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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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크는 대원들을 이끌고 로 향했다.
는 지크 일행이 침투한 해안가로부터 약 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 규모가 가히 엄청났다.
코랄 종족의 전투순양함—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거대한 우주선에 가까웠다—을 제작하는 곳이니만큼, 규모가 대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코랄 종족의 전투순양함은 결코 평범한 비행선 같은 게 아니었다.
이른바 모선(Mothership) 형태였다.
거대한 비행선 하나에 작은 전투기들 수십여 대가 탑재되는, 전투순양함 한 척이 하나의 비행편대를 이루는 것이다.
코랄 종족의 전투순양함은 드래곤들과 전쟁을 치를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전투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현재 에서는 그런 코랄 종족의 전투순양함 3척이 제작되고 있었는데, 약 80퍼센트 정도 완성된 것 같았다.
‘다 박살을 내줘야지. 흐흐.’
지크는 저 전투순양함들이 완성되게 놔둘 생각이 없었다.
때마침 시기가 좋았다.
전투순양함을 아예 생산하지 못하게 하는 것보다, 이렇듯 거의 다 완성되었을 때 즈음 파괴한다면?
다 된 밥상을 확! 하고 뒤집어엎는 거였다.
공든 탑이 무너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간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 그리고 인력을 투자해 만들어놓은 결과물이 와르르! 하고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그만큼 코랄 종족이 입는 피해는 엄청날 테니, 마우레키온 제국군으로서는 를 파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에는 경비 병력들이 매우 많았고, 보안도 잘 갖추어져 있었다.
‘이거 그냥 침투하기는 불가능하겠는데?’
지크는 에 들키지 않고 침투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도 그럴 것이, 경비 병력이 개미 떼처럼 득실득실했기 때문이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지크는 아공간 인벤토리를 열어 신호탄을 꺼내 하늘 높이 쏘아 올렸다.
펑!
신호탄이 터지던 순간.
“플랜B다! 블랑 일족이여! 가자!”
“작전이 변경되었다! 강인한 노르드족 해병대원들이여! 나를 따라라!”
대기하고 있던 노르드족 해병대원들과 블랑 일족의 전사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기.”
지크는 플랜B에 따라서 대원들을 대기시켰다.
지크가 말하는 플랜B란 노르드족과 블랑 일족이 어그로를 끌어주는 동안 대원들이 조선소 곳곳에 폭탄을 설치하는 거였다.
즉, 전투가 벌어지는 틈을 타서 조선소를 파괴하는 작전이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약 30분 뒤.
“죽여라!”
“모조리 쓸어버려라!”
노르드족 해병대원들과 블랑 일족의 전사 수천여 명이 몰려들어서 조선소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프로아 포스, 움직이세요.”
“예, 폐하.”
지크는 그 즉시 대원들에게 완성되어가고 있는 전투순양함들에 폭탄 설치를 명령했다.
코랄 종족의 군대가 한눈을 판 사이에 대원들은 전투순양함에 접근하여 프로아 제국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가자, 햄찌야.”
“뀨!”
지크는 전투순양함들의 파괴를 대원들에게 완전히 맡겨두고, 햄찌와 함께 전투 현장으로 향했다.
아군, 그러니까 노르드족과 블랑 일족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전투에 참여하려는 것이다.
‘나도 경험치 먹어야지.’
그리고 지금 지크에게 중요한 건 의 지속시간이 끝나기 전에 최대한 많은 경험치를 획득하는 것.
그래서 겸사겸사 전투에 참여하려는 것이다.
***
전투는 치열했다.
코랄 종족의 군대가 워낙에 강한 탓에, 노르드족과 블랑 일족이 고전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스펙 차이가 워낙에 심해서, 압도하기는커녕 오히려 크게 밀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크의 합류로 인해 전투의 양상은 180도 달라졌다.
‘써보자.’
지크는 즉시 스킬을 켜보았다.
코랄 방어구의 착용으로 스킬의 레벨이 무려 20이나 올라갔으니, 그 위력을 시험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화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시뻘건 불길이 치솟고.
“으아아아아악!”
“부, 불이야! 불!”
“으아아악!”
