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21
120
[납치된 말괄량이]•분류 : 스페셜 연계 퀘스트 1
노르드족들의 터전인 흑색 군도로 가 오스칼의 여동생을 구하는 것을 도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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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칼의 충성심 +1,000
퀘스트의 내용은 간단했다.
하지만 퀘스트의 난이도는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흑색 군도로 가라고? 대놓고 적진 한복판을 뒤적이라는 건데?’
자살 특공대들에게 주어질 법한 퀘스트였다.
하지만 지크는 망설이지 않았다.
“오스칼 경.”
“예, 전하.”
“휴가를 드리겠습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그리고 저도 가겠습니다.”
“……!”
“오스칼 경의 여동생을 구하는 일인데 당연히 도와야죠.”
그 결정은 천우진이 준 퀘스트와는 전혀 무관한, 오직 오스칼을 위해서였다.
“아닙니다, 전하. 이것은 소신의 개인적인 일입니다. 전하께서는….”
“오스칼 경의 일이 제 일이고, 제 일이 곧 오스칼 경의 일인데요?”
“저, 전하…!”
순간 오스칼의 얼굴에 약간 감동받은 표정이 살짝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제 소중한 부하인 오스칼 경을 노르드족이 득실대는 곳에 혼자 보낼 순 없죠.”
“하오나….”
“갑시다.”
지크가 돌아섰다.
***
다시 항구로 가는 길.
“오스칼 경은 어째서 마사바의 기사가 아니라 프로아의 기사가 되기로 한 겁니까?”
지크가 물었다.
“제가 아주 어릴 적에….”
오스칼이 대답했다.
“프로아의 기사님께서 목숨을 구해주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 후로 기사란 직업을 동경하게 되었고, 그분을 따라 프로아에 봉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아하. 그럼 그 기사분은요? 아직도….”
“전투 중 전사하셨습니다.”
“아….”
“제가 맥캘란 왕국의 기사 아카데미에서 기사 수업을 마치고 정식으로 기사가 된 날이었습니다. 그날 몬스터들의 습격이 있었고, 그분은 전투 중 전사하셨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오스칼의 말투는 평소처럼 덤덤하고, 또 차분하기긴 했지만, 왠지 모르게 슬프게 들렸다.
“오스칼 경….”
“다 지나간 일일 뿐입니다. 그분은 기사셨습니다. 검을 든 순간부터 적에게 죽음을 맞이할 각오쯤은 하고 계셨던 분이셨지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기사, 언젠가는 전투 중 전사할지도 모릅니다.”
칼을 들었으면 죽을 각오부터 하라.
기사뿐만 아니라 무인이라면 마땅히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었다.
“기사로서 전투 중 전사하는 건 명예로운 일, 그분도 그리 원통해 하지는 않으셨을 겁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제 곁에 계신 전하를 위해 전하의 적들과 싸우다 전사할지라도, 조금의 아쉬움도 없습니다.”
“그럴 일 없어요, 오스칼 경.”
지크가 미소를 지었다.
“오스칼 경이 왜 죽어요? 적들만 죽어야지.”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걸 가능하게 만들어야 진짜 능력 있는 군주죠. 그리고 만에 하나 오스칼 경에 죽기라도 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되살려낼 테니까 그렇게 아세요.”
“저는 전하처럼 이계에서 강림한 존재가 아니라서 되살아날 수가 없는 몸입니다.”
“아. 몰라요, 몰라.”
지크가 ‘아몰랑’을 시전했다.
“다 모르겠고, 죽으면 되살려내서라도 부려 먹어줄 생각이니까 험한 꼴 보기 싫으면 죽지 마세요. 알겠죠? 이건 명령입니다.”
“명령, 받들겠습니다.”
오스칼이 희게 웃었다.
이렇듯 부하를 아끼는 군주라니?
오스칼은 지크가 조금 무책임하긴 해도, 인간적으로 끌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떻게 오스칼 경의 여동생을 구하죠? 일단 쳐들어가서 까고 부숴야 하나?”
“효, 횽님? 그건 좀 자살행위 아닙니까?”
승구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어떡하지? 당장 오스칼 경의 여동생이 어디로 잡혀갔는지도 모르잖아.”
