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153
1152
스펙이란 강함의 척도다.
캐릭터의 근력, 생명력, 공격력, 방어력 등 높으면 높을수록 강하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카인은 강자였다.
코랄 황제로부터 의 축복을 받고 단숨에 140레벨 정도를 올려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으니, 현재 알려진 게이머들 중에서는 한 손가락에 꼽을 만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스펙과 레벨에 한정된 이야기였다.
지크는 카인보다 더 강했다.
스펙?
지크가 더 높았다.
애초에 히든 클래스인 지크와 레전더리 클래스인 카인은 그 격이 달라서, 성장에 따른 차이가 상당했다.
어디 그뿐인가?
걸어온 길이 달랐다.
지크는 로 다시 태어난 후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아수라장을 거쳐 온 백전노장이었다.
게다가 그 기량이 만개할 대로 만개한, 전성기를 맞은 게이머였다.
물론 카인이라고 해서 마냥 편한 길을 걸어온 온실 속 화초인 건 아니었다.
그러나 오즈릭 교단을 쳐부수고, 타락한 천족들의 중간계 침공을 막아 낸 지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 경험의 차이란 로도 메꾸는 게 불가능했다.
스펙을 키워줄 순 있어도 경험하지 못한 걸 채워주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퍽! 퍼억! 퍽! 퍽!
지크는 무기도 없이 오직 맨손으로 카인을 샌드백처럼 두들기며, 클래스의 차이를 증명해 보였다.
“커, 커헉!”
카인은 그저 얻어맞기만 했을 뿐, 지크에게 반격을 가하지 못했다.
스펙이 높다?
그건 맷집이 좋단 이야기밖에 되지 않았다.
스펙이 좋아도 그걸 컨트롤할 실력이 안 되니 지크에게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너 때문에.”
지크가 주먹으로 카인의 머리통을 내리치며 말했다.
“전략이 얼마나 꼬인 줄 알아?”
“꾸웨에에에에엑!”
“사람 피곤하게 하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끄아아악!”
“넌 좀 처맞아야 돼.”
“으아아아아악!”
그렇게 카인은 전 세계의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크에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 그야말로 대굴욕을 당했다.
지크를 탈탈 털어주는 걸 보여 주겠답시고 개인 방송을 켰는데, 오히려 개털리는 걸 보여 주게 된 것이다.
– [jihun hong]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Eric__1] 한태성 개턴다는 사람 어디갔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오잉오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KLE SUTDIO] 존나처맞네 ㅋㅋㅋㅋㅋㅋㅋ
– [밀키웨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레게놐ㅋㅋㅋㅋㅋ
카인이 기대하던 수십억 원의 후원금 따위는 없었다.
그저 시청자들의 조롱만이 있었을 뿐.
호기롭게 지크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결국 털리는 건 카인이었던 것이다.
“야.”
지크가 카인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물었다.
“이제 좀 느껴지냐? 벽이?”
“…크윽.”
“니가 그랜드 마스터 할아버지라도 나한테는 안 돼. 캐릭터가 세면 뭐하냐? 파일럿이 쓰레긴데. 안 그러냐?”
“다, 닥쳐!”
카인은 비 오는 날 먼지 나게 처 맞았으면서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다.
하기야, 그건 쉽사리 인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를 받고 그랜드 마스터로 각성했으니 지크를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는데,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지크의 디버프와 실력 앞에서 이렇듯 허무하게 무너져버릴 줄이야….
“다음엔 좀 더 강해져서 돌아와라. 알겠지?”
“으악!”
“그래 봤자 니가 얼마나 강해지겠느냐마는.”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카인의 머리통을 펑! 하고 터뜨려 버렸다.
털썩!
쓰러진 카인.
툭, 툭, 툭, 툭, 툭!
뒤이어 카인이 가지고 있던 아이템들 중 가장 비싼 5개가 랜덤 드랍 아이템으로 떨어졌다.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최상위권 게이머인만큼, 카인이 떨군 아이템들은 그 가치가 엄청났다.
