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168
1167
지크는 마우레키온 제국의 생체병기들을 모조리 쓸어버린 후 다시 를 찢어 코랄인으로 변신했다.
그런 뒤 막시무스가 숨어있는 장소로 향했다.
“뀨. 주인 놈아.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냐.”
지크의 주머니 안에 숨어있던 햄찌가 물었다.
“난들 알겠냐.”
지크가 퉁명스레 대꾸했다.
“나 지금 통수 씨게 맞은 기분이니까, 나중에 이야기하자. 돌아버리겠으니까.”
“뀨! 알겠다!”
마우레키온 제국의 검은 속내를 알게 된 지크의 심정은 무척이나 복잡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돼?’
막시무스를 노예로 만들어 코랄 종족을 무너뜨리려던 계획을 계속 강행해 나가야 할지, 아니면 그만두고 발을 빼야 할지 도무지 결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젠장.’
그렇게 막시무스가 숨어있던 장소에 도착한 지크.
“고생했네.”
막시무스는 지크가 피를 뒤집어쓴 걸 보고 수고했단 말을 건넸다.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구먼.”
“예, 집정관님.”
“자네 정체가 뭔가.”
막시무스가 지크에게 물었다.
“예?”
“멀리서 지켜보았네. 자네는 우리 코랄인이 아니더군.”
막시무스는 지크가 마우레키온 제국의 생체병기들을 학살하는 걸 멀리서나마 지켜보았던 모양이었다.
“겉으로 보아하니 침략자인 것 같은데… 무슨 생각인 건가.”
막시무스는 지크가 동족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그리 놀라지 않은 눈치였다.
“놀라지 않으시네요. 하하하.”
지크가 뒤통수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놀라기야 했지. 하지만 난리법석을 피워서 될 일이겠나. 어차피 내 목숨은 자네에게 달렸는데.”
“음.”
“왜 침략자인 자네가 같은 침략자들을 공격해 몰살시킨 건가? 왜 침략자들로부터 나를 구해준 것인가? 설마 이것도 침략자들의 계략인가?”
“그런 건 아니고요.”
지크가 혼란스러워하는 막시무스에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어쩔 수 없네요. 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저는… 지크프리트 폰 프로아라고 합니다.”
“마, 맙소사.”
막시무스는 자신을 곁에서 호위해주던 신입 근위 대원이 사실은 코랄 종족을 제일 많이 학살한 악마였다는 걸 알게 되자 크게 놀랐다.
어느새 지크의 악명이 코랄 종족에게 널리 퍼져서, 가장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저는 당신에게 접근해서 코랄 황제의 위치를 알아낼 목적으로 침투해 있었던 겁니다.”
“그, 그렇구려.”
“하지만 정상회담에서 당신과 마우레키온 제국의 나이델베르크가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마우레키온 제국은 제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지크는 막시무스에게 그간 있었던 일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었다.
마우레키온 제국이 대의명분을 앞세워 코랄 행성으로 원정을 왔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는 진실 말이다.
“저는 마우레키온 제국의 의뢰를 받아 움직이는 일종의 용병이고, 제후국의 황제일 뿐입니다. 진실을 알게 된 이상 작전을 계속 수행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일이….”
“당신과 코랄 황제를 제거해봤자 마우레키온 제국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고, 저는 철저히 속아서 이용만 당하는 셈이 될 테니까.”
“그럼 어쩔 셈이오.”
“일단 여기를 빠져나간 후에 이야기를 제대로 나눠보죠. 코랄 종족도 이대로 노예가 되긴 싫을 테고, 저도 계속해서 이용당하긴 싫으니까.”
“알겠소.”
막시무스는 지크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지크는 얼마든지 막시무스를 제압하고 노예로 만든 뒤 정보를 빼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던 점이, 막시무스가 지크를 신뢰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되어주었다.
“마우레키온 제국은 우리 세계도 속인 겁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다른 국가들, 다른 종족들을 이용했습니다. 그러니 마우레키온 제국이 당신들과의 전쟁에서 이기게 놔둘 순 없겠죠.”
“일리 있는 말이오.”
