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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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레키온 제국은 프로아 왕국뿐만 아니라 게이머들조차 적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서, 미켈레는 마우레키온 제국을 이해했다.
“사실 우리의 입장에서 모험가들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불편한 존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네에?”
나인테일이 깜짝 놀랐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말 그대로입니다.”
미켈레가 설명했다.
“모험가들의 성장 속도는 빠릅니다. 그들은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대륙 각지를 돌며 강함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불사의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요?”
“모험가들은 그들이 가진 초월의 룬을 통해 끊임없이 성장합니다. 게다가 빠릅니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모험가들이 우리 세계의 지배계층으로 성장할 겁니다.”
“……!”
“강력한 불사의 존재들이 수억 명입니다. 그들이 한데 모여 국가를 세우거나, 혹은 쿠데타를 일으키면 어떻겠습니까?”
“그야….”
나인테일이 대답했다.
“우리 세계의 사람들로서는 버틸 수가 없겠죠.”
“맞습니다.”
미켈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에 마우레키온 제국은 모험가들을 국가를 전복시킬 수 있는 위험 요소로 판단한 겁니다.”
“정말 무섭네요. 마우레키온 제국은.”
나인테일이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본국을 멸망시키려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모험가들마저 말살시키려 하다니….”
“그런 무시무시한 광기가 있었기에 그런 대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겠지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하죠?”
“정보가 필요합니다.”
“어떤 정보요?”
“마우레키온 제국이 어떠한 방식으로 모험가들을 말살시킬지, 그 방법을 알아내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제가 알아볼게요.”
나인테일은 마우레키온 제국의 비밀 문건을 오랜 시간 동안 추적해왔으므로, 정보 수집에 대한 노하우가 많았다.
대륙 전체를 뒤져봐도 나인테일만큼 뛰어난 첩보 활동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오직 그녀만이 마우레키온 제국의 비밀을 캐낼 수 있을 것이다.
“예, 나인테일 정보국장님. 부탁드립니다.”
미켈레가 나인테일에게 말했다.
“그 어떤 때보다 많은 피를 흘릴, 세계가 무너질 수도 있을 큰 전쟁이 닥쳐올 겁니다. 이에 따라 우린 대비가 필요합니다.”
“알겠어요. 해볼게요.”
나인테일은 조국인 프로아 제국과 대륙의 평화를 위해 정보 수집을 계속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마우레키온 제국의 선택이 옳았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긴 했다.
NPC의 입장에서, 게이머들은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인 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인테일이 정보 수집을 계속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프로아 제국을 무너뜨리고 게이머들까지 말살—그게 어떻게 가능할지는 몰라도—시킨 마우레키온 제국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세계는 마우레키온 제국이 주도하는 질서 아래 놓이게 될 것이고, 황가와 귀족들의 폭정이 시작되기라도 하면 걷잡을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언젠가는 전국 각지에서 반란이 일어날 테고, 그에 따라 내전이 벌어질 것이며, 수없이 많은 인명피해가 또다시 발생할 게 분명했다.
끊임없이 피가 흐르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저 마우레키온 제국의 광기가 프로아 제국과 모험가들에 이어 어디까지 번져 나갈지도 알 수가 없었고.
‘막아야 해.’
나인테일은 이를 악물었다.
‘한낱 좀도둑에 불과했던 내게… 세계를 지켜낼 기회가 생긴 거야. 해내고 말겠어.’
어느새 진정한 의미에서의 개과천선을 이루게 된 나인테일이었다.
***
한편, 고블린 제국의 황궁에 입성한 지크는 엄청난 무력을 선보이며 한바탕 대학살극을 벌이고 있었다.
“케헥!”
“캬아아아악!”
황궁 안에 있던 고블린 기사들은 그런 지크의 엄청난 무력 앞에 속절없이 쓰러져갔다.
그러면 그럴수록 지크는 더 강해졌다.
적이 흘린 피를 흡수해 보호막을 생성하는 의 특수효과 덕분에, 어지간한 공격에는 옷깃 하나 상하지 않았다.
