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193
1192
“너도 결국 템빨이었구나….”
지크가 허우적거리는 고디악을 경멸에 찬 눈초리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천계의 감옥인 에 갇혀 있던 마물이라서 엄청나게 강한 존재일 줄 알았더니, 그냥 상대하기 까다로운 고블린에 불과했을 줄이야….
물론 그냥 고블린치고는 엄청나게 강하고, 또 패턴이 괴랄하게 어렵긴 했지만 말이다.
“키, 키힛! 다, 당장! 내 지팡이를! 키힛!”
“그냥 죽어, 죽어.”
지크가 의 창대로 고디악의 머리통을 내리쳤다.
퍽! 퍼억!
고디악은 그런 지크의 공격에 이렇다 할 반항도 못 했다.
에 걸려 허우적거리느라 반격은커녕, 제 몸 하나 가누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고디악은 맷집이 엄청 세서, 죽지도 않았다.
게다가 생명력 또한 엄청나게 높아서, 평타로는 큰 피해를 입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런 고디악의 생명력이 쭉쭉 깎여 나갔다.
낮은 확률로 적의 생명력을 30퍼센트 깎는 의 특수효과 덕분에, 평타만 때렸음에도 생명력이 쭉쭉 줄어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고디악의 생명력이 아주 조금 남았을 때.
푸욱!
이 고디악의 머리통을 꿰뚫었다.
“꾸웨엑!”
쓰러진 고디악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툭, 툭, 툭, 툭, 툭!
죽은 고디악으로부터 황금이 가득 든 주머니들과 보물 상자, 각종 유물,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 등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화, 황금 고블린이라서 그런 건가?’
고디악이 지니고 있던 금은보화들이 떨어진 것이다.
‘개, 개꿀….’
지크는 을 불러들여서 고디악이 떨군 산더미 같은 금은보화들을 모조리 아공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중략)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그뿐만이 아니었다.
[알림: 고블린 황제 고디악을 처치하셨습니다!] [알림: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알림: 레벨이 올랐습니다!] [알림: 517레벨 달성!] [알림: 518레벨 달성!] [알림: 519레벨 달성!] [알림: 520레벨 달성!] [알림: 521레벨 달성!]그렇게 지크는 의 던전을 클리어하고 레벨 업을 이루었다.
‘오?’
지크는 늘어난 스킬 포인트를 이용해 에 투자했다.
[알림: 스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알림: 스킬의 명칭이 으로 변경되었습니다!]이제 적을 8방만 때리면 즉사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이라서 10방을 때려야 즉사시킬 수 있었지만, 이제는 타격 횟수가 2회나 줄어들었다.
그만큼 지크는 더욱 강해진 셈이었다.
강자들 간의 대결에서는 단 한 방을 더 때리는 것도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었으니, 비약적인 강함을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렙 업 많이 해서 무적을 이루어야 해.’
지크는 지금의 을 기어코 으로 업그레이드시키고 싶었다.
단 한 방.
딱 한 방에 적을 즉사시키는 의 경지를 이루고 싶었던 것이다.
***
그렇게 고대던전인 은 지크의 원맨쇼로 끝이 났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오늘은 쉬고, 내일 다른 던전에서 뵈어요.”
지크는 동료들을 떠나보내고, 로그아웃해서 쉴 생각이었다.
을 홀로 클리어하다시피 했으니, 피곤한 게 당연했다.
‘내일부터는 고대던전 도장 깨기다.’
지크는 한숨 자고 나서 프로아 제국의 영토 내에 있는 고대던전들을 차례차례 클리어하며, 결국엔 그 씨를 말릴 생각이었다.
고대던전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아서, 그냥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되었다.
물론 게이머들이 알아서 클리어하게 내버려 둘 수도 있지만, 그건 너무 불안했다.
게이머들이 미덥지 못한 게 아니라, 자칫 고대던전들이 폭주했다가는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크는 프로아 제국의 영토 내에 있는 고대던전들만큼은 자신이 직접 클리어할 생각이었다.
이건과의 재대결에 대비해 겸사겸사 레벨 업도 이룰 겸 말이다.