“진실을 알고 나니 소름이 끼치네요. 저와 제가 다스리는 제국도 마우레키온 제국의 표적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동의하오.”
“그러니 갑니다.”
지크가 다시 막시무스를 업었다.
“일단은 여길 빠져나가야 하니까.”
***
비슷한 시각.
“뭐라? 집정관 막시무스를 놓쳤다?”
나이델베르크는 기사들의 보고가 올라오자 분노한 기색을 드러내었다.
이번 회담에서 막시무스를 제거한 후 코랄 종족이 혼란에 빠진 틈을 타 총공격을 감행하려 했건만, 실패했다니 화가 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놈을 일찍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는데.”
나이델베르크는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정상회담에서 상대방에게 기습을 가했으니, 앞으로 코랄 종족의 신뢰를 사는 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단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었던 계략이 실패로 끝나버린 것이다.
“죄송합니다, 전하.”
“어쩔 수 없지.”
나이델베르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저들은 무너질 것이다. 모험가들 모두 눈이 시뻘게져서 전쟁에 참전한 이상, 코랄 종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그저 시간이 조금 걸릴 뿐.”
“그렇습니다.”
“일단 돌아간다.”
나이델베르크가 발걸음을 돌리며 말했다.
“코랄 종족에 대한 모험가들의 공격이 더욱 거세질 수 있도록 보상을 늘리라고 명령하라. 또한, 어린 코랄인들은 되도록 죽이지 말고 노예로 길들일 수 있도록 생포하란 명령도 내려라.”
“예, 알겠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이 행성에도 본국의 위대한 영광과 번영이 가득할 것이다.”
나이델베르크 공작은 그리 말하고는 사령부로 복귀했다.
어차피 무력으로 코랄 종족을 제압할 자신이 있었기에, 막시무스를 제거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을 깔끔히 털어버린 것이다.
***
지크는 막시무스를 무사히 수도까지 데리고 오는 데 성공했다.
“당장 총공격을 감행해야 합니다!”
“이런 비열한 놈들!”
“황제 폐하께 이 사실을 보고하고 강력한 고위급 기사들을 대량으로 투입해 놈들을 무찔러야 합니다!”
코랄 종족의 의회는 분노에 휩싸여, 다들 눈이 홱 돌아간 상태였다.
그만큼 마우레키온 제국이 저지른 행동이 비열해서, 모든 코랄인들을 분노케 했던 것이다.
“일단은….”
막시무스는 그런 의회의 의원들을 겨우 진정시키고는 말했다.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니, 다들 조금만 참으시오. 내일 회의 때 뵙겠소이다. 조금 피곤하구려.”
막시무스는 죽을 고비를 넘겨 피곤하다는 것을 핑계로 의회를 일단 해산시키고는, 지크와 따로 자리를 가졌다.
지크도, 막시무스도,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나눌 대화가 아주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 앞으로 그대는 어떻게 할 생각이오.”
막시무스가 지크에게 물었다.
“일단은 몸을 사려야겠죠.”
지크가 대답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마우레키온 제국은 우리 세계의 최강대국입니다. 제가 다스리는 프로아 제국도 마우레키온 제국의 제후국이고, 사실상 군신 관계나 다름없습니다.”
“으음!”
“마우레키온 제국에게 대놓고 반기를 드는 건… 솔직히 말해서 자살행위입니다.”
“그 정도요?”
“저도 마우레키온 제국의 저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니까요.”
“그렇군.”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마우레키온 제국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그들이 믿을 수 없는 상대라는 건 알았으니 조심이야 하겠지만… 이대로 코랄 행성을 식민지로 삼는 걸 돕는 게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네요.”
“이해하오.”
“그래도 아직은 마우레키온 제국을 응징할 방법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으음?!”
“드래곤들 아십니까?”
“알다마다.”
막시무스가 드래곤들을 모를 리 없었다.
코랄 종족이 이렇듯 무너진 이유는 다름 아닌 드래곤들 때문이었다.
코랄 종족의 전투순양함은 거의 우주선 급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전략 병기였고, 마우레키온 제국은 그걸 막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드래곤들이 마우레키온 제국에게 속아 원정에 참전하게 되면서, 코랄 종족은 전투순양함을 모두 잃고 말았다.
