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204
1203
지크는 헤르베르트의 미완성 유작 완성을 의뢰해놓은 뒤 로그아웃하고, 현실에서 휴식을 취했다.
며칠 동안 그리칼레를 처치하기 위해 던전을 헤맸더니, 아주 피곤했던 것이다.
태성은 잠을 푹 잔 뒤 일어나 공복 상태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진행하고, 간단하게 커피를 한 잔 마신 뒤 집을 나섰다.
그런 태성을 반긴 건 용설화였다.
“어? 오빠 나왔어? 내가 가려고 했는데.”
용설화는 태성이 사는 집 바로 앞집에 살고 있었으므로, 사실상 두 사람은 동거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실제로, 최근에는 매일 같은 침대에서 자다시피 했다.
서로 짐만 각자의 집에 있다 뿐이지, 몸은 항상 붙어 있었던 것이다.
“오빠, 우리 어디 갈까?”
“바람 쐬러 가자.”
“그럴까?”
“내가 운전할게.”
“응.”
태성은 페라리를 몰고 남양주로 향했다.
그런 뒤 남양주로 가서, 한강 변을 낀 그림같이 예쁜 카페에 도착했다.
“우와. 오빠, 이런 데를 어떻게 찾았어?”
용설화는 카페의 아름다움에 무척이나 감탄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카페는 여느 카페와는 다르게 건물에 쓰인 재료도 하나같이 고급이었을뿐더러 관리도 엄청나게 잘 되어 있었다.
또한, 테이블과 의자들 역시도 매우 고급스러웠다.
게다가 한강을 바로 앞에 끼고 있어서, 풍경 역시 매우 아름다웠다.
‘이런 데가 있었나?’
용설화는 자신이 아는 맛집, 그리고 예쁜 카페 리스트에 이런 곳이 있었는지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그러나 남양주에 자리한 하고많은 음식점과 카페 중 이런 곳이 있단 이야기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좋은 곳이라면 사람들이 드나들면서 SNS에 후기가 올라오고 입소문이 퍼져야 정상이었기 때문이다.
“여기 내 거야.”
“으응?”
용설화는 태성의 대답에 제 귀를 의심했다.
“오빠… 거라고?”
“응.”
태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2년 전쯤인가? 혼자 커피 마시러 다니다, 내 개인 카페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땅을 좀 사뒀어. 그러다가 실력 좋은 건축디자이너 섭외해서 공사하고, 바리스타들 고용하고 그랬지. 최근에 완성됐는데, 장사는 안 하고 있어.”
“왜?”
“돈 벌 필요 없으니까.”
“아.”
용설화는 태성의 대답에 그 이유를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태성은 이제 돈을 벌 필요가 없었다.
태성은 조 단위의 재산을 쌓은 부자였다.
강남 한복판에 고층 빌딩을 여러 채 가지고 있었고, 엄청난 주식 부자였으며, 현금 또한 수천억 원을 가지고 있었다.
그냥 앉아서 숨만 쉬어도 하루에 몇억을 버는 태성이었으니, 굳이 카페를 오픈해서 장사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짓고 보니까, 다른 사람들이랑 공유하기보다는 그냥 너랑 편히 쉬러 오는 장소로 남겨두고 싶어서.”
“감동이야.”
용설화가 태성의 어깨에 기댔다.
“그래도 너무 아까우니까, 우리 안 올 때는 그냥 장사하자. 수익은 기부하면 되잖아.”
“그럴까?”
“응. 어차피 오빠한테는 필요 없는 돈이니까, 장사로 번 돈은 필요한 곳에 기부하는 게 어때?”
“좋아.”
태성은 용설화의 예쁜 마음씨에 감동하며, 앞으로 이 카페를 운영해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하기로 했다.
평생을 다 쓰지 못할 재산을 모으고 나니,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데 돈을 쓰는 게 전혀 아깝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래. 앞으로 자선사업도 좀 하면서 살자.’
그렇게 태성은 자신이 이룩한 부(富)를 일정 부분 사회에 환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건 다 용설화 덕분이었다.
용설화의 착한 마음씨가 태성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태성도 점점 더 따뜻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
다음 날 오후.