코랄 종족의 병사들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레벨이 폭발적으로 상승한 는 그 자체로 하나의 공격 스킬이라서, 레벨이 낮은 코랄 병사들의 경우엔 생명이 위험할 정도였던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스킬 레벨이 높아진 만큼, 깎는 방어력과 항마력의 수치도 더더욱 늘어났다.
얼마나 강력해졌느냐 하면, 그 강력한 코랄 종족들의 방어력이 0을 넘어서 –200이 되었을 정도였다.
보통 방어력이 0이면 모든 데미지를 있는 그대로, 즉 트루 데미지(True damage)를 입는다.
속칭 이라 불리는 것 말이다.
하지만 방어력이 마이너스가 되면, 받는 데미지가 증폭된다.
예컨대, 딱밤만 맞아도 죽빵을 맞는 것과 같은 데미지를 입게 되는 것이다.
지금 코랄 종족이 그랬다.
“악!”
“으악!”
에 휘감긴 코랄 종족의 병사들은 노르드족 해병대원들의 도끼질 한두 방에 쓰러지고 있었다.
그 강력한 스펙을 가진 외계 종족이 고작 평타 한두 방에 골로 갔던 것이다.
“대, 대박….”
지크는 의 강력한 위력에 전율했다.
노르드족 해병대원들과 블랑 일족의 전사들이 매우 강력하긴 했지만, 레벨이 그리 높지는 않았다.
그런데 스킬 레벨이 높아진 덕분에 그런 노르드족과 블랑 일족이 코랄 종족을 일방적으로 도륙 내는 게 가능해졌다.
이것이야말로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던가?
‘채형석도 부르자.’
지크는 즉시 스킬을 사용해서 채형석을 소환했다.
채형석은 때마침 접속해 있었는지, 곧장 포탈을 타고 지크가 있는 장소로 넘어왔다.
“야. 버프 좀 돌려.”
“예, 예. 사장님.”
채형석은 다분히 빈정대는 말투로 투덜거렸지만, 지크의 명령을 충실히 따랐다.
“우어어어어어어어어!”
“죽여라! 죽여라!”
“크하하하! 이런 약해빠진 외계인 놈들!”
채형석의 버프를 받은 노르드족과 블랑 일족은 조선소를 방어하던 코랄 종족의 군대를 무차별적으로 쓸어버리며 대학살을 펼쳤다.
그러면 그럴수록 지크가 얻는 경험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갔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중략).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전투 현장에서 만 전개해주었을 뿐인데도 파티 플레이가 인정되어 경험치가 들어왔던 것이다.
[알림: 레벨이 올랐습니다!] [알림: 478레벨 달성!]그렇게 지크는 또 한 번의 레벨 업을 이루었다.
그러는 사이.
펑! 퍼엉! 펑! 펑! 펑! 펑펑! 펑펑! 펑! 펑! 펑! 펑펑! 펑! 펑!
완성되어가던 코랄 종족의 전투순양함들이 일제히 폭발을 일으키며 파괴되기 시작했다.
대원들이 임무를 완수했던 것이다.
‘조금만 더!’
지크는 코랄 종족의 지원군이 올 때까지 조금만 더 버텨보기로 했다.
아직은 시간이 있었으므로, 경험치를 조금만 더 빨려는 것이다.
그것도 잠시.
번쩍! 번쩍! 번쩍! 번쩍! 번쩍! 번쩍!
코랄 종족의 지원군이 속속들이 워프해오기 시작했다.
“뀨! 주인 놈아! 가야 한다!”
“알아! 나도 충분히 했어!”
지크가 그렇게 소리친 이유는 간단했다.
[알림: 레벨이 올랐습니다!] [알림: 479레벨 달성!]경험치를 더 획득한 덕분에 1레벨을 추가로 올렸기 때문이다.
“후퇴! 후퇴합니다!”
지크가 소리치자 아군들이 썰물처럼 전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잡아라!”
“한 놈도 놓치지 마라!”
코랄 종족의 병사들은 그런 지크 일행을 지구 끝까지 쫓아올 기세로 추격해왔다.
하지만 그걸 내버려 둘 지크가 아니었다.
번쩍!
새하얀 섬광이 번뜩이고.