방어막을 뚫는 데 성공한다 한들,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방어막을 뚫는다 해도, 지크의 방어력까지 뚫는 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크는 고블린 황제가 있는 어전까지 파죽지세의 기세로, 마치 불도저처럼 고속도로를 내며 전진할 수 있었다.
한편, 지크의 동료들은 고블린 제국의 황궁 앞에 도착한 후 기겁했다.
피의 길.
지크가 지나간 자리에는 산더미처럼 쌓인 고블린들의 사체가 가득했다.
“이걸 다… 죽이고… 지나갔다고?”
천우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이 말도 안 되는 광경에 혀를 내둘렀다.
평범한 게이머들에게 있어 고대던전은 여전히 너무나도 어려운, 최종 콘텐츠란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은 곳이었다.
그런 고대던전을 이렇듯 학살하다시피 하면서 지나가 버릴 줄이야….
남들은 몇 날 며칠을 고생해가면서 깨는데, 정작 지크는 혼자 타임어택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진짜 미친놈….”
그러는 사이 지크는 어느새 보스 몬스터인 고블린 황제가 머무르는 어전 앞에 도착해 있었다.
“후우.”
지크는 보스 방에 입장하기 전 깊게 심호흡하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곳까지 오면서 단 1초도 쉬지 않고 을 휘두르며 길을 뚫느라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야… 좀 쉬다 가면 안 되냐?”
채형석이 지크에게 말했다.
“하아, 하아….”
채형석은 꽤나 지쳐 있었다.
지크가 적들을 쓸어버리고 이동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따라가는 것조차 벅찼던 것이다.
“뀨! 채형석 체력 형편없다! 스쿼트 좀 더해야겠다! 뀨우!”
“뭐? 이 쥐새끼가!”
채형석이 햄찌의 놀림에 눈을 부라렸다.
그러나….
퍼억!
거대화한 햄찌가 그 큰 앞발을 휘둘러 채형석의 머리통을 내리찍었다.
“꾸웨엑!”
쓰러진 채형석.
“어디서 눈알을 부라리냐! 뀨우!”
“컥… 자, 잘못했….”
“행동 똑바로 해라! 뀨! 서열 확실해야 한다! 뀨우! 채형석 햄찌 밑이다! 뀨우우!”
“…….”
“한 번만 더 까불면 뚝배기 깨버릴 줄 알아라! 뀨우!”
햄찌는 지크를 따라 레벨이 많이 올라서, 이제는 본체로 변신하지 않고도 마스터를 혼자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즉, 채형석보다 전투력이 강한 것이다.
‘비, 빌어먹을… 이젠 쥐새끼한테도 처맞다니….’
채형석은 속으로 통곡했다.
“자식.”
지크는 그런 채형석의 모습을 바라보며 피식 웃어주고는, 보스 방의 문을 열었다.
피곤해서 쉬고 싶기는 했다.
그러나 보스인 고블린 황제 처치만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후딱 던전을 클리어하고 쉬려는 것이다.
***
끼이익!
문이 열리고.
“네놈이… 짐의 제국을 침공한 침략자로구나. 키힛.”
옥좌에 앉은 황금색 고블린이 어눌한 발음으로 말했다.
망토를 입고, 화려한 왕관까지 쓰고 있는 걸 보니 누가 봐도 황제의 지위를 가진 놈이 분명했다.
[고블린 황제 고디악]고블린 제국의 황제.
온몸에 금칠을 한 황금 고블린이며, 매우 강력한 주술을 구사하는 주술사이다.
•존재 구분 : NPC (몬스터)
•종족 : 고블린
•소속 : 고블린 제국
•지위 : 황제
•레벨 : 650
•클래스 : 컨저링 샤먼
•특이사항 : 이 몬스터를 처치하면 고블린 제국이 무너집니다!
그러나, 화려한 왕관보다 더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
고블린 제국의 황제 고디악의 생명력은 엄청나게 높았다.
‘실화냐….’
지크는 고디악의 생명력 게이지가 몇 줄인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최소 수천 줄.
많으면 만 단위까지 갈지도 몰랐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지크에게는 적의 생명력을 30퍼센트나 날려버리는 이 있었다.