이 다섯 개 아이템을 다 팔면 족히 300억 원은 챙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꺼억!”
지크는 카인이 떨군 랜덤 드랍 아이템들을 망설임 없이 주워서 인벤토리 안에 넣었다.
“고맙다, 야. 안 그래도 건물 하나 더 살까 고민 중이었는데.”
지크는 카인이 준(?) 아이템을 팔아서 부동산 쇼핑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스르륵!
그와 동시에 가 해제되었다.
“……!”
“……!”
“……!”
코랄 고위급 기사들은 지크가 멀쩡하고, 카인이 시체가 되어 나뒹굴고 있는 걸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다음 사람?”
지크가 를 빼 들고 코랄 고위급 기사들을 향해 다가섰다.
***
카인을 참교육시켜준 지크는 코랄 고위급 기사들을 상대로도 엄청난 전투력을 발휘하며, 대학살을 일으켰다.
그건 전술의 승리였다.
지크는 작전에 나서기 전 프로아 제국에서 그랭구아르와 데시마토 공작을 데려왔다.
그런 뒤 그랭구아르에게 자장가를 부르게 해서 조무래기들을 잠재운 뒤 데시마토 공작에게 메테오 스웜 폭격을 날리게끔 한 것이다.
덕분에 지크는 카인을 포함한 고레벨 적들만을 상대했고, 전투를 매우 편하게 치를 수 있었다.
지크가 가진 스킬이 적들에게 포위당하는 걸 원천봉쇄했기에, 일대일로 하나하나 쳐부수는 게 가능했던 것이다.
그 결과.
[알림: 축하드립니다!] [알림: 500레벨 달성!]지크는 기어코 500레벨을 찍는 데 성공했다.
를 사용해서 495레벨을 찍었고, 그 후로도 계속해서 경험치를 먹으며 499레벨을 찍었다.
그런데 499레벨에서 500레벨까지 필요한 경험치의 양이 엄청나서, 며칠 동안 레벨 업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작전을 성공시킴으로써, 끝끝내 500레벨을 달성했던 것이다.
[알림: 축하드립니다!] [알림: 클래스가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알림: 클래스가 기존 에서 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전직 이펙트에 휩싸인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들이 주르륵 떠올랐다.
[무적황제]최강을 넘어 무적의 경지를 추구하는 존재.
모든 클래스 가운데 이란 개념에 가장 근접한 존재이며, 그 전투력은 드래곤조차 일대일로 이길 수 있을 정도이다.
•타입 : 물리 공격형 폭딜러
•분류 : 히든 클래스
•등급 : 그랜드 마스터
3차 전직을 이룬 만큼 새로운 스킬도 생겼다.
[알림: 스킬을 습득하셨습니다!] [알림: 스킬을 습득하셨습니다!] [알림: 스킬을 습득하셨습니다!]는 패시브 스킬.
는 방어 스킬.
그리고 은 액티브 공격 스킬이었다.
“오오!”
지크는 새로운 스킬이 무려 3개나 생기자 매우 좋아했다.
당장에라도 새 스킬들을 활용해 적들을 쳐부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어, 없네.”
지크는 이미 쑥대밭이 되어 버린 보급창고를 둘러보며 땀을 삐질 흘렸다.
무아지경에 도달해 전투를 벌이다 보니 어느새 적들이 전멸해버린 것도 몰랐던 것이다.
“뀨! 주인 놈아! 이제 그만 돌아가자! 힘들어 죽겠다! 뀨우!”
“그, 그래.”
결국, 지크는 새로운 스킬들을 사용해 보지도 못한 채 복귀해야만 했다.
상대가 있어야 사용을 해볼 텐데, 적들이 다 죽어버렸으니 복귀하는 수밖에 더 있겠는가?
“쩝.”
지크는 입맛을 다시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어차피 강한 적들은 또 나타날 테니, 그때 사용해 보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
한편, 코랄 사령부는 카인이 작전에 실패했단 보고를 듣고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번 함정에는 기존 보급창고에 주둔해 있어야 할 고위급 기사들 수보다 무려 3배나 더 투입한 상태였다.
