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264
1263
“왜 그러니?”
지크는 베르단디가 몸을 떨기까지 하자 매우 당황했다.
“이 약은….”
베르단디가 울상을 지었다.
“한계를 뛰어넘게 해줘요. 하지만….”
“하지만…?”
“이 약을 마신 사람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영혼이 육체를 이탈하게 되어요.”
“으응? 그게 무슨 말이니? 영혼이 육체를 이탈하게 된다니?”
“그러니까….”
베르단디가 설명했다.
“육체와 정신의 비대칭으로 인해서요, 그게 그러니까….”
베르단디가 그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해주었지만, 지크는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워낙에 고차원적인 연금술의 개념이라서, 무식한 지크로서는 이게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단 하나만은 분명했다.
이 이 마냥 좋은 게 아니라는 것.
언젠가 부작용으로 인해 영혼이 육체를 이탈할 수도 있다는 것.
“그럼 어떻게 되는 거니?”
“육체가 영혼 없는 빈껍데기로 변해버릴 거예요.”
지크의 물음에 베르단디가 대답했다.
“인형처럼?”
“네.”
베르단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영혼이 없어진 육체는 움직일 수도 없게 될 거예요.”
“맙소사.”
“아바마마, 막아야 해요.”
베르단디가 절박한 어조로 말했다.
“사람들이 이 약을 먹지 못하게 해야 해요. 안 그러면 이 약을 먹은 사람들 모두가 영혼 없는 인형이 될 거예요.”
“아, 알겠단다.”
오싹 소름이 끼쳤다.
현재 게이머들은 이 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고 있었다.
을 넘지 못한 고레벨 게이머들의 입장에서는, 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어쩐지.’
지크는 마우레키온 제국이 어째서 을 만들어 게이머들에게 나눠주고 있는지 깨달았다.
하기야, 처음부터 뭔가가 이상했다.
왜?
마우레키온 제국은 게이머들이 강해지는 걸 바라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매우 싫어했다.
마우레키온 제국은 게이머들이 강해지는 걸 극도로 경계했다.
게이머들이 더 강해져 버리면, 통제가 힘들어지는 걸 두려워한 것이다.
그런 마우레키온 제국이 강해질 수 있는 을 만들어 게이머들에게 나눠주었다?
처음부터 의심을 했어야 했다.
이른바 이란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마우레키온 제국이 아니던가?
‘진짜 큰일이야.’
지크는 이 사태가 얼마나 큰 재앙으로 번질지 예상조차 할 수가 없었다.
영혼이 육체를 빠져나가게 된다는 의 부작용이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도 예상이 안 되는 판국이었다.
‘다 뇌사 상태에 빠져서 캐릭터 통제를 못 하게 되는 건가? 젠장.’
지크는 속으로 분노를 삭이며, 베르단디에게 물었다.
“혹시 해독제를 만들 수 있겠니?”
“만들 순 있겠지만… 아주 오래 걸릴 것 같아요!”
“얼마나?”
“몇 개월은 필요할 것 같아요.”
“부탁 좀 해도 되겠니?”
지크가 조심스레 물었다.
지크는 베르단디가 제아무리 자신의 딸이라지만, 강압적으로 명령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많은 모험가들이 이 약을 먹었단다. 그들 모두가 영혼을 잃어버리게 되면, 큰 재앙이 닥칠지도 몰라.”
“해볼게요!”
베르단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바마마를 돕고 싶어요!”
“착하기도 하지.”
“영혼을 잃어버리는 건 무서운 일이에요! 막고 싶어요!”
“그럼, 할 수 있겠니?”
“네!”
“사랑한단다.”
지크는 베르단디를 꼭 안아주었다.
누굴 닮았는지….
어쩜 이렇게 심성이 곱고 의젓한 아이가 태어날 수 있었는지, 아빠인 지크가 생각하기에도 놀라웠다.
“그럼, 부탁할게.”
“네!”
그렇게 지크는 베르단디에게 의 해독제 제작을 의뢰해놓고, 즉시 발걸음을 옮겼다.
‘이 사실을 알려야 해.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기기 전에 막아야 해.’
지금 이 순간에도 수없이 많은 299레벨의 게이머들이 마우레키온 제국의 영토 안에 있는 고대던전에 도전하고, 그 대가로 을 받아 마시고 있을 터.
