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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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방어력은… 그야말로 막강했다.
조금 전 이건이 휘두른 검은, 그 공격력이 과 견주어도 될 정도로 무시무시한 것.
그런데 는 그 공격마저도 완벽하게 막아주었고, 충격파 역시도 상쇄시켜주었다.
그런 가 입은 데미지라고는, 표면의 도색이 살짝 까진 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게 시작이었다.
는 결코 방어만하지 않았다.
촤라락!
우산 형태였던 가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수만 개의 표창이 되었다.
그리고 그 표창들이 이건을 향해 날아갔다.
스킬이었다.
“크으으으윽!”
이건이 을 이용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표창들을 흡수하려 했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을 이루는 표창들은 크로매틱 드래곤의 뿔 재질로 이루어진 것.
이 제아무리 모든 에너지들을 빨아들인다고 한들, 쇠붙이들까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지크가 을 펼칠 때 오러 블레이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기에, 흡수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뒤이어 수만 개의 표창이 이건의 몸 전체를 뒤덮었다.
순식간에 벌집, 아니 고슴도치가 된 이건.
“크아아아아아악!”
고통과 분노에 찬 비명이 이건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지금.’
이건의 궁극기를 막아내고, 반격까지 성공한 지크가 의 창대를 움켜쥐었다.
창날의 역할을 하는 원뿔이 표창이 되어 이건의 몸에 꽂혀있으니, 남은 건 기다란 막대기인 뿐이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지크는 모든 무기 마스터리를 MAX까지 찍은 무기의 달인.
게다가 은 창이 아닌 검, 도, 혹은 봉술로도 활용이 가능한 무술.
‘팬다.’
지크가 를 휘둘러 고슴도치 상태의 이건에게 매타작을 퍼부어대기 시작했다.
“악! 으악! 아아아아아아아악!”
이건은 고슴도치가 된 상태로 지크가 휘두르는 에 무차별적으로 얻어맞았다.
빡! 빠악! 빡! 빡! 빡! 빠악! 빡! 빡!
가 이건의 머리통을 연신 내리쳤다.
– 아! 한태서어어어어엉!
– 일방적인 구타입니다! 한태성! 이건의 머리통을 인정사정없이 후려치고 있습니다!
– 아~ 이게 참교육이란 건가요~~~
해설자들과 게임 전문가들이 그 광경을 보고 감탄했다.
“오오오오!!!”
“잘한다! 잘해! 패버려! 더!”
“캬! 사이다네!”
관객들 역시 즐겁게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건은 적이 아주 많았다.
이건의 게임 재능과 실력은 누구나가 인정하는 부분이었지만, 그 인성은 아무리 좋게 포장해도 쓰레기임을 부정하기가 힘들었다.
실력만 뛰어났지, 지난 10년 동안 저지른 악행이 하도 많아서 안티가 엄청나게 많았던 것이다.
그래서 전 세계 게임 팬들은 누군가 나서서 이건을 쳐부숴 주길 원했다.
그것도 10년 동안이나.
그런데 이런 빅매치에서 태성이 이건을 탈탈 털어주는 모습이 나오니, 전 세계 게임 팬들이 열광할 만했다.
“이… 이이이…!!!”
이건은 지크에게 두들겨 맞는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온몸에 꽂힌 표창 때문에 피를 철철 흘리며 으르렁거리는 이건의 모습이란, 마치 상처 입은 야수와 같았다.
“이 X발놈아아아아아아아!!!”
그 순간.
파앙!
이건으로부터 뿜어져 나온 에너지의 폭풍이 표창들을 모조리 튕겨내었다.
“크으으으….”
이건이 지크가 휘두르는 마저 튕겨내더니, 마치 맹수처럼 몸을 날렸다.
분노 때문에 이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나야 좋지.’
지크는 표창들을 촤라락! 회수해 를 움켜쥐고, 무지성으로 덤벼드는 이건을 철저히 ‘분해’했다.
냉정한 지크.
이성을 잃은 이건.
누가 유리한지는 두말하면 잔소리.
푹! 푸욱!
가 이건의 몸통을 두 번 연속으로 꿰뚫었다.
“크아아아악!”
걸레짝이 된 이건이 비명을 지르고.
‘기회.’
지크가 를 집어넣고는, 이건의 허리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그다음엔?
수플렉스.
콰앙!