즉, 지크를 잡기 위해 3배나 더 많은 병력을 배치해 놓았던 것이다.
거기에 더해 카인의 길드원까지 합하면, 무려 5배나 더 많은 병력이었다.
그런데 그 많은 병력들이 전멸했다니 아주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도대체가.”
막시무스 집정관은 정신이 다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그 지크프리트 폰 프로아라는 놈은 신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어떻게 그 많은 병력을 몰살시키고 유유히 빠져나갔단 것인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
“…….”
“…….”
코랄 사령부의 수뇌부들은 그런 막시무스 집정관의 말에 입을 꽉 다문 채 침묵을 지켰다.
다들 어이가 없어서 어떻게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그들을 출동시키는 게 어떻겠습니까?”
한 장군이 막시무스 집정관에게 제안했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그들이라면 지크프리트 폰 프로아를 충분히 쳐부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여기서 말하는 이란 코랄 황제로부터 의 축복을 받고 있는 비밀병기들을 뜻했다.
“그건 안 될 말일세.”
막시무스 집정관이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네. 완성되면 폐하께서 말씀을 주실 터이니, 일단 기다리도록 하지.”
“하지만 언제까지고 당할 수만은 없지 않습니까? 지크프리트 폰 프로아를 막지 못한다면….”
“일단 우리의 최고위급 기사들을 동원해서 잡아보도록 하세.”
그때였다.
“그런 어중이떠중이로는 그 녀석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회의실 벽에 기대어 있던 시구르드가 넌지시 한 마디를 툭 내던졌다.
“그게 무슨 말이오?”
막시무스가 물었다.
“말했을 텐데. 그 녀석은 나와 같은 무적자의 후예다. 아무리 덜떨어진 놈이라도, 그런 어중이떠중이들로는 사냥하는 게 불가능하지.”
시구르드는 지크를 자신의 사제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하지는 않았다.
지크가 사부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정식 제자라는 걸 알기에, 그 전투력을 결코 얕보지 않았던 것이다.
만약 남들이 지크를 무시한다면, 그건 곧 사부를 무시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기도 했고.
시구르드에게 있어서, 진정한 적이란 사부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뿐이었던 것이다.
“놈을 쓰러뜨릴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다. 그러니 내가 직접 나서지.”
시구르드가 저벅저벅 걸어오더니 지도를 가리켰다.
“쳐부수고 싶은 곳 다섯 군데를 찍어라.”
“음?”
“12시간 내에 다 쳐부숴 주지.”
“그, 그게 정말이오?!”
막시무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도대체 얼마나 강한 무력을 보유하고 있기에, 저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호언장담하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찍으면, 부순다.”
“그렇다면 일단….”
막시무스가 지도에 다섯 군데를 찍었다.
“이곳, 이곳, 이곳, 이곳, 그리고 이곳이오.”
“바로 가지.”
“병력은 얼마나 필요하오?”
“필요 없다.”
“……!”
“혼자면 충분해.”
“아니! 그게 말이나 되오? 지금 내가 찍은 곳은 적들이 최소 수만 명 단위로 주둔해 있는 전략적 요충지요! 그런 곳들을 어떻게 병력 하나 없이 혼자 쳐부수겠단 말이오!”
“물론 덜떨어진 조무래기들이라면 불가능하겠지.”
시구르드가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하지만 난 다르다. 내가 그 녀석이 할 수 있는 걸 못 할 것 같나?”
“아무리 그래도….”
“보여줄 테니 기다리고 있어라.”
시구르드는 그 말을 남기고는 곧장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도대체가.”
막시무스는 그런 시구르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다는 듯 중얼거렸다.
“일단은 믿어보는 수밖에….”
코랄 종족으로서는 이 완성될 때까지 이렇다 할 조커 카드가 없었기에, 지금으로서는 믿을 게 시구르드뿐이었다.
그가 진짜 마우레키온 제국군이 차지한 전략적 요충지들을 혈혈단신으로 쳐부술 수 있는지 지켜보는 수밖에는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