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286
1285
“……!”
“……!”
“……!”
모두가 놀랐다.
이 전투에 참전한 이들 중 지크의 전투력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랬기에 어지간한 것으로는 놀라지도 않았다.
그게 지크였다.
뭘 보여줘도 사람들이 놀라지 않는다.
왜?
당연했으니까.
NPC들에게 있어서, 지크는 세상을 수차례 구한 성웅(聖雄)이자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위대한 무인(武人)이었다.
게이머들에게는 세계 최고의 프로게이머였고, 명실공히 게임 BNW의 정점에 오른 존재였다.
그러니 지크가 뭔가를 보여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조금 전 일직선상에 자리한 란돌 공작의 복제인간들을 학살해버린 그 공격은, 임팩트가 너무나도 컸다.
단숨에 수천 명을 학살해버린 그 광경이 너무나도 충격적이고 상상 이상이라서, 모두가 놀랐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제일 놀란 사람은 지크 본인이었다.
‘이, 이게… 된다고? 평타 한 방에?’
지크는 딱히 뭘 하지 않았다.
스킬을 쓴 게 아니었다.
평타.
그저 에 근원력을 불어넣고 앞으로 쭉 내질렀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무시무시한 칼바람이 휘몰아치며 그 강력한 란돌 공작의 복제인간들을 모조리 쓸어버렸다.
그렇다면….
‘스킬을 쓰면 어떻게 되는 거야…?’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근원력을 불어넣은 평타만 해도 이 정도인데, 제대로 스킬을 사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크 스스로도 두려웠다.
– 봤나.
에 깃든 자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게 나다. 네놈은 감히 상상하지도 못하는 힘을 가진 존재다. 지금의 네놈은 내가 가진 힘의 10퍼센트도….
‘잡귀는 닥쳐.’
– 뭐, 뭣이…?!
‘또 처맞을래? 진짜 죽여 줘?’
– …….
‘닥치고 있어. 바쁘니까.’
– 노옴….
‘노예면 노예답게 일이나 해. 사람 빡치게 하지 말고.’
– …….
‘끝나고 정신교육 좀 해야겠어.’
– 정신교육…?
‘두고 보면 알아.’
거기까지.
지크는 의식의 끈을 차단시켜서 들려오는 잡귀의 목소리를 아예 음소거해버렸다.
전투가 한창이었다.
잡귀의 지껄임에 놀아나느니, 귀를 막는 편이 나았다.
“주인 놈.”
햄찌가 다가와 물었다.
“도대체 뭘 손에 넣은 거냐.”
“나도 잘 모르겠다. 근데 확실한 건… 이 싸움을 끝낼 힘을 얻은 것 같아.”
“보여줘라.”
“그러려고.”
지크가 를 움켜쥘 때였다.
펑펑! 펑! 펑펑! 펑펑펑! 펑! 펑!
저 멀리서 마우레키온 제국군의 전투순양함 함대가 다가오고 있는 게 보였다.
추가 병력.
현재 공중전은 코랄 종족의 기술력이 도입된, 신형 전투순양함을 앞세운 프로아 제국과 연합군이 를 반 이상 쳐부순 상태로, 승리를 굳혀가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마우레키온 제국은 이 아닌 평범한 전투순양함 30척을 추가로 투입했던 거였다.
‘안 되지.’
지크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몇 분만 지나면 프로아 제국군과 연합군의 함대가 공중을 완전히 장악할 텐데, 추가 병력이 끼어들게 놔둘 순 없었다.
‘공중전부터 끝낸다.’
지크의 의지가 세워졌다.
그로부터 셋, 둘, 하나!
쒜에에에에에에에에엑!
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갔다.
위이이이이잉!!!
마치 미사일처럼 날아간 가 빛의 속도로 회전하며 칼바람을 일으켰다.
‘컨트롤.’
지크가 정신을 집중하고 스킬을 사용했다.
우웅!
뒤이어 하늘 높이 솟아오른 가 지크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기적이 일어났다.
콰앙!
스킬에 의해 날아간 가 마우레키온 제국군의 전투순양함 외부 장갑을 찢어발기며 뚫고 들어갔다가 반대쪽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게 시작이었다.
콰앙! 쾅! 쾅! 콰앙!
