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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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지크가 파천존의 존재감을 느꼈던 것처럼, 파천존 역시도 지크가 접근해오고 있는 걸 알아차렸다.
그래서 파천존은 자신의 대검을 한 번 크게 휘둘러 적들을 떨쳐버리고, 지크를 맞이했다.
최강자들의 대결에 잔챙이들은 필요 없다는 듯이 말이다.
저벅저벅!
이윽고 지크가 파천존의 앞에 도착했다.
“지크프리트 폰 프로아.”
파천존이 지크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다.
지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스윽.
그저 을 움켜쥐었을 뿐.
대화?
필요하지 않았다.
통성명 따위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만나본 적은 없어도, 서로가 서로를 익히 잘 알고 있는데.
대화는 각자 움켜쥔 무기를 맞부딪히며 무(武)를 겨루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미친.’
지크는 으로 파천존의 레벨을 확인하고, 혀를 내둘렀다.
파천존의 레벨은 무려 750으로, 여태 만나본 적들 가운데 가장 높았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게임 BNW에서 레벨은 절대적이지만은 않다는 거였다.
예컨대, 몬스터들이나 이종족들은 게이머나 NPC에 비해 레벨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10대 재앙들이 그랬고, 천족과 마족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레벨이 높을수록 강한 건 사실이었지만, 그게 절대적인 수치로서 승부를 미리 결정지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즉, 여태 만나본 적들 가운데 파천존이 가장 높은 레벨이란 건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성장 과정을 거친 무인에 한정된 이야기인 것이다.
‘삼존 중 최강이라더니.’
지크는 수십 년 동안 실종 상태였던 파천존이 어째서 최강이란 평가를 받았는지 깨달았다.
현재 지크의 레벨이 633레벨.
파천존과는 무려 117레벨이나 차이가 났던 것이다.
‘방심하면 진다.’
레벨이 더 높은 몬스터와 싸울 때보다, 750레벨의 파천존이 더욱 무서웠다.
까딱 잘못했다간 진짜로 목이 날아갈 테니, 제아무리 지크라도 긴장해야 했다.
게다가 상대는 검성 무르시엘라고의 후예.
어떠한 이능력을 가지고 있을지 예측도 안 되는 만큼, 더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
‘집중.’
생각은 거기까지.
화르르르!
스으으으!
지크는 자신을 중심으로 와 을 켰다.
그리고 자력 버프 스킬인 제3단계까지 켜서 스스로를 강화했다.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초반부터 전력을 다해 맞부딪히려는 것이다.
“오라.”
파천존이 지크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뒤이어 두 사람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지고, 첫 충돌이 일어났다.
콰앙!
엄청난 소음.
파앙!
뿜어져 나오는 충격파.
“……!”
지크는 파천존과의 충돌에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울컥!
그 한 번의 충돌에 내장이 진탕되었는지, 목구멍 안쪽에서부터 피 냄새가 느껴졌다.
[지크프리트 폰 프로아]•생명력 : ■■■■■■■■■□
심지어, 무려 10퍼센트의 생명력이 날아가기까지 했다.
다른 무엇도 아니고, 그저 각자의 무기가 충돌했을 뿐인데도 엄청난 데미지가 들어왔던 것이다.
파천(破天).
하늘을 깨뜨리는 자.
그 칭호에 담긴 의미는, 단 한 번의 공격에도 하늘을 부숴버릴 정도의 파괴력이 담겼단 얘기였다.
순수한 의미에서, 극강 그 자체였던 것이다.
***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크와 파천존의 대결은, 반경 5킬로미터를 쑥대밭으로 만들 정도로 엄청난 피해를 일으켰다.
지크와 파천존의 무기가 서로 충돌할 때마다 핵폭발로 인한 후폭풍에 버금가는, 그야말로 엄청난 충격파가 발산되었기 때문이다.
‘미친!’
지크는 파천존과의 근접전을 아예 포기해버리고, 최대한 회피기동을 활용했다.
파천존의 강함이란, 사실 그리 특별할 게 없었다.
파천존은 그냥 강했다.
물리적 파괴력의 끝판왕이라고나 할까?
무심히 휘두르는 검에 실린 파괴력이, 대구경 포탄에 못지않았다.
물론 그게 다는 아니었다.
