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167
1166
부들부들…!!!
지크는 정말로 화가 났다.
마우레키온 제국은 코랄 행성 원정을 핑계로, 타락한 천족들이 중간계를 침공해왔을 당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세계대전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모든 국가 중 가장 적은 피해를 입었고, 막판에 가서야 아이린 황녀를 보내 숟가락을 얹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코랄 행성 원정이 사실 명분 없는 침략에 불과했다?
‘타락한 천족들이 세계대전을 일으켰는데도 자기들 배만 불리고 있었다는 거잖아?’
나이델베르크의 말을 미루어 짐작해 보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추리였다.
“우리가 이 행성을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 어떠한 공작을 펼쳤는지, 얼마나 큰 도박수를 던졌는지 당신네들은 모를 겁니다.”
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내가 타락한 천족들의 침공을 저지한 거. 그게 도박수야. 마우레키온 제국은 내가 천족들을 막아낸다는 쪽에 베팅한 거야. 물론 나름대로의 안전장치는 있었겠지만.’
지크의 생각은 계속되었다.
‘천족들이 침공해 온 덕분에 대부분의 강대국들은 다 망해버렸고, 대륙은 피폐해져 버렸어. 덕분에 마우레키온 제국은 세계 최강대국의 자리를 더 공고히 다지게 됐고.’
현재 마우레키온 제국은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보다 더더욱 최강대국으로서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더해 코랄 행성을 식민지로 만들어 엄청난 양의 자원까지 먹는다?
‘미쳤다.’
지크는 오싹 끼쳐오는 소름에 몸을 떨었다.
마우레키온 제국의 음험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그러고 보면 드래곤들까지 끌어들인 거잖아? 세계를 지켜낸다는 명분으로?’
속은 건 지크뿐만이 아니었다.
중간계 최강의 지적생명체들이라는 드래곤들조차 마우레키온 제국에 속아 이 원정에 참여했고, 그 대가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그로 인해 멸종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욱 무서운 건 이제 마우레키온 제국을 저지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단 거였다.
드래곤들이 멸종 위기에 처할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기에, 이제는 마우레키온 제국의 폭주를 제어할 만한 종족이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미쳤다. 이건 미친 설계야. 세계가 천족들에게 파괴되는 동안 자기들 배만 불리고. 그동안 눈엣가시 같았던 드래곤들을 부추겨서 코랄 종족과 싸우게 했고, 성공했어.’
지크는 마우레키온 제국이 어째서 세계 최강대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는지 깨달았다.
이렇듯 국익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짓이라도 서슴없이 저지르고, 또 그걸 실행시킬 만한 무서운 두뇌와 무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미켈레는 아주 옛날부터 마우레키온 제국을 경계하라고 나에게 조언했어. 그리고 그게 다 사실이었고. 마우레키온 제국은… 믿을 수 없는 상대야. 나에게 적당한 보상을 쥐여 주면서 이용하고 있었을 뿐, 결코 호의가 아니었어.’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때였다.
“이보게, 민드리우스.”
막시무스가 지크에게 말을 걸었다.
“자네도 많이 분노한 모양이로군.”
“예.”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지크의 분노와 막시무스의 분노는 그 이유가 전혀 달랐지만 말이다.
“어쩌겠는가. 우리가 힘이 없는 것을….”
“…….”
“부디 황제 폐하께서 강력한 기사들을 더 만들어 내주시기를 바랄 수밖에.”
“일단 가시죠.”
지크는 그렇게 말하며 막시무스를 이끌었다.
“여긴 위험합니다.”
지크의 말은 사실이었다.
마우레키온 제국이 막시무스를 공격하면서, 이 중립지대는 순식간에 전쟁터로 변해버린 뒤였다.
펑! 퍼엉!
저 멀리서 포탄이 떨어지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었고, 엄청난 숫자의 병력들이 모여드는 중이었다.
문제는 그 병력들의 절대다수가 마우레키온 제국 소속, 그것도 게이머들이 대부분이었단 점이었다.
‘철저히 계산했어. 이 지역 전체를 장악할 전략을 세워두고 있었던 거야.’
그 말은, 이곳이 곧 마우레키온 제국이 지배할 영역이란 뜻이었다.
