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228
1227
“그게 뭔 소린데?”
지크가 물었다.
“우리가 파악하기로, 마우레키온 제국 동부에서 우박이 계속 내리고 있거든?”
천우진이 대답했다.
“근데 그 우박이 제일 작은 게 야구공만 해.”
“……!”
“큰 건 코끼리만 하던데? 위성으로 살펴본 결과가 그래. 문제는 그런 우박이 장마처럼 퍼부어댄다는 거지. 그치지도 않고 계속 서쪽으로 이동 중이야.”
우박은 밤톨만 한 게 떨어져도 엄청난 피해를 일으키는, 아주 무시무시한 자연재해 중 하나였다.
당장 가정에서 흔히 얼려 먹는 각얼음으로 맞아도 아픈데, 하늘 높은 곳에서부터 떨어지는 엄청난 크기의 얼음덩어리에 맞는다?
길을 걷던 평범한 사람들은 머리통이 깨져서 죽을 테고, 농작물들은 모조리 파괴될 것이며, 건물 역시 무사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야말로 날벼락과 같은 재앙인 것이다.
“한 이틀쯤 됐나? 그럴걸?”
“진짜?”
“응.”
“왜 나한테 얘기 안 했냐? 빨리 했어야지!”
“뭐 이 자식아?”
천우진이 눈을 부라렸다.
“아니, 마우레키온 제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걸 내가 왜 걱정하고 너한테 일일이 이야기를 해줘야 되냐? 어? 이거 진짜 웃기는 자식이네!”
“너 이심전심이란 말도 모르냐?”
“뭐…?”
“내 마음이 곧 니 마음이고, 니 마음이 곧 내 마음이지. 미리 알고 알려줬어야지!”
“…….”
“센스가 없네, 센스가.”
“와.”
천우진은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지크의 태도에 어이가 없어서 그저 황당하단 표정을 지었다.
이쯤 되면, 능구렁이도 이런 능구렁이가 없을 지경이었던 것이다.
“생각을 해 봐. 악마적 존재들은 활동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점점 더 강해진다고. 그럼 초동조치가 중요해, 안 중요해.”
지크가 천우진에게 타이르듯 말했다.
“주, 중요하지?”
“그럼 나한테 빨리 얘기를 해줘야 돼, 안 해줘야 돼.”
“빨리 얘기해주는 게 맞긴 한데….”
“그럼 누구 잘못이냐?”
“어?”
“빨리 얘기를 해줘야 되는 건데, 빨리 얘기 안 해준 게 잘못이지?”
“그건 그런데….”
“하여간.”
지크가 쯧쯧 혀를 차며 천우진을 흘겨보았다.
“나름 세계 평화를 위해서 노력한다는 놈이 고작 그거밖에 안 돼?”
“…….”
“앞으로 잘하란 말야! 쨔샤!”
천우진은 순간 지크의 가스라이팅에 넘어가 자신이 진짜 잘못한 건 아닌지, 세계평화를 지키는 수호자들의 리더로서 직무유기를 한 건 아닌지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가자, 햄찌야.”
“뀨! 가자!”
지크는 얼떨떨한 천우진을 남겨두고 집무실을 쏙! 하고 빠져나가 버렸다.
“아니.”
천우진이 정신을 차리고는 입을 열었다.
“내가 뭔 잘못을 한 건데? 그런 일이 있다고 미리 말을 해준 것도 아니고, 마우레키온 제국에 재앙이 닥친 걸 일부러 내버려 둔 건데. 이게 도대체 왜 내 잘못이냐? 이거 사실 니가 퀘스트 깨고 싶어서….”
거기까지.
“뭐, 뭐야! 어디 갔어!”
천우진은 지크가 자리에 없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이미 지크는 햄찌와 함께 마우레키온 제국으로 출발해버린 뒤였다.
부들부들!
결국, 천우진은 분노에 떨었다.
“이… 이이…!!! 두, 두고 보자! 한태성! 이 얄미운 자식아아아아아아!!!”
지크는 천우진이 받는 스트레스 중 단연코 압도적인 지분을 자랑하는, 만병의 근원이었다.
