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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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왕 폐하께서 명하신다! 죄수들을 풀어줘라!”
니브락사스가 소리쳤다.
“대마왕 폐하께서 죄수들을 풀어주라고 하신다!”
“죄수들을 풀어줘라!”
“대마왕 폐하의 명령이다! 모두 죄수들을 풀어줘라!”
지크의 명령 한 번에 49층에 갇혀 있던 마법사들은 간수 역할을 하던 마족들의 손에 의해 풀려나게 되었다.
“무, 무슨 일이지?”
“반란이 일어난 건가?”
“대마왕…?”
죄수들, 그러니까 마법사들은 이 상황을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꿈도 희망도 미래도 없이 갇혀 있던 중 갑자기 벌어진 일이었으니 어리둥절한 건 당연했다.
“줄을 서라!”
“지금부터 탈출할 예정이다! 죄수들은 모두 줄을 서라!”
“천천히! 천천히!”
“전투가 벌어질 수도 있으니 준비 단단히들 해라!”
마족들은 지크의 명령에 따라 마법사들이 잘 탈출할 수 있도록 질서정연하게 통제해주기까지 했다.
‘여기서 부하들을 만나네.’
지크는 뜻하지 않게 동료들을 만나게 되어 일이 편하게 돌아가자 매우 기뻐했다.
안 그래도 저 많은 마법사들을 어떻게 탈출시키나 고민하던 참이었다.
마탑 근처에 대원들이 대기하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힘든 건 힘든 거였다.
이곳에 갇혀 있는 마법사들의 숫자가 대략 1,000명을 넘다 보니, 데리고 탈출하는 것도 쉽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아차차!”
지크는 자신이 49층에 온 가장 큰 이유인 전대 마탑의 주인을 찾아 나섰다.
다른 마법사들이야 탈출 과정에서 희생된다고 한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크가 신도 아니고 모두를 지켜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아직 그럴 능력까지는 되지 않았다.
진정한 무적의 경지에 오른다면 몰라도.
“라이미안 님! 라이미안 님 어디 계시죠! 라이미안 님!”
지크가 전대 마탑의 주인이자 치천존의 제자인 그의 이름을 소리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던 중.
“라이미안 님께서는 저기 계십니다.”
한 마법사가 지크에게 그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 치천존의 제자인 라이미안이 있었다.
“당신은 누구시죠?”
은발의 미녀가 지크에게 물었다.
“누구신데 마족들이 당신의 명령을 따르는 거죠? 그리고 우리는 왜 구해주시는 거죠?
알고 보니 라이미안은 남성이 아닌 여성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지크가 라이미안에게 꾸벅 인사했다.
“지크프리트 폰 프로아라고 합니다.”
“폰이라면… 황족이신가요? 프로아란 이름의 황가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만.”
라이미안이 지크를 모르는 이유는 간단했다.
라이미안은 지크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실각했고, 이곳 감옥에 갇혔다.
그러니 세상 물정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간 얼마나 많은 사건·사고들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던 것이다.
“자세한 말씀을 드리기에는 상황이 안 좋습니다. 일단 가시죠.”
“하지만 당신이 누군지 알고 따라가겠어요?”
“저는 치천존 어르신의 제자입니다.”
“사부님께는… 제자가 아주 많죠.”
라이미안의 말은 옳았다.
치천존은 가르침에 인색하지 않았고, 배우고 싶단 이들에게는 늘 자신의 지식을 아낌없이 나눠주었다.
마법사 세계에서 은퇴한 후에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도 동네 꼬맹이들을 상대로 마법을 가르쳤을 정도로, 가르치는 걸 좋아하기도 했다.
그런 치천존이 평생에 걸쳐 가르친 제자의 숫자가 수백여 명은 넘었으니, 라이미안이 지크를 경계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일단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지크가 라이미안에게 말했다.
“라이미안 님을 이곳에서 탈출시키는 게 우선입니다. 그 뒤에 저를 믿으시든, 믿지 않으시든 마음대로 하시면 됩니다.”
“으음.”
“저는 라이미안 님과 여기 갇혀 있던 마법사들을 탈출시킨 뒤에 마탑을 무너뜨릴 생각입니다. 그러니 일단 가시죠.”
“마탑을 무너뜨려요?”
“예.”
“마탑은 무슨 수를 쓴다고 한들….”
