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163
1162
뒤이어 코랄 종족의 실질적 우두머리라고 할 수 있는 막시무스 집정관이 좁은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니,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지크는 자신의 표적인 막시무스 집정관이 제 발로 찾아오자 무척이나 당황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막시무스 집정관이 일개 친위 대원 하나를 직접 찾아올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네가… 민드리우스로군.”
막시무스 집정관이 지크를 힐끔 바라보더니 말했다.
“아, 예.”
지크가 코랄 종족의 예법대로 막시무스 집정관에게 예를 올리며 대답했다.
“제가 민드리우스입니다.”
“소문이 사실이었구먼.”
“예?”
“새로 들어온 친위 대원들 가운데 태양의 보금자리를 가진 이가 있다더니, 그게 자네였구먼.”
막시무스가 말하는 란 다름 아닌 맨들맨들 두피를 말했다.
코랄 종족은 내리쬐는 햇빛이 반사되어 반짝이는 두피를 ‘태양이 쉬어 간다.’라고 표현하곤 했던 것이다.
“아, 예. 맞습니다. 그게 접니다.”
“젊은 친구가 대단히 출세했구먼. 타고난 미남에다가 황제 폐하께 강제 개화도 받고.”
“아닙니다. 하하하….”
“물론 자네 입장에선 정신을 잃은 상태로 옮겨졌다가 깨어나자 강제 개화를 받은 상태였을 테니, 폐하를 뵙지는 못했을 테지만 말일세.”
“그렇습니다.”
“아무튼.”
막시무스 집정관이 힐끔 사무실 내부를 둘러보다가 말했다.
“차 한 잔 줄 수 있나?”
“물론입니다.”
“그럼 좀 주게. 난 여기 앉지.”
막시무스는 그렇게 말하더니 가까이에 있던 의자를 끌어당겨서 앉았다.
‘근데 나 차 끓일 줄 모르는데….’
지크는 막시무스에게 차를 한 잔 대접하기는 해야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
코랄 종족의 다과 문화가 뉘르부르크 대륙과 똑같은지 알 수 없어서, 자칫 잘못했다간 정체가 탄로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에라, 모르겠다.’
그래서 지크는 슬쩍 아공간 인벤토리를 열어 보온병을 꺼내, 그 안에 든 음료를 찻잔에 담았다.
그리고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료를 막시무스 집정관에게 대접했다.
“누, 누추하지만… 일단 한 잔 올립니다.”
“끌끌. 신경 쓰지 말게.”
막시무스가 웃으며 찻잔을 받아들었다.
“자네 같은 기사에게 그럴싸한 차를 대접받길 원하겠나? 끌끌끌.”
“하하하….”
“음! 이거 향이 매우 좋구먼! 도대체 뭐로 만든 겐가? 이런 향은 처음 맡아보는데?”
“예, 집정관님.”
지크가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제가 전쟁터에 있을 때 침략자들로부터 빼앗은 차입니다.”
“음! 침략자들의 문물이란 말이지?”
“그렇습니다. 호기심 삼아 한 번 마셔보았는데, 제 취향에 맞아서 즐겨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런가? 이름이 뭔가?”
“민트초코라떼라고 합니다.”
그 순간.
‘주인 놈아! 미쳤냐! 대접할 게 없어서 그딴 쓰레기를 대접하냐!’
지크의 호주머니 안에 숨어있던 햄찌는 터져 나오는 비명을 가까스로 틀어막아야만 했다.
하필 대접할 게 없어서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민트초코를?
‘주인 놈아! 그건 너만 좋아하는 거다! 너만! 캬아악!’
햄찌가 그동안 지켜본 바로는, 지크는 자신이 좋아하는 거라면 다른 사람도 좋아할 거라고 믿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민트초코를 대접한 모양인데, 문제는 그게 악수(惡手)를 둔 꼴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단 점이었다.
그러는 사이.
“으음! 내 한 번 마셔봄세.”
막시무스가 지크가 건넨 민트초코라떼를 한 모금 머금었다.
꿀꺽!
지크와 햄찌는 막시무스의 반응을 살피면서 숨을 죽였다.
그로부터 셋, 둘, 하나.
“……!”
막시무스의 눈이 당장에라도 튀어나올 듯 커졌다.
‘설마 마음에 안 든 건가?’
‘캬아악! 이제 큰일 났다! 주인 놈 이제 X 됐다! 캬악!’
