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185
1184
지크는 하루 종일 대륙 곳곳을 돌아다니며 레전더리 등급의 아이템을 모조리 쓸어 담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현실, 그러니까 온라인 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매물들 역시도 되는 대로 몽땅 샀다.
덕분에 지크는 레전더리 등급의 아이템들을 사 모으느라 거의 이틀을 꼬박 거래에 집중해야만 했다.
가진 골드가 바닥날 때까지 사고, 사고, 또 산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지크가 자신의 전 재산을 올인한 건 아니었다.
지크는 프로아 제국이라는 국가의 황제인 만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부자였다.
그러나 지크가 레전더리 아이템 사재기에 사용한 자금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골드였지, 프로아 제국에서 나온 게 아니었다.
지크의 진짜 재산은 프로아 제국 전체이니만큼, 이번 사재기에 동원된 자금은 어디까지나 쌈짓돈(?)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 쌈짓돈만 해도 수천억 원이 된다는 게 무섭다면 무서운 점이라고나 할까?
어쨌거나, 그렇게 레전더리 등급의 아이템 사재기에 성공한 지크는 조용히 시장 상황을 관찰했다.
그로부터 딱 3일이 지났을 때.
“와우.”
아침 일찍 일어난 태성은 거래 사이트의 시세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예상은 옳았다.
레전더리 등급의 아이템 시세가 미친 듯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었다.
메르세데스, 그리고 아우토니카 공방에서 초월 등급과 성물 등급의 아이템 제작 방법에 대한 자료를 배포하면서 슬슬 입소문이 퍼졌던 것이다.
돈 많고 발 빠른 게이머들이 뒤늦게 사재기에 나섰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이미 태성이 시장에 풀려 있던 레전더리 등급의 아이템들을 거의 대부분 사재기해버린 뒤라서, 매물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들은 기존 가격 대비 적게는 1.5배에서 많게는 3배 이상 폭등한 상황이었다.
그에 비례해 태성의 수익도 커졌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
“이제 더는… 돈 욕심 안 부려도 되겠네.”
태성은 이번 사재기를 끝으로 더 이상 공격적인 돈벌이는 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다.
이미 재산이 조 단위를 훌쩍 넘은 상황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태성이 아무리 쓰고, 쓰고, 또 써도 돈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늘어나고 있었다.
왜냐하면, 꾸준히 주식 투자와 부동산 투자를 병행한 결과 태성이 돈을 쓰는 속도보다 벌리는 속도가 몇 배는 더 빨랐다.
오죽했으면, 태성은 포브스 선정 역사상 돈을 가장 많이 번 프로게이머가 되어 있을 정도였다.
아니?
태성이 여태 벌어들인 돈은 축구, 농구, 야구, 풋볼, F1 레이싱 등등 그 어떤 종목의 프로선수들보다도 많았다.
미국도 아니고,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전용기를 가지고 있을 정도가 아니던가?
몇 대가 놀고먹으며 펑펑 써도 마르지 않을 거대한 부(富)를 이룩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너무 비싸게 팔지는 말고, 적당한 가격에 파세요.”
태성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들에게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 판매를 지시하고, 게임에 접속했다.
일단 구매는 혼자 했으니, 파는 건 직원들에게 맡기고 게임에 집중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로그인한 지크는 곧장 신형 해체기로 가서 미리 빼놓은, 그러니까 팔지 않고 해체할 레전더리 등급의 아이템들을 넣고 갈기 시작했다.
위이잉!
신형 해체기가 돌아가고.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중략).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지크는 불과 1시간 만에 필요한 수량을 모두 모으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거의 2만 개를 획득했다.
‘나눔 해야지.’
지크는 남은 들을 동료들에게 나누어줄 생각이었다.
그런 뒤 지크는 크반트와 용설화를 만나 장비 제작에 필요한 들을 건넸다.
[알림: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어느덧 평범한 게이머들에게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또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퀘스트조차 지크에게는 식은 죽 먹기가 되어 있었다.
‘아. 나도 고였구나.’
지크가 그렇게 생각할 무렵.
“오빠, 그럼 이제 유물 무기 하나만 찾아와. 난 크반트 님이랑 오빠 방어구 만들고 있을게.”
“응, 고마워.”
“고맙긴. 오빠가 쓸 건데. 당연히 내 손으로 만들어야지.”
