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256
1255
스킬이 작렬하던 순간.
“크아아아아악!”
녹스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스으으!
녹스의 육체가 흩어지며,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를 처치하셨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568레벨 달성!] [알림: 569레벨 달성!] [알림: 570레벨 달성!] [알림: 퀘스트의 진행률이 올랐습니다! 7/10)] [알림: 퀘스트 진행률 70퍼센트 달성!]그렇게 지크는 녹스를 처치함으로써, 10대 재앙 중 7명을 처치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열 개의 재앙]천계의 감옥에 갇혀 있다가 중간계로 도망친 악마적 존재들 중 가장 무시무시한 10명을 찾아내 처치하라.
•타입 : 스페셜 퀘스트 (주인공 전용)
•진행률 : 70% (7/10)
•보상 : +20레벨
•목록 :
– 창궐하는 메뚜기
– 핏빛 강
– 작렬하는 우박
– 들끓는 파리 떼
– 끝없는 어둠
– 대멸종
– 부패의 저주
– 피를 빠는 기생충
– 울부짖는 짐승들
– 죽음의 노래
이제 남은 3개의 재앙만 처치하면, 10대 재앙의 모든 권능을 손아귀에 넣게 되는 것이다.
‘이제 템을 챙겨야지.’
지크는 녹스가 떨군 아이템을 챙기려 했다.
그런데.
스으… 스으으!
녹스가 사라지면서 모습을 드러낸 황금색 구체가 위험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악! 내 눈!”
지크는 그 황금색 구체를 봤다가 그만 눈이 멀어버릴 뻔했다.
마치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본 것 같다고나 할까?
그뿐만이 아니었다.
“으윽!”
지크는 그 구체로부터 뿜어져 나온 엄청난 열기에 피부가 타들어 가는 걸 느꼈다.
지크의 엄청난 방어력으로도 그 구체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열기를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위험!’
지크는 저 구체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어마어마하다는 걸 확인하고, 황급히 몸을 날렸다.
지크가 생각하기에, 저 황금색 구체는 녹스가 지난 며칠 동안 빨아들였던 태양의 에너지일 게 분명했다.
녹스가 사라졌으니, 태양 에너지가 방출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만약 저 에너지가 폭발이라도 한다면?
황궁은 쑥대밭이 될 테고, 지금 옆에 있는 베르단디마저도 위험했다.
“물러서!”
지크는 을 이용해 베르단디를 저 멀리 날려버리고는 황금색 구체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는 즉시 를 발동해 스스로를 가두었다.
우웅!
그러기가 무섭게 황금색 구체가 당장에라도 폭발할 듯 진동을 일으켰다.
폭발한다면?
‘죽는다.’
지크는 자신이 구체의 폭발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았다.
그렇다면….
‘해보자.’
지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황금색 구체를 끌어안은 채 을 사용해보았다.
은 지크가 에너지를 빨아들일 때 사용하는 것으로, 과거 최초의 블랙 드래곤이자 데미갓인 잉카서스의 드래곤 하트마저도 흡수에 성공했던 스킬이었다.
태양 그 자체라면 모르되, 녹스가 며칠 동안 빨아들인 에너지 정도는 얼마든지 흡수하는 게 가능할 것 같았다.
‘으윽! 으으윽!’
지크가 구체에 담긴 태양 에너지를 필사적으로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1분 후.
[알림: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알림: 태양 에너지는 근원력이 녹아들지 않습니다!] [알림: 태양 에너지가 다시 뿜어져 나옵니다! 단, 그 속도는 매우 느립니다.]눈앞에 떠오른 알림창과 함께 지크의 몸에서 태양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스으으!
그렇게 지크는 걸어 다니는 태양이 되었다.
몸에서 태양 에너지가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게 된 것이다.
문제는 아무리 은은하게 뿜어져 나온다 하더라도, 태양 에너지는 태양 에너지라서 그 열기가 엄청났단 점이었다.