촤락! 촤라라락!
시퍼런 냉기가 솟구치며 뒤쫓아 오던 코랄군 병사들을 휩쓸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달려요! 달려!”
지크가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이제부터 할 일은 들이 정박되어 있는 해안가, 즉 탈출지점으로 죽어라 뛰는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
지크가 코랄 종족의 조선소에서 대활약을 하고 있을 무렵.
콰앙!
메르세데스 공방의 문이 박살 나면서, 전투가 시작되었다.
“으악!”
“으아아아아악!”
메르세데스 공방을 지키던 경비병들은 갑작스레 출현한 절대강자 앞에서 아무런 저항도 해보지 못한 채 죽어갔다.
그건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메르세데스는 뉘르부르크 대륙 3대 명가 중 하나로써, 예나 지금이나 최고의 공방이라고 불렸다.
그런 곳이니만큼 경비가 삼엄하고, 방어가 뛰어나다는 건 당연한 말이었다.
하지만 이 습격자의 무력 앞에서, 메르세데스 공방의 방어는 무용지물일 뿐이었다.
그만큼 습격자의 무력은 강했다.
와르르!
메르세데스 공방의 정문이 순식간에 박살 나버릴 만큼 말이다.
“마, 맙소사.”
메르세데스 공방의 수석 대장장이이자 고성능 아이템 제작부서인 의 총책임자이기도 한 빌헬름은 습격자의 정체를 한눈에 알아보고 경악했다.
“시, 시구르드! 당신이 어떻게?!”
수십여 년 전 마우레키온 제국군에게 체포당해 알카트라즈에 수감되었던 시구르드의 등장에 놀란 것이다.
“굳이 피를 볼 이유는 없겠지.”
시구르드가 빌헬름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다.
“내놔라.”
“무, 무엇을 말이오!”
“내 창과 갑옷.”
“당신의 창과 갑옷을 왜 우리 공방에서 찾소!”
“지금 내게….”
시구르드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거짓말을 하겠다는 건가?”
“거짓말이 아니라….”
“마우레키온 제국은 내게서 빼앗은 창과 갑옷을 너희 메르세데스 공방에 맡겨 연구를 의뢰했지.”
“……!”
“대장장이여. 내게 거짓말이란 통하지 않는다. 너의 흔들리는 눈빛이 내게 진실을 말해주는데, 지금 날 속일 셈인가.”
“그, 그건….”
“내 창과 갑옷을 돌려주면, 더 이상의 피는 보지 않겠다.”
빌헬름은 시구르드의 말에 고민했다.
여기서 시구르드의 창과 갑옷을 내어주었다간 마우레키온 제국으로부터 추궁을 당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여기서 더 버텼다간 마우레키온 제국에게 혼쭐나기 전에 공방이 망해버릴 판국이었다.
시구르드.
수십여 년 전에 대륙을 피로 물들였던 저 폭군의 심기를 거슬렀다간, 메르세데스 공방 전체가 순식간에 박살 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겠나.”
시구르드가 빌헬름에게 물었다.
“피를 볼 텐가.”
“…….”
“아니면 내 것을 돌려줄 텐가.”
“잠시만….”
빌헬름이 입을 열었다.
“기다려주시겠습니까?”
결국, 빌헬름은 시구르드의 창과 갑옷을 돌려주기로 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마우레키온 제국의 분노야 나중 문제고, 일단은 살고 봐야 했기 때문이다.
이윽고 빌헬름이 메르세데스 공방 깊숙한 곳에 보관되어 있던 시구르드의 창과 갑옷을 가져왔다.
우웅!
놀랍게도, 창과 갑옷은 시구르드와 가까워지자 살아있는 생명체라도 되는 듯 강하게 떨리며 공명했다.
“와라.”
시구르드가 창과 갑옷에게 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철컥, 철컥!
갑옷이 스스로 쩍! 하고 벌어지더니 시구르드에게 날아와 자동으로 착용되었다.
처억!
창 또한 저절로 날아와 시구르드의 손아귀로 빨려 들어갔고, 이내 곧 잔잔한 진동을 일으켰다.
마치 주인을 그리워했다는 듯이 말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