극강의 파괴력도 파괴력이었지만, 더욱 놀라운 건 움직임이었다.
커다란 대검을 휘두르면서도, 도저히 빈틈이 없었다.
움직임은 또 어찌나 빠른지, 지크조차도 쫓아가기가 힘들 정도였다.
만약 이 없었더라면, 그 움직임을 놓쳤을 게 분명했다.
‘미친 진짜. 이건 사기잖아. 괴물이 따로 없네.’
디버프로 파천존의 공격력을 낮추었음에도, 도무지 버티기가 쉽지 않았다.
만약 의 자동 방어 및 회피 기능이 없었더라면, 무기를 몇 번 마주친 것만으로도 죽었을지도 몰랐다.
‘이게 완전체인가.’
지크는 파천존이 무(武)의 정점에 도달한 강자라는 걸 뼈저리게 실감했다.
여타의 그랜드 마스터들과도 차원이 다른 강함.
잡기술이나 특별한 이능력 없이, 순수한 강함과 기술만으로 엄청난 무력을 뽐내는 파천존을 보고 있노라니 경외심마저 들 지경이었다.
‘빈틈이 없어.’
파천존이 얼마나 강력했느냐 하면, 의 다섯 번 타격조차 맞출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빈틈이 없다 못해, 유효타 하나조차 언감생심 노려보기 힘들었던 것이다.
“강하군.”
파천존이 입을 열었다.
“젊은 나이에 그만한 경지에 도달하다니.”
“…크윽!”
“경이로운 성장이다.”
파천존은 비록 적이었지만, 지크를 인정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대륙의 최강자로서 군림해온 파천존은, 그간 적수를 찾지 못했다.
상대가 그 누구라 할지라도, 일대일 대결에서만큼은 밀려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크가 자신과 거의 대등한 싸움을 펼치니, 감탄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너는 나를 이길 수 없다.”
파천존이 검을 뒤로 쭉 빼더니, 앞으로 훅! 하고 내질렀다.
퍼엉!
그러자 무형(無形)의 충격파가 마치 대포처럼 터져 나와 지크를 덮쳤다.
‘위험!’
지크는 파천존의 그 공격에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를 켜서 자신의 방어력을 올렸다.
피하지 못할 걸 알았고, 맨몸으로 맞았다간 즉사할 것 같아서 를 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콰앙!
뒤이어 엄청난 충격이 가해지고.
“악!”
지크가 수십여 미터를 훌쩍 날아갔다.
[지크프리트 폰 프로아]•생명력 : ■■■■■□□□□□
그 한방에 실린 데미지는 가히 엄청났다.
만약 를 켜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즉사했을지도 몰랐다.
디버프를 걸어 파천존이 낼 수 있는 데미지를 30퍼센트 정도 깎았음에도, 이 정도의 피해를 입은 것이다.
“커헉!”
기어코 지크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정말로… 강해. 이건 그 이상이야.’
지크는 파천존의 강함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실감했다.
순수한 강함을 이룩한 무인이란, 그 어떤 적보다도 무서웠다.
공격력이 엄청나고, 움직임도 빨라서 빈틈 자체가 없었다.
마치 거대한 산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속전속결. 도박을 걸어야 돼.’
지크는 이 대결을 오래 끌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장기전으로 가면 갈수록 불리한 건 지크였지, 파천존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담판을 짓자.’
지크가 벌떡 일어났다.
우웅!
뒤이어 지크가 가진 모든 디버프 오라가 뿜어져 나와 파천존을 덮쳤다.
“나는 강하다.”
파천존은 지크가 건 디버프에 떡칠이 되어가고 있음에도, 전혀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네가 이룩한 경지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것으로 나를 약하게 만들 순 없다.”
“…그럴까.”
지크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다음 순간.
슈우웅!
시커먼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며 지크와 파천존을 집어삼켰다.
지크가 파천존을 자신이 지배하는 세계인 로 초대한 것이다.
***
한편, 한센은 다시 잡은 공격의 주도권을 이용해 마우레키온 제국의 국토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프로아 제국군과 연합군을 마우레키온 제국군의 영역에 깊숙이 침투시키고, 보급로를 확보하는 등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사전작업을 시작했던 것이다.
