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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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마탑 난입 사건은, 그렇게 1층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방사능 에너지에 피폭되어 즉사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감히!”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뒤늦게 도착한 수십여 명의 고위급 마법사들이 지크를 향해 으르렁거리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독 저항력을 올리는 주문, 그리고 중독을 사전에 방지하는 주문을 건 채로 겁도 없이 스킬 안으로 들어왔다.
방사능 에너지를 견디면서 지크를 공격하려는 것이다.
“นนพจวะมัม้ว!”
“บบขชึชฃฃพใ้น่ว!”
“นตตคไาะ่เนงองำยพจั!”
마법사들이 일제히 지크에게 공격 마법을 퍼부어대었다.
“풉.”
지크는 마법사들의 공격에 그저 피식 웃었다.
은 사용하지도 않았다.
왜?
스킬 안에서는 원거리 공격이 통하지 않았으니까.
초록색 안개 속에 득실득실거리는 방사능 미생물들은 원거리 공격을 원천봉쇄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의 방사능 안개 속에서 지크에게 데미지를 입히려면, 오직 근접 공격을 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마법사들이 날린 온갖 종류의 공격 마법은 5미터도 채 날아가지 못하고, 그냥 소멸해버렸다.
“……!”
“……!”
“……!”
마법사들의 얼굴에 경악이 떠오르고.
“뒈져도 불만 없지?”
지크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휘저었다.
촤라락!
그러자 수백여 개의 빛의 검들이 마치 미사일처럼 날아가 마법사들에게 퍼부어졌다.
로 불러낸 빛의 검들을 표창처럼 내던지는, 어지간한 원거리 딜러도 울고 갈만한 공격을 선보인 것이다.
‘클리어.’
그렇게 지크는 1층을 초토화시킨 후 즉시 다음 층으로 올라갔다.
을 켜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탑은 일반적인 건축물이 아닌, 거대한 탑 속에 마법으로 만들어 낸, 아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는 곳이었다.
즉, 공간 자체가 다양하게 구성된 하나의 세계와 다름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지크로서는 을 켜서 길을 찾을 필요성이 있었다.
‘치천존 어르신의 제자가….’
지크는 기억을 더듬어 전대 마탑의 주인이자 마법사 회의의 의장 이름을 기억해내려 애썼다.
그러나 그 이름이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여자였는데. 이름이 뭐였더라. 이름이… 라이… 라이 뭐였는데.’
하지만 워낙 오래전에 들은 이름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필 작전회의 도중 졸고, 계획서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바람에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아. 햄찌라도 데려올걸.’
지크는 모찌의 생일이라며 이번 작전에 빠진 햄찌의 부재를 아쉬워하며, 머리를 굴렸다.
‘뭐더라. 라이… 라이미… 뭐였지.’
그러던 중.
‘라이미안?’
지크는 대충 검색창에 이라고 입력을 해보았다.
[알림: 검색 중….] [알림: 을 찾았습니다!]치천존의 제자이며 뉘르부르크 대륙 오성천의 일원이자, 전대 마탑 주인의 이름은 이었다.
그녀는 현재 다른 마법사들과 함께 마탑의 49층에 자리한 감옥에 갇혀 있었다.
‘뭐야? 49층 전체가 다 감옥이잖아?’
지크는 라이미안이 갇혀 있는 49층이 통째로 감옥인 걸 확인하고, 즉시 그곳으로 향했다.
가는 길이 이리저리 꼬여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이 49층으로 가는 지름길을 알려주었던 것이다.
***
한편, 지크가 마탑에 난입했단 소식은 눈 깜짝할 사이에 퍼져나갔다.
“폐하! 지크프리트 폰 프로아가 마탑에 난입했다고 하옵니다!”
“뭐라?”
슈트카르트 황제는 제 귀를 의심했다.
“그가 마탑에…?”
“예, 폐하.”
“이해할 수가 없군.”
슈트카르트 황제가 그런 반응을 보인 이유는, 마탑에 난입한다는 것 자체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마우레키온 제국조차 언감생심 무력으로 진압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곳이 마탑이었다.