지크와 햄찌가 서로 다른 생각을 하던 찰나.
“아앗…!”
막시무스 집정관이 황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처, 천상의 맛이로구먼!”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코랄 종족의 취향인지, 아니면 막시무스 개인의 취향인지는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막시무스가 민트초코라떼를 매우 좋아했다는 건 분명했다.
***
“이 상큼하고 톡 쏘는 향에 달콤한 맛까지… 도대체 이런 음료를 어떻게 구한 겐가? 맙소사! 이런 귀한 맛이라니!”
“……!”
“바삭한 구더기 몇 마리만 넣으면 아주 딱이겠어!”
막시무스는 그렇게 말하더니 두리번두리번 사무실을 둘러보고는, 작은 병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바삭하게 튀긴 구더기들을 꺼내 민트초코라떼에 넣어 마셨다.
‘저, 저건 좀….’
지크는 막시무스가 튀긴 구더기를 마치 초코칩처럼 씹어 먹는 걸 보며 역겨웠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다.
“이 음료… 더 구할 수 있겠나?”
“무, 물론입니다.”
“그럼 내가 좀 사고 싶은데….”
“많이 있으니 집정관님께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그럴 순 없지. 집정관인 내가 자네의 것을 공짜로 받는다면, 그것은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겠나. 그러니 내가 사겠네. 값은 톡톡히 쳐줌세.”
“알겠습니다. 헌데….”
지크가 막시무스에게 물었다.
“어쩐 일로 저를 찾아오셨습니까?”
“아, 그게 말일세.”
막시무스가 부끄럽다는 듯 살짝 시선을 피하면서, 약간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자네 이야기를 듣고… 어… 그게 그러니까… 그게….”
“한번 만져보시겠습니까?”
지크는 막시무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고는, 자신의 두피를 슥 내밀었다.
“흠흠! 고, 고맙네.”
막시무스는 얼굴을 붉히더니 못 이기는 척 지크의 두피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음. 맨질맨질. 촉감이 아주 좋구먼. 흠흠.”
“…….”
“부드럽구먼. 까슬까슬하지도 않고. 흠흠.”
막시무스는 그 후로도 한참 동안이나 지크의 두피를 만지작거리며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웠다.
‘어이가 없네.’
지크는 지금 상황 자체가 웃겼다.
너무 요란하게 변장에서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집정관인 막시무스가 이렇듯 직접 찾아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흠. 자네.”
막시무스가 지크에게 물었다.
“지금 딱히 보직이 없다고?”
“예, 집정관님.”
지크가 대답했다.
“제가 지금 신입이라서 아직 보직을 받지 못했습니다. 우선은 사령부 내 순찰을 돌고 있기는 한데….”
“친위 대원인 자네가 한가하게 순찰이나 돌고 있다니. 아깝구먼.”
“저야 친위대 중에서도 가장 등급이 낮은 부대에 속해 있다 보니….”
“실력은 좀 되나?”
“예?”
“자네가 뛰어난 실력을 입증해 보인다면, 내 특별히 집정관 직속 근위대로 데려올 수도 있네.”
“……!”
“물론 자네가 외모만 뛰어나고 실력이 별 볼 일 없다면 불가능하겠지만 말일세.”
지크는 뜬금없는 스카웃 제의에 화들짝 놀랐다.
“내 생각하기에 자네 같은 미남은 친위대에 있어 봤자 괜히 눈에 띄기만 할 뿐이니, 차라리 내 직속 부대에서 근무하는 게 낫지 않겠나?”
“그야 그렇지만….”
“물론 황제 폐하의 친위 대원인 것 자체가 가문의 영광이긴 하니, 자네로서는 선택하기가 어렵겠군.”
“아닙니다.”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이게 웬 떡이냐!’
안 그래도 막시무스에게 접근할 방법을 찾느라 고민하던 참이었는데, 때마침 먼저 찾아와서 이런 제안까지 해주니 너무나도 고마웠다.
“사실….”
지크가 말했다.
“황제 폐하의 친위대인 건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황제 폐하께는 저보다 더 강하고 고귀한 기사들이 많지 않습니까?”
“물론 그것도 맞는 말이지. 폐하께는 로열 뱅가드가 있으니 말일세.”
란 코랄 종족 최고의 기사들로 이루어진 무력 집단으로써, 추정되는 전투력은 최소 그랜드 마스터 등급이었다.
