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222
1221
지크의 예상대로, 아그네스가 죽자 메뚜기떼들은 온데간데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물론 메뚜기떼들이 사라졌다고 해서 피해가 없어진 건 아니었다.
농작물들의 피해는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그러나 메뚜기들이 활동한 시간이 극히 짧아서, 엄청나게 큰 피해가 발생한 건 아니었다.
이 정도면 프로아 제국에서 농민들에게 어느 정도 보상을 해주는 것으로 깔끔한 마무리가 가능했다.
‘다행이야.’
지크는 농민들이 피땀 흘려 일군 농작물들이 무사하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워프 게이트를 작동시켰다.
번쩍!
뒤이어 워프 게이트가 작동하며 눈앞의 풍경이 바뀌었다.
지크가 아그네스를 처치하고 향한 곳은 프로아 제국의 남부로, 피아로 강을 끼고 있는 곳이었다.
게다가 강의 하류는 바다와 이어져 어업이 매우 활성화된 곳이었고, 근처의 모든 도시와 마을에 크고 작은 부둣가가 자리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지크는 해당 지역에 도착하자마자 눈을 의심했다.
밝은 달빛에 비친 강물이 진한 와인 색으로 변해 있었다.
밤이라 그렇지, 만약 낮이었다면 강이 온통 시뻘겋게 보일 게 분명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윽!”
강에서 엄청난, 코를 찌르다 못해 정신마저 혼란하게 만드는 피비린내가 훅! 하고 풍겨왔다.
그리고….
“뀨! 주인 놈아! 저기 봐라!”
“아.”
지크는 햄찌가 가리킨 방향을 보고 탄식했다.
그곳에는 온갖 종류의 죽은 물고기들이 배를 허옇게 까뒤집은 채 수면 위에 둥둥 떠 올라 있었다.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것이다.
“아… 안 되는데….”
지크는 그 광경을 보고 길게 탄식했다.
대륙의 젖줄인 피아로 강은, 삶의 근본이 되는 매우 중요한 자연물이었다.
백성들은 피아로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고, 생활하는 데 필요한 물을 길어다 썼으며, 농업용수로도 활용했다.
인간의 삶에 있어서 물이 얼마나 중요한 자원인지를 떠올려 보면, 피아로 강이 얼마나 소중한 수자원인지는 백 번 천 번 강조해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애초에 문명의 발생 역시도 강가 주변에서 벌어지지 않던가?
그렇기에 피아로 강이 핏물로 변했다는 건 백성들의 민생이 파탄 난다는 걸 의미했다.
피아로 강을 통해 먹고 살던 백성들에게는 그야말로 대재앙이 닥친 것이다.
농업용수를 끌어올 수가 없게 되니, 농사가 제대로 되지 않으리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그렇게 되면 흉작이 들 테고, 올해 농사가 박살이 날 테니 역사상 유례없는 대기근이 발생할 게 분명했다.
어디 그뿐인가?
물고기들의 떼죽음으로 인해 양질의 단백질 공급이 끊길 테고, 또한 생활용수로 사용하던 물을 전혀 쓸 수 없게 되니 백성들이 영양과 수분을 섭취하는 것도 어려워지리라는 건 당연지사.
얼핏 생각하면 별거 아니네, 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사실은 대재앙이 펼쳐진 것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막아야 해.’
지크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즉시 보스 몬스터를 찾기 위해 피아로 강 위를 비행했다.
을 켜서 주변을 수색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2시간이 넘도록 보스 몬스터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벌써 내뺀 건가?’
하지만 지크는 그럴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았다.
이번에 고대던전을 빠져나온 악마적 존재는 강을 피로 물들임으로써 재앙을 일으키는 만큼, 강 주변을 수색한다면 충분히 꼬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강줄기를 따라 동쪽으로, 동쪽으로 이동하던 중.
‘저기다!’
지크는 붉은색 핏물이 퍼져나가는 시작 지점에 도착했다.
핏물은 계속해서 동쪽으로 퍼져나가며 피아로 강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어디냐.’
