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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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랄 종족으로 변신하고 싶으시다고요?”
지크의 부름을 받고 코랄 행성까지 온 나인테일은, 매우 황당하단 반응을 보였다.
“지금 그걸 저한테 부탁이라고 하세요?”
“안 돼?”
지크가 눈을 끔뻑끔뻑 떴다 감으며 나인테일에게 물었다.
“그럼 되겠어요? 변장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라는 게 있죠. 오래 유지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 그럼 어떡하지?”
“번지수를 잘못 찾으신 것 같은데요?”
“번지수?”
“제 변장 실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코랄 종족은 불가능해요. 가능하다고 해도, 오래 유지할 수도 없을 것 같고요.”
“그럼 어떻게 해야 되지…?”
“드래곤이요, 드래곤!”
나인테일이 말했다.
“아?”
지크는 그제야 자신이 바보같이 번지수를 잘못 찾았단 나인테일의 말뜻을 이해했다.
변장.
아니, 변신의 귀재는 드래곤들이었다.
드래곤들은 주문을 통해서 그 외형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었으니, 코랄 종족으로 변신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러네. 드래곤들한테 부탁하면 되겠네.”
“저 왜 부르셨어요?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미, 미안….”
“가볼게요.”
“같이 가.”
“네?”
“게오르그 어르신을 만나보려고.”
“…….”
“가자.”
그렇게 지크는 나인테일과 함께 수송선을 타고 뉘르부르크 대륙으로 가서 게오르그를 만났다.
“끄응. 어인 일인가.”
게오르그는 여전히 낑낑거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코랄 행성에서의 전투로 인한 상처가 너무 심해서, 회복하는 게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르신, 괜찮으십니까?”
“끄응. 다 늙어서 상처를 입으니 좀처럼 낫지를 않는구먼. 끙!”
“걱정스럽습니다, 어르신.”
“그러게 말일세. 이제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노룡이라는 게 느껴지는구먼. 내가 살날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하구먼.”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게오르그는 이제 9천 살에 가까운 노(老) 드래곤이라서 짧으면 몇십 년, 길게는 수백 년 후엔 대자연의 품으로 돌아가야 하는 입장이었다.
인간의 기준에서는 엄청나게 긴 시간이긴 했지만, 드래곤들에게는 찰나와도 같은 시간밖에는 남아있지 않은 것이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오래오래 사셔야죠.”
지크가 게오르그를 위로했다.
“아직 정정하십니다.”
“정정하기는. 끌끌끌.”
“아닙니다. 곧 기운을 회복하시고, 노후를 즐기실 겁니다.”
“자네가 그리 말해주니 고맙구먼. 헌데, 갑자기 어인 일인가? 자네는 이래저래 많이 바쁠 텐데?”
“예, 어르신.”
지크가 대답했다.
“어르신 병문안도 올 겸, 여쭤볼 것도 있고 해서 왔습니다.”
“끌끌끌. 그렇구먼. 그래, 무슨 일인가.”
“폴리모프 좀 시켜주십시오.”
“엥?”
게오르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폴리모프?”
“예, 어르신.”
“그건 갑자기 왜?”
“코랄 종족으로 위장해서 적진에 침투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지크가 전후 사정을 게오르그에게 말해주었다.
“그렇구먼. 그런 일이 있었어.”
게오르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그 코랄 황제라는 놈을 잡아야 한단 말이지?”
“예, 어르신.”
“정보를 캐내기 위해서는 코랄 종족들 속으로 침투해야 하고?”
“맞습니다.”
“으음! 하지만 도와주기가 쉽지는 않아 보이는구먼.”
“예?”
지크가 제 귀를 의심했다.
“어르신께서도 도와주시기 어려우시다고요?”
“그렇다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이 폴리모프 마법이라는 게 우리 세계의 생명체들로 변신하라고 있는 거지, 다른 세계의 생명체들로 변신하라고 있는 게 아니라네.”
“……?”
“폴리모프란 주문의 기본은 다 같아도, 각 생명체마다 조금씩 다르다네.”
“아하!”
지크는 게오르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했다.
그러니까, 폴리모프는 여러 생명체들로 변신하는 마법을 통틀어서 하는 말일 뿐 만능이 아니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였다.
