금으로서는 성장만이 답이었다.
당장 이건과 그 추종자들을 모조리 때려잡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기에, 미리미리 강해지는 것이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다 박살을 내줘야지.’
지크는 안 그래도 최근 벌어진 일들 때문에 짜증이 치솟아 오를 대로 올라 있었으므로, 스트레스를 풀 곳이 필요하기도 했다.
겸사겸사 코랄 종족들을 때려잡으면서, 성장도 하고 스트레스도 풀면 되었던 것이다.
최종적으로 코랄 황제를 사냥해서 게이머들을 가둘 감옥을 건설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고.
“일단 제가 가서 상황 정리할 테니까, 전략 다시 짜세요.”
“예, 폐하.”
그렇게 지크는 마우레키온 제국군과 코랄 종족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전장으로 향했다.
***
전장은 참혹했다.
“끅, 끄으윽….”
“내 다리, 내 다리이이이!”
곳곳에서 부상당한 마우레키온 제국군이 신음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또한, 바닥이 온통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치열한 전투로 인해 피가 마를 새 없이 뿌려지다 보니, 땅의 색깔이 아예 붉게 물들어버렸던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마우레키온 제국군은 죽은 코랄 종족의 시체를 쌓아 방어벽을 만들어 놓기까지 했다.
그만큼 시체가 많아 처치가 곤란하니, 적들의 시체로 벽을 쌓아 올렸던 것이다.
‘지옥 그 자체네.’
지크는 숱한 전장을 돌아다닌 베테랑이었지만, 이렇듯 격렬하고 참혹한 전장은 본 적이 없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현재 마우레키온 제국과 코랄 종족 간에 벌어지는 전쟁은, 오직 백병전으로만 치러지고 있었다.
두 세력 모두 이전 전투로 인해 전투순양함과 같은 전략 병기들을 대부분 잃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전쟁은 머릿수와 개개인의 실력이 매우 중요했다.
그렇다는 말은, 지크와 같은 강자가 활약하기 딱 좋은 무대가 펼쳐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오오!”
“지크프리트 폰 프로아 폐하께서 오셨다!”
“앗! 지크 님이다!”
지크의 등장에 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 그러니까 NPC와 게이머 가릴 것 없이 아군 모두가 환호했다.
이 힘든 순간에 지크와 같은 초강자가 나타나 주었으니, 사기가 한껏 올라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뀨! 주인 놈아! 주인 놈 인기 좋다! 뀨우!”
햄찌가 지크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소리쳤다.
“주인 놈 예전에는 쓰레기였는데! 지금은 영웅이다! 영웅!”
“뭐 인마?”
지크가 눈을 부라렸다.
“쓰레기는 누가 쓰레기야! 이 자식아!”
“뀨! 주인 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안 알아줬다! 뀨우! 주인 놈 기피 대상 아니었냐! 뀨우!”
“그, 그건 그렇지만….”
“뀨우! 주인 놈 진짜 출세했다! 뀨우우우!”
말이야 바른 말이지, 언제부터 지크가 사람들로부터 이렇듯 환호를 받아왔던가?
천하의 개쓰레기.
희대의 난봉꾼.
사기꾼.
배신의 아이콘.
기타 등등….
지금 와 생각해 보면, 이미지 세탁이 잘 되어도 너무 잘 되었다 싶었다.
“됐고, 싸울 준비나 하자.”
“뀨! 알겠다!”
지크는 햄찌와 함께 노닥거리며 다가올 전투를 기다리기로 했다.
곧 코랄 종족이 들이닥칠 테니, 기다리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전투가 벌어질 예정이었다.
그러니 가만히 있다가 경험치만 먹으면 되었다.
그러던 중.
“적들이 옵니다!”
“온다!”
“놈들이 온다!”
때마침 코랄 종족의 군대가 진격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케이.’
지크는 저 멀리 새카맣게 몰려드는 적들을 바라보면서 아공간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는 를 쭉 들이켰다.
[알림: 를 마셨습니다!] [알림: 지금부터 버닝 타임이 시작됩니다!] [알림: 현 시간부터 240시간 동안 획득하는 모든 경험치가 35퍼센트 증가합니다!]도핑은 끝.
‘사냥 시작이다.’
지크는 경험치를 올려 주는 버프를 받자마자 그 누구보다 먼저 앞으로 튀어 나갔다.
“앗!”
“너, 너무 위험합니다!”
아군들이 그런 지크의 모습을 바라보며 놀라 소리쳤다.
그도 그럴 것이, 앞으로 튀어 나간 지크가 아군 진영을 아예 벗어나 몰려드는 적들에게 달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무척이나 무모한 행동이었고,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또한, 지크의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주인 놈. 스트레스 많이 쌓였냐. 뀨우.”
햄찌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를 불러내어 지크에게 버프를 걸어주었다.
지크가 이러는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햄찌 입장에서는 늘 있는 일일 뿐이었다.
그건 채형석도 마찬가지였다.
“또 깝친다, 또 깝쳐.”
채형석은 저 멀리 지크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혀를 쯧쯧 차고는, 곧장 버프를 끌어 올렸다.
