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254
1253
지크는 즉시 황실을 봉쇄했다.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나갈 수 없을 정도로, 모든 문을 걸어 잠그고 주변에 병력을 배치시켰다.
그리고 황실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명단을 쭉 뽑아놓고, 그들을 불러들였다.
그런 뒤 인원을 체크하는 한편 오스칼을 불러들여 황실 식구들을 하나하나 심문해나갔다.
은 속일 수 있을지라도 까지 속여 넘기지는 못하리라는 판단에서였다.
“당신은 악마적 존재입니까?”
“당치도 않습니다!”
오스칼은 지크의 명령에 따라 를 이용해 황실 식구들을 검증했다.
검증 장소는 황실 지하에 자리한 감옥이었는데, 그 이유는 만에 하나 황실이 초토화될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녹스가 정체를 들키는 순간 본색을 드러내며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 게 뻔해서, 일부러 이런 밀폐된 공간에서 한 명씩 검증을 실시했던 것이다.
‘어디까지 버티나 보자.’
지크는 그 장면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면서 녹스의 등장에 대비했다.
하지만 500여 명을 넘게 심문했는데도 녹스를 찾아낼 순 없었다.
‘아직 500명 정도 더 남았으니까.’
지크는 인내심을 발휘했다.
황실에 거주하는 식구들은 정확히 1,095명.
이들 중에 섞여 있거나, 혹은 통계에 기록되지 않은 한 명이 녹스일 가능성이 높았다.
모두를 검증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날 저녁이 되었다.
“폐하.”
오스칼이 마지막 1,095번째 검증을 마치고 지크를 돌아보았다.
“검증이 끝났습니다.”
“없네요…?”
지크는 오스칼이 마지막 1,095번 시종을 심문할 때 그가 녹스라고 생각하고 전투를 준비했다가, 벙찐 표정을 지었다.
“황실 구석구석 다 수색한 거 맞죠?”
“맞습니다.”
“인원도 그대로고요?”
“예, 폐하.”
“그런데 색출에 실패했다…? 이거 좀 의외인데요?”
“소신의 불찰입니다.”
오스칼이 지크에게 사죄했다.
“검문검색을 더 철저히 했어야 했는데,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지 못했습니다.”
“아닙니다.”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검증이 100퍼센트 가능하리라는 보장도 없는데요, 뭘.”
10대 재앙은 그 능력이 엄청나게 뛰어나서 의 효과마저도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하기에, 지크는 오스칼의 무능을 탓하지 않았다.
‘어디 있는 거지? 황궁 내에 숨어 있나?’
지크는 의아했다.
분명히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못 벗어나게끔 황실을 봉쇄했고, 대규모 수색 작전을 펼쳐서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졌다.
그런데도 녹스를 찾지 못했다는 건….
‘경우의 수는 셋이야. 어딘가 숨어 있거나. 이미 빠져나갔거나. 아니면… 진실의 검마저 속일 정도로 위장 능력이 뛰어나거나.’
확인할 방법은 단 하나.
“검은 원 지금 어때?”
지크가 천우진에게 통신을 걸어서 물었다.
– 뭐야, 아직 못 찾았냐?
“응.”
– 조금씩 움직였는데? 동선을 따라가 보면… 이래.
천우진이 위성사진을 보여주었다.
“시종들 움직임이랑 똑같네.”
지크가 위성사진을 보고 말했다.
태양을 집어삼키는 검은 원의 중심인 붉은 점은, 시종들과 함께 모여 있다가 취조실까지 이동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렇다면….
‘진실의 검을 속였어.’
지크는 녹스가 에 이어 까지도 속여 넘겼단 결론을 내렸다.
최초의 실패 사례였다.
하기야, 미카엘조차도 녹스를 찾아내기가 어렵다고 평가했을 정도이니 크게 이상할 건 없었다.
“야.”
지크가 천우진에게 말했다.
– 응?
“지금부터 시종들 한 명씩 움직이게 해볼 테니까, 봐줄 수 있냐? 검은 원이 움직일 때 말해주면 돼.”
– 그건 쉽지.
천우진이 대답했다.
– 검은 원은 워낙 커서 조금만 움직여도 다 티가 나거든. 프로아 제국의 영토를 모조리 덮을 정도니까.