이미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린 뒤였지만, 추가적인 피해만은 막아야 했다.
단 한 명의 게이머라도 을 마시는 걸 막을 수만 있다면, 뭐든 해야 했다.
‘일단 지튜브에 영상을 올리자. 그래서 이 사실을 널리 알려야 해. 길드원들, 성전사들한테도 알리고.’
지크는 급한 대로 로그아웃부터 했다.
에 영상을 업로드해서 의 비밀부터 전 세계에 알려야 했기 때문이다.
***
지크가 로그아웃해서 영상을 찍는 동안 프로아 제국에는 큰 사건이 벌어졌다.
마우레키온 제국과 국경을 마주 대고 있는 어느 도시에 언데드 군단이 출몰, 프로아 제국의 영토로 쳐들어온 것이다.
지크가 현실에서 에 업로드할 영상을 촬영하느라 정신이 없는 사이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미켈레는 언데드 군단과 맞서기 위해 즉시 프로아 제국군의 최고 사령관인 오스칼을 불러들였다.
또한, 길드원들과 성전사들을 소집해 대응에 나섰다.
“폐하께서 없으시니, 제가 막아보겠습니다.”
오스칼은 급히 프로아 제국군을 이끌고 국경으로 달려갔다.
‘우리 군의 전투력을 시험해볼 좋은 기회다.’
오스칼은 오히려 이 사태를 반겼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프로아 제국군은 전투력 측정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최근 프로아 제국군은 군의 체질 개선을 단행했다.
인간, 마족, 그리고 천족이 3인 1개 조로 전우조를 이루면서 거의 모든 야전군 부대의 편성이 바뀐 것이다.
그래서 오스칼은 이번 사태를 프로아 제국군의 전투력을 측정해볼 기회로 여겼다.
이 전투에서 프로아 제국군의 장점과 단점이 드러날 테니, 그걸 피드백하면서 군이 더 강하게 거듭날 밑거름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그렇게 프로아 제국군은, 3개의 군단으로 나뉘며 국경으로 향했다.
총사령관 오스칼이 이끄는 프로아 제국군은, 그 규모가 가히 대단했다.
제1군단장으로는 최근 폐관 수련을 끝내고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카렐.
제2군단장은 용인족 마스터인 드라쿨리스.
제3군단장은 프로즌 툰드라 출신으로 블랑 일족의 족장이자 마스터의 강자인 나누크사.
이렇게 총 3개의 군단이 출동했다.
그리고 그레이트 위저드인 데시마토 공작, 그리고 전대 마탑주 라이미안, 팬텀싱어인 그랭구아르가 이끄는 제1마법사 사단이 야전군을 지원했다.
어지간한 강대국에도 한 명이 있을까 말까 한 마스터의 강자가 무려 5명이나 투입된 것이다.
물론 요즘에는 으로 인해 400레벨 이상의 스펙을 가진 게이머들이 많아졌지만, 그래도 대단한 건 대단한 거였다.
아무리 을 통해 레벨을 올렸다고는 하지만 을 깬 사람과 깨지 않은 사람 간의 격차는 그리 가볍지 않았던 것이다.
‘폐하. 소신이 사태를 마무리 짓겠사옵니다. 편히 쉬다 오소서.’
오스칼은 지크의 빈자리를 잘 채우겠노라고 다짐했다.
지크가 없다?
그렇다고 프로아 제국이 무너질 리 없었다.
그간 기를 쓰고 군사력을 키워온 이유가 이렇듯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아니겠는가?
“전군, 출격하라.”
오스칼이 명령했다.
척! 척! 척! 척!
그러자 프로아 제국군이 일제히 발을 맞추어 전선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
태성이 에 업로드한 에 관한 영상은, 불과 30분도 채 되지 않아 인기 급상승 동영상이 되었다.
영상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이었고, 의견은 정확히 반으로 나뉘었다.
– [Paul Lee] 헐ㅡㅡ NPC들이 게이머들 통수친 거임???
– [Koguma Jeo] 헐? 나 먹었는데 어캄????
– [노래나 들을래] ㅁㅊ;;; 어쩐지 ㄷㄷㄷ
– [Amanina Abiden] 절대 안 먹어야지;;;
– [꾸끼야] 안 그래도 오늘 먹으려고 했는데 ㅡㅡ;; 다행이다… 감사해요!!!