지크는 자신의 시력, 청력, 그리고 을 모조리 동원해서 보스 몬스터의 위치를 파악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보스 몬스터는 역시나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붉은 핏물은 계속해서 그 영역을 넓혀 갔고, 피아로 강은 더더욱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피의 강이 되어가고 있었다.
‘빌어먹을! 어디인 거냐!’
지크는 보스 몬스터를 애타게 찾았지만, 대재앙의 원인은 좀처럼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뀨! 주인 놈아!”
그때, 햄찌가 지크에게 말했다.
“이럴 게 아니라 물속으로 들어가 보는 건 어떠냐! 뀨우!”
“뭐? 물속?”
“생각해 봐라! 뀨우! 위에 없으면 아래 있지 않겠냐! 뀨우!”
“그, 그런가?”
“한번 물속을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이 주변 일대를 스캔해주긴 했지만, 수면 아래까지 통찰해주는 건 아니었다.
‘맞아. 물속에 있을 수도 있어.’
지크는 속는 셈 치고 물속을 한번 확인해보기로 했다.
***
슈우우우!
급강하한 지크.
풍덩!
완벽한 다이빙 자세와 함께, 물보라가 튀어 올랐다.
물속은 어두웠다.
야심한 밤.
빛이라고는 달빛만이 전부라, 물속에서의 시야는 안 좋다 못해 암흑천지였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지크의 시력은 엄청나게 좋았기에, 야심한 밤 물속에서도 사물을 훤히 분간하는 게 가능했다.
이곳이 이 아닌 이상 굳이 을 사용할 필요조차 없었던 것이다.
‘어디지.’
지크는 저 멀리 핏물이 뭉클뭉클 솟아오르는 걸 보고, 그곳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결과.
– 끼익… 끼이이익….
거대한, 거의 긴수염고래만큼이나 큰 덩치를 지닌 메기가 핏물을 뿜어대며 물속을 헤집고 다니는 게 눈에 들어왔다.
[혈해의 베르스]천계의 감옥에 갇혀있던 악마적 존재 중 하나.
과거 세계의 강과 바다를 피바다로 만들며 생태계를 파괴해 대재앙을 일으킨 적이 있다.
•존재 구분 : 악마 (괴수형)
•종족 : 메기
•레벨 : 720
•클래스 : 블러드 씨(Sea)
•특이사항 :
– 10대 재앙 중 하나이므로, 상대하는 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과연 햄찌의 말대로 피아로 강을 피로 물들인 악마적 존재는 물속에 있었다.
‘미친. 이젠 하다 하다 메기냐.’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을 빼 들었다.
띠링!
그러자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퀘스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열 개의 재앙]천계의 감옥에 갇혀있다가 중간계로 도망친 악마적 존재들 중 가장 무시무시한 10명을 찾아내 처치하라.
•타입 : 스페셜 퀘스트 (주인공 전용)
•진행률 : 10% (1/10)
•보상 : +20레벨
•목록 :
– 창궐하는 메뚜기
– 핏빛 강 UP!
– 작렬하는 우박
– 들끓는 파리떼
– 끝없는 어둠
– 대멸종
– 부패의 저주
– 피를 빠는 기생충
– 울부짖는 짐승들
– 죽음의 노래
•참고 : 각 악마적 존재들은 사망 시 고유의 권능이 담긴 아이템을 드랍합니다.
10개의 아이템을 모두 모으면, 6개월 동안 대재앙을 일으킬 수 있는 권능을 얻게 됩니다!
지크는 이미 메뚜기떼를 부리는 를 처치했기에 퀘스트의 10분의 1을 클리어한 상태였다.
‘보상이 무려 20레벨?’
지크는 퀘스트의 보상이 무려 20레벨을 한꺼번에 올려준다는 걸 확인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보통 +5레벨, 혹은 +10레벨 퀘스트는 종종 보긴 했어도 무려 20레벨을 한꺼번에 올려주는 퀘스트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한 마리를 처치할 때마다 그 권능이 담긴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으니, 일석이조였다.
