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259
1258
플레이그는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잠들어 있었다.
그러던 중.
저벅저벅!
플레이그는 저 멀리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눈을 떴다.
‘서, 설마?’
느낌이 좋지 않았다.
발걸음 소리가 매우 익숙했다.
지난 며칠 동안 집요하게 쫓아오던 바로 그 발소리였다.
‘이 악랄한 놈이 여기까지 쫓아왔구나. 이런 빌어먹을.’
플레이그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그러나 딱히 방법이 없었다.
자신을 습격하고 쫓아온 저 집요한 놈은, 바이러스에 면역이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건 역시 지크와 같이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강자였으니, 육체의 재구성을 거친 뒤였다.
의 육체를 가진 건 비단 지크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플레이그는 지크를 상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해보지 못했었다.
“휘이익.”
이건이 휘파람을 불었다.
“휘~ 휘이이~ 휘~ 휘휘~ 휘~ 휘이이이~”
그건 플레이그에 대한 압박이었다.
여기 있는 걸 알고 있으니, 알아서 기어 나오라는 압박 말이다.
‘비, 빌어먹을.’
플레이그는 오싹 소름이 돋아 몸을 떨었다.
저벅저벅!
그러는 사이 이건의 발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져만 갔다.
‘도망쳐야 한다.’
플레이그는 즉시 숨어 있던 곳에서 튀어나와 발소리가 들려오는 반대 방향으로 뛰었다.
“이번엔 못 도망칠걸.”
이건이 도망치는 플레이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이 개 같은 놈아! 두고 보자!”
플레이그는 악에 받쳐서 이건을 향해 빽! 하고 소리를 지른 후 냅다 내달렸다.
하지만 이건이 더 빨랐다.
“어딜 그렇게 가시나?”
“……!”
“이제 그만 하지?”
어느새 플레이그의 등 뒤를 점령한 이건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같은 병균 덩어리 하나 잡는 데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마, 망할….”
“적당히 하고… 그만 뒈져라.”
뒤이어 이건이 검을 뽑아 들더니, 플레이그를 향해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부어대기 시작했다.
“크악!”
플레이그는 그런 이건의 공격 앞에 샌드백처럼 얻어터지기만 했을 뿐, 아무런 반항도 못 했다.
플레이그의 주력 스킬인 바이러스 공격이 씨알도 먹히지 않으니, 당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것이다.
“악! 아아악!”
“거 더럽게 안 뒈지네.”
이건은 플레이그를 철저히 유린하면서도, 이 고대의 악마가 쉽사리 죽지 않아 인상을 찌푸렸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플레이그는 현재 억 단위의 감염자와 사망자를 발생시킨 상태라서, 엄청나게 강해져 있었다.
그런 플레이그가 쉽사리 죽는 건 말이 안 되었다.
비록 바이러스를 주력으로 사용한다는 고유의 한계점 때문에 이건에게 탈탈 털리는 것이지, 결코 약한 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니 제아무리 이건이라 할지라도 플레이그를 쉽사리 끝장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 수밖에 없었다.
“크아아아아악!”
터져 나오는 플레이그의 비명.
“안 죽으면 말려 죽여야겠어.”
이건이 플레이그를 향해 스킬을 사용했다.
우웅!
그러자 플레이그의 모든 에너지가 이건이 움켜쥔 검을 향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플레이그는 산 채로 말라비틀어져 가는 고통에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그런 플레이그의 몸은 눈에 띄게 야위어갔다.
이건의 에 에너지가 빨리다 보니 고목나무처럼 말라비틀어지는 것이다.
‘이, 이렇게 뒈지는 건가….’
플레이그는 절망했다.
어떻게 방법이 없었다.
고대 악마의 그 압도적인 육체적 능력으로도 이건의 에 저항하는 건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던 그때.
촤라락!
하늘에서 빛의 검들이 쏟아져 내리며 이건을 가두었다.