“그, 그건 그렇지만 너무 대놓고 쳐들어가시는 거 아닙니까? 그냥 적당히 위장을 해서….”
그때, 오스칼이 말했다.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방법이요?”
“노르드족의 관습을 이용하면 됩니다.”
“노르드족의 관습이요?”
“노르드족은 전쟁을 신성시하고 강자를 숭배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그걸 이용할 생각입니다.”
“어떻게요?”
“다음 전투가 벌어졌을 때, 노르드족의 고위급 장교 하나를 찾아야 합니다. 최소 장성급 이상의 장군을요.”
“아하?”
순간 지크의 시선이 자신의 허리춤에 매달린 을 스쳤다.
“그런 다음에요?”
“전투가 벌어지는 중에 일기토를 벌여 그자를 베면 됩니다. 그렇게 한 뒤 노르드족을 찾아가면, 그들에게 환대를 받을 겁니다.”
“예? 왜 환대를 받아요? 찢겨 죽을 것 같은데??”
지크는 오스칼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게 노르드족의 문화입니다. 그들은 전쟁 시 벌어졌던 싸움에 대해서는 어떠한 악감정도 갖지 않습니다. 오히려 강한 노르드족 전사를 쓰러뜨린 이라며 인정하고, 또 후하게 대접해주는 문화가 있습니다.”
“쿨해도 너무 쿨한데요?”
“저로서도 잘 이해할 수는 없는 문화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혹독한 극지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오직 강함을 추구할 필요가 있어서이지 싶습니다.”
“하긴. 문화라는 게 너무 이해하려고만 하면 오히려 어려운 법이겠죠.”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은 지구도, 한국도 아니었다.
게임 BNW 속 뉘르부르크 대륙이었다.
게다가 단순히 대륙인이 아닌 흑색 군도의 노르드족이라면, 상식적으로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기란 불가능한 일일 것이었다.
“그렇다고 하니… 그럼 일단 가볼까요?”
지크가 발걸음을 떼어놓았다.
“전하, 어디 가십니까? 그쪽은 항구 방향입니다.”
“가긴 어딜 갑니까, 흑색 군도로 가죠.”
“아직 노르드족의 지휘관을 베지 못했잖습니까. 다음 전투가 벌어질 때까지….”
“여기요.”
지크가 자신의 허리춤에 매달린 을 가리켰다.
“아까 하나 죽였거든요.”
“예? 벌써 적장을 베신 것입니까?”
“이게 탐나서… 하하….”
“…….”
“갑시다.”
지크가 발걸음도 가볍게 항구로 향했다.
***
몇 시간 후.
전투 중 나포한 아쿠아 러너를 탄 지크 일행은 마침내 노르드족의 영토 중 가장 큰 섬인 근처에 도달할 수 있었고, 순식간에 노르드족 해군 함대에 둘러싸였다.
“웬 놈들이냐!”
노르드족 해군 제독이 지크 일행을 향해 소리쳤다.
“사절단이다.”
오스칼이 지크를 대신해 대답했다.
“여기 계신 이분은 프로아 왕국의 국왕이신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전하시다. 용무가 있어 왔으니 노르드족 해군 제독은 예를 갖추라.”
“뭣이? 프로아 왕국? 프로아 왕국이라면 대륙에 여러 나라들 중에서도 가장 코딱지만 한 곳이 아닌가? 그따위 소국의 왕 주제에 감히….”
“이것을 보라.”
오스칼이 을 치켜들었다.
“오늘 오전. 전하께서는 너희 노르드족의 장군 위킹르를 베셨다. 그 대결은 신성한 전투 중 벌어진 대결이었으며, 누구의 개입도 없이 정정당당하게 일대일로 이루어졌다. 너희 해병대원 중에서 그 대결을 본 자들이 많을 테니, 확인해 보기를 바란다.”
“정말 그렇다면, 우리 노르드족은 너희 왕을 환대할 것이다.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물고기 밥으로 만들어줄 테니 각오는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말한 노르드족 해군 제독이 사실 확인을 위해 자리를 떠났다.
5분 후.
“귀하의 주군께서 위킹르 장군을 벤 것을 확인했소이다.”