‘메뚜기 항아리가 그런 아이템이었구나. 그럼 얘도 항아리 같은 걸 주는 건가? 자신의 권능이 담긴?’
10대 재앙이 다 항아리를 주는지, 혹은 다른 형태의 아이템을 주는지 아직은 알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건, 일단 이 퀘스트가 시작된 이상 10대 재앙을 모두 지크가 처치해야 한단 거였다.
다른 누군가 10대 재앙 중 하나를 처치하기라도 하면 퀘스트의 실패는 물론, 그 권능이 담긴 아이템을 빼앗길 것이 아닌가?
그래, 퀘스트 실패까지는 백번 양보해서 괜찮다고 치자.
문제는 10대 재앙의 권능이 담긴 아이템이 마우레키온 제국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거였다.
왜?
그렇게 되면, 마우레키온 제국이 프로아 제국에 재앙이 벌어지게끔 하리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일 테니까.
‘그래, 내가 다 처치하자. 그래서 아이템도 다 모으고, 20레벨도 올리는 거야.’
20레벨이 추가로 오른다면 을 최소 으로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만큼, 지크로서는 이 퀘스트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가자.’
지크는 을 움켜쥐고 베르스를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헤엄쳐나갔다.
***
– 캬아아아아악!
거대한 메기인 베르스는 지크를 발견하자마자 음파를 뿜어내어 공격해왔다.
우웅!
뒤이어 물이 원형으로 물결을 치면서 지크를 덮쳐왔다.
‘어딜!’
지크는 수중생물 뺨치는 수영 실력으로 그 음파 공격을 피해내고는 베르스와의 거리를 좁혔다.
‘눈!’
뒤이어 이 거의 빛에 버금가는 속도로 베르스의 왼쪽 눈을 향해 날아갔다.
투창(投槍).
을 내던져 원거리에서 베르스를 노린 것이다.
휘익!
베르스는 그 거대한 몸집이 무색할만큼 엄청나게 빠른 몸놀림으로 날아드는 을 피해내었다.
몸집이 워낙 큰지라 물결이 요동칠 정도였고, 그 빠르기는 가히 엄청났다.
지크가 내던진 의 속도가 거의 총알에 가깝단 점을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빠르기였다.
하지만 지크는 놀라지 않았다.
‘그럴 줄 알았지.’
지크는 베르스가 자신의 공격을 순순히 맞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예상하고 있었다.
쒜에에엑!
빗나갔던 이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 ……!
베르스의 눈이 번쩍 뜨이는가 싶던 순간.
푸욱!
이 베르스의 왼쪽 눈을 아주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지크가 스킬로 빗나간 을 조종해 기어코 공격을 적중시켰던 것이다.
– 캬악…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왼쪽 눈을 잃은 베르스가 미친 듯 몸부림을 치며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지금!’
공격을 적중시켜서 기선제압에 성공한 지크는, 즉시 와 을 시전해 베르스에게 각종 디버프를 묻혔다.
그리고 즉시 베르스에게 덤벼들었다.
지크의 목표는 동이 트기 전에 고대던전을 빠져나온 악마적 존재 세 마리를 모조리 처치하는 것.
속전속결, 빠르게 전투를 끝내고 싶어 하는 게 당연했다.
‘애꾸 정도로는 섭섭하지.’
지크는 베르스의 시력을 완전히 무력화시키기 위해 이번에는 오른쪽 눈을 노렸다.
‘와라.’
스킬을 활용해 베르스의 왼쪽 눈에 박혀있는 을 회수했다.
꽈악!
그런 뒤 을 움켜쥐고 베르스와의 거리를 좁혔다.
‘오른쪽도 내가 가져간다.’
뒤이어 이 베르스의 오른쪽 눈을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지크의 그 공격은, 아쉽게도 실패로 돌아갔다.
번쩍!
터져 나오는 섬광.
파직!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베르스가 마치 전기뱀장어처럼 강력한 전류를 뿜어내어 공격해오던 지크를 감전시켰던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