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307
1306
수면을 헤치고 올라온 건 다름 아닌 미카엘과 천족들이었다.
“뭐야.”
지크가 물에 젖은 생쥐 꼴인 미카엘과 천족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카엘 씨가 왜 거기서… 나오세요?”
“아, 예.”
미카엘이 난처하다는 듯 대답했다.
“고대 일루미나티의 유적지를 찾고자 잠수를 했습니다.”
“그래서요?”
“아시다시피 제가 지금은 힘을 제대로 사용할 수가 없어서….”
대천사장인 미카엘은 천계에서 중간계로 오는 것조차 쉽지가 않았다.
미카엘의 힘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그릇과 계약하지 않는 한 대천사장의 힘을 10퍼센트도 채 발휘하기 힘들었다.
“산소가 부족해서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데, 적들을 만났습니다.”
“적들이요? 어떤….”
“모르겠습니다. 정말 놀랍게도, 저 바닷속에 거대한 도시가 있었습니다.”
“예?!”
지크가 깜짝 놀랐다.
“저, 정말요?”
“예, 지크 님.”
미카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에서 아주 강력한 전사들이 나오더니 저희를 공격해왔습니다.”
“헐….”
“아무래도 고대 일루미나티의 유적지가 그곳에 있는 듯한데, 도저히 들어갈 방법이 없습니다. 수심도 너무 깊고, 산소 공급도 원활하지가 않습니다.”
“흠. 그거 큰일인데요.”
지크도 미카엘의 말을 듣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지크가 제아무리 초인이라고 해도 결국 인간은 인간이었다.
아직 아크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지 못한 이상 산소는 반드시 필요했다.
평범한 사람에 비해 산소 없이도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비약적으로 길기는 하지만, 그마저도 한계는 명백했다.
심해 깊은 곳까지 잠수해서 오랜 시간 동안 활동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깊이가 얼마나 되는데요?”
“대략….”
미카엘이 대답했다.
“수심 5,000미터 정도 됩니다.”
“…….”
“수압이 너무 세서 버티기가 쉽지 않습니다.”
수심 5,000미터라면, 그 수압만 해도 500기압이 넘어간다.
평범한 인간은 거기까지 가지도 못한다.
내려간다고 해도 몸이 찌그러져서 죽게 된다.
지크나 미카엘, 그리고 천족들과 같은 초인이 아니라면 단 1초도 버티기가 힘든 곳이 바로 심해인 것이다.
그런 깊은 곳이니만큼, 미카엘과 천족들뿐 아니라 지크와 동료들 역시 버텨내지 못할 게 분명했다.
“아, 이거 곤란한데….”
지크와 미카엘이 본래의 힘, 그러니까 각각 대마왕과 대천사장의 힘을 사용할 수 있다면 심해의 수심쯤 아무것도 아니었다.
대마왕과 대천사장에게 산소 같은 건 필요하지도 않았으니까.
“뀨!”
햄찌가 지크에게 말했다.
“주인 놈아! 그 고래 불러봐라! 뀨우!”
“고래…?”
“그놈 있지 않냐! 뀨우! 옛날에 주인 놈한테 혼쭐났던 고래 놈 말이다! 뀨우!”
“아!”
지크는 그제야 과거 를 정벌할 때를 떠올렸다.
당시 지크는 미카엘의 날개를 찾던 중 알비온이란 이름의 향유고래와 시비가 붙은 적이 있었고, 결국엔 자비를 베풀어 그 고래를 살려주었다.
“걔가… 해저 문명의 왕자라고 했나? 쫓겨난?”
“뀨! 그렇다!”
“그 자식이라면 우릴 도와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근데 어떻게 부르지? 어디 있는 줄 알고?”
이 드넓은 바다에서 향유고래 한 마리를 찾는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
“뀨우… 그건 그렇다.”
의 탐지 범위가 아무리 넓다고 해도, 바다 전체를 스캔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아. 어떡하지….’
지크가 고민할 때.
“뀨! 주인 놈아! 그럼 바다 괴수들한테 부탁해보는 게 어떠냐! 뀨우!”
“그, 그럴까?”
확실히 그랬다.
지크가 직접 발로 뛰어서 찾는 것보다는 바다 괴수들을 시키는 게 나았다.
“알겠어. 해보자.”
지크는 곧장 바다 괴수들을 한데 불러 모아 알비온을 잡아 오라고 시켰다.