무왕 레오니드의 비기인 이 터져 나오며, 지크가 이건을 뒤로 훌쩍 넘겨 땅바닥에 내리찍었다.
액티브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
상관없었다.
피지컬로 찍어 누르고, 이렇듯 격투술로 대응하면 되었다.
제아무리 일지라도 격투술까지 흡수하는 건 불가능한 일.
그리고 그게 이건의 약점이었다.
적의 액티브 스킬들을 모조리 빨아들인다지만, 평타만을 활용한 기본기나 순수하게 몸으로 부딪쳐오는 공격에는 딱히 대응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동안에는 이건의 피지컬이 워낙에 뛰어나서 그 약점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엄청난 성장을 이룩한 데다, 사부로부터 특훈까지 받은 지크는 피지컬적인 부분에서 이건을 압도했다.
게다가 템빨에서도 지크는 이건을 압도했다.
즉, 굳이 을 파훼하지 않아도 이건을 이기는 게 가능했던 것이다.
“커헉!”
이건이 피를 토했다.
지크는 멈추지 않았다.
꽈악!
지크의 손아귀가 이건의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다음 순간.
쾅! 쾅! 쾅! 쾅! 쾅!
지크가 이건의 머리채를 움켜쥔 채 그를 돌기둥 위에 다섯 번 연속으로 패대기쳤다.
‘끝낸다.’
뒤이어 지크가 에 걸린 이건을 집어 들고 몸을 날렸다.
그리고는 발을 디딜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로운 돌기둥에 이건의 몸을 찍었다.
푸욱!
돌기둥이 이건의 등짝을 뚫고, 배로 튀어나왔다.
삐죽 날카롭게 솟아오른 돌기둥에 관통당해서, 마치 꼬치구이처럼 꿰인 것이다.
“컥! 쿨럭! 쿨럭쿨럭!”
이건이 피를 토하고.
“가라.”
지크가 를 좌에서 우로 휘둘렀다.
서걱!
이건을 꿰뚫은 돌기둥이 잘려 나가 분화구 밑으로 추락했다.
풍덩!
그렇게 이건은 용암에 빠졌고, 이내 곧 녹아내려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5판 3선승제의 두 번째 경기도 지크의 승리로 돌아갔다.
***
2경기가 끝난 후.
“으응?”
태성은 카페인 충전을 위해 대기실에 들렀다가, 뭔가 이상한 점을 느끼고 발걸음을 멈췄다.
“뭐, 뭐야.”
태성이 흠칫한 이유는, 자신을 바라보는 동료들의 표정이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승리에 대한 축하보다는, 놀라움에 가까웠다.
동료들은 태성을 경이롭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1경기가 끝났을 때, 동료들은 태성을 축하해 주었다.
하지만 2경기가 끝나자 축하보다는 놀라움이 앞섰다.
그저 그런 게이머.
랭커는커녕, 채형석이 이끌던 거대 길드에게 짓밟혔던 양민.
그게 한태성이라는 게이머였다.
그런 태성이 5년 만에 세계 최정상급의 프로게이머가 되어서, 이제는 프로게이머도 농락한다던 아마추어 최고수 이건마저도 압도적으로 털고 있었다.
세계 게임 역사에 신화(神話)를 써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혀, 형님.”
승구가 반쯤 넋이 나간 얼굴로 태성에게 물었다.
“혹시… 사람 맞으십니까?”
“으응?”
“어떻게 그렇게… 실력이 느신 겁니까?”
승구의 의문은 당연했다.
재능이 있는 게이머들도 일정 수준 이상 강해지면, 현상 유지를 하다가 서서히 전성기를 떠나보내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태성은 달랐다.
태성은 한계라는 걸 모른다는 듯이, 끊임없이 강해졌다.
그건 비단 스펙뿐만이 아니었다.
BNW가 MMORPG 장르의 게임이다 보니, 스펙은 계속해서 올라가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태성의 경우 피지컬적인 부분마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보통 게이머들의 전성기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 유지되는 걸 떠올려 보면, 30대인 태성이 세계 최정상의 피지컬을 선보이는 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던 것이다.
“그냥 노력하다 보니 된 거 아닐까? 운도 좋았고.”
태성이 어깨를 으쓱했다.
“…….”
“…….”
“…….”
태성의 그 양심 없는 발언에 대기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게 노력해서 되는 겁니까? 예?’