퍼엉!
뒤이어 큰 폭발이 일어나 이건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쿠웅!
지크가 하늘에서부터 뚝! 하고 떨어져 내렸다.
“주, 주인님!”
“버티느라 고생했어.”
지크가 플레이그를 슬쩍 돌아보며 위로를 건넸다.
“햄찌야.”
“뀨!”
“데리고 가.”
“알겠다!”
그렇게 햄찌가 플레이그를 데리고 도망친 후.
“오래간만이다?”
지크가 한 발자국을 내디디며 이건에게 말을 걸었다.
***
“그때 이후로 한 3개월 만인가?”
지크가 기억을 더듬으며 물었다.
“한태성.”
이건이 뒤틀린 미소를 지었다.
“똘마니 구하러 납신 건가?”
“정답.”
“뒈질 줄은 모르고?”
이건이 지크를 도발했다.
‘저거 진짜 마음에 안 드네.’
지크는 이건의 저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건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그는 상대가 누가 되었든 눈 아래로 내리깔아보았다.
특유의 선민의식, 특권의식, 우월감 등으로 타인을 자신의 아랫사람으로 보는 것이다.
물론 이해가 안 가지는 않았다.
이건은 매우 특별한 사람이었다.
어느 한 분야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다는 건, 엄청난 자부심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었다.
어릴 적부터 모두가 칭찬하고, 우러러보고, 또 놀라워해 주니 자연스럽게 오만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들을 천민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을 귀족이라 여기는 게 합리화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부숴준다.’
지크는 이건의 저 오만함을 깨부숴주고 싶었다.
이 세상에 이건 혼자만이 고귀한 게 아니라는 걸, 다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가르쳐주고 싶었다.
꽈악!
지크가 을 움켜쥐었다.
“긴말 할 거 없어. 한판 붙자.”
“네놈 따위가? 운으로 이겼다고 주제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지?”
이건이 자신의 검을 들어 지크를 겨누었다.
“이번에도 그런 행운이 따라줄 것 같아?”
“두고 보면 알겠지.”
“버러지 주제에.”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건의 공격이 지크를 향해 퍼부어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우웅!
이건의 검이 마치 블랙홀처럼 지크의 모든 에너지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알림: 생명력을 빼앗겼습니다!] [알림: 근원력을 빼앗겼습니다!] [알림: 스태미나를 빼앗겼습니다!]이건의 은 지크를 고목나무로 만들어주겠다는 듯 탐욕스럽게 에너지들을 빨아들였다.
“크윽!”
고통스러워하는 지크.
“이제 뒈져야지?”
이건은 조금의 반격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매섭게 지크를 몰아붙였다.
지크는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다.
스킬 사용은 이건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줄 뿐이었다.
지크가 사용하는 스킬들이 에 의해 흡수되어 이건의 훌륭한 에너지 자원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크는 스킬 사용 없이 오직 평타로만 이건과 맞섰다.
챙! 채앵!
싸움은 팽팽했다.
이건이 지크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구도가 나오고 있긴 했다.
그러나 지크는 쉽사리 유효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의 스킬 레벨을 올려둔 덕분에 자동방어 기능의 발동 확률이 늘어나서,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는 불리함을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좀 늘긴 했는데.”
이건이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
“그런다고 너 따위가….”
그 순간.
번쩍!
이 섬광을 내뿜었다.
그리고 그다음 순간.
쨍그랑!
이건의 검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며, 대폭발을 일으켰다.
“악!”
뒤이어 폭발에 휩쓸린 이건이 저 멀리 날아가 나가떨어졌다.
검이 부서지자 으로 빨아들였던 에너지들이 일제히 흩어지며 엄청난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
“성능 좋고.”
지크가 미소를 지었다.
[필멸의 칼날]이 칼날 앞에 영원불멸한 것은 없을 것이다.