즉, 최대한 빠르게 도망쳐야만 하는 것이다.
***
지크는 막시무스를 업고 최대한 빨리 도망쳤다.
“이쪽은 우리 군이 주둔해 있는 방향이 아니지 않은가?”
막시무스가 지크에게 물었다.
“예, 집정관님.”
지크가 대답했다.
“우리 군이 주둔하고 있는 곳은 곧 무너질 겁니다. 그곳으로 도망치는 건 자살 행위입니다.”
“……!”
“적들은 우리가 아군 진영으로 도망칠 것도 계산해놓았을 겁니다. 그쪽으로 도망치면 잡힙니다.”
“그, 그렇군.”
“오히려 적진으로 파고들었다가 우회하는 게 훨씬 나은 선택입니다.”
지크는 그렇게 말하면서 을 켜 주변을 스캔했다.
“알겠네. 내 자네를 믿어보도록 하겠네. 어차피 내 목숨은 자네에게 달려 있는 것이니.”
“걱정 마십시오, 집정관님.”
지크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약간의 내적 갈등을 겪었다.
지크의 본래 목표는 막시무스를 로 만들어서 노예로 삼는 거였는데, 마우레키온 제국의 민낯을 보게 되니 그래도 될지 마음을 정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일단 빠져나가서 생각하자. 어쩌면….’
지크는 더 이상 마우레키온 제국을 믿을 수 없었다.
‘내가 코랄 종족과 동맹을 맺어야 할 수도 있으니까.’
적의 적은 나의 아군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지크는 더 이상 마우레키온 제국에게 이용당할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이제는 그 검은 속내를 알았으니, 적당히 비위를 맞춰주면서 혹시 모를 배신에 대비할 때였던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지크와 막시무스의 탈출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지크가 가진 이 적들의 포위망을 모조리 뚫을 수 있게 해주어서, 적을 단 한 번도 마주치지 않고 위험 지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조금만 더 가면 마을이 나옵니다.”
지크가 지도를 들여다보며 막시무스에게 말했다.
“그 마을에서 수도로 통하는 게이트를 이용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알겠네.”
하지만 그런 지크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막상 도착한 마을에는… 한바탕 살육전이 벌어지는 중이었다.
“다 죽여!”
“어딜 튀어! 모가지는 내놓고 가라!”
“저 새끼 튄다! 잡아!”
그 마을에서는 게이머들이 평범한 코랄인들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있었다.
그들의 절대다수는 299레벨의 게이머들이었는데, 경쟁적으로 코랄인들의 머리통을 수집하고 있었다.
마우레키온 제국이 299레벨의 게이머들에 내건 보상인 을 받기 위해서는, 코랄인들의 머리통 1,500개를 가져가야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코랄인들의 머리통 1,500개를 전쟁터에서 얻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단 점이었다.
그래서 게이머들은 평범한 코랄인들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을 습격해서, 비교적 쉽게 머리통을 수집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결국, 마우레키온 제국이 내건 보상이 민간인 학살로까지 번진 셈이었다.
“저 쓰레기 같은 놈들을 보았나!!!”
막시무스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엄청나게 분노해서, 자신의 광검을 움켜쥐고 뛰쳐나가려 했다.
전쟁은 전쟁이고, 애꿎은 민간인들을 저렇듯 잔혹하게 살해하는 꼬락서니에 이성을 잃고 분노한 것이다.
그건 지크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렇게까지 해야 돼?’
강해지고 싶은 게이머들의 마음이야 이해했다.
지크도 에 부딪혀 보았으니, 더 이상 레벨 업을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갈증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잘 알았다.
그러나 이렇듯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평범한 민간인들을 학살하면서까지 레벨 업을 이룩해야 하는 것인지, 솔직히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제아무리 NPC들이라곤 하지만, 저렇듯 죄 없는 사람들을 끔찍하게 학살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게임 BNW의 매력은 일종의 이세계를 체험하며 자신의 역할군을 수행하는 것이었기에, NPC를 단순히 데이터 덩어리로 취급하며 행동한다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싶기도 했고.
“참으셔야 합니다.”