로그인한 지크는 황제로서 마땅히 해야 할 업무를 처리하고, 브륜힐트, 베르단디와 시간을 보낸 후 사부에게 찾아가 문안 인사를 올렸다.
그런 뒤 프로아 제국의 영토 안에 생긴 고대던전을 없애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던 중.
“폐하!”
크반트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어? 크반트 님. 어쩐 일이세요?”
지크는 헤르베르트의 미완성 유작 제작에 한창일 크반트가 대장간을 비우고 달려온 게 의아했다.
“폐하! 일전에 제작을 의뢰하셨던 아티펙트가 완성되었습니다!”
“아!”
지크는 그제야 크반트가 달려온 이유를 깨달았다.
“받으십시오.”
크반트가 지크에게 내민 건 에 장착할 수 있는 칼날이었다.
[필멸의 칼날]이 칼날 앞에 영원불멸한 것은 없을 것이다.
•타입 : 액세서리 (소모품)
•등급 : 초월
•공격력 : 0
•사용 가능 회수 : 10 / 10
•효과 :
– 효과 사용 시 적의 무기를 내구도와 관계없이 파괴함.
“오오!”
지크는 을 획득한 직후 에 장착시켰다.
철컥, 철컥!
그러자 에 위협적으로 번뜩이는 칼날이 부착되었고, 더욱 강력해져 보였다.
“마음에 드십니까?”
“들다마다요.”
지크가 씩 웃으며 크반트의 물음에 대답했다.
‘거의 완성이다.’
이로써 지크는 이건이 사용하는 사기 스킬인 에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이건은 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무기를 일종의 필터처럼 활용했다.
그런데 그 무기를 을 이용해 파괴한다면?
이건은 의 부작용을 극복할 수 없을 테고, 그럼 승리는 자연스럽게 지크의 것이 될 터였다.
‘아냐. 방심하지 말자.’
하지만 지크는 을 얻었다고 해서 자만하지 않기로 했다.
이건 역시도 재대결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이제 기본을 갖춘 거야. 레벨을 더 올려야 돼.’
이번에 을 이루긴 했지만, 아직 부족했다.
은 되어야 이건을 상대로 깔끔한 승리를 기대해볼 수 있을 터였다.
어디 그뿐인가?
만이 답이 아닐 수도 있었다.
이건이 어떠한 변수를 창출해낼지 몰랐기에 과 같은 궁극기에만 의존해서는 곤란했다.
실력도 더 키우고, 반응속도도 더 예민하게 유지해야 했으며, 레벨 업에 따른 캐릭터의 성장 역시도 필수적이었다.
그렇단 말은?
“햄찌야, 가자.”
“뀨!”
지크는 즉시 황궁을 나서 고대던전 클리어에 나섰다.
프로아 제국의 영토 안에 있는 모든 고대던전이 사라질 때까지 안심할 수가 없었다.
지난번 이 폭주해서 거대한 태풍을 생성해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기에, 한시라도 빨리 모든 고대던전을 없애는 게 아주 중요했기 때문이다.
***
한편, 나이델베르크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의 실패로 슈트카르트 황제의 신뢰를 잃었으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만회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이델베르크는 하루 온종일 프로아 제국을 위태롭게 만들고, 지크를 곤란하게 만들 궁리만을 했다.
그러나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 이외에 프로아 제국을 위태롭게 할 만한 수단은 마땅치가 않은 게 현실이었다.
프로아 제국은 마우레키온 제국의 뒤를 이어 세계 2위의 강대국으로서, 엄청나게 안정적이었다.
그래서 딱히 건드릴 부분이 없었다.
그렇다고 프로아 제국이 경계심을 갖게끔 티 나는 공작을 벌여서도 안 되었다.
물론 프로아 제국은 마우레키온 제국의 의도를 다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어떻게… 어떻게 한다….’
나이델베르크는 지도를 들여다보며 한참 동안이나 프로아 제국을 무너뜨릴 궁리를 했다.
그러던 중.
‘이곳이라면…?’
나이델베르크는 프로아 제국의 국경 근처에 있는 커다란 산 하나를 주목했다.
그 산의 이름은 라고 했으며, 산 모양이 말 그대로 드래곤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그리고 그 은 약 700년 주기로 폭발과 휴식을 반복하는, 아직도 살아 있는 활화산이었다.