용설화는 지크가 쓸 아이템을 직접 만든다는 생각에 행복해했다.
여자친구로서, 남자친구의 아이템을 직접 만들어주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
지크는 방어구 제작을 의뢰해놓은 뒤 던전으로 향했다.
“으어어억….”
“캬악! 퉤! 진짜 더러워서 못 해 먹겠네!”
입구 여기저기에서 곡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던전 공략에 실패한 게이머들이 화가 잔뜩 나서 투덜거리거나, 혹은 앓는 소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럴 만도 하지.’
지크는 게이머들을 이해했다.
이건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본래 새로운 던전이 열리면, 초창기에 공략하는 이들이 엄청나게 고생하기 마련이었다.
새로운 던전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이 기존 몬스터들보다 강한 것은 물론, 패턴 역시 더 악랄하기에 엄청난 피해를 입는 건 당연했다.
게이머들의 스펙이 어느 정도 올라오고, 공략법이 발견될 때까지는 엄청난 희생이 따르는 것이다.
“어? 지크 님이다! 지크 님!”
“지크 님!”
게이머들은 지크의 등장을 마치 구세주가 나타난 것처럼 반겼다.
“죄송합니다. 오늘은 혼자 해볼게요.”
지크는 무수히 많은 파티 신청을 모두 거절하고, 홀로 던전에 입장했다.
딱히 솔플을 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
지크가 제아무리 솔플을 잘해도, 파티플레이가 더 빠르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파티플레이를 할 때가 아니었다.
‘나 살기도 힘든데 파티원들까지 챙기려면… 어휴. 답도 안 나와.’
고대던전은 지크도 제 한 몸 챙기기에 바빠서, 파티원들과 함께 공략하기가 힘들었다.
위기에 처한 파티원들을 돕느라 지크가 자기 할 일을 제대로 못 하니, 전투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지크는 차라리 솔플을 하면서, 차근차근 던전을 공략해볼 생각이었다.
파티플레이는 다른 게이머들의 스펙이 어느 정도 올라오면 그때 해도 늦지 않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완전히 솔플을 하겠다는 건 아니었다.
지크는 를 만지작거려서 자신의 노예를 불러들였다.
그러자 채형석이 포탈을 타고 나타났다.
지크는 자신의 전용 연료탱크(?)인 채형석을 데리고 을 한번 공략해보려는 것이다.
“어? 너 왜 꼴이 그러냐?”
지크가 채형석을 향해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채형석의 꼴이 말이 아니었다.
생명력은 10퍼센트였고, 마나도 거의 다 써서 고갈된 상태였다.
무기와 방어구도 내구도가 꽤 많이 닳아 있어서, 수리가 아주 시급했다.
“어디서 얻어터지기라도 했냐?”
“아오!”
채형석이 분통을 터뜨렸다.
“야! 말을 마라! 말을 마! 하아!”
“……?”
“아! 진짜 혈압이… 으으으윽!”
채형석은 지병인 고혈압이 도진다는 듯 뒷목을 잡고 고통스러워했다.
“뭐, 뭐야. 왜 그래. 야, 울지 말고 얘기를 해 봐.”
지크가 그런 채형석을 달랬다.
얘가 도대체 왜 이러나 싶었다.
“아니.”
채형석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내가 고대던전 파티에 들어갔거든? 근데 파티원 이 미친놈들이! 진짜! 아오!”
“……?”
“진짜 개 못해! 이 벌레 같은 놈들! 쓰레기들이야! 완전!”
“으응? 그게 뭔 소리야?”
“고대던전이 오픈 초기라 클리어하기 힘든 건 이해해. 다들 스펙도 부족하고 아직 공략법도 모르니까. 근데 못해도 좀 적당히 못해야지! 인간이 없어! 인간이!”
얘기를 들어 보니 함께 플레이를 했던 파티원들이 어지간히도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었다.
하기야, 그럴 만도 했다.
지크에게 탈탈 털려서 그렇지, 채형석은 고수였다.
서포터 계열 클래스를 가진 게이머들 중에서는 자타공인 최고였다.
그런 채형석에게 어지간한 게이머들의 플레이는 눈에 차지도 않을 게 분명했다.