알비온은 무척이나 강했지만, 바다 괴수들의 숫자가 워낙에 많아서 충분히 잡아 오는 게 가능했다.
게다가 최근 바다 괴수들은 번식을 많이 했는지, 개체수가 엄청나게 불어나 있기도 했고.
‘꼭 좀 잡아 와라.’
지크는 바다 괴수들이 알비온을 잡아 오길 바라며 기다리기로 했다.
***
그날 밤.
– 놔! 놓으라고! 이 새끼들아!
놀랍게도, 바다 괴수들은 1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알비온을 잡아 왔다.
“어?”
지크는 동료들이 끌고 온 군함의 갑판 위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알비온이 끌려오는 걸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짜로 잡아 왔네…?”
그렇게 알비온과 재회하게 된 지크.
“야, 잘 있었냐?”
– 앗! 네, 네놈은!
알비온은 지크를 보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딱 대.’
‘커헉! 우웨에에에에에에에에엑-!!!’
지크는 그 비싸다는 향료, 을 얻기 위해서 알비온의 명치를 X나 세게 때린 적이 있었다.
향유고래의 토사물인 용연향은 같은 무게의 금보다 비싼 사치품.
그 용연향을 생산(?)하기 위해 알비온에게 구토를 강제했던 것이다.
– 네, 네놈 설마!
“으응…?”
– 또 나를 때려서 용연향을….
알비온은 지크와 헤어질 당시 강제로 토해야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아, 그건 아니고.”
지크가 손사래를 쳤다.
“다른 게 아니라….”
– 자, 잠깐!
알비온이 소리쳤다.
– 여긴 위험해! 그러니까 다른 데서 얘기하자!
“으응…? 왜?”
– 위험하다니까! 난 여기 있으면 안 된다고!
“그러니까 왜?”
– 여기는….
바로 그때.
촤락! 촤라락!
물살을 가르며 나타난 이들이 있었다.
“어라…?”
지크는 웬 쫄쫄이를 입은 전사들이 나타나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들은 하나같이 삼지창으로 무장했으며, 마치 전신 슈트와 같은 딱 달라붙는 옷을 입고 있었다.
– 아, 안 돼!!!
알비온이 비명을 질렀다.
“여기 있었구나!”
전사들의 우두머리가 알비온을 향해 버럭 소리쳤다.
“이 반역자!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그러자 약 200여 명에 이르는 전사들이 일제히 알비온을 향해 덤벼들었다.
그들은 모두 어마어마한 수영 실력을 갖추었으며, 물 위를 마치 땅처럼 걸었다.
‘아!’
지크는 그들이 해저 문명인 의 전사들이며, 알비온을 잡으러 온 것임을 깨달았다.
왜?
이곳은 해저 문명 아틀란티스의 바로 위였으니까.
알비온이 여기 있으면 안 된다며 고래고래 소리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나야 개꿀이지.’
지크가 히죽 웃으며 를 꺼내 들었다.
“다 조져.”
지크가 동료들을 향해 말했다.
뒤이어 전투가 벌어졌고, 결과는 뻔했다.
“놔라! 놓으란 말이다! 이이이!”
“이 개자식들! 바다의 분노가 두렵지도 않으냐!”
“더러운 육지 놈들!”
아틀란티스의 전사들 절반은 눈 깜짝할 사이에 학살당했고, 절반을 붙잡혔다.
그들이 제아무리 아틀란티스의 전사들일지라도, 주 무대인 심해가 아닌 수면 위에서는 지크와 동료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 사, 살았다….
덕분에 알비온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야.”
지크가 그런 알비온에게 다가갔다.
– 으응?
“우리가 아틀란티스에 가야 하는데 말야.”
– 아, 아틀란티스에?!
“응.”
– 그건 불가능해.
알비온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 그렇구나. 불가능하구나.”
지크가 손가락 관절을 우득! 꺾으며 알비온을 향해 다가갔다.
“불가능하다니까 화가 좀 나는걸?”
– 히, 히익?!
“화풀이할 대상이 좀 필요한데 말야….”
– 자, 잠까아아안!
“응. 화부터 좀 풀고 이야기하자.”
다음 순간.
퍽!
지크의 주먹이 알비온의 머리통을 내리쳤다.
– 꾸웨에에에에엑!
알비온이 비명을 내질렀다.
***
한바탕 정신교육이 끝난 후.
“그러니까.”
지크가 만신창이가 된 알비온을 향해 물었다.