“차라리 집정관님 곁에서 근무하면서 제 모자란 능력이나마 마음껏 펼치고 싶습니다.”
“오호. 정말 그리 생각하는가?”
“예, 집정관님.”
“좋네.”
막시무스 집정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의 생각이 그렇다면, 어디 한번 실력을 증명해 보이게.”
“예, 집정관님.”
“그럼 오늘 저녁에 자리를 한번 마련해보도록 하겠네.”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
바로 그때.
[알림: 경고, 경고!] [알림: 의 지속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알림: 60초 후 변신이 풀립니다!] [알림: 변신이 풀리기까지 앞으로 59초!] [알림: 58초!]어느덧 24시간이 지나서 변신이 풀리기 직전이었던 것이다.
‘어, 어떡하지?!’
지크가 당황할 때였다.
“집정관님. 전략 회의 시간입니다.”
막시무스를 호위하던 기사가 슬쩍 귀띔을 해주었다.
“아, 그런가? 이만 일어나야겠군.”
“가, 가십니까?”
“바빠서 먼저 가봐야겠네. 자네의 실력을 검증하는 건 따로 연락을 줄 테니, 몇 시간만 기다리게나.”
“예, 집정관님. 살펴 가시지요.”
“알겠네. 만나서 반가웠네.”
“저도 반가웠습니다.”
“그럼 난 가보도록 하지.”
그렇게 막시무스 집정관이 떠난 직후.
스르륵!
지크의 변신이 풀렸다.
“휴우!”
지크는 떨리는 심장 때문에 가슴을 부여잡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마터면 일이 술술 잘 풀리던 중 정체가 탄로 날 뻔했으니, 아주 십년감수하는 기분이었던 것이다.
***
‘변신 시간을 잘 체크해야겠어.’
지크는 다시 를 찢어 변신을 마친 후 그렇게 생각했다.
자칫 잘못했다가 이곳 사령부 한복판에서 변신이 풀리기라도 하면, 그땐 정말 끝이었다.
이곳은 제아무리 지크라도 멀쩡히 살아나갈 자신이 없을 정도로, 강한 코랄인들이 득실대는 곳이었다.
실수했다가는 순식간에 비명횡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정신 바짝 차리자.’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교범을 펼쳤다.
실력만 검증받는다면 막시무스를 지키는 근위대가 될 수 있었기에, 실수가 있어서는 곤란했다.
코랄 황제의 위치를 알아낼 때까지 정체를 들키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으므로, 코랄인다운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뀨. 주인 놈아. 공부하는 거냐.”
“어.”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까딱 잘못했다간 너나 나나 목 날아갈 것 같은데, 지금부터 벼락치기라도 해야겠어.”
“뀨! 그렇게라도 주인 놈 독서하는 거 보니까 보기 좋다! 뀨우! 책 라면받침으로 안 쓰고 읽는 거 처음 본다!”
“조용히 해라. 짜증나게 하지 말고.”
“뀨우?”
“머리 굴리느라 골치 아파. 시비 걸지 마.”
운이 좋아 막시무스의 호감을 얻어 다행이지만,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었다.
‘일단 막시무스의 곁을 지키는 근위 대원이 되자. 그다음에 놈을 이레디에이터로 만들어서 코랄 황제의 위치를 알아내는 거다.’
지크는 거기까지 계획을 세우고, 계속해서 코랄인에 대해 공부했다.
아는 게 힘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그렇게 코랄인에 대해 공부한 지 몇 시간이 흘렀을 무렵이었다.
“민드리우스.”
막시무스 집정관의 근위 대원 중 하나가 지크를 찾아왔다.
“자네 1시간 뒤에 시간 있나?”
“예, 있습니다.”
“그럼 1시간 있다가 훈련장으로 와라. 막시무스 집정관님께서 네 실력을 좀 보고자 하신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근위 대원이 덧붙였다.
“막시무스 집정관님께서 훈련도 실전처럼 하라는 지침과 함께, 자네의 실력을 검증할 때 진검을 사용할 것을 지시하셨다.”
“지, 진검…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근위 대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네 광검을 가지고 와라.”
“알겠습니다.”
“그럼 이따 보지.”
근위 대원이 떠난 후.
“과, 광검? 어떡하지?! 내가 광검이 어딨어!!!”
지크는 난감함에 치를 떨었다.
코랄 황제 친위 대원으로 변신하기는 했는데, 막상 코랄인들의 전용 무기인 광검은 없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