덕분에 프로아 제국군과 연합군은 국경 근처에 주둔 중인 마우레키온 제국의 대군(大軍)을 거의 포위하는 데 성공했다.
지크가 파천존을 제거하고, 마우레키온 제국군 진영을 조금 휘저어만 준다면 대규모 전면전에서 지고 싶어도 질 수 없는, 완벽한 구도를 만들어내는 게 가능했던 것이다.
‘마우레키온 제국에서도 이길 알 텐데.’
한센은 마우레키온 제국이 바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곧 병력을 철수시킬 거다. 그때, 큰 이득을 봐야 한다.’
한센은 마우레키온 제국군이 완전히 포위당하기 전에 움직일 거라고 판단했고, 그때를 공격 타이밍으로 잡았다.
마우레키온 제국의 대군이 국경 근처에서 물러날 때, 그때가 바로 프로아 제국과 연합군에게 주어진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그리고 그중 가장 황금 같은 기회란….
‘폐하께서 파천존을 제거하면, 그때가 기회다.’
한센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생각이었다.
지크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우레키온 제국의 대군이 파천존의 전사를 알아차리자마자 즉시 퇴각을 준비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먼저 움직이고 있어야 한다. 적이 퇴각 준비를 할 때 준비하면 늦는다. 미리 가 있어야 한다.’
한 발 더 빠르게.
그리고 더 과감하게.
한센은 전략가로서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했고, 즉시 명령을 내렸다.
“현 시간으로부터 마우레키온 제국의 영토에 병력을 더 보내고, 이미 들어가 있는 병력들은 포위 공격을 준비합니다.”
“예! 사령관님!”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대륙을 수직으로 가르면서, 포위망을 형성할 겁니다. 보급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직 포위와 섬멸만을 염두에 두고 움직입니다. 3일 안에 대규모 전면전을 벌일 수 있게끔, 최대한 빠르게 기동하라고 전군에 명령 하달하십시오.”
그렇게 한센은 승부수를 던졌다.
지크가 파천존을 제거한다는 믿음 하나로, 프로아 제국군과 연합군이 대제국 마우레키온을 무너뜨릴 신의 한 수를 둔 것이다.
***
한편, 파천존을 로 초대한 지크 역시 이 대결을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낼 승부수를 던진 상태였다.
화르르르르!
스으으으으!
번쩍! 번쩍! 번쩍!
지크는 에 들어서자마자 과 , 와 같은 액티브 스킬들을 모조리 쏟아내었다.
“……!”
파천존은 그런 지크의 공격을 피하려고 했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곳 는 지크가 지배하는 곳.
지크의 의지에 따라 크기가 커지고 줄어드니, 파천존으로서는 절대로 피할 수가 없었다.
“크으윽!”
그렇게 파천존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크의 모든 액티브 스킬들을 모조리 뒤집어쓰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파천존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파천존]•생명력 : ■■■■■■□□□□
파천존의 방어력과 항마력, 그리고 각종 저항력이 워낙에 높아서 치명적인 피해까지는 입히지 못했던 것이다.
지크도 그걸 알았고,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빈틈은 만들면 돼.’
지크는 을 일발 장전한 후 곧장 파천존을 향해 을 휘둘렀다.
“……!”
파천존은 본능적으로 지크의 필살기가 날아든다는 걸 느끼고, 자신의 대검을 세웠다.
피할 수 없으니, 막기라도 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우웅!
그러자 파천존의 대검이 황금색으로 물들고, 그 주변으로 오러로 이루어진 직사각형의 방패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오러로 방패를 만들어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스킬인 모양이었다.
‘막아? 그래, 어디 막아 봐. 그게 니 발목을 잡을 테니까.’
지크는 파천존이 을 방어해내든, 그렇지 못하든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콰앙!
뒤이어 파천존이 만들어 낸 방패와 이 서로 충돌하며 에 엄청난 후폭풍이 휘몰아쳤다.
“크윽!”
휘청대는 파천존.
‘지금.’
지크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을 막아 낸 후폭풍으로 인해 파천존의 자세가 무너진 틈을 정확하게 파고들었던 것이다.
푹! 푹! 푹! 푹! 푹!
뒤이어 의 찌르기 다섯 번이 파천존의 가슴팍을 향해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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