는 그 전투순양함을 수차례 꿰뚫었다가 빠져나오기를 반복했다.
그 결과.
퍼엉! 펑!
눈 깜짝할 사이에 벌집이 된 전투순양함이 공중에서 폭발을 일으키더니, 이내 곧 추락하기 시작했다.
“마, 말도 안 돼에에에에에에에에!”
“저, 저건….”
“맙소사!”
“투창… 으로… 전투순양함을… 격추… 시킬… 줄이야….”
그 광경을 본 모두가 경악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촤라라라라라라라!!!
원뿔에 칼날 폭풍을 머금은 는 그 후로도 마우레키온 제국의 전투순양함들을 벌집으로 만들며 격추시켰다.
30척의 전투순양함으로 이루어진 함대가 전멸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5분도 채 되지 않았다.
개인이 전략 병기인 전투순양함을 격추시킨 것만 해도 대단하다.
그런데 함대 전체를 전멸시켰다?
누구도 믿지 못할 일이었다.
“주인 놈아.”
본체 상태의 햄찌가 지크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다.
“어.”
지크가 되돌아온 를 잡아채며 대답했다.
“다신….”
“……?”
“안 까불겠다.”
“으응…?”
“죽긴 싫군.”
본체로 현신한 햄찌의 성격이 얼마나 오만하고 건방진지를 떠올려 보면, 지크가 제 귀를 의심하기에 충분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햄찌는 진심이었다.
안 그래도 무지막지하게 강한 지크가 와 같은 악마의 무기를 손에 넣었으니, 비위를 거슬렀다가 얼마나 큰 혼쭐이 날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던 것이다.
‘괴물 같은 자식.’
를 손에 넣은 지크를 바라보는 햄찌의 시선은, 마치 동네에서 제일가는 장난꾸러기이자 골목대장의 손에 핵폭탄이 쥐어진 걸 보는 것과 같았다.
***
공중전이 끝났다.
지크가 로 마우레키온 제국군의 함대를 모조리 격추시키면서, 전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공중을 장악한 프로아 제국과 연합군은, 공중 전력을 이용해 마우레키온 제국군의 후방에 무자비한 폭격을 가했다.
펑! 퍼엉! 펑! 펑! 펑! 펑! 펑펑! 펑! 펑펑펑! 펑! 퍼엉! 펑! 퍼엉! 펑!
그 가차 없는 폭격에, 후방에 자리한 마우레키온 제국군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수백만 명이 한꺼번에 뒤섞일 순 없는 노릇.
일부가 앞에서 전투를 치르고 있으면, 후방에 있는 병력은 투입될 때까지 진영을 유지한 채 대기하고 있는 게 기본이었다.
전방에 배치된 병력들의 숫자가 줄어들 때마다 즉시 전투에 투입될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공중을 장악당한 이상 후방에 자리한 마우레키온 제국군은 그저 좋은 표적에 불과했다.
전방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마우레키온 제국군은 프로아 제국군, 그리고 연합군과 뒤섞여 있어서 폭격의 대상이 아니었다.
프로아 제국과 연합군의 공중 전력이 아군까지 폭격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하지만 후방에 자리한 마우레키온 제국군은 방패막이로 삼을 적이 없었고, 폭격을 고스란히 뒤집어쓰면서 공중을 장악당한 대가를 아주 혹독하게 치러야 했던 것이다.
‘가자.’
지크는 를 움켜쥐고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란돌 공작의 복제인간들을 돌파하기 시작했다.
“으악!”
“으아아아악!”
“이 괴물 같… 으아악!”
를 손에 넣은 지크 앞에서 란돌 공작의 복제인간들은 아무런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애초에 란돌 공작의 복제인간들은 그 머릿수를 빼면, 지크의 상대조차 되지 못하는 이들이었다.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지크가 을 쏟아내기만 해도 감당하지 못했는데,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은 지크를 막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당장 무기에 붙은 공격력만 해도 하늘과 땅이었다.
[+10 성물 : 불멸의 방천화극]•공격력 : 17,000 + 5,000
차이는 컸다.
[+0 파멸의 손아귀]•공격력 : 70,000
아무런 강화도 되어 있지 않은 무기의 기본 공격력이 무려 7만.
기존에 쓰던 과 비교했을 때, 공격력이 거의 5만에 가깝게 높았다.