“니가 왕자였는데, 신하들이 반란을 일으켜서 너한테 선왕 살해범이란 누명을 씌웠다고?”
– 그, 그래….
“그래서 저주에 걸렸고, 처형당하기 직전에 운 좋게 도망친 거고?”
– 응….
알비온도 나름 사연이 있는 놈이었다.
그러니 해저 문명인 아틀란티스의 왕자가 향유고래와 같은 축생(?)의 모습으로 바다를 떠도는 것이겠지만.
“그럼 이렇게 하자.”
지크가 알비온에게 제안했다.
“우릴 아틀란티스에 들어가게 도와주면, 왕좌를 되찾을 수 있게 해줄게.”
– 아틀란티스에 들어갈 방법은 없어. 입구가 아니면 돌파할 방법이 없다고.
“그, 그래?”
– 수압이랑 호흡 문제야. 해결해 줄 수 있지만.
“어떻게?”
– 죽은 전사들이 입고 있던 갑옷을 입으면 돼. 마법이 걸려 있어서, 호흡도 자유로워지고 수압에 견딜 수 있는 힘도 크게 늘어나.
“오? 그건 좋은 정보네.”
– 하지만 아틀란티스에 몰래 침투하는 방법 같은 건 없어.
“그럼 정면으로 들어가면 되지.”
–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너랑 니 동료들이 아무리 강해도, 심해는 심해야. 갑옷을 입어도 유전적으로 우리 아틀란티스인들과는 달라서, 전투력이 크게 약화될 거라고.
“아, 그건 상관없어.”
– ……?
“당당하게 들어갈 거거든. 환호를 받으면서.”
– 그게 뭔 소린데?
“보면 알아.”
지크가 씩 웃었다.
오싹!
알비온은 그런 지크의 미소를 보고 흠칫 놀랐다.
지크의 인성을 아는 알비온으로서는, 저 미소를 보고 오금이 저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그로부터 몇 시간 후.
지크 일행은 해저 문명인 아틀란티스가 자리한 심해까지 잠수했다.
다들 힘들기는 했지만, 아틀란티스 전사들의 슈트를 입은 덕분인지 버틸 만했다.
그렇게 일정 깊이 이상 잠수하자 보호막에 둘러싸인, 찬란한 빛을 발하는 해저 문명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멈춰라!”
“감히 누가 아틀란티스의 영토에 발을 들이는가!”
무수히 많은 아틀란티스 전사들이 나타나 지크 일행을 눈 깜짝할 사이에 포위해 버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잠깐!”
몇 시간 전, 수면 위에서 지크 일행을 공격했던 아틀란티스의 전사가 나서서 적들을 제지했다.
그는 이미 지크에 의해 방사능 미생물들이 주입되어 가 된 뒤였다.
“이 육지인들은 반역자 알비온을 포획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자들이다. 그러니 공격하지 마라.”
그 말에 아틀란티스인들이 크게 놀랐다.
“아, 알비온을?!”
“앗! 저기 알비온이다!”
“반역자다!”
“캬악~ 퉤!”
반응은 매우 험악했다.
아틀란티스인들 대부분이 알비온을 선왕 살해범이자 반역자라고 여겼기에, 분위기가 흉흉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반역자 알비온을 포획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니. 그럼 우리 아틀란티스인들의 영웅이라 할 수 있겠군.”
“그렇다.”
“좋다. 일단 들어와라. 내 상부에 보고를 넣겠다.”
“알겠다.”
그렇게 지크 일행은 아무런 전투도 치르지 않고, 해저 문명인 아틀란티스에 무혈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처음 알비온을 공격했던 전사들을 로 만든 덕분에, 아틀란티스인들을 손쉽게 속여 넘길 수가 있었던 것이다.
“봤지?”
지크가 알비온에게 속삭였다.
끄덕끄덕!
알비온은 입에 재갈이 물린 상태라서, 고개를 끄덕여 지크의 말에 대답했다.
“이제 왕궁으로 들어가서, 기회를 엿보다가 한바탕 개판을 칠 거야. 흐흐흐.”
– …….
“그럼 너도 누명을 벗는 거고, 우린 아틀란티스를 탐사해서 좋고. 이게 상부상조 아니겠냐.”
– …….
“얼른 가자! 히히히!”
지크는 오래간만에 꽤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리고 햄찌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주인 놈… 오랜만에 통수칠 생각에 흥분한 거다. 뀨우.’
햄찌가 지크를 바라보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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