“고맙다.”
– 고맙긴. 움직여 봐. 실시간으로 봐줄게.
“응.”
지크는 통신실을 떠나지 않고, 병사들을 시켜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지금부터 한 명씩 황궁을 한 바퀴 돌게 시키세요.”
“예, 폐하.”
지크는 명령을 내린 후 조용히 기다렸다.
태양을 삼키는 검은 원이 녹스를 중심으로 움직였으니, 한 명씩 이동시키다 보면 시종으로 위장한 녹스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
그로부터 약 3시간 후.
“하암.”
지크가 슬슬 졸려서 꾸벅꾸벅 졸 무렵이었다.
– 야! 한태성!
“어?!”
– 움직인다! 움직여!
천우진이 즉시 위성사진을 지크에게 전송했다.
– 지금 움직여! 황궁 주변 길 따라서 돌고 있어!
“이 자식이네.”
지크는 즉시 통신실을 뛰쳐나가 기사들과 함께 황궁 주변을 돌고 있는 시종에게 다가갔다.
“폐하를 뵙습니다.”
“폐하를 뵙습니다.”
“폐하를 뵙습니다.”
그러자 시종을 데리고 황궁을 돌던 기사들이 지크를 발견하고 예를 취했다.
“다들 물러나세요.”
지크가 기사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 시종이 범인입니다.”
범인으로 지목된 시종은 지크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폐하! 아닙니다! 저는 선량한 시종일 뿐이옵니다! 어찌 저를 의심하시옵니까? 폐하!”
“응, 안 속아.”
지크는 그 시종이 녹스라고 확신했다.
이 시종의 움직임에 따라 검은 원이 이동하는데, 아닐 리가 없었다.
게다가 10대 재앙들 중 몇몇은 위장에 매우 능숙했다.
얼마 전에 처치한 의 경우 인간이 아닌 늙은 말로 스스로를 위장해 공직자들을 타락시키지 않았던가?
그러니 녹스라는 악마가 과 를 속이고, 저렇듯 발뺌을 한다고 해서 믿어줄 지크가 아니었다.
“두고 보자고.”
지크가 냉랭한 미소를 짓던 순간.
촤라락!
수만 개의 빛의 검들이 생성되어 범인으로 지목된 시종을 겨누었다.
다음 순간.
쏴아아!
가 펼쳐지며 죽음의 비(雨)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
시종은 빛의 검들이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와중에도 고개를 푹 숙인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삶을 포기한 걸까?
‘그럴 리 없지.’
지크는 그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았다.
그리고 그런 지크의 예상은 옳았다.
번쩍!
시종의 몸에서 찬란한 황금색 섬광이 뿜어져 나오고.
휘이이이이!
시종의 몸이 급격히 변이하기 시작했다.
뒤이어 검은색 안개를 뿜어내는 악마의 형상이 나타나 지크를 노려보았다.
[태양포식자 녹스]고대에 활동하던 악마적 존재.
과거 태양 에너지를 모조리 빨아들였고, 그에 따라 빙하기를 일으켜 고대의 생명체들 90퍼센트 이상을 절멸시킨 전적이 있다.
사실상 빙하기의 원흉이며, 은신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과거 대천사장 미카엘에게 토벌당해 천계의 감옥인 에 봉인되었다.
•존재 구분 : 악령
•종족 : 악령
•레벨 : 750
•클래스 : 솔라 이터
•특이사항 :
– 10대 재앙 중 하나이므로, 상대하는 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눈치가 빠른 놈이군.”
녹스가 지크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나를 어떻게 알아보았는가?”
“최첨단 마법공학 기술?”
“……?”
“아.”
지크가 빈정거렸다.
“고대 화석이라 잘 모르나? 하긴. 뭘 알겠냐, 니가. 기술의 발전을.”
“큭큭.”
녹스는 지크의 도발에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은 모양이었다.
“기술의 발전이라. 너희 지적생명체들은 항상 그렇게 이야기할 테지. 기술의 발전이 자연재해를 막을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아니다. 네놈들은 결국 자연재해 앞에 무릎 꿇을 것이다. 임시방편으로 인공 태양 같은 걸 띄워 봤자 얼마나 갈 것 같은가? 너희들은 나약하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결국은 멸종되어야 할 먼지일 뿐.”