‘외계인 아닐까? 미국 나사 같은 데 팔아버릴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아무리 봐도 인간이 아니야.’
동료들은 태성이 외계인이라고 의심마저 들 지경이었다.
하지만 정작 태성 본인은 태연하기만 했다.
“아. 빨리 끝내고 밥 먹고 싶다.”
지금 태성의 머릿속에는 경기 종료 후 먹을 소고기 생각뿐이었다.
***
3경기가 시작되기 직전.
– 아~ 이건 선수~ 떨고 있어요~
–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립니다~ 이건 선수~
– 겁먹은 거겠죠. 벼랑 끝입니다. 이건 선수, 이번 3경기를 이기지 못하면 모든 걸 잃습니다. 세계 최고의 실력과 재능을 지닌 게이머의 자리를 잃는 건 물론, 계정도 삭제되게 됩니다.
캡슐이 설치되어 있는 부스로 향하는 이건의 모습은, 지금까지와는 180도 달랐다.
얼굴은 새하얗게 질린 채 굳어 있었고, 손은 벌벌 떨려서 캡슐을 스스로 닫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항상 자신감에 차 있던 표정은 어디에도 없었다.
말 그대로 벼랑 끝.
평생 단 한 번도 궁지에 몰려 본 적 없던 사람이,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했으니 극도로 긴장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 3경기… 아무래도 결과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 기세를 잃었습니다. 이건 선수.
– 심기일전해도 모자랄 판에, 멘탈 관리가 전혀 안 되는 모습이네요.
해설자들과 게임 전문가들은 이건의 상태를 정확히 알아보고, 지적했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관객들의 야유도 이건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경기장에 모인 10만 명의 관중들 가운데 이건의 팬은 고작해야 5천 명도 채 되지 않았다.
그만큼 안티가 많았던 것이다.
“…X발.”
이건은 애써 이를 악물고, 캡슐 문을 닫았다.
어차피 물러설 수 없었다.
지금 이건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어떻게든 이번 3경기를 이겨서 무너진 멘탈을 되찾고 역전의 기회를 노려보는 게 전부였다.
***
한편, 지크와 이건이 대결을 펼치는 동안 게임 속 세상에서는….
“마, 맙소사.”
중간계에 머물고 있던 미카엘은, 저 멀리 동쪽 하늘을 바라보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창조주의 강림을 상징하는 빛의 기둥.
그 빛의 기둥이, 무려 두 개나 동시다발적으로 치솟아 올랐다.
“이 무슨….”
미카엘은 자신이 보고 있는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숙명의 집행자는… 지금 지크 님과 대결 중일 텐데?’
본래 같았으면, 빛의 기둥은 솟아나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지크가 숙명의 집행자인 이건을 상대하는 와중에도 빛의 기둥은 솟아올랐고, 총 네 개가 되었다.
빛의 기둥이 여섯 개가 되면 창조주가 강림해 세계를 파괴할 테니, 이제 창조주의 강림까지 두 개의 기둥만이 남았던 것이다.
“미켈레 님!”
미카엘은 급한 대로 미켈레를 찾았다.
“큰일 났습니다! 아버지의 강림이 머지않았습니다!”
“새로 솟아오른 기둥들 때문입니까?”
“그렇습니다.”
“폐하께서는 현재 부재중이신데….”
“급한 대로 인공위성을!”
“알겠습니다.”
미켈레는 즉시 과 연락해 인공위성 으로 빛의 기둥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그 결과, 나머지 두 개의 빛의 기둥이 솟아날 지점을 미리 예측하는 게 가능했다.
빛의 기둥은 여섯 개가 육망성의 꼭짓점을 이룬다.
현재 네 개가 솟아났으니, 나머지 두 개의 위치를 알아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곳, 그리고 이곳입니다.”
미켈레가 지도에 두 개의 점을 찍었다.
“이 두 군데서 빛의 기둥이 솟아날 겁니다.”
“감사합니다.”
미카엘이 즉시 발걸음을 옮겼다.
“제가 먼저 가서, 그곳을 조사해보겠습니다.”
“그럼 우리 군이 이곳을 조사해보겠습니다.”
그렇게 미카엘과 미켈레는, 남은 두 개의 빛의 기둥이 솟아날 지점을 조사해보기로 했다.
지크가 부재중인 상황이었으니, 급한 대로 먼저 움직였던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