“다 방법이 있습니다. 설명할 시간 없습니다.”
“하지만 그건 안 돼요. 대도서관에 있는 마도서들은 마법사들이 수천 년에 걸쳐서 연구해온 마법의 정수들이에요. 그 마도서들을 잃는다는 건….”
“그건 걱정 마시죠. 챙겨갈 테니까.”
“……?”
“일단 갑시다.”
지크가 라이미안을 잡아끌었다.
***
지크의 명령을 받은 마족들은,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는 마탑의 마검사들과 마법사들을 무차별적으로 쓸어버리며 전투력을 과시했다.
그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서, 놀랄 것도 없었다.
마족들은 기본적으로 인간들보다 압도적으로 강력한 종족이었다.
마족들의 순수 스펙은 코랄인들 만큼이나 강력했고, 고위급 마족들은 그 이상이었다.
단지 중간계에서는 본체의 힘을 사용하는 데 많은 제약이 따라서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었을 뿐.
하지만 이곳 마탑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마족들은 정식 계약을 맺고 활동하는 것이었기에, 본래의 힘을 100퍼센트 발휘하는 게 가능했다.
그런 마족들의 압도적인 무력 앞에 마탑 소속 전투원들은 그저 맹수를 만난 초식동물들처럼 쓸려나갈 뿐이었다.
“대도서관이 어딥니까?”
“88층에 있어요.”
“가죠.”
“길은….”
“제가 압니다.”
“길을 아는 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라이미안이 고개를 저었다.
“대도서관을 여는 열쇠는 오직 하나. 현재 마탑의 주인이자 마법사 회의의 의장인 에오소시오스가 지니고 있습니다.”
“그럼 그자를 잡아 죽이면 되겠네요.”
“지크프리트 폰 프로아라고 하셨나요?”
라이미안이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너무 무모하군요. 에오소시오스는 강력한 마법사예요. 온갖 어둠의 마법을 익힌 흑마법사이기도 하고요. 게다가 강력한 마족과 계약을 맺….”
그 순간.
‘어?’
라이미안은 자신이 말해놓고도 흠칫 놀랐다.
현재 마탑의 주인인 에오소시오스는 비록 에 가로막혀 그레이트 위저드의 경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뛰어난 마법사였다.
그런 그가 강력한 고위급 마족과 계약을 맺어서 근접 전투 능력까지 갖추었으니, 엄청난 강자라는 건 당연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지크프리트 폰 프로아라는 사람은 그 이상이었다.
마족들이 라 부르는 걸 보면, 지크는 대마왕이었다.
그러니 에오소시오스가 제아무리 강력하다고 한들, 지크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마족과 계약을 했다고요?”
지크가 히죽 웃었다.
“그럼 더 좋은데?”
“저, 정말… 당신은 대마왕이신가요?”
라이미안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예.”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초의 인간 출신 대마왕이라고 하더라고요. 아, 물론 평범한 인간은 아니고요. 저는 다른 세계에서 강림한 사람으로, 모험가라고 부르는 존재들 중 하나입니다.”
“모험가….”
“일단 그 에오소시오스란 놈부터 조지죠.”
라이미안은 지크의 말이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지크를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때마침 대도서관에 있네요.”
지크가 을 통해 에오소시오스의 위치를 확인하고 라이미안에게 말했다.
“바로 가면 됩니다.”
“아, 알겠어요.”
그렇게 지크는 라이미안을 데리고 이 가르쳐주는 지름길을 따라 마탑의 88층까지 눈 깜짝할 사이에 이동했다.
“무슨 소란인가 했거늘.”
그런 지크와 라이미안의 앞에 현재 마탑의 주인이자 마법사 회의의 의장인 에오소시오스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끌끌끌.”
에오소시오스가 라이미안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라이미안 님께서는 어인 일로 감옥을 빠져나오셨소이까? 최후의 발악이라도 하려는 게요?”
“감히.”
라이미안이 에오소시오스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네놈이 마법사 회의를 더럽히고, 마법사들을 타락시키고도 그런 비열한 미소를 짓는 것이냐.”
“껄껄! 우리 마법사 회의가 마우레키온 제국과 손을 잡은 건 매우 현명한 처사였소. 앞으로 우리는 마법사들이 지배하는 마도제국을 건설할 것이오. 정치적 중립이 뭐가 중요하오? 마법사들의 유토피아를 건설하는 일인데!”