그런 마탑에 혈혈단신 홀몸으로 쳐들어갔다니,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이게 진짜 사실인가 싶을 정도였던 것이다.
하지만 허위 보고가 올라왔을 리는 없을 테니, 슈트카르트 황제는 그 얼토당토않은 보고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혹시 모르니….”
슈트카르트 황제가 명령했다.
“기사단을 투입하라. 지크프리트 폰 프로아를 척살하라.”
“예! 폐하!”
명령을 내린 후.
“도대체가….”
슈트카르트 황제는 지크의 말도 안 되는 행동에 혀를 내둘렀다.
지크가 제아무리 적이라지만, 이럴 땐 정말이지, 인정을 해줄 수밖에 없는 상대였다.
설마하니 마탑에 혈혈단신 홀몸으로 쳐들어가는 미친 짓을 벌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가끔은… 널 이해할 수가 없다. 지크프리트 폰 프로아… 너는 무슨 생각으로 움직이는 거지?”
하지만 슈트카르트 황제의 의문과는 다르게, 지크에게 생각이란 게 있을 턱이 없었다.
지크는 정말 순수하게 감옥에 갇힌 마법사들을 구출해낼 생각으로 쳐들어간 거였지, 딱히 뭔 생각이 있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슈트카르트 황제로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하지 못할 사고방식이라고나 할까?
괜히 주변 사람들이 지크를 일컬어 라고 부르겠는가?
대책 없고, 과감하고, 또 터프하기에 그렇게 부르는 거였다.
또한, 그 무력을 밑바탕으로 늘 기적을 일으키기도 했고.
“이번에는 안 될 것이다. 그대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지.”
슈트카르트 황제는 책상 위에 놓인 브랜디를 한 잔 마시며 지크를 향해 건배했다.
지크가 이번 사건을 일으킨 대가로 죽음을 맞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다.
***
지크는 의 도움으로 마탑 49층까지 다이렉트로 이동했다.
이 지름길을 알려주어서, 다른 층을 거치지 않고도 도착하는 게 가능했던 것이다.
“감히!”
“대가는 죽음으로 치러라!”
그런 지크의 앞을 가로막아선 자들은 다름 아닌 마검사들이었다.
마탑에서 마검사들을 전투원으로 기용하는 이유는 매우 간단했다.
기본적으로, 마법사들은 육체적 능력이 약했다.
근접전투에 매우 취약하다 보니, 거리를 내주는 순간 끔살을 당하기 일쑤였다.
마법사들도 그걸 모르지 않았으므로, 그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했다.
그게 바로 마검사들이었다.
비록 엄청나게 고위급 기사들은 아니었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기사들에게 고위급 마법을 가르쳐서 스스로를 강화시켜 싸울 수 있게끔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 마검사들의 전투력은 같은 레벨의 기사들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났다.
가속, 근력 강화, 반응속도 강화 등의 각종 자력 버프 스킬로 무장한지라 스펙의 우위를 바탕으로 엄청난 전투력을 발휘하는 게 가능했던 것이다.
“풉.”
하지만 지크에게 있어 그런 마검사들이란 마법사들만큼이나 잡아먹기 쉬운 먹잇감에 불과했다.
왜?
지크에게는 적들의 자력 버프 스킬을 풀어버리는 이 있었으니까.
지크 입장에서는 을 사용해 마검사들에게 걸린 자력 버프들을 모조리 무효화시켜버린 후 때려잡기만 하면 되었던 것이다.
“니들도 죽어.”
을 사용한 지크가 을 휘둘러 을 쏟아내었다.
“으악!”
“으아아아아아악!”
마검사들이 그런 지크에게 쓰러지는 데에는 불과 3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귀찮게 하고 있어.”
지크는 쓰러진 마검사들을 뒤로 하고 마탑의 감옥 문 앞에 섰다.
정체 모를 금속으로 이루어진 두꺼운 철문은, 무슨 수를 써도 부서지지 않을 것 같았다.
“크윽….”
그때, 아직 숨통이 끊어지지 않은 한 마검사가 지크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네놈은… 실수하는 것이다….”
“으응?”