•타입 : 액세서리 (소모품)
•등급 : 초월
•공격력 : 0
•사용 가능 회수 : 9 / 10
•효과 :
– 효과 사용 시 적의 무기를 내구도와 관계없이 파괴함.
지크는 크반트가 특별히 제작해준 아이템인 의 성능에 크게 만족했다.
이건이 의 매개체로 사용하던 검을 너무나도 쉽게 부숴버린 것이다.
“크윽….”
이건이 몸을 일으켰다.
“이 새끼가….”
“흡성대법은.”
지크가 이건을 향해 다가서며 말했다.
“부작용이 심해. 시전자의 몸에 무리를 주거든.”
“…….”
“그래서 부담을 덜어줄 필터가 필요했을 테고, 그게 검이겠지.”
“한태성….”
“근데 검이 파괴되면, 흡성대법의 안정성이 어떻게 될까?”
“…….”
“매개체 없이 흡성대법의 부작용을 얼마나 버틸까? 30초? 아니면 1분?”
“큭.”
이건이 웃었다.
자신의 약점을 들켰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위축되는 것 같지가 않았다.
“틀린 말은 아닌데.”
이건이 아공간 인벤토리를 열어 다른 검을 꺼내 들더니 말했다.
“검은 한 개가 아닌데?”
“아?”
“내가 그 정도 준비도 없이….”
그때.
촤라락!
지크가 을 쭉 내질렀다.
“……!”
이건은 지크의 기습에 본능적으로 검을 세워 그 공격을 막았지만, 애석하게도 막은 게 아니었다.
쨍그랑!
새로 꺼낸 검이 에 의해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면서 이 가슴팍을 크게 베어놓았던 것이다.
“이런 개 같은.”
이건은 자칫 치명상이 될 수 있었던 상처를 입었음에도 번개처럼 튀어 올라 즉시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새 검을 꺼냈다.
“버러지 새끼가 어디서!”
이건이 지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우웅!
검이 에 따라 주변의 모든 에너지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쨍그랑!
이건이 새로 꺼낸 검 역시 에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15강 이상의 검 세 자루가 터져버린 것이다.
“…….”
이건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태에 입을 꽉 다물었다.
그런 이건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검을 사용할 수 없으면… 흡성대법의 안정성이 떨어져. 빌어먹을. 몇 자루 안 남았는데.’
이건은 을 사용할 때마다 수십억 원어치의 검을 일회용품으로 써야만 했다.
마치 슈퍼카와 같다고나 할까?
엄청나게 강력하지만, 연비가 나쁘다 못해 돈을 길거리에 뿌리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지크가 무기를 파괴해버리니, 값비싼 무기를 매개체로 사용해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단 거였다.
괜히 비싼 무기만 날려 먹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개였다.
첫째, 검을 사용하지 않고 의 부작용을 고스란히 받아내면서 싸우는 것.
둘째, 일단 도망치는 것.
이건은 짧게 고민했다.
그리고 검을 손에서 놓고,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내가 이런 버러지 새끼를 상대로 도망친다고? 이건이? 웃기는 소리. 1분 안에 끝내면 돼.’
이건은 도망치지 않고, 지크와 싸우는 걸 선택했다.
물론 일단 후퇴하는 게 전략적으로는 현명한 판단이었다.
하지만 그러자니 도저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이건이 생각하는 지크는 그저 운이 좋아 세계적인 게이머로 성장한, 별 볼 일 없는 게이머였다.
아무리 약점이 드러났다고 한들, 그런 지크를 상대로 도망치는 건 이건에게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꼴에 내 약점을 알아챘다고 기고만장한 모양인데….”
이건이 지크를 향해 악귀와도 같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고 내가 너 따위한테 질 것 같아?”
다음 순간.
우웅!
이건의 몸이 주변의 모든 에너지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부작용 따위는 신경도 안 쓴다는 듯 그 어떤 매개체도 없이 맨몸으로 을 켠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