야심가.
에오소시오스는 마우레키온 제국의 힘을 등에 업고 국가를 세워, 왕이 되고 싶어 하는 모양이었다.
“그따위 더러운 탐욕으로 마법을….”
그때.
화아아아아아악!
에오소시오스로부터 강렬한 마력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크윽!”
라이미안은 그런 마력의 폭풍을 견디지 못했다.
오랜 세월 갇혀 있었기에 만신창이인 탓도 있었지만, 에오소시오스로부터 뿜어져 나온 마력이 가히 엄청나기도 했다.
“크흐흐! 모조리 죽여주마!”
에오소시오스가 그렇게 소리치더니, 자신이 계약한 마족을 불러내었다.
“나의 주인… 벨리알이시여…!!! 이 중간계에 강림하시어 저 어리석은 것들을 응징하소서!”
하필 에오소시오스가 계약한 마족은, 현재 마계 서열 제2위인 마왕 벨리알이었다.
***
스으으!
에오소시오스를 중심으로 한 어둠의 마법진이 빛을 내뿜고, 뒤이어 무시무시한 외형을 가진 마왕의 환영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에오소시오스의 그릇이 작아 환영으로만 강림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마왕의 환영은 그랜드 마스터조차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것.
벨리알의 환영을 강림시킨 에오소시오스의 전투력은 중간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강력한 거였다.
“크하하하하하! 벨리알 님께서 너희 연놈들을 갈기갈기 찢어주실 것이다! 크핫핫핫핫핫!!!”
에오소시오스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정작 에오소시오스가 강림시킨 마왕 벨리알은, 지크와 라이미안을 공격하지 않았다.
– 대마왕 폐하를 뵙습니다!
대신에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취함으로써, 자신의 서열이 낮음을 명백하게 밝혔다.
“이… 이 무슨…!”
에오소시오스는 벨리알이 지크에게 무릎을 꿇는 걸 보고 경악하다 못해 입을 떡 벌렸다.
“베, 벨리알 님이시여! 나의 주인이시여! 저 연놈들을 공격….”
– 닥치지 못할까!
벨리알이 오히려 에오소시오스를 향해 버럭 호통을 내질렀다.
– 어느 안전이라고!
“주, 주인님이시여….”
– 네놈 따위가 어딜 위대하신 대마왕 폐하께 망발을 지껄이는 것이냐!
“……!”
– 폐하! 무례를 용서하소서!
벨리알은 혹시나 지크가 분노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납작 엎드려 기었다.
마계 서열 2위?
지크 앞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그냥 부하 1일 뿐이었다.
명목상으로나마 지크의 왼팔이라 불리긴 했지만, 벨리알은 지크에게 감히 대들 수가 없었다.
왜?
지크는 마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마왕이었으니까.
지크는 천계 서열 제1위이자 천족들의 우두머리인 대천사장 루시퍼를 쳐부수고, 천계를 초토화시키는 전무후무한 업적을 이룬 대마왕이었다.
그런 만큼 마족들의 지지도 절대적이라서, 지크에게는 그 어떤 마족도 감히 반발할 생각조차 못 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벨리알로서는 그저 지크에게 복종하고 충성충성충성!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 그래.”
지크가 벨리알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수고가 많아.”
– 아닙니다!
“너랑 계약한 놈이 나한테 막 이놈 저놈 죽여 버린다니 뭐니 그러던데?”
– 폐하! 제가 확실하게 교육시키겠습니다! 부디 노여움을 푸소서!
“우리 벨리알 부탁이면 그래야지. 알아서 처리해.”
–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아, 그리고.”
지크가 덧붙였다.
“쟤한테 도서관 열쇠 있는데, 그것 좀 달라고 할래?”
– 예, 폐하.
벨리알이 즉시 에오소시오스를 돌아보았다.
– 나의 종이여. 열쇠를 내놓아라.
“하, 하지만….”
– 지금 당장 열쇠를 내놓지 않는다면… 네놈을 마계로 끌고 가 영겁의 시간 동안 고문할 것이다.
“히, 히익?!”
결국, 에오소시오스는 자신의 강함을 드러내 보이지도 못한 채 깨갱! 하고 굴복해야만 했다.
제아무리 강한 마족과 계약했다고 한들, 대마왕인 지크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