“그 문을 열었다간… 지옥의 악마들이… 크윽!”
그때였다.
푸욱!
이 철문을 꿰뚫었다.
우웅!
뒤이어 이 을 타고 흘러 들어가 철문을 유린했다.
그로부터 하나, 둘, 셋!
와르르!
도저히 부서지지 않을 것 같았던 철문이 조각조각 깨져서 무너져 내렸다.
“열었다, 어쩔래.”
지크가 죽어가는 마검사를 향해 이죽거렸다.
“네놈은….”
마검사가 마지막 힘을 짜내어 지크에게 경고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다… 그 안에 있는 존재들은….”
“남 걱정 마시고 가던 길이나 가세요.”
지크는 마검사의 명복(?)을 빌어주고는, 망설임 없이 철문이 있던 자리를 통과해 마탑의 감옥에 입장했다.
그리고….
“감히 누가 이곳에 발을 들여놓는가.”
“겁도 없는 놈이로군….”
“대가는 죽음보다도 혹독하리라.”
감옥 안에 있던 악마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었다.
***
지크는 긴장했다.
감옥 안에 악마들이 있다고 하니, 뭔가 무시무시한 존재들이 모습을 드러낼 것만 같았다.
꽈악!
그래서 을 꽉 움켜쥐고 전투준비에 나섰다.
하지만 지크는 싸울 필요가 없었다.
“앗!”
감옥 안에 있던 한 악마가 지크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폐, 폐하?!”
그러자 함께 온 악마들 역시 지크를 알아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리고는 지크의 앞에 넙죽 엎드려 절을 했다.
“대마왕 폐하를 뵙습니다!”
“대마왕 폐하를 뵙습니다!”
“대마왕 폐하를 뵙습니다!”
알고 보니 마탑의 감옥을 지키는 악마들은 다름 아닌 마족들이었다.
흑마법사와 계약을 했다가 마계로 돌아가지 못하고 중간계에 남아 있던 마족들, 혹은 마탑주와 외주 계약(?)을 맺고 이곳에서 일하는 마족들이었던 것이다.
그런 마족들이 대마왕인 지크를 알아보지 못할 리 없었다.
지크가 제아무리 대마왕의 힘을 중간계에서 사용하지 못한다지만, 그 존재감만은 여전히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아아.”
지크가 자신에게 넙죽 엎드려 절하는 마족들을 향해 됐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다들 고생이 많네? 쉬어. 엎드려 있지 말고.”
“쉬어!”
그러자 가장 계급이 높은, 최고위급 마족인 니브락사스가 마족들을 대표해서 소리쳤다.
“대마왕 폐하를 뵙습니다. 니브락사스라고 합니다.”
니브락사스가 지크의 앞에 무릎을 꿇고 예를 취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여기서 뭐하는 거야?”
“예, 폐하. 저는 마탑의 마법사들과 계약을 맺고 이곳의 죄수들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군.”
“폐하께서는 어쩐 일로 오신 겁니까?”
“별거 아냐. 마탑을 박살 낼 생각인데, 여기 갇혀 있는 마법사들 탈출시키려고.”
“그럼,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폐하.”
“그래?”
“예, 폐하. 폐하께서는 마계의 지배자이시자, 위대하신 대마왕이십니다. 저희 마족들이 대마왕 폐하를 모시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좋아.”
지크가 흡족하다는 미소를 지었다.
“너 마음에 든다?”
“감사합니다.”
“나중에 따로 보자. 자리 하나 줄게.”
“……!”
“충성스럽고 예의 바른 놈들이 좋다니까?”
“서,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대마왕 폐하!”
니브락사스는 지크가 호의를 베풀자 크게 감동해서는, 힘껏 소리쳤다.
“자, 봤지?”
지크가 저 멀리 아직 숨통이 끊어지지 않은 마검사, 그러니까 지크에게 경고를 했던 자에게 보란 듯 말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고? 내가?”
“마, 말도… 안 돼….”
마검사는 숨이 끊어지기 직전에 지크의 말을 듣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감옥을 지키는 마족들이 지크의 부하였을 줄을 꿈에도, 상상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