뒤이어 녹스를 중심으로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와 주변을 검게 물들였다.
“네놈은 결국 쓰러질 것이다.”
뒤이어 사방팔방에서 녹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검은 안개에 동화되어 형체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까다롭네.’
지크는 주변을 살피며 녹스를 찾았다.
하지만 이미 안개에 동화된 녹스는 그 형체가 없어서, 실체를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방심하면 훅 간다.’
지크는 경험상 이런 부류의 적이 가장 까다롭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런 적들은 실체가 없으니 공격을 죄다 흘려버리기 일쑤라, 물리 공격형 폭딜러인 지크에게는 정말 어렵고 까다로운 상대였다.
과 같은 필살기를 쓰면 뭐하겠는가?
맞출 수가 없는데.
‘어디냐.’
그때.
푸욱!
날카로운 무언가가 지크의 등판을 뚫고 들어왔다.
“커헉!”
지크의 입에서 시뻘건 피가 뿜어져 나왔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지크는 무슨 놈의 공격이 자신의 방어구 세트를 단 한 번에 뚫고 들어오는지,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지크의 방어력을 생각해 보면, 어지간한 공격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는 게 정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녹스는 아니었다.
“네놈은 쓰러질 것이고, 나는 다시 이 세상을 어둠으로 뒤덮을 것이다. 그리고 빙하기를 불러일으켜 이 세상을 꽁꽁 얼려 모든 생명체들을 절멸시킬 것이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녹스의 목소리가 지크의 귓가를 맴돌았다.
“크윽!”
지크는 엄청난 통증을 버티는 한편, 다음 공격에 대비했다.
위기.
오래간만에 만난 강적이었다.
***
한편, 마우레키온 제국에서는 본격적인 분열이 시작되었다.
나이델베르크가 마우레키온 제국군 1개 군단을 이끌고 프로아 제국과의 국경 일대를 점령하면서, 반란은 들불처럼 번져 갔다.
나이델베르크를 시작으로, 마우레키온 제국의 변방에 위치한 귀족들이 너도나도 반란을 일으켰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주요 대도시 중 몇 군데도 반란군으로 돌변해 독립을 선포하고, 슈트카르트 황제를 적대시했다.
결정적인 이유는 슈트카르트 황제의 학살이었다.
어전회의에 참석했던 대소신료 모두를 그 자리에서 처형해버린 사건은, 지방 귀족들의 반란을 불러일으켰다.
처형당한 귀족들의 가족들, 혹은 지지 세력들이 일제히 슈트카르트 황제에게 반기를 든 것이다.
적을 스스로 만들어 낸 꼴이라고나 할까?
“폐하, 전국 곳곳에서 반란이 일어났다고 하옵니다.”
“내버려 두어라.”
슈트카르트 황제는 그 보고를 듣고도 태연히 업무를 계속했다.
“어차피 당장 움직이지는 못할 터, 때가 되면 황명을 내릴 것이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새롭게 채워진 대소신료들은 불안에 떨면서도, 일단 슈트카르트 황제의 명을 받들었다.
그런 이유는 간단했다.
대제국 마우레키온 저력이 결코 가볍지 않고, 슈트카르트 황제가 언제 비밀무기를 꺼내 들지 몰랐기 때문이다.
믿는 구석이라고나 할까?
슈트카르트 황제는 마우레키온 제국의 가장 은밀하고도 위험한 비밀들, 그리고 저력을 혼자만 간직하고 있었다.
슈트카르트 황제의 절대 권력은 바로 그 숨겨둔 힘에서 나오는 것이었기에, 대소신료들은 일단 숨을 죽이고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섣불리 반란을 일으킨 자들과는 다르게, 일단 슈트카르트 황제를 믿고 기다리는 것이다.
“모험가 베오울프에게 전하라. 전염병 사태를 하루빨리 해결하라고.”
“예, 폐하.”
“그리고.”
슈트카르트 황제가 덧붙였다.
“코랄 노예병들을 모집하라.”
이제는 외계 행성의 강력한 종족인 코랄 종족까지 마우레키온 제국군으로 입대시켜서, 다가올 대규모 전면전에 대비하기 시작한 슈트카르트 황제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