상대의 생명력 게이지가 1,000줄이면 한 번에 300줄을 날려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5퍼센트의 확률로 들어간다는 게 약간은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상관없어. 얼른 끝내고 쉬자.’
지크는 그런 생각으로 을 움켜쥐고 고블린 황제인 고디악에게로 접근했다.
“고블린 주제에 황제는 개뿔. 시끄럽고, 목이나 내놔.”
“불경한 놈이로다.”
고디악이 옥좌에서 일어났다.
“네놈은 짐이 직접 엄벌에 처해… 응징할 것이니라.”
그와 동시에 고디악이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한 개의 해골에 여러 개의 방울이 매달려 있는 그 황금색 지팡이는, 딱 봐도 주술에 사용되는 매우 중요한 도구같이 보였다.
짜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뒤이어 고디악이 지팡이를 흔들자 방울 소리가 어전에 울려 퍼졌다.
‘윽.’
지크는 방울 소리가 마치 귀를 찌르는 것 같고, 매우 불쾌해서 인상을 찌푸렸다.
‘거슬리게.’
지크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와 을 켜고 고디악에게 달려들었다.
그런 지크에게는 자신감이 넘쳤다.
왜?
지크는 마법사 계열 클래스들의 천적이었으니까.
지크는 상대가 누구든 마법을 주력으로 삼는 적이라면 을 통해 너무나도 손쉬운 승리를 거두어왔다.
적의 에너지 자원의 흐름을 방해하고 스킬 발동을 막는 이 마법사 계열 클래스들에게는 쥐약에 가까운, 죽음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찌르고.’
지크는 을 앞으로 쭉 내질러 고디악을 공격했다.
그런데.
‘어?’
지크는 순간 자신의 움직임이 이상하다는 걸 깨닫고, 화들짝 놀랐다.
분명히 을 앞으로 쭉 내질렀는데, 막상 몸은 뒷걸음질을 치며 창을 회수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그 순간.
파직! 파지직!
고디악을 중심으로 강력한 전류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법!’
지크는 그걸 보고 즉시 을 사용해 캐스팅을 끊으려 했다.
하지만 지크는 을 사용하지 못했다.
스으으!
지크로부터 강력한 방사능 에너지를 머금은 초록색 가스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뭐야!’
지크는 분명 을 사용했는데 스킬이 켜지자 당황한 것이다.
그러는 사이.
번쩍!
고디악의 캐스팅이 끝나고, 한 줄기 섬광이 번뜩였다.
다음 순간.
콰앙!
벼락이 내리쳐 지크의 정수리를 강타했다.
그 벼락의 데미지가 얼마나 강했느냐 하면, 피의 방어막을 부숴버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지크에게 큰 피해를 입혔을 정도였다.
[알림: 상태 이상!] [알림: 에 걸렸습니다!] [알림: 감전으로 인해 받는 피해가 50퍼센트 증가합니다!] [알림: 상태 이상!] [알림: 에 걸렸습니다!] [알림: 3초 동안 캐릭터를 통제할 수 없습니다!]스킬이 잘못 나간 대가는 매우 혹독했다.
“캬악! 짐의 징벌을 받아라! 케헷!”
고디악은 지크가 잠시 기절한 사이 또다시 주문을 외웠다.
우르릉!
그러자 지크의 머리 위에 시커먼 먹구름 하나가 생성되었다.
그 먹구름은 로 인해 비틀비틀거리며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지크를 계속해서 따라다니면서 번개를 떨어뜨렸다.
쾅! 콰앙! 쾅! 쾅! 콰앙!
뒤이어 작은 먹구름에서 번개가 쉴 새 없이 내리쳐 지크의 정수리를 강타했다.
[추적하는 번개구름]주문을 외운 사람이 지정한 대상을 영원히 따라다니며 번개를 내리칩니다.
이 구름은 대상이 죽으면 사라지며, 죽지 않으면 100년이고 1,000년이고 번개를 떨굽니다.
은 마법이 아니라 주술적인 저주에 가까웠다.
대상이 죽을 때까지 번개를 떨궈서 결국엔 죽게 만드는, 아주 악랄하고 사악한 주술 말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