다시 나타난 노르드족 해군 제독이 아까와는 180도 다른 태도로 말했다.
‘너무 쿨하잖아!’
지크는 그런 노르드족 해군 제독의 달라진 반응에 당황스러웠지만, 그러려니 할 수밖에 없었다.
전쟁을 신성시하고, 강자를 맹목적으로 숭상하는 문화가 있는 노르드족이라면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귀하의 주군을 우리 노르드족의 귀한 손님으로서 맞이하도록 하겠소. 쾌속정 대신 우리 군함으로 옮겨 타시겠소? 내 그대와 그대의 주군을 편히 모시리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지크 일행은 에서 노르드족의 큰 군함으로 갈아타게 되었다.
***
노르드족의 영토인 은 코딱지만 한 섬이 아니라 제주도 세 배 정도의 면적을 가진 큰 섬이었으므로, 지크 일행은 군함에서 마차로 갈아탄 후 수도인 에 도착해 노르드족의 왕을 영접할 수가 있었다.
“어서 오시오. 과인은 이 땅의 제왕 라이언베르트라고 하오. 프로아 왕국의 왕 지크프리트라고 하였소? 과인은 위킹르 장군을 전사의 안식처로 인도한 그대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이오.”
노르드족의 왕이 지크 일행을 환대했다.
[라이언베르트]노르드족의 왕으로서, 흑색 군도의 지배자이다.
•레벨 : 280
•존재 구분 : NPC(노르드족)
•직위 : 왕
•계급 : 대원수(★★★★★★)
•클래스 : 워 로드(War load)
•칭호 : 흑색 군도의 지배자 / 사자왕
노르드족의 왕 라이언베르트는 무려 280이라는, 상당히 고레벨의 NPC로서 거대한 덩치를 가진 사나이였다.
“프로아의 왕 지크프리트라고 합니다.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지크가 라이언베르트를 향해 인사했다.
“반갑소, 지크프리트. 내 그대가 지난번 전투에서 쌓아 올린 혁혁한 전공에 대해서는 이미 보고를 받은 터요. 일국의 왕이 몸소 그만한 무력을 뽐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터인데, 그대는 정말이지 존중할 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라 할 수 있겠소.”
“과찬이십니다.”
“그래, 어찌하여 나의 영토까지 몸소 발걸음을 하게 된 것이오?”
라이언베르트가 물었다.
“그대의 병사 중 하나가 내 기사의 여동생을 납치해 갔기에, 그녀를 되찾기 위해 왔습니다.”
“흐음. 전리품을 되찾으러 왔다는 말씀이시구려.”
“예? 전리품이요?”
지크가 눈살을 찌푸리자, 오스칼이 속삭였다.
“전하. 노르드족은 전쟁을 신성시하기에 전쟁을 통해 얻은 모든 것들을 전리품으로 싸잡아 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하.”
“그냥 그러려니 하시지요.”
하여간에, 노르드족은 전쟁과 전투에 엄청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았다.
“예, 뭐. 전리품이라면 전리품이겠죠. 어쨌거나 제 기사의 여동생을 찾으러 왔습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그 전리품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되찾아 갈 수 있을 것이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 되오. 과인이 그 전리품을 획득한 해병대원을 찾을 시간을 줄 수 있겠소? 하루 이틀이면 그 전리품을 획득한 해병대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오.”
노르드족의 문화 때문인지, 라이언베르트는 무척이나 정중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지크는 그런 라이언베르트의 정중한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고맙소. 프로아의 왕 지크프리트여.”
“별말씀을….”
“그럼 과인이 그 해병대원을 수소문하는 동안 우리 노르드족의 환대를 받으시오.”
그러자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납치된 말괄량이2]•분류 : 스페셜 연계 퀘스트 2
노르드족의 왕 라이언베르트가 납치된 오스칼의 여동생을 찾는 동안 극진한 대접을 받아라.
•진행률 : 0% (0/1)
•보상 :
– 노르드족 미녀 × 11
•주의 사항 : 극진한 대접을 받는 동안 최선을 다해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만약 극진한 대접에 불성실하게 임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노르드족의 분노를 사게 된다.
어째 퀘스트의 내용이 좀 이상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