물론 드래곤들도 엄청난 피해를 입고 멸종 위기에까지 몰리게 되었지만 말이다.
“어찌 모르겠소. 자네 세계의 그 무시무시한 생명체들을. 정말 놀랍더구려. 하나의 개체가 우리 종족이 만들어 낸 전략 병기인 전투순양함을 몇 척씩 부수어댈 줄이야. 그들이 아니었다면, 우리 종족이 이렇게까지 궁지에 몰릴 일은 없었을 것이오.”
“저는 드래곤들에게 이 사실을 알릴 생각입니다.”
“……!”
“드래곤들은 우리 세계의 창조주로부터 세계를 수호하란 임무를 받은 종족이지, 다른 세계를 침공하라고 있는 종족이 아닙니다. 드래곤들이 만약 속았다는 걸 알면… 그 분노는 마우레키온 제국을 순식간에 멸망시켜버릴 게 분명합니다.”
지크의 말은 사실이었다.
드래곤들은 코랄 종족으로부터 중간계를 지켜내기 위해 참전한 것이지, 마우레키온 제국의 배를 불려주려고 참전한 게 아니었다.
즉, 드래곤들도 철저히 속아서 이용당한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러니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드래곤들의 분노가 마우레키온 제국에게 쏟아질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저는 드래곤들의 우두머리인 게오르그 어르신과 친분이 있습니다.”
“그, 그게 정말이오!”
“저 또한 명예 드래곤으로서, 비록 드래곤은 아니지만 그들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 말을 믿을 겁니다.”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오!”
그렇게 말하는 막시무스의 표정이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했다.
지크가 그 강력한 드래곤들에게 진실을 전한다면, 이 전쟁이 끝남과 동시에 사악한 침략자인 마우레키온 제국도 몰락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단 움직이지 마시고, 기다리세요.”
지크가 막시무스에게 당부했다.
“제가 드래곤들의 우두머리인 게오르그 어르신을 만나보겠습니다.”
“아, 알겠소.”
“다녀와서 뵙죠.”
그렇게 지크는 막시무스와 헤어져 사령부로 복귀한 후 중간계로 향하는 수송선에 올라탔다.
***
중간계로 복귀한 지크는 곧장 게오르그의 둥지로 향했다.
“뀨! 주인 놈아! 진짜로 일러바칠 생각이냐! 뀨우!”
햄찌가 물었다.
“당연하지.”
지크가 그걸 말이라고 하냐는 듯 대답했다.
“마우레키온 제국을 놔두면 우리도 위험해져. 코랄 행성에서 그 막대한 자원을 채취한 마우레키온 제국이 얼마나 강해지겠냐? 우리 프로아 제국쯤은 하루아침에 짓밟을 수도 있을걸?”
“뀨우?”
“생각해 봐.”
지크가 햄찌에게 설명했다.
“지금 중간계에서 마우레키온 제국에 대항할 수 있는 건 우리뿐이잖아.”
“뀨! 그렇다!”
“얼마나 눈엣가시 같겠어? 지금 당장이야 코랄 행성 원정 때문에 내버려 둔다고 쳐. 조금만 지나면 서서히 압박해올걸?”
지크는 이미 마우레키온 제국을 눈곱만큼도 신뢰하지 못하게 되었으므로, 드래곤들에게 진실을 전해 이 배신감을 톡톡히 되갚아 줄 생각이었던 것이다.
배신감으로 인한 분노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마우레키온 제국의 폭주를 막을 필요성도 있었고.
“어르신, 어르신!”
지크는 레어에 도착하자마자 게오르그를 불렀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뭐야.’
지크는 게오르그의 레어가 평소와는 다르게 불이 꺼져 있는 걸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주무시나?’
잠자는 드래곤을 깨우는 건 대단히 실례되는 행동이었지만, 지크는 게오르그를 깨우기로 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진실을 꼭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르신! 저 왔습니다! 어르신! 주무십니까!”
지크는 크게 소리치며 게오르그의 침실 문을 열었다.
그런데.
“……!”
지크는 문을 열어본 직후 너무나도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