***
지크는 즉시 마우레키온 제국의 동부로 향했다.
‘빨리 처치해야 돼.’
10대 재앙은 자신이 가진 권능으로 많은 피해를 일으키면 일으킬수록 그에 비례해 강해진다는 특성이 있었다.
그렇기에 최대한 빨리 사건 현장으로 달려가 10대 재앙을 처치하는 게 매우 중요했다.
벌써 이틀 동안이나 활동하며 해당 지역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고 하니, 이미 상당히 강해져 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여태껏 싸웠던 10대 재앙들은 폭주한 고대던전을 빠져나온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은, 매우 따끈따끈했던 녀석들이라 비교적 쉽게 처치하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을 게 분명했으므로, 지크는 마음가짐을 굳게 먹었다.
그리고….
‘칠단무적을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되겠어.’
지크는 과의 전투에서 매우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투아렉은 을 맞고도 죽지 않았다.
정확히는 본체를 잃고 자그마한 참개구리가 되어서 지크 몰래 도망치려고 했다.
그렇다는 말은, 몬스터들이 강해짐에 따라 목숨이 하나가 아닐 수도 있단 얘기였다.
이따금 아주 특수한 몬스터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패턴이나, 애초에 목숨이 여러 개일 가능성도 있었다.
즉, 너무 에 의지했다가는 피를 볼 가능성도 있으니 스킬 사용에 매우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근본을 잊지 말자.’
지크는 어디까지나 디버프를 주특기로 활용해서 적들을 쳐부수는 였다.
만이 전부가 아닌 것이다.
그렇게 경각심을 가진 상태에서, 지크는 마우레키온 제국의 동부에 도착했다.
“…아주 예쁘게 부숴놨네.”
지크는 나름 큰 대도시에 도착한 직후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감탄(?)을 했다.
왜냐하면, 이미 도시가 우박으로 인해 초토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인구 500만 정도 되는 도시가 아주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건물들은 규모와 관계없이 기관총이라도 맞은 것처럼 구멍이 슝슝 뚫린 채 허물어져 있었고, 우박에 맞은 도로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참혹한 것은, 거리에 널린 시체들이었다.
크고 작은 우박에 맞아 죽은 시민들의 시체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
“…….”
“…….”
마우레키온 제국의 병사들은, 묵묵히 그 시체들을 치우는 중이었다.
말이 우박이지, 돌덩어리나 다름없는 단단한 얼음덩어리에 맞아 죽은 시체들의 몰골이 얼마나 끔찍한지는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심지어, 집채만 한 얼음덩어리가 도로 한가운데에 박혀 있는데 그 밑으로 사람의 팔다리가 보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생지옥.
몬스터들의 습격으로 인한 대학살 같은 것만이 재앙이 아니었다.
이렇듯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자연재해 역시 무시무시한 대재앙이라고 할 수 있었다.
‘도와주고 싶지만….’
지크는 마우레키온 제국의 시민들에게 측은지심을 느꼈다.
저들은 잘못이 없는 이들이었다.
그저 폭주한 고대던전에서 빠져나온 악마적 존재가 자연재해를 일으켰고, 그 때문에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목숨을 잃은 것뿐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지크는 냉정하게 발걸음을 돌렸다.
프로아 제국과 마우레키온 제국 간에 패권전쟁이 시작된 이상, 저들은 어디까지나 적일 뿐이었다.
국가의 무력은 곧 국민들에게서 나오기 마련.
저들 역시도 마우레키온 제국군의 군사력을 떠받치고 있는 대들보라고 할 수 있었다.
지크와 프로아 제국의 생존을 위해서는, 마우레키온 제국에 이러한 재앙이 연달아 일어나 국력이 크게 쇠퇴되는 게 좋았다.
이 동정심이 자칫 프로아 제국민들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었으니, 지크로서는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했던 것이다.
그게 프로아 제국의 황제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었다.
인간적인 감정은 잠시 뒤로 미뤄두고, 국익과 국민들을 위해 철혈(鐵血)의 행보를 보일 필요가 있었다.
“가자, 햄찌야.”
