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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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이 무너져 내리면서 물이 쏟아지는 건 나이델베르크의 인생에서 가장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슈트카르트 황제로부터 재신임을 받고 진행한 공작이었다.
나이델베르크의 목숨, 아니 가진 모든 걸 걸었던 작전이기도 했다.
왜?
실패하는 순간 나이델베르크의 가문은 몰락, 아니 말살될 테니까.
구족을 넘어서 나이델베르크 가문 사람들과 평소 알고 지내던 모든 이들까지 처형당하는, 무시무시한 형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아… 아아….”
나이델베르크는 무너진 댐을 바라보며 울음에 가까운 탄식을 내뱉었다.
콸콸콸콸!
저 많은 물은, 인근에 자리한 마우레키온 제국의 도시들을 덮칠 예정이었다.
마치 해일처럼.
높은 지대에서 떨어진 물이니만큼, 그 파괴력이 엄청나리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
몇 시간이 지나면 수백만 명의 마우레키온 제국민이 물귀신이 될 터였다.
“…….”
“…….”
“…….”
작업에 열중하던 마우레키온 제국군들 역시 그저 멍하니 무너진 댐을 바라보았다.
산을 무너뜨리기 위해 마법진을 그리고 있던 마법사들도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런 그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단 하나였다.
‘주, 죽는다.’
‘처형… 당할 것이다.’
‘우린 다 죽었다.’
속된 말로 X된 건 비단 나이델베르크뿐만이 아니었다.
이번 작전에 참여한 마우레키온 제국군 장병들, 마법사들, 기술자들, 건축가들 역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이 사고로 인해 마우레키온 제국민 수백만 명이 죽게 될 테니, 그 죗값을 치러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죗값이란 게 결코 가볍지 않으리라는 것 또한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어쩌면 이 작전에 참여했던 모두가 단두대에 올라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최근 마우레키온 제국 내부의 분위기가 매우 흉흉했고, 슈트카르트 황제의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는 걸 떠올려 보면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기도 했고.
“나, 나이델베르크 대공 전하!”
지휘관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나이델베르크를 향해 다가왔다.
그는 마우레키온 제국의 육군 제9군단장으로서, 3성 장군이었다.
“클라크 장군….”
나이델베르크가 지휘관, 그러니까 클라크 중장을 돌아보았다.
“나를 체포하게.”
“…….”
“나를 체포해서, 황제 폐하께 끌고 가게. 그래야 자네가 사네.”
나이델베르크는 어차피 죽은 목숨, 스스로를 제물 삼아 슈트카르트 황제의 분노를 감당해보려 했다.
어쩌면 슈트카르트 황제가 이번 작전에 참여한 이들을 모두 용서하고, 나이델베르크 혼자만을 처형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클라크 중장의 생각은 달랐다.
“나이델베르크 대공 각하. 어차피 모두 죽습니다.”
“그건….”
“황제 폐하께서는 우리를 용서치 않으실 것입니다. 최근 본국에 얼마나 많은 악재들이 있었습니까? 또 얼마나 많은 작전의 실패가 있었습니까?”
“으음.”
“황제 폐하께서는 여태껏 많은 자비를 베푸셨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분노가 극에 달하신 이상, 이번에는 그 누구도 책임을 피해갈 수 없을 것입니다.”
“자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겐가? 설마….”
“반란이라도 일으켜야지요.”
“……!”
“이대로 복귀했다간 모두 죽을 겁니다.”
클라크 장군이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 작전에 투입된 3만 5천 명의 인원들 모두가 산 채로 땅에 파묻히고도 남습니다.”
“그야….”
“그러니 이 병력들을 활용해 이 지역 일대를 점령하고 버텨야 합니다. 우리가 반란군이 되어 황제를 압박한다면, 불만이 쌓인 다른 지역들 역시 들고 일어설 겁니다.”
클라크 중장이 말한 건 대제국 마우레키온의 분열이었다.
안 그래도 위태위태한 상황에서 1개 군단 전체가 들고일어난다면, 눈치를 보고 있던 변방의 귀족들 역시 움직일지도 몰랐다.
어차피 죽은 목숨이니, 그런 도박수라도 한번 던져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대공 각하!”