“엄한데 가서 고생하고 왜 여기서 화풀이냐? 며칠 전에 우리 다 같이 고대던전 갔었는데. 그때 오지. 그땐 뭐하고?”
“그냥 불편해서 따로 움직였다, 왜.”
“으응?”
“아, 몰라. 불편해.”
사실 채형석은 지크의 동료들을 불편해했다.
지크야 채형석을 다 용서하고, 이제는 운동도 같이할 정도로 꽤 스스럼없이 대해주었다.
하지만 동료들의 경우 아직도 채형석과는 조금 서먹했다.
채형석도 상냥한 성격은 아니다 보니, 지크의 동료들과는 썩 사이좋게 지내고 있지는 못했다.
안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친하지도 않은 어색한 관계였던 것이다.
“뭘 불편해하고 그러냐? 다 착한 사람들이야. 니가 괜히 찔려서 불편해하는 거지.”
“뭐 인마?”
“그러게 착하게 좀 살지 그랬냐?”
“이 자식이 진짜!”
“야, 됐고. 따라와.”
지크가 채형석의 뒷덜미를 움켜쥐고 던전 입구를 향해 질질 끌고 갔다.
“놔, 인마. 알아서 따라갈 테니까.”
채형석은 냉큼 지크를 따라나섰다.
안 그래도 영 시원찮은 파티원들 때문에 스트레스는 있는 대로 받고,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던 참이었다.
그런데 지크가 단둘이서 사냥을 가자니 오히려 반가웠다.
지크나 채형석이나 서로를 최고라고 인정하는 만큼, 적어도 함께했을 때 불만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
지크는 채형석을 데리고 의 2차 공략에 나섰다.
채형석과 함께하는 사냥은 매우 순조로웠다.
채형석의 버프를 받은 지크는 등장하는 몬스터들, 그러니까 각양각색의 고블린들을 무차별적으로 쓸어버렸다.
물론 등장하는 몬스터들의 생명력이 워낙에 높아서, 사냥 속도가 더딘 건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 정도면 충분히 할 만한 수준이었다.
그간 지크가 워낙에 강력한 탓에 던전 공략을 무슨 게 눈 감추듯 빠르게 해서 그렇지, 사실 이게 정상적인 속도였다.
그 결과.
[알림: 506레벨 달성!] [알림: 507레벨 달성!] [알림: 508레벨 달성!]지크는 10시간 만에 무려 3레벨을 올렸다.
에 등장하는 고블린들이 경험치를 워낙에 많이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고블린들이 준 건 비단 경험치뿐만이 아니었다.
고대던전답게, 고블린들은 각종 유물과 레전더리 아이템을 완제품으로 드랍했다.
물론 지크가 원하는 유물 등급의 무기는 드랍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좀 쉬자.”
채형석이 지크에게 말했다.
“힘들어 죽겠다. 벌써 10시간째야.”
“조금만 더 하자.”
“뭐?!”
“딱 저기까지만.”
지크가 저 멀리 목책으로 둘러싸인 시설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은 고블린들의 근거지로써, 나무로 만들어진 요새였다.
저 멀리 보이는 망루에 고블린 한 마리가 망원경을 들고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걸 보면, 일종의 군사적 거점인 것 같았다.
“딱 봐도 챔피언 몬스터가 있을 것 같지 않냐?”
“그야 흔한 패턴이긴 하지.”
“규모를 보면 몬스터가 있어봤자 얼마나 있겠냐? 저기만 공략하고 쉬자.”
지크의 말대로, 요새의 규모는 매우 작았다.
그래서 그 안에 몬스터가 있어 봤자 100마리나 나올까 싶었다.
“그래. 딱 저기까지만 공략하고 쉬는 거다.”
“오케이.”
지크는 채형석의 동의를 얻자마자 요새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뿌우우우우우!
그러자 망루 위에 있던 정찰병이 지크를 발견하고 뿔나팔을 불어서 요새 안에 있던 고블린들을 일깨웠다.
뒤이어 요새의 문이 열리고, 고블린 병사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어? 어어어?”
지크는 요새에서 튀어나오는 고블린들을 보고 뛰던 걸 멈췄다.
그리고는 슬슬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키힛!”
“케에에에엑!”
“킥킥!”
그 작은 요새에서 튀어나오는 고블린의 숫자가 수천 마리는 족히 넘을 것 같을 정도로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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