“뀨! 알겠다!”
그렇게 지크는 다시 10대 재앙을 찾아 워프 게이트에 올랐다.
***
그 후 지크는 3개의 마을과 2개의 도시를 돌며 10대 재앙을 추적했다.
그러나 이미 10대 재앙은 지크보다 먼저 서쪽으로 이동하며 우박을 퍼부어댄 뒤였고, 엄청난 피해를 일으킨 상황이었다.
‘아예 서쪽으로 가서 기다리자.’
지크는 10대 재앙의 이동 경로를 미리 파악해서, 멀찍이 떨어진 지역으로 워프했다.
그리고는 10대 재앙이 나타나 우박을 내리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번쩍!
우르릉! 콰앙!
시커먼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지크가 있는 도시에 천둥·번개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5분쯤 지났을 무렵.
후드드드드드득!
쾅! 콰앙! 쾅! 쾅! 콰앙! 쾅!
최소 농구공 크기의 얼음덩어리들이 무차별적으로 떨어져 내리며 도시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얼음이 더 커졌다.’
지크는 다른 도시들에 떨어졌던 우박의 크기가 야구공만 했다는 걸 떠올리고, 10대 재앙이 더욱 강력해졌다고 판단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우박의 크기가 저렇듯 커졌을 리 없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콰앙! 쾅!
이제는 어지간한 빌딩 크기의 커다란 얼음덩어리, 아니 빙산마저 떨어지고 있었다.
“미, 미친.”
지크는 도시의 시청 건물이 그 커다란 빙산에 깔려 완전히 파괴되는 걸 보고 그만 기가 질려버렸다.
하지만 더욱 충격적인 건 우박이 땅에 떨어짐과 동시에 더 큰 피해를 준다는 점이었다.
퍼엉!
우박은 땅에 떨어진 직후 수십, 수백 조각의 파편이 되어 사방팔방으로 튀며 광범위한 피해를 일으켰다.
마치 포탄이 낙하해서 주변에 파편을 튀기는 것처럼 말이다.
“으아아아악!”
“악!”
“사, 살려… 악!”
시민들은 우박에 맞는 것도 맞는 것이었지만, 우박이 떨어지면서 튀긴 파편에 맞아 죽어갔다.
‘어디 있지?’
지크는 을 통해 악마적 존재를 찾았다.
하지만 도시 어디에도 악마적 존재의 위치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렇다는 말은….
‘하늘.’
지크는 곧장 햄찌를 등에 태우고 날개를 활짝 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악마적 존재가 저 시커먼 먹구름 속에 있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지크의 판단은 옳았다.
구름 속.
“뀨! 주인 놈아! 저기 봐라!”
등 위에 타고 있던 햄찌가 전방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햄찌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자 서슬이 시퍼렇게 선 장창을 움켜쥐고 빠른 속도로 접근해오는 병사들이 보였다.
그들의 등 뒤에는 마치 천족처럼 시퍼런 색의 날개가 달려 있었는데, 그 날개를 이용해서 비행하는 게 분명했다.
꽈악!
지크가 을 움켜쥐었다.
‘잡몹은 빨리 처리해야지.’
그때.
스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냉기가 엄습해왔다.
중간계의 남극이라고 할 수 있는 보다 몇 배는 더 추울 정도로, 그 냉기는 강력했다.
[알림: 상태 이상!] [알림: 에 걸렸습니다!]심지어 지크마저도 냉기로 인해 에 걸렸을 정도였다.
‘이런 미친. 이게 말이 돼?’
지크는 이가 딱딱 부딪힐 정도로 추위가 느껴지자 진심으로 놀랐다.
지크는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면서 추위와 더위를 안 탈 정도로 화속성 저항력과 수속성 저항력이 높아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 걸렸다?
만약 그랜드 마스터가 아닌 마스터의 경지였다면 에 걸려 꽁꽁 얼어버렸을 게 분명했다.
‘엄청나게 강해져 있다는 건가?’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와 을 동시에 전개했다.
그리고는 덮쳐오는 얼음 병사들과 뒤섞여 한바탕 난타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