많은 사람들이 태성의 주장을 믿어주었다.
하지만 태성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았다.
– [리플레이LEEPLAY] 말이 됨? ㅗㅗ 구라사절 ㅋㅋㅋㅋㅋ
– [H H] 뇌피셜 아닌가? 확인된 것도 없는데 이렇게 영상 올려도 되는 거임?
– [저스티즈] 응~ 안 믿어~~~~ 이미 먹었어~~~
베르단디와 나눈 대화를 증거 영상으로 첨부하긴 했지만, 모든 게이머들의 신뢰를 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Oops!] ㅋㅋㅋㅋㅋㅋㅋㅋ그 말을 믿으라고? 개웃기넼ㅋㅋㅋㅋ 지 혼자 강해지고 싶어서 구라 치는 거 같은데???
– [99Toss] 그마 찍은 것도 지 혼자 꿀 빨아서 그런 거 아님???
– [뽀시래기떡] 초월의 묘약 먹고 부작용 난 사람이 있기는 함? ㅋㅋㅋㅋㅋㅋ 한태성 그렇게 안 봤는데 지 혼자 강해지려고 약 파네 ㅋㅋㅋ 역하다 역해 ㅋㅋㅋㅋㅋ
그건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고레벨 게이머들의 입장에서, 을 먹지 말라는 지크의 주장은 다소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없이는 299레벨에서 300레벨로 레벨 업 하는 게 불가능했으니,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먹지 말라고 해도 먹겠지.”
태성은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게이머들이 단 댓글들을 살펴보며,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강해질 수만 있다면 양잿물이라도 들이켜는 게 게이머들의 종특인데, 부작용이 있다며 뜯어말린다고 소용이 있을까?
아직 이렇다 할 부작용이 드러난 것도 아닌 데다가, 확실한 증거도 없는데.
‘일단 언론이랑 인터뷰도 해야겠어. 경고해야 돼.’
태성은 내친김에 기자들을 불러다가 의 위험성에 대해 인터뷰하는 시간까지 가졌다.
아울러, 게임 속 NPC인 슈트카르트 황제가 사실 게이머들을 적대시한단 사실도 전했다.
을 통해 게이머들을 게임 속 세상에서 지워버리려고 한다는 사실까지 모조리 폭로했다.
게이머가 게임 속에서만 존재하는 NPC의 음모를 현실에서 폭로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인터뷰] 프로게이머 한태성 “슈트카르트 황제는 믿어서는 안 되는 NPC.” [칼럼] NPC들의 반격? 게임 BNW를 통해 정치를 배우다. [뉴스/게임] 과연 프로게이머 한태성의 말은 진실일까?태성의 인터뷰와 관련해서 수없이 많은 뉴스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태성은 인터뷰를 마치고 그렇게 생각했다.
진실을 알렸으니, 이제 태성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태성의 말을 믿느냐 마느냐는 게이머들의 몫.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도 못 하겠네.’
태성은 제발 의 부작용이 크지 않기를 바라면서, 게임에 접속했다.
자기 전에 황제로서 밀린 서류 작업들을 좀 처리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폐하.”
갓 로그인한 지크에게 미켈레가 다가와 보고했다.
“현재 우리 군이 마우레키온 제국의 국경 지역에서 대규모 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뭐?!”
지크가 깜짝 놀랐다.
영상을 찍고 각 언론들과 인터뷰하고 온 사이 대규모 전면전이 벌어졌을 줄이야….
“마우레키온 제국이 쳐들어온 거야?”
“아닙니다.”
미켈레가 고개를 저었다.
“현재 마우레키온 제국의 영토로부터 대규모 언데드 군단이 나타나 우리 영토로….”
“아.”
지크는 미켈레의 보고를 받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현재 전투 중인 건가?”
“예, 폐하.”
“바로 가볼게.”
지크는 즉시 발걸음을 옮겼다.
프로아 제국군이 대규모 전면전을 벌인다는데, 황제로서 가지 않을 수야 없지 않겠는가?
‘큰 피해는 없어야 할 텐데.’
워프 게이트로 향하는 지크의 발걸음은 다급했다.
혹여나 프로아 제국군 장병들이 많이 다쳤을까 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