오크로 변신하는 마법은 였고 오우거로 변신하는 마법은 였다.
“코랄 종족으로 변신하는 폴리모프를 개발하려면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네.”
게오르그가 말했다.
“어떻게 수집합니까?”
“폴리모프하려는 대상을 여러 번 사냥해서 그 유전적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네.”
“아?”
“이걸 받게.”
게오르그가 아공간 인벤토리를 열더니 지크에게 책 하나를 건네주었다.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지크가 게오르그에게 물었다.
“이게 뭡니까?”
“새로운 폴리모프 마법을 개발할 수 있는 마법서일세.”
“아하?”
“그 책을 지니고, 변신하고자 하는 코랄 종족을 여러 번 처치해서 데이터를 모으게나. 그러다 보면 코랄 종족으로 변신할 수 있는 마법 스크롤로 변할 걸세.”
“크!”
지크가 감탄했다.
“역시 어르신이십니다!”
“끌끌! 뭘 이 정도를 가지고. 끌끌끌!”
“어르신이 도움을 주셨으니, 제가 꼭 코랄 황제를 처치해서 이 전쟁을 끝내보겠습니다.”
“믿는다네.”
게오르그가 지크를 향해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자네가 우릴 대신해서 다른 세계의 침공으로부터 우리 세계를 지켜주게나.”
“예! 어르신! 그럼 가보겠습니다! 몸조리 잘하십시오! 다음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그래, 어서 가보게나.”
“예!”
그렇게 지크는 코랄 종족으로 변신시켜줄 수단인 아이템을 획득하고 게오르그의 레어를 떠났다.
***
지크가 떠난 후.
“끌끌끌! 거 정말 예의가 바른 녀석이라니까? 요즘 젊은 드래곤들 중에는 저런 녀석이 없어서 문제란 말씀이야. 에잉. 명예 드래곤이 아니라 차라리 진짜 드래곤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꼬. 그럼 내 뒤를 이어 드래곤 로드에 앉혀놓을 터인데… 끄응!”
게오르그가 생각하기에, 지크는 이 세상이 다시없을 이었다.
예의 바르고 싹싹하면서도 능력 있는, 아주 훌륭한 청년이었던 것이다.
만약 지크에 대해 아주 자세히 아는, 그러니까 천우진이 들었으면 아주 기절초풍할 말이었을 테지만 말이다.
“쩝. 우리 드래곤 중에서도 저런 녀석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꼬.”
게오르그는 지크가 드래곤이 아닌 걸 아쉬워하면서, 마법의 양피지를 불러내 무언가를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그 마법의 양피지는 모든 드래곤들에게 전달되는 메시지를 보낼 때 사용하는 것이었다.
게오르그는 그 양피지에 드래곤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적어 놓기 시작했다.
메시지의 내용은 유언 같은 게 아니었다.
게오르그가 골골대는 상황이긴 했지만, 당장 죽을 정도로 위독하지는 않았다.
자연사할 때까지 시간이 좀 있기도 했고.
때문에, 게오르그는 유언이 아닌 드래곤 로드로서 드래곤들에게 지침을 내리기 위해서 메시지를 보내는 거였다.
본 드래곤 로드인 게오르그가 전파한다.
이렇게 지침을 내리는 이유는, 현재 우리 드래곤들이 종족 최대의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중략).
확실히, 현재 드래곤들은 종족의 위기를 맞이한 상황이었다.
안 그래도 개체수가 100마리가 안 되는데, 드래곤 슬레이어들로 인해 꽤 많은 드래곤들이 죽음을 맞았다.
게다가 코랄 행성 침공에 나선 드래곤들 중 다수가 전사하고, 나머지는 치명상에 가까운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이래저래 종족의 대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이에 우리 드래곤들은 종족의 번영을 위해서… (중략).
젊은 드래곤들은 틈날 때마다 사랑을 나누고, 알을 많이 낳아 개체수를 더욱 늘릴 것을 명령한다.
(중략).
게오르그는 메시지를 통해 드래곤들에게 출산(?)을 장려하고, 독려했다.