물론 지금으로부터 약 150년 전에 한 번 폭발해서, 다음 폭발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여길 조기에 폭발시킬 수 있다면… 프로아 제국의 국토 절반이 초토화될 것이다.’
은 한 번 폭발할 때마다 역사서에 기록을 남길 정도로 무시무시한 재앙을 일으키는 곳이었기에, 위력은 충분했다.
문제는 어떻게 휴식 중인 화산을 강제로 폭발시키느냐는 것.
‘마법사들을 동원해보자.’
나이델베르크는 그런 생각으로, 제국의 마법사들을 또 한 번 총동원했다.
저비용 고효율.
자연재해를 이용한 테러가 그 어떤 것보다 파괴력이 크고, 또 위협적이라는 걸 알았기에 한 번 더 시도해보려는 것이다.
***
프로아 제국에 자리한 고대던전인 는 매우 기이한 던전이었다.
는 발생 초창기, 수없이 많은 게이머들이 클리어에 도전했지만, 아무도 성공한 이가 없었다.
물론 다른 수백여 개의 고대던전들 역시 클리어가 되지는 않았지만 의 경우 케이스가 전혀 달랐다.
에는 몬스터가 단 한 마리도 등장하지 않았다.
딱히 오브젝트 같은 것도 없었으며, 그렇다고 보스 몬스터 홀로 덩그러니 있는 던전도 아니었다.
그저 폐허가 된 고대도시에 집집마다, 거리마다 하얀 백골(白骨)만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을 뿐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던전은 점점 말 그대로 버려진 곳이 되어버렸다.
텅 빈 던전에 도전할 게이머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던전은 고대던전 초창기에 도전했던 게이머들을 제외하면, 누구도 찾지 않았다.
그런데 그 던전이 폭주를 일으켰단 보고가 올라왔고, 지크는 황급히 그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으음?”
지크는 프로아 제국군을 이끌고 주변을 수색했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던전이 폭주했던 것처럼 거대한 태풍이 불지도 않았고, 대지진이 일어난 것도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몬스터 웨이브가 나타나지도 않았다.
기이한 일이었다.
고대던전이 폭주하면 분명히 대재앙이 벌어지기 마련일 텐데….
“주변 수색 철저히 하시고, 이상 징후 포착 시 즉시 보고 바랍니다.”
“예, 폐하!”
지크는 일단 던전 근처에서 철수하고, 다른 고대던전 공략에 나섰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났을 때.
“뀨! 주인 놈아! 오늘은 어디로 가냐!”
“저~어기 무슨 고대 오크 제국이라는 던전이 있대.”
“뀨! 가자!”
지크는 여느 때처럼 고대던전 공략하러 길을 나섰다가, 갑작스럽게 올라온 보고를 받았다.
“폐하!”
미켈레가 황급히 지크의 앞을 가로막았다.
“남부에 위치한 도시 한 개와 일곱 개의 마을에 전염병이 돌아 백성들이 모조리 몰살당했다고 합니다.”
“어?!”
지크는 깜짝 놀랐다.
“전염병에 몰살을 당했다고?”
“그렇습니다, 폐하.”
“어떻게?”
“전염병에 감염된 백성들 모두 온몸이 시커멓게 물들다가 아주 빠르게 죽어 나갔다고 합니다. 게다가 전염병에 걸려 죽은 이를 묻어주었던 묘지기가 그날 밤에 같은 병으로 죽었을 정도로, 병의 진행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것으로 보입니다.”
“어딘데?”
지크가 물었다.
“여기입니다.”
미켈레가 지도를 펴서 역병이 돈다는 지역을 가리켰다.
“여긴….”
지크는 역병이 도는 지역이 던전 근처라는 걸 확인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뭐가 나오긴 나왔나 보네.”
지크는 해당 지역에 퍼진 전염병이 폭주한 던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아닐 가능성도 있었다.
왜?
게임 속 세상에는 이따금 전염병이 돌기도 하니까.
그러나 가 폭주했던 곳 근처인지라, 연관성이 강하게 의심되었다.
“내가 가볼게.”
그래서 지크는 전염병이 도는 지역을 직접 조사해보기로 했다.
대재앙이 벌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으므로,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지크 본인이 직접 나서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