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248
1247
방사능 에너지를 잔뜩 머금은 초록색 가스 안에서, 지크는 무적의 위용을 자랑했다.
원거리 공격?
통하지 않았다.
친 마우레키온 제국 성향의 마법사들이 온갖 주문을 퍼부어댄다고 한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이었다.
스킬의 원거리 공격 차단이 너무나도 사기적이라서, 공격이 아예 먹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수만 명의 마법사들은 스킬에 가로막혀 아무것도 못 하는 허수아비가 되어버렸다.
마법이란 게 원거리 공격이 기본이니만큼 앞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행위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그 많은 마법사들이 각자의 완드, 혹은 스태프를 움켜쥐고 스킬 안으로 뛰어들 순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방사능 에너지에 피폭되지 않을 자신도 없었고.
덕분에 친 마우레키온 제국 성향의 마법사들은 의 방사능 가스를 피해 전투 현장에서 멀리멀리 달아나야만 했다.
가까이 있던 동료들이 방사능 에너지에 중독되어 죽어가는 걸 보고 있노라니 도망치지 않고서는 배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마법사들은 기사들에게 독 저항력을 높여주는 주문과 해독 주문을 걸어주면서, 서포터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지크프리트 폰 프로아!”
“이 반역자 같으니!”
“존엄하신 황제 폐하를 배반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줄 알았더냐!”
마법사들의 지원 덕분에 스킬 안으로 들어온 마우레키온 제국의 기사들이 지크를 향해 덤벼들었다.
“어휴.”
지크는 그런 적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쉬고는 고개를 돌렸다.
“마법사들을 데리고 먼저 빠져나가.”
“예! 폐하!”
그러자 니브락사스가 지크의 명령에 따라 마족들을 지휘해 마법사들을 이끌고 사라졌다.
그다음엔?
“슈트카르트의 개들.”
지크가 냉랭한 미소를 지으며 을 움켜쥐었다.
“다 죽여주마.”
뒤이어 스킬과 스킬이 동시에 펼쳐지며 전장이 시뻘건 용암과 극저온의 냉기가 공존하는 지옥으로 돌변했다.
“으악!”
“으아아아아악!”
“끄아악!”
마우레키온 제국군, 그리고 기사들은 지크의 과 콤보에 매우 즐거워(?)했다.
“이야.”
지크는 손님(?)들이 자신의 서비스(?)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이자 스스로에게 감탄하며 탄성을 내질렀다.
“너무들 좋아하시네.”
괜스레 코끝을 손가락으로 슥 문지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는 지크의 모습이란, 정말이지 악마가 따로 없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웃음기는 거기까지.
촤락! 촤라락!
이 을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안은 대학살의 현장으로 변해버렸다.
“악!”
“으아아아아아악!”
“커헉!”
마우레키온 제국의 기사들은 그런 지크에게 일방적으로 학살을 당하며, 그 무력함을 드러내었다.
사실 무력한 건 아니었다.
마우레키온 제국의 기사들은 하나 같이 고도로 훈련받은 강자들이었고, 다른 나라의 기사들에 비하면 전투력이 압도적으로 뛰어났다.
하지만 지크는 단순히 뛰어나다는 걸로는 상대하는 게 불가능한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현재 지크의 전투력은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강자가 최소 셋은 있어야 비벼볼 만했고, 그마저도 버티는 게 한계였다.
최소 다섯.
현재 지크의 전투력은 과거 오성천이 한꺼번에 덤벼들어도 잡을까 말까 했다.
그런 지크를 잡는 데 머릿수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별다른 위협조차 되지 못하는 요소에 불과했다.
지크를 지치게 할 순 있어도, 데미지를 입히는 건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런 압도적인 무력을 바탕으로, 지크는 계속해서 전투를 벌였다.
물론 도망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마족들이 대기하고 있는 대원들과 합류하고, 마법사들과 함께 워프 게이트를 타고 도망칠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괴, 괴물….”
“맙소사… 못 이겨… 저 악마는 절대로 못 이겨….”
마우레키온 제국군이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아무리 머릿수가 많더라도 지크에게는 안 된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때.