클라크 중장이 나이델베르크를 독촉했다.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어차피 죽은 목숨인데 뭐가 두렵습니까! 해보고 죽는 겁니다! 정 안 되면 자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크흠!”
“제가 뫼시겠습니다. 대공 각하를 우리 군의 주군으로 말입니다.”
클라크 중장은 그 후로도 나이델베르크를 계속해서 설득했다.
그 결과.
“알겠네. 내 한번 해봄세.”
나이델베르크는 클라크 중장의 끈질긴 설득 끝에 반란을 일으키기로 했다.
어차피 이판사판이었다.
이대로 처형을 당하느니, 시원하게 반란이라도 한 번 일으켜서 살길을 도모해 보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
같은 시각.
“어어?”
댐을 폭파시킨 후 날아올라 산 위로 복귀한 지크는, 나이델베르크를 훔쳐보다가 뜻밖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저 얄미운 나이델베르크가 댐이 무너지는 걸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서 훔쳐보고 있었는데, 어째 일이 흘러가는 게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나이델베르크가 반란을 일으킨다고?’
지크는 나이델베르크와 클라크 중장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
‘저 얄미운 영감탱이가 살아가게 내버려 둘 순 없… 잠깐.’
지크는 나이델베르크를 원거리에서 저격이라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었다.
‘나이델베르크랑 저 클라크라는 놈이 반란을 일으켜 주면, 슈트카르트 황제 입장에서는 일이 더 골치 아프게 되는 거잖아?’
지크의 궁극적인 목표는 마우레키온 제국을 멸망시키고, 슈트카르트 황제의 목을 따는 것.
그런데 나이델베르크가 반란을 일으켜 슈트카르트 황제의 적이 된다면, 지크의 이익에 크게 이바지하는 셈이었다.
적의 적은 나의 친구란 말이 있듯이, 마우레키온 제국이라는 공통된 적을 두는 입장이 되는 것이다.
‘아쉽긴 한데… 일단 둬야겠다.’
지크는 얄미운 나이델베르크를 살려주기로 했다.
죽이고 싶었지만, 나이델베르크가 반란을 일으킴으로써 슈트카르트 황제의 골치를 아프게 할 것을 생각하니 차마 손이 나가지 않았던 것이다.
‘살려주는 거니까, 잘해라. 파이팅이다.’
지크는 나이델베르크를 속으로 응원해주고는, 발걸음을 돌렸다.
나이델베르크가 얼마나 잘해주느냐에 따라서 슈트카르트 황제가 더 난처해지느냐 아니냐가 결정될 터.
지크로서는 나이델베르크를 성심성의껏 응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다음 날.
아침 일찍 로그인한 지크는, 감옥에 갇혀 있는 죄수를 하나 불러오게 시켰다.
사형을 앞두고 있던 죄수는 지크의 손에 의해 가 되었고, 마우레키온 제국으로 보내졌다.
정상적인 외교사절을 보낼 수가 없으니, 부득이하게 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왜?
그 누가 되었든 마우레키온 제국에 외교사절단으로 간다면, 목이 뎅겅 날아갈 테니까.
멀쩡한 신하들을 사지로 내몰 수 없으니, 죽어 마땅한 범죄자를 이용했던 것이다.
한편, 슈트카르트 황제는 간밤에 한숨도 못 잤다.
댐 파괴 작전이 실패한 것으로도 모자라 관련자들이 일제히 반란을 일으켰고, 지역 일대를 점령해버렸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슈트카르트 황제로서는 스트레스를 있는 대로 다 받은 상황이었고, 분노는 이미 한계치를 넘어버린 상태였다.
그 와중에 프로아 제국에서 사신이 도착했단다.
“프로아 제국에서 사신을 보내왔사옵니다.”
“…지금 갈 테니 기다리도록 하라.”
슈트카르트 황제는 치밀어 오른 분노를 애써 억누르며, 어전으로 향했다.
“폐하, 이것은 저희 황제 폐하께서 보내시는 선물이옵니다.”
가 지크가 보낸 상자를 열어 보였다.
그런데 상자 안에 든 것은 악취를 풍기는 썩은 오징어였다.
명백한 조롱.
대놓고 슈트카르트 황제를 열받게 하겠단 이야기였다.