지크는 노발대발하는 막시무스를 뜯어말리고는, 애써 발걸음을 돌렸다.
지금 저기에 끼어들었다간 지크의 정체가 발각되고, 막시무스마저 위험해질 수 있었다.
학살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 다른 마을을 찾아서 수도로 귀환하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었던 것이다.
***
그로부터 약 5시간 후.
“아무래도.”
지크가 막시무스를 돌아보았다.
“싸워야 할 것 같습니다.”
을 통해 보니, 마우레키온 제국의 생체병기들과의 거리가 매우 가까웠다.
문제는 이번에는 전투를 피해 가기가 매우 어려워 보였다는 것.
“그런가?”
“여기 계십시오.”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적들에게 오히려 다가갔다.
지크가 본 마우레키온 제국의 생체병기들을 개개인이 마스터 등급 이상의 전투력을 보유한 괴물들이었다.
그런 생체병기 수십여 명을 상대하는데 본래 실력을 드러내지 않고 싸울 순 없는 노릇.
이번에는 부득이하게 진짜 실력을 드러내야 할 때였다.
‘한 놈도 남겨둬선 안 되겠지.’
지크는 증거인멸을 위해 마우레키온 제국의 생체병기들을 모조리 몰살시켜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아공간 인벤토리를 열어 를 꺼냈다.
“집정관을 호위하던 코랄인이다.”
“겁도 없군.”
마우레키온 제국의 생체병기들은 지크가 나타나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접근해왔다.
‘무적창법.’
지크는 를 창의 형태로 바꾸고 기본 공격을 으로 설정했다.
그런 뒤 와 을 켜고 마우레키온 제국의 생체병기들에게 덤벼들었다.
뒤이어 벌어진 것은 마우레키온 제국의 생체병기들에 대한 지크의 매우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딜 보소.’
지크는 이 마치 전설의 검과 같은, 사기적인 성능을 지닌 일종의 아이템처럼 느껴졌다.
이 을 얻은 후 펼치는 기본 공격이 워낙에 강력해서, 스킬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였던 것이다.
게다가 의 패시브 스킬인 는 적들의 능력치를 기본적으로 깎아놓는 사기 스킬이었기에, 지금 지크는 너무나도 강력했다.
그 말인즉슨, 동급의 실력자가 아니라면 지크를 머릿수로 어떻게 해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단 이야기이기도 했다.
“네, 네놈은 누구냐!”
“왜 지크프리트 황제의 무술을 사용하는 것이냐!”
마우레키온 제국의 생체병기들은 의 스킬을 한눈에 알아보고 경악했다.
“왜일까.”
지크가 남은 마우레키온 제국의 생체병기들을 향해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그와 동시에 스르륵! 하고 지크의 모습이 드러났다.
때마침 24시간이 지나서 변신이 풀린 것이다.
“……!”
“……!”
“……!”
마우레키온 제국의 생체병기들은 코랄인 근위 대원이 갑자기 지크로 변하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설마하니 지크가 코랄인으로 변신해 있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폐, 폐하!”
한 생체병기가 지크를 향해 소리쳤다.
“지금 무얼 하시는 겁니까! 존엄하신 우리 황제 폐하의 의제이신 지크프리트 폐하께서 왜 외계인을 보호하시는 겁니까! 그러고도 무사하실 것 같습니까!”
“당연히 무사하지 못하겠지.”
지크가 냉랭한 미소를 피워 올리며 대답했다.
“너네는 조금만 거스르는 모습을 보여도 가차 없이 짓밟으니까. 이 사실이 알려지면 내가 어떻게 될지는 안 봐도 훤해.”
“그걸 알면서도….”
“알려지지 않게 하면 되는 거 아냐?”
그 순간.
오싹!
마우레키온 제국의 생체병기들은 지크가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닫고 얼어붙었다.
살인멸구(殺人滅口).
지크가 모두를 죽여 입막음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으니, 엄습하는 공포에 그만 지배당한 것이다.
“여기서 벌어진 일. 누구도 알지 못할 거다.”
다음 순간.
번쩍!
지크를 중심으로 새하얀 섬광이 터져 나와 마우레키온 제국의 생체병기들을 집어삼켰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