여기서 더 개체수가 줄었다간 드래곤이란 종족이 진짜로 멸종할지도 몰랐으므로, 지금이라도 알을 많이 낳아서 5천 년 후를 도모해야 할 때였던 것이다.
그렇게 게오르그는 드래곤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 후 마나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뱃속에 마나를 집중시키고, DNA를 약간 변형시켜서 작은 알을 하나 만들어내었다.
드래곤이란 본래 완벽한 유전자를 바탕으로 한 무성생식 또한 가능했기에, 게오르그 자신도 알을 몇 개 낳아서 종족의 번영에 기여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알을 만들기 시작한 지 몇 시간이 지났을 무렵.
“으음?”
드래곤 로드는 자신의 레어 안에 웅크린 채 알을 만들다가, 갑자기 드는 오한과 무기력감에 눈을 크게 떴다.
후들후들!
웬일인지,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게오르그의 상처가 심하긴 했지만, 이렇게 갑작스레 몸 상태가 안 좋아질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어찌하여….”
게오르그는 마나를 끌어올려서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잘되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몸에 기력이 하나도 없고, 또 무기력해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가 힘들었다.
“서, 설마…?”
게오르그는 지금 이 느낌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황급히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 있었는지, 육체가 말을 듣지 않았다.
“아, 안 돼!”
뒤이어 게오르그의 입에서 다급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
한편, 지크는 곧장 수송선을 타고 코랄 행성으로 복귀했다.
게오르그로부터 를 획득했으니, 이제 코랄 종족의 DNA를 모아 변신해야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폐하께서는 코랄의 고위급 기사로 변장하시는 게 나을 듯합니다.”
한센이 지크에게 말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깊숙이 파고들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죠?”
“일단 데이터를 모아보십시오, 폐하.”
“알겠습니다.”
지크는 사령부를 나서서 를 꺼내 클릭해보았다.
[폴리모프 주문 제작서 : 백지]폴리모프 주문을 만드는 마법의 책.
제작이 완료되면 스크롤로 바뀐다.
•타입 : 소모품 (마법서)
•등급 : 레전더리
•내구도 : 해당 없음
•완성도 : 0% (0/10)
•특이사항 : 이 아이템으로는 한 종류의 생명체 DNA만 수집할 수 있으며, 최초로 DNA를 수집하고 나면 변경할 수 없습니다.
‘오케이.’
지크는 의 사용 방법을 숙지한 후 곧장 코랄 고위급 기사를 찾아 나섰다.
‘10명이라, 10명은 쉽지. 초고위급 기사는 어려워도.’
고위급 기사는 보기가 그리 어려운 존재가 아니었기에 DNA를 모으는 건 시간문제였다.
문제는 그냥 고위급 기사 수준으로는 코랄 종족 내부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기가 여간 쉽지 않았단 점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초고위급 이상으로 DNA를 수집하고 싶었지만, 그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코랄 종족의 초고위급 기사는 어쩌다가 한 명씩 보이는, 매우 희귀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인간이었으면, 그냥 인간인 척하면 되는데. 이놈의 코랄 종족은 아주 신분제도가 확실하단 말이야.’
코랄 종족은 계급에 따라 생김새가 달라서, 평범한 위장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일단 DNA를 수집해보자.’
지크는 그런 생각으로 전장으로 향했고, 곧 코랄 종족의 거점 하나를 습격하는 작전에 참여했다.
“으악!”
“저, 적이다!”
“후퇴하라!”
거점에 모여 있던 코랄 종족은 갑작스러운 마우레키온 제국군의 습격에 허둥지둥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그러던 중.
“더 이상 날뛰게 놔두지 않겠다.”
코랄 종족의 초고위급 기사들이 나타났다.
[코랄 황제 친위대]코랄 황제로부터 를 받고 강해진 친위 대원.
엄청나게 강력하므로, 상대하는 데 주의가 필요하다.
“야호!”
지크는 전투 중 코랄 황제의 친위대가 등장하자 당장에라도 날아갈 것처럼 좋아했다.
안 그래도 초고위급 기사로 변신하고 싶었는데, 그보다 더 높은 친위 대원들이 나타났으니 이게 웬 떡인가 싶었던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