그래서 지크는 일단 로그아웃하고,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되었다.
지크는 또 다른 고대던전을 클리어하러 가기 전에, 프로아 제국에 들러 밀린 업무들을 처리했다.
그 과정에서 나인테일이 마우레키온 제국의 비밀 문건 해독에 성공했단 보고를 들었다.
“…진짜 미친놈들.”
지크는 마우레키온 제국이 게이머들까지 말살시킬 계획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혀를 내둘렀다.
물론 그게 가능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NPC들이 게이머들을 무슨 수로 말살시킨단 말인가?
감옥에 가둬두고 정지를 때릴 수는 있지만, 그 외에 딱히 제재를 가할 수단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막말로, NPC들로 이루어진 집단인 마우레키온 제국이 게이머들에게 계정 영구삭제를 때릴 수는 없지 않은가?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그때, 미켈레가 말했다.
“저들이 이 계획을 어떻게 실행시킬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나인테일 정보국장이 계속해서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잘했어. 계속 추적해야 돼. 적들의 의도를 알아도, 실행 방법을 모르면 막을 수 없으니까.”
“예, 폐하.”
“함대는?”
지크가 물었다.
“현재 본국의 기술자들과 코랄 종족의 기술자들이 협력해서 비밀리에 제작 중입니다. 총 5척이 제작에 들어갔고, 몇 개월 후에는 완성될 예정입니다.”
“오케이.”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긴장 놓으면 안 돼. 전군이 언제든 전쟁을 치를 수 있도록 준비시켜놔야 해.”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켈레가 조심스레 말했다.
“아이린 황녀는 어떻게 하실 예정이십니까?”
“아.”
“그녀의 속은 정확히 모르지만, 그녀는 명백한 간첩입니다. 또한, 잠재적 위험이기도 합니다.”
“으음.”
“만약 본국과 마우레키온 제국 간의 전쟁이 벌어지면, 그녀가 이끄는 마우레키온 제국의 군대가 얼마나 치명적인 적으로 돌변하겠습니까?”
아이린이 이끄는 마우레키온 제국 제8군단은 아직도 프로아 제국을 떠나지 않고 주둔 중이었다.
프로아 제국의 입장에서는 괜히 마우레키온 제국을 경계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그냥 내버려 두고 있었고, 마우레키온 제국은 언제든 프로아 제국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 군대를 철수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린 황녀가 간첩 노릇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건….”
지크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내가 만나보고 처리할게.”
“직접 하십니까?”
“그래야지.”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스칼 좀 불러 줘.”
“예, 폐하.”
그렇게 지크는 슈트카르트 황제의 이복 여동생인 아이린 폰 포스테리오레를 한번 만나보기로 했다.
미켈레의 조언대로, 그녀를 더 이상 프로아 제국에 둘 수는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
슈트카르트 황제의 이복 여동생이자 마우레키온 제국의 황녀인 아이린은 최근 프로아 제국의 수도 프로이센에서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키고 다녔다.
성격상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가학적이며, 또 뭔가를 때려 부수는 걸 좋아하는 아이린에게 프로아 황궁의 생활이란 정말이지 지겨운 일이었다.
차라리 전쟁이 끊이지 않던 시절이라면 마우레키온 제국의 육군 제8군단을 이끌고 여기저기 때려 부수며 스트레스를 풀었을 텐데, 요즘은 그것마저도 안 되니 욕구불만이 터져버린 것이다.
그리고 지크가 그녀를 자주 보러 오지 않는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풀자니 프로아 황궁에는 무시무시한 강자들이 득실거리고, 또 사부가 버티고 있어서 마음껏 날뛸 수 없었다.
그래서 아이린은 틈만 나면 황궁을 나서 수도인 프로이센 시내를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사고를 치곤 했다.
술집에서 패싸움을 벌인다거나, 쇼핑몰에서 갑질을 하거나, 혹은 신형 마차의 성능을 시험해본답시고 도로를 통제하는 등등 온갖 개망나니 짓은 다 하고 다녔던 것이다.