가 해제되자 주변의 구조물들이 일제히 녹아내리며 시뻘건 불길이 치솟아 오를 정도였으니, 지크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얼마나 강력했는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어, 어떡하지?’
그때였다.
띠링!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알림: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퀘스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하늘 높이 날아올라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태양 에너지를 내리쬐어, 그간 양분을 얻지 못했던 대지에 따스한 빛을 선물하라.
•타입 : 긴급 퀘스트
•진행률 : 0% (0/3)
•진행 방법 :
– 하늘에 뜬 채로 햇볕을 내리쬐어라. (12시간)
– 밤이 되면 로그아웃하세요! (12시간)
– 이 과정을 세 번 반복하세요!
•보상 : +10레벨
•주의사항 : 이 퀘스트는 12시간씩 시간을 잘 지켜주어야 합니다.
“…….”
지크는 퀘스트 내용을 보고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인공 태양도 아니고, 인간 태양이 되어 하늘에 떠 있으라니?
그것도 12시간 동안?
정말이지 어이가 없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무시하기엔 보상이 너무나도 컸다.
무려 10레벨이라니?
강해질 수만 있다면 양잿물이라도 들이켜는 존재가 게이머인데, 그까짓 12시간쯤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크의 경우 12시간 내내 사냥을 한다고 해도 단 1레벨조차 올리기 힘든 만큼, 오히려 개꿀인 퀘스트였던 것이다.
‘하자.’
지크는 퀘스트를 수락한 후 녹스가 떨군 아이템을 주워들었다.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녹스의 권능이 담긴 아이템은 하늘에 날리는 연이었다.
[재앙의 연 : 끝없는 어둠]10대 재앙 중 하나인 태양포식자 녹스의 권능이 담긴 아이템.
이 연을 날리면, 온 세상이 어둠으로 뒤덮이며 빙하기가 찾아옵니다.
•타입 : 연 (소모품)
•등급 : 신화
•내구도 : 1/1
•특이사항 : 일회용품이므로, 한 번 사용하면 연이 파괴되어 두 번 다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아버지 다녀올게!”
지크는 방어막으로 열기를 막아내고 있는 베르단디를 향해 그렇게 소리치고는,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거의 대기권이 끝나는 지점까지 올라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늘 높이 떠오른 지크는, 프로아 제국의 영토에 태양 에너지를 내리쬐기 시작했다.
그런데.
[알림: 경고, 경고!] [알림: 의 내구도가 5퍼센트 하락했습니다!] [알림: 의 내구도가 5퍼센트 하락했습니다!] [알림: 의 내구도가 5퍼센트 하락했습니다!]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태양 에너지 때문에 의 내구도가 팍팍 깎여 나갔다.
태양 에너지의 열기가 를 차츰차츰 녹이며 파괴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 어떡하지?’
지크는 매우 당황했다.
방어구를 입고 있자니 내구도 하락으로 인해 파괴될까 두렵고.
그렇다고 퀘스트를 포기하자니 10레벨이 아까웠다.
그렇다면….
‘에이. 아무도 보는 사람 없으니까.’
지크는 내구도 하락으로 인한 파괴를 막기 위해서 입고 있던 모든 방어구들을 해제해 아공간 인벤토리에 넣었다.
화륵, 화르륵!
그러자 지크가 원래 입고 있던 의복이 태양 에너지에 의해 한 줌의 재가 되어 흩어졌다.
방어구야 내구도로 버틴다지만, 평범한 옷은 아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타버리고 만 것이다.
“헉?!”
지크는 순식간에 벌거숭이가 되어버리자 무척 당황했지만, 이내 곧 평정심을 되찾았다.
“알 게 뭐야. 누가 보는 것도 아니고.”
이곳은 하늘 높은 곳.
누군가 지크를 지켜볼 리가 없었다.
그래서 지크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두둥실 뜬 상태로 퀘스트를 수행했다.