슈우우우우웅- 퍼엉!!!
저 멀리 하늘에서 붉은색 신호탄이 폭발을 일으키며 불꽃을 흩뿌렸다.
‘됐어.’
지크는 그 신호탄을 보고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하늘 높이 내던진 후 워프 게이트가 있는 방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
“…….”
“…….”
“…….”
마우레키온 제국군은 도망치는 지크를 쫓아가지 않았다.
세계 최강대국의 군사력?
투철한 군인정신?
바늘 하나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꽉 잡힌 군기?
그런 게 무슨 소용이랴.
어차피 상대가 안 되는데.
게다가 지크가 불과 1시간 동안 죽인 마우레키온 제국군의 숫자는 무려 1만 명이 넘었다.
반쯤 무너져 내린 마탑 입구 주변은 온통 시체들로 가득했다.
이 지옥도를 두 눈으로 본 이상 제아무리 마우레키온 제국군이라 할지라도 지크를 뒤쫓을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전투가 끝나고.
“부상자… 수습하라.”
마우레키온 제국의 지휘관은 전투 현장 정리에 나섰다.
곧 패전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테고, 처형당할 게 분명했지만 어쨌거나 군인으로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려는 것이다.
“내부를 수색하라.”
“마법사들은 마탑 내부를 수색한다.”
친 마우레키온 제국 성향의 마법사들은 다시 마탑 내부로 들어가 복구작업에 나섰다.
그렇게 전투는 끝이 난 듯했다.
“후우.”
한편, 지크는 약 6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워프 게이트 위에 올라선 상태로 저 멀리 마탑을 바라보았다.
를 내던지고 도망친 지 시간이 좀 흘렀으니, 이제 결과가 나올 때가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약 5초가 흘렀을 무렵.
슈우우웅!
지크는 저 멀리 하늘 높은 곳으로부터 한 줄기 섬광이 내리치는 걸 보았다.
그리고….
퍼엉!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며 대폭발이 일어나더니, 마탑이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후욱!
이 작렬한 후폭풍이 지크가 있는 지역까지 휘몰아쳤다.
반경 50킬로미터를 초토화시키는 의 위력이란, 핵폭탄에 맞먹었던 것이다.
“아아….”
라이미안은 마탑이 무너져 내리는 걸 보고 감정이 북받쳐 올랐는지 길게 탄식하며 복잡하고 착잡한 심경을 드러내었다.
마탑에 있는 모든 마법 자료들과 재물들을 빼돌리긴 했지만, 위대한 문화유산인 마탑이 저렇듯 무너져 내리는 걸 보니 한 명의 마법사로서 마음이 안 좋았던 것이다.
전대 마탑의 주인이기도 한 만큼, 더더욱 심경이 복잡했을 터였다.
“다시 지으면 되죠.”
지크가 라이미안에게 말했다.
“네에…?”
라이미안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어요? 마탑을?”
“네.”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하나 지어드릴게요.”
“…….”
“마법 지식이 사라지지 않은 이상 건물은 다시 지으면 되잖아요.”
“그건… 그렇죠.”
“그러니까 털고 돌아갑시다.”
“아, 알겠어요.”
그렇게 지크는 라이미안을 데리고 프로아 제국으로 복귀했다.
“아차차!”
물론 워프 게이트를 작동시키기 전에 되돌아온 를 잡아채는 것도 잊지 않았다.
***
지크의 마탑 난입 사건은 대륙 전체에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사실 누구도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마탑에 난입해 인질들을 구출하고, 마법 자료들과 재물을 모조리 빼돌린 후 대학살을 펼쳤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었다.
거기에 더해 무시무시한 대폭발을 일으켜 마탑을 무너뜨리고, 수만 명의 마법사들과 마우레키온 제국군을 모조리 몰살시켰단 이야기는 더더욱 충격적이었다.
그건 슈트카르트 황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누구보다 이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해 들은 슈트카르트 황제는,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다가 고개를 들고는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그 침묵은 무려 1시간 동안이나 계속되었고, 대소신료들은 그대로 얼어붙은 채 식은땀을 줄줄 흘려야만 했다.