“목을 쳐라.”
슈트카르트 황제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명령했다.
“예, 폐하.”
그러자 기사가 슥 나서서 의 목을 치려고 했다.
하지만 가 더 빨랐다.
“프로아 제국… 만세!”
다음 순간.
퍼엉!
가 폭사하며 방사능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지크는 슈트카르트 황제에게 썩은 오징어로도 모자라 자살폭탄테러까지 선물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의 테러는 슈트카르트 황제나 대소신료들에게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왜냐하면, 마우레키온 제국의 어전에 설치되어 있는 고대의 보호 마법이 이러한 테러를 막아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데미지만 막아줬을 뿐, 폭발로 인한 파편은 막아주지 못했다.
철푸덕!
무언가 슈트카르트 황제의 얼굴을 강타했다.
썩은 오징어.
폭사한 가 들고 있던 썩은 오징어가 폭발에 의해 날아가다가 슈트카르트 황제의 얼굴에 철푸덕! 하고 틀어박혔던 것이다.
“……!”
“……!”
“……!”
마우레키온 제국의 대소신료들은 그 광경을 보고 경악하다 못해 까무러쳤다.
털썩, 털썩!
실제로, 그 광경을 보고 겁에 질려 아예 기절해버린 자들까지 있었을 정도였다.
“근위대.”
슈트카르트 황제가 얼굴에 붙은 썩은 오징어를 슥 떼어 내며 말했다.
“모두 죽여라.”
기어코 슈트카르트 황제의 입에서 이 내려졌다.
폭주.
이 광경을 본 대소신료들을 모조리 쓸어버림으로써, 자신이 당한 굴욕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게 만들려는 것이다.
***
“룰루랄라.”
슈트카르트 황제에게 선물을 보내놓은 지크는, 기분이 좋아져서 콧노래를 부르며 오전 업무를 처리했다.
그리고는 즉시 오스칼을 불러들여 메타트론의 제안을 이야기했다.
“어때요?”
“그, 그게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오스칼은 꽤 당황하는 눈치였다.
본래 마족과 인간의 계약이란 영혼을 담보로 한, 아주 무시무시한 거였다.
그런데 그 고정관념을 깨고, 인간과 마족을 전우로 맺어주고 같은 전장에서 싸우게 한다?
그 누구도 떠올리지 못한, 아주 신선한 발상이었다.
그러나 섣불리 따르기 힘든 제안이기도 했다.
“마족들은 제가 컨트롤합니다.”
지크가 오스칼에게 말했다.
“프로아 제국군이라면 말할 것도 없죠.”
“그야 그렇습니다만….”
“이건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계약이에요. 우리 군은 강한 힘을 얻고, 강한 동료를 얻습니다. 반대로 마족들은 전쟁터에서 마우레키온 제국군의 영혼을 수확할 수 있죠. 나쁠 게 없어요.”
“폐하의 의견이 그러시다면….”
오스칼이 미소를 지었다.
“제가 우리 군에서 마족들과의 계약에 자원할 병력들을 모아보겠습니다.”
“그럼 제가 마족들을 설득할게요.”
“예, 폐하.”
그렇게 지크는 오스칼과의 이야기를 나눈 뒤 즉시 마계로 향했다.
마족들을 직접 설득하고 싶었던 것이다.
“대마왕 폐하 납시오!”
지크가 마황성에 도착하자 마계 전역에 흩어져 있던 마왕들은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왔다.
지크는 마계 역사상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 대마왕으로서, 모든 마족들의 절대적 지지와 신임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마왕들은 언감생심 지크의를 얕보거나, 혹은 반란을 일으킬 생각을 단 1도 못 하는 중이었다.
그러니 지크의 부름에 번개처럼 달려오는 건 당연한 일이었던 것이다.
“다들 모였나?”
“예! 폐하!”
지크의 물음에 13명의 마왕들이 일제히 소리쳐 대답했다.
“지금부터 중간계로 파견 갈 마족들을 모집할 건데, 1차 파병 인원으로 각자 만 명씩 모아 와. 계약서는 이거 참고하고.”
지크가 프로아 제국군과 마족 간에 맺을 계약 내용이 담긴 서류를 책상 위에 툭! 하고 내던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