덕분에 프로이센의 시민들은 아이린의 개망나니 짓에 매일같이 시달리는 중이었다.
문제는 그녀가 신분이 워낙 높아서, 프로아 제국으로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단 점이었다.
그래서 프로이센의 시민들은 아이린이 나타나면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치기 일쑤였다.
아이린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괜히 엮여 봤자 본인 인생만 피곤해진단 걸 모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린이었지만, 오늘만큼은 황궁을 나서지 않았다.
“으… 머리야.”
아이린은 침대에 누워 머리를 움켜쥐며 괴로워했다.
어젯밤 프로이센의 고급살롱에서 술을 몇 병이나 마신 건지, 숙취가 심해서 도저히 일어나는 게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런 아이린을 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일이 생겼으니….
“아이린 전하, 황제 폐하께서 뵙기를 청하옵니다.”
“뭐?!”
아이린은 시녀의 보고에 화들짝 놀라며 일어났다.
“가, 갑자기?”
“그러하옵니다.”
“자, 잠깐만! 진짜 잠깐만! 시녀들 뭐해! 빨리 붙어!”
아이린은 지크가 왔단 말에 황급히 샤워하고, 화장을 했으며, 옷도 갈아입었다.
그 과정이 무려 2시간 동안 계속되어서, 지크는 밖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그렇게 한 차례 전투와 같았던 2시간이 흐른 후.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지크가 아이린에게 인사했다.
‘아. 진짜. 얼굴 한 번 보는데 2시간을 기다리게 만드네. 거 쌩얼이면 어떻고, 화장하면 어떻다고.’
지크는 아이린에게 관심이 1도 없었으므로, 그녀가 예쁘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몸단장을 한답시고 2시간 동안 기다리게 만든 게 짜증이 났을 뿐….
“어, 어쩐 일이야?”
“뵙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다가?”
아이린은 지크가 오랫동안 자신을 찾아오지 않은 것에 단단히 삐친 모양이었다.
‘나에 대해서 호의적인 것 같기는 한데.’
지크는 그런 아이린의 태도에서, 딱히 악의 같은 걸 느낄 수는 없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지크는 아이린 역시 마우레키온 제국의 장기말 중 하나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아이린이 어떤 마음이든, 마우레키온 제국이 악용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걸 잊지 않은 것이다.
“근데….”
아이린이 지크와 함께 온 오스칼을 돌아보았다.
“너는 왜 온 거야?”
“저는 폐하의 명령에 따라 온 것입니다.”
오스칼이 아이린의 물음에 매우 사무적이고 딱딱한 어조로 대답했다.
실제로, 오스칼은 아이린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가 수도 프로이센에서 벌이는 온갖 개망나니 짓에 대한 보고를 다 들어서, 아주 정나미가 떨어졌던 것이다.
게다가 고귀한 기사이자 프로아 제국의 육군 총사령관인 오스칼에게 있어서, 아이린은 적국의 황녀였다.
곱게 보일 리가 없는 것이다.
“넌 좀 빠져줄래? 너 있으면 불편하니까.”
아이린이 오스칼에게 말할 때였다.
“오스칼 경.”
지크가 오스칼을 돌아보았다.
“예, 폐하.”
“검증하세요.”
“명령,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다음 순간.
스릉!
오스칼이 를 빼 들어 아이린의 목 언저리에 가져다 대었다.
“이, 이게 뭐하는 거야!!!”
아이린이 빽! 하고 소리쳤다.
“움직이지 마십시오.”
오스칼이 차가운 목소리로 아이린에게 경고했다.
“이 검은 진실을 말하게 하는 것 뿐 아니라, 당신의 목을 벨 수도 있습니다.”
“이… 이이…!!!”
아이린이 분개했다.
“이 사실을 오빠가 알면 넌….”
거기까지.
주르륵!
아이린의 목 언저리에서 빨간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묻는 말에나 대답하십시오.”
“흐으윽!”
“당신은.”
오스칼이 아이린에게 물었다.
“마우레키온 제국의 명령에 따라, 본국의 정보를 수집한 적이 있습니까?”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