“…….”
“…….”
“…….”
마우레키온 제국의 대소신료들은 그런 슈트카르트 황제의 침묵에 그야말로 숨 막히는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숨소리 하나조차 내지 못했고,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다.
여기서 입을 뻥끗한다거나, 숨소리를 낸다면 슈트카르트 황제의 분노를 고스란히 뒤집어쓰게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만약 라고 내었다간?
분노한 슈트카르트 황제의 명령을 받은 기사에게 철퇴로 머리를 얻어맞고 즉사할 수도 있었다.
그만큼 사태가 심각했다.
특히나, 마법사들의 피해가 너무나도 컸다.
마탑이 위험하단 긴급한 소식을 듣고 달려갔던 마법사들까지 합치면, 무려 2만 5천 명의 마법사가 이번 공격에 희생되었다.
마우레키온 제국을 떠받들던 기둥 중 하나인 마법 전력의 절반 이상, 아니 80퍼센트가량이 한순간 날아가 버렸으니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된 것이다.
그렇게 지옥과도 같은 시간이 지나고.
“…지크프리트 폰 프로아와.”
슈트카르트 황제가 입술을 떼었다.
“통신을 연결하라.”
그 순간.
“……!”
“……!”
“……!”
마우레키온 제국의 대소신료들은 슈트카르트 황제의 반응에 너무나도 놀라 심장이 멎어버릴 뻔했다.
슈트카르트 황제가 몸소 적국의 수괴인 지크와 대화를 나누겠다는 결정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도, 도대체 무슨 의도이신가?’
‘알 수가 없도다.’
‘설마 지크프리트 폰 프로아와 휴전을? 그럴 리는 없을 텐데.’
마우레키온 제국의 대소신료들은 슈트카르트 황제의 의중을 도무지 헤아릴 수가 없어서, 그저 침묵을 지켰다.
“폐하, 통신 준비 중이옵니다.”
“지금 가겠다.”
“모시겠사옵니다.”
슈트카르트 황제가 통신실로 향했다.
풀썩!
대소신료들 중 하나가 쓰러져 어전 바닥을 나뒹굴었다.
지난 1시간 동안 지나치게 긴장해 있었던 탓에, 슈트카르트 황제가 자리를 뜨자마자 긴장이 탁! 풀리며 기절한 것이다.
“휴우!”
“하아, 하아….”
나머지 대소신료들 역시도 참았던 숨소리를 내고, 심호흡을 하는 등 심신을 안정시켰다.
당장에 목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순간이 지나가니 너도나도 긴장이 풀렸던 것이다.
한편, 슈트카르트 황제는 프로아 제국의 국무총리인 미켈레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 존엄하신 슈트카르트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미켈레가 슈트카르트 황제에게 인사했다.
“지크프리트 폰 프로아는.”
슈트카르트 황제가 물었다.
– 폐하께선 현재 자리에 안 계시옵니다. 부득이하게 제가 받을 수밖에 없었사옵니다.
“불러라.”
슈트카르트 황제가 했다.
“짐의 통신을 받으라 전하라.”
– …….
미켈레는 슈트카르트 황제의 말이 무슨 뜻인지를 깨닫고 침묵했다.
슈트카르트 황제는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중에 약속을 잡고 통신한다?
그건 슈트카르트 황제에게 통용되는 개념이 아니었다.
언제 어디서든.
상대가 그 누가 되었든.
슈트카르트 황제가 연락하고 싶으면 연락하고, 연락하고 싶지 않으면 연락 안 하는 거였다.
세계 최강대국의 황제로서 20여 년을 군림해온 자의 오만함이란, 그렇듯 세계가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사고방식으로 표현되었다.
– 폐하, 하지만 지금은….
그때.
– 나 왔어. 비켜 봐.
마법의 수정구 너머로 지크의 모습이 보였다.
때마침 작전, 그러니까 마탑을 파괴하고 복귀한 것이다.
그리고….
– 나 불렀어?
지크가 슈트카르트 황제에게 물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