그리고는 지크에게 자신이 가진 모든 버프들을 몰아주기 시작했다.
디버퍼와 버퍼의 조합.
희대의 개사기 조합이 펼쳐진 것이다.
디버퍼와 버퍼는 단 한 명만 있어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능력들이었다.
게다가 지크와 채형석은 각각 디버퍼와 버퍼 업계 1위일 정도로 독보적인 능력을 자랑하는 괴수들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만들어 내는 시너지는, 가히 경이로웠다.
‘버프 좋고.’
지크는 햄찌와 채형석의 버프가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는 걸 느끼며, 하늘 위로 높게 점프했다.
그런 뒤 뚝! 하고 떨어져 내리며 대지를 내리찍었다.
오래간만에 스킬로 전투의 포문을 열었던 것이다.
우르릉!
콰앙!
뒤이어 스킬이 부채꼴 형태로 뻗어나가며 달려오던 코랄 종족의 병사들을 일제히 휩쓸어버렸다.
단 한 명의.
흔적도 없이 말이다.
***
전투의 포문을 연 지크의 은 기선 제압을 아주 확실하게 하는 효과를 내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중략).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지크는 막대한 양의 경험치를 챙기며, 자신이 전장에서 어떠한 파괴력을 낼 수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해 보였다.
에 휩쓸린 코랄 종족의 병사들 중 살아남은 이가 단 한 명도 없었을 정도였으니, 그 위력은 가히 핵폭탄이 터진 것과 똑같았다.
하지만 거기에서 멈출 지크가 아니었다.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
지크는 의 상위 스킬인 을 뿜어내어 또다시 적들을 휩쓸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중략).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그러나 이 또한 몸을 푼 지크에게는 시작에 불과했다.
쩍, 쩌적!
지크를 중심으로 땅이 쩍쩍 갈라지며 치솟아 오른 시뻘건 용암이 코랄 종족의 군대를 마치 해일처럼 덮쳐갔다.
의 광역 스킬인 이 펼쳐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뜨거워? 그럼 식혀줘야지.’
지크는 즉시 불지옥에 이어 혹독한 추위가 휘몰아치는 스킬을 퍼부어버렸다.
화르르르르르르르!
번쩍! 번쩍! 번쩍!
그렇게 전장에는 용암이 솟구치는 과 냉기가 휘몰아치는 이 동시에 공존하게 되었다.
두 스킬은 서로 간섭하지 않으면서, 적들을 불태우고 얼리며 두 가지 지옥을 한꺼번에 선사했다.
그러나 지크의 대량살상 스킬은 비단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스으으으!
지크를 중심으로 뿜어진 초록색 안개.
스킬이 전장 전체에 걸쳐서 펼쳐졌다.
“큭!”
“끄으으윽!”
평범한 코랄 종족의 병사들은 지크가 뿜어내는 방사능 에너지를 도저히 버티지 못했다.
방어구 덕분인지 어느 정도 스펙이 높아 보이는 코랄 종족의 병사들도 방사능 에너지에 피폭당하고 있었다.
그렇게 전장은 뜨거운 열기와 혹독한 냉기, 거기에 더해 방사능 가스로 진정한 지옥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 어떤 생명체도 살아남는 게 불가능한 지옥 말이다.
“전군.”
지크는 자신이 만들어 낸 지옥 한복판에서 저 멀리 침을 꼴깍 삼키고 있던 아군들에게 했다.
지크는 마우레키온 제국 원정군의 총사령관.
명령을 내릴 권한은 충분했다.
“저, 전군! 돌격하라!”
“돌격하라아아아아아아아아!”
지크의 명령이 떨어지자 마우레키온 제국군이 일제히 코랄 종족의 군대를 향해 미친 듯 내달리기 시작했다.
‘끄고.’
지크는 즉시 과 스킬을 껐다.
아군을 통구이, 혹은 얼음덩어리로 만들지 않으려거든 광역 스킬은 끌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스킬이야 방사능 미생물들이 알아서 아군을 보호하고, 적들만 공격하니 그냥 켜두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디버프.’
지크는 아군이 돌격해오자 즉시 스킬을 켜고 와 을 전개해 전장 전체에 강력한 디버프 필드를 형성했다.
“기사단! 놈을 죽여라!”
한편, 코랄 종족의 지휘관은 고위급 기사들을 투입시켜 지크를 제거하기로 했다.
수만 명으로 이루어진 코랄 종족의 군대가 지크 하나 때문에 몰살을 당하게 생겼으니,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던 것이다.
“코랄의 기사들이여! 사악한 침략자를 처단하라!”
“놈을 죽여라!”
“가자! 영광스러운 전사들이여!”
뒤이어 광검을 움켜쥔 10여 명의 코랄 고위급 기사들이 일제히 지크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래, 와라.’
지크는 강력한 적들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걸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본인이 어그로를 끌어주면 끌어줄수록 아군이 편하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
지크 입장에서는 오히려 대환영이었다.
게다가 코랄의 강력한 고위급 기사들과 싸워볼 수도 있고, 경험치도 챙기고, 스킬이 붙은 방어구도 챙기는 게 가능했다.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