10레벨을 획득하기 위해서 말이다.
***
한편, 천우진은 인공위성으로 대륙을 감시하다가 새로운 태양이 하나 떠오른 걸 발견했다.
‘뭐지?’
그래서 그 새로운 태양, 그러니까 프로아 제국 위에 떠오른 밝은 구체를 확대해보았다.
그 결과.
“한… 태성?!”
천우진의 눈에 비친 건 날개를 활짝 펼친 채 두둥실 떠 있는 지크였다.
문제는 그런 지크가 알몸이었다는 것.
지크는 가만히 있는 게 지겨웠던지, 아예 누운 자세로 졸고 있었다.
마치 일광욕이라도 즐긴다는 듯이 말이다.
“…그런 취향이었던 거냐.”
천우진은 지크의 난데없는 노출쇼(?)에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캡처 버튼을 눌렀다.
지크를 두고두고 놀려 먹을,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순 없지 않겠는가?
“한태성… 대낮에 하늘 위에서… 나체로 일광욕 즐겨… 변태적 취향… 노출증 환자로 논란….”
천우진은 지크의 행동을 소재로 한 뉴스 기사 내용을 떠올리며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늘 지크에게 당하기만 하다가, 이제야 제대로 된 건수를 잡은 것이다.
***
지크는 3일 동안 하늘 위에 나체로 떠올라 퀘스트를 수행했다.
그 결과.
[알림: 571레벨 달성!] [알림: 572레벨 달성!] [알림: 573레벨 달성!] [알림: 574레벨 달성!] [알림: 575레벨 달성!] [알림: 576레벨 달성!] [알림: 577레벨 달성!] [알림: 578레벨 달성!] [알림: 579레벨 달성!] [알림: 580레벨 달성!]지크는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580레벨을 찍는 기염을 토했다.
매우 간단한 퀘스트였는데도 무려 10레벨이 올라서, 지크는 크게 기뻐했다.
한편, 역병의 화신 플레이그는 대륙 남부의 어느 휴양지에서 매우 편안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좋군.”
플레이그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보이는 해변에 썬배드를 설치하고, 거기 누운 채 여유를 즐겼다.
“꺅!”
“호호호!”
저 멀리 바다에서 어여쁜 아가씨들이 수영복을 입은 채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걸 보고 있노라니, 천국이 따로 없을 지경이었다.
하와이안 셔츠까지 입은 플레이그는, 옆에 둔 차가운 커피를 마시며 한껏 여유를 즐겼다.
요즘 플레이그는 매우 행복했다.
지크가 전염병을 잘 퍼뜨리는 방법을 알려준 덕분에 엄청나게 강해진데다가, 굳이 대륙을 돌아다닐 필요도 없었다.
그저 가만히 앉아 있으면 인간들이 알아서 전염병을 퍼뜨려 주었기에, 이런 한적하고 고급스러운 휴양지에서 즐기기만 하면 되었던 것이다.
“후후후. 이게 인생이구먼.”
플레이그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밀짚모자를 얼굴에 덮고, 눈을 감았다.
파라솔이 햇빛을 막아주었으니,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낮잠이나 거하게 때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저벅저벅!
누군가 그런 플레이그의 곁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플레이그는 곤히 잠들어 있느라 누가 자신에게 다가오는지 몰랐다.
애초에 누군가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 자체를 느끼지 못했다.
요즘 인생이 너무 편하고 즐거워서, 긴장이라고는 단 1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그 누군가는 잠들어 있는 플레이그의 바로 뒤까지 다가갔고, 이내 곧 검을 빼 들었다.
그때까지도 플레이그는 누군가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왔다는 사실을 몰랐다.
하지만 거기까지.
“……!”
플레이그는 문득 느껴지는 살기에 눈을 번쩍 떴다.
아무리 방심했다고는 하지만, 바로 등 뒤에서 느껴지는 살기까지 알아채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