이 정도 수치라면 을 16강까지 강화에 성공한다 한들 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게 분명했다.
즉, 는 이 최소 20강은 되어야 겨우 비벼볼 만한 공격력이 붙은 행성 파괴급 무기였던 것이다.
그러니 란돌 공작의 복제인간들이 더 이상 지크를 붙잡고 매달리는 게 불가능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크는 번거롭게 란돌 공작의 복제인간들을 돌파해 낼 필요조차도 없었다.
팟!
가 빛을 내뿜더니, 눈앞의 풍경이 달라졌다.
‘이건….’
지크는 에 관련 특수효과가 붙어있는 걸 보았다.
그랜드 마스터들은 마법사 계열 클래스가 아니더라도 1회에 한하여 짧은 거리를 텔레포트할 수 있다.
하지만 거리도 짧을뿐더러 쿨타임도 길어 실전에서 써먹기에는 효율이 매우 나빴다.
하지만 를 쥔 이상 이야기가 달랐다.
근원력 소모가 극심하긴 했지만, 쿨타임도 짧아지고 이동 거리도 무척이나 길어졌던 것이다.
***
지크는 란돌 공작의 복제인간들을 순식간에 따돌리고, 가장 가까이에 있던 사천왕의 코앞에 강림했다.
“……!”
사천왕 중 유일한 여성인 키르케는, 눈앞에 나타난 지크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녀는 슈트카르트 황제의 유전 인자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네 명의 인조인간 중 하나로서, 그랜드 마스터급의 스펙과 전투력을 지닌 괴물이었다.
“지크프리트 폰 프로아…!”
“날뛰었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이 개 같은 새ㄲ….”
지크는 키르케가 지껄이게 놔두지 않았다.
촤라락!
가 좌에서 우로 휘둘러졌다.
도제 베텔규스의 비기 중 하나인 스킬이 터져 나왔다.
원뿔 형태를 한 마상창을 도(刀)처럼 휘두른 것이다.
그 결과.
“……!”
예상치 못한 기습에 당한 키르케의 두 눈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이, 이게… 무슨… 말도… 안… ㄷ….”
뒤이어 키르케의 허리에 가로로 붉은 선이 생겼다.
“……?”
지크는 의아했다.
분명히 원뿔 형태의 마상창으로 후려쳤다.
그런데… 때린 느낌이 아니라 벤 느낌이었다.
‘벤 건가?’
그때.
털썩, 털썩!
두 동강이 난 키르케가 허물어졌다.
‘만능기계장치? 그 짧은 순간에?’
아무래도 이 말도 안 되는 일의 원인은 의 재료 중 하나인 때문인 것 같았다.
지크가 미처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원뿔 형태의 마상창이 칼날로 바뀌었다가, 다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과거 시절과는 비교도 안 되는 빠른 폼 변화.
그랜드 마스터의 스펙을 가진 키르케를 두 동강 내버린 데미지야 말할 것도 없었고.
‘진짜… 괴물 같은 무기.’
지크는 놀라면서도, 곧장 몸을 날렸다.
남은 사천왕은 셋.
놈들을 지금처럼 단번에 쳐 죽이고, 전투를 끝내야 했다.
‘간다.’
텔레포트한 지크는, 사천왕들을 차례차례 쓰러뜨렸다.
지크가 그들을 쓰러뜨리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0분도 채 되지 않았다.
제아무리 그랜드 마스터급 스펙을 가진 사천왕들일지라도, 세계 등급의 무기를 휘두르는 지크를 상대로는 버티는 것조차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렇게 모든 사천왕을 제거한 지크.
‘아군과 적군이 섞인 곳 말고.’
아군들 근처에서 를 들고 싸울 수 없었다.
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칼바람에 적이고 아군이고 할 것 없이 갈기갈기 찢어질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 혼자.’
지크는 마우레키온 제국군의 후방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써보자.’
지크가 맹렬히 회전하는 를 땅바닥에 찔러 넣었다.
천지, 개벽!
하늘과 땅을 뒤엎는 의 광역 스킬이 펼쳐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크조차도 전율케 했다.
촤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
대지에 박힌 .
그 중심으로 소규모 토네이도들이 생성되어 부채꼴 형태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우레키온 제국군을 닥치는 대로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스킬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