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320
1319
몇 달 전.
용설화가 를 제작할 당시.
“됐어.”
용설화는 의 설계도를 완성하고 매우 뿌듯해했다.
는 비록 와 같이 세계 등급의 아이템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에 버금가는 물건인 것만은 확실했다.
용설화 역시 지크와 마찬가지로 에픽 코드를 부여잡은 히든 클래스의 소유자.
그런 그녀가 필생의 역작을 제작하는 것이니만큼, 결과물은 이미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제 관련 능력자들을 불러야 해.’
용설화는 그런 생각으로, 일단 채형석부터 불렀다.
“야 이.”
채형석은 대장간에 들어서자마자 짜증이 난다는 듯 눈을 부라렸다.
“야. 니가 뭔데 오라 가라 해. 내가 니 남자친구 직원이지, 니 직원은 아니잖아.”
“오빠.”
용설화가 미소를 지었다.
“저 오빠랑 약혼한 사이인데, 그럼 이제 사모님 아닌가요?”
“그, 그건….”
“여기 스킬 좀 쓰세요.”
용설화가 커다란 전능석을 가리키며 채형석에게 했다.
“뭐? 여기 스킬을 쓰라고?”
“네.”
“왜…?”
“그거야 알 거 없고요. 오빠가 가진 스킬들 중에서 제일 강력한 거 3개만 쓰세요.”
“…….”
“어서요.”
“아, 알겠어.”
채형석은 명령대로 용설화가 가리킨 전능석에 자신이 가진 최강의 버프 세 개를 불어넣었다.
생명력과 스태미나와 에너지 자원을 100퍼센트 회복시켜주는 스킬.
모든 능력치와 스킬 레벨을 증폭시켜주는 스킬.
그리고 사망 시 즉시 부활시켜주는 스킬까지.
오직 버퍼만 사용할 수 있는 다중 버프와 버퍼 강화에 관련된 스킬은 제외하고, 가장 강력한 세 개의 스킬을 불어넣었던 것이다.
“돌덩어리에 스킬은 불어넣어서 어쩌려고?”
“기능으로 넣으려고요.”
“뭐?!”
채형석이 깜짝 놀랐다.
“그게 가능해???”
“가능하니까 하는 거겠죠?”
용설화가 웃으며 대답했다.
“저 이래 봬도 히든 클래스의 소유자예요. 이 정도는 해야죠.”
“미, 미친….”
“고생하셨어요.”
용설화는 채형석을 시작으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이들을 불러 모아 에 그들의 능력을 주입했다.
심지어, 코랄 황제 테오도시우스로부터 능력을 추가하기까지 했다.
마지막으로는 지크의 딸 베르단디에게 의 연금술적 지식을 마법진의 형태로 그려 넣었다.
최강의 방어구 세트를 만들기 위해 그 어떤 노력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베르단디야.”
“네, 언니.”
“여기 그려 넣은 연금술 마법진이 창조주를 상대로도 통하겠니?”
“음. 그건….”
베르단디가 잠시 생각을 하더니 대답했다.
“의지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의지?”
“네!”
“그게 무슨 의미니?”
“연금술은 마법이기도 하고, 화학이기도 하지만, 주술적 의미도 강한 학문이에요.”
“……?”
“연금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의지의 힘이에요. 강한 의지를 가진 영혼이 담길수록 연금술은 더욱 견고해져요.”
“그럼….”
“이 갑옷에 불어넣은 의지가 창조주의 의지만큼 강하다면 깨지지 않을 거예요!”
“정말~?”
“네!”
“가르쳐줘서 정말 고마워.”
용설화는 베르단디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에 자신의 의지를 불어넣었다.
‘내가 지켜줄 거야. 곁에서 지켜주진 못하더라도, 내가 만든 이 갑옷이 오빠를 어떤 위협에서도 지켜줄 거야. 그게 창조주라 할지라도.’
용설화는 지크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를 제작했다.
비록 스펙은 창조주에 밀릴지언정, 의지력 하나만큼은 뛰어넘겠다는 각오로….
***
[알림: 생명력이 0이 되었습니다!] [알림: 당신의 캐릭터가 사망했습니다!] [알림: 10초 후 접속이 종료됩니다!] [알림: 10, 9, 8….]알림창이 떠오른 직후.
“아….”
태성은 손을 놓아버렸다.
화면은 회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창조주의 모습은 어렴풋이 보였다.
“말도… 안 돼….”
한 마디에 캐릭터가 즉사해버릴 줄이야….
너무나도 놀라서, 무어라 말도 나오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제 게임 의 판타지 서버의 운명은 끝이었다.
클리어에 실패한 이상 판타지 서버의 천계, 중간계, 마계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서 무[無]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고작 말 한마디에….”
태성이 허탈하게 중얼거릴 때였다.
[알림: 3, 2, 1….] [알림: 캐릭터가 부활합니다!]놀랍게도 로그아웃이 되지 않았다.
“뭐, 뭐야!”
태성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크게 당황했다.
분명히 죽었다.
사망으로 인해 강제로 로그아웃을 당하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캐릭터가 부활할 줄이야….
[알림: 당신의 캐릭터가 부활했습니다!]그와 동시에 태성은 게이머 한태성에서 다시 게임 속 캐릭터인 지크프리트 폰 프로아가 되어 창조주와 마주하게 되었다.
[알림: 가 당신을 축복합니다!] [알림: 스킬이 발동되었습니다!] [알림: 생명력이 100퍼센트가 되었습니다!] [알림: 근원력이 100퍼센트가 되었습니다!] [알림: 스태미나가 100퍼센트가 되었습니다!]1이었던 생명력이 눈 깜짝할 사이에 차올랐다.
어디 그뿐인가?
[알림: 버프가 걸렸습니다!] [알림: 모든 능력치가 폭발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알림: 모든 스킬 레벨이 +20 상승했습니다! (사단무적 스킬 제외)]마치 채형석이 바로 곁에 있는 것처럼, 버프가 걸리며 지크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었다.
“이건….”
지크는 자신이 입고 있는 가 은은한 빛을 내뿜으며 그 권능을 발휘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오빠를 위해 만들었어. 파멸의 손아귀만큼은 아니지만, 나조차도 그 능력의 끝을 알 수 없는 방어구 세트야. 도움이 되길 바랄게.’
지크는 용설화가 세계 등급의 무기인 만큼이나 뛰어난 아이템을 제작해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버프?
혹은 힐?
그래, 거기까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은 그저 놀라웠다.
용설화가 에 죽음을 극복하는 권능마저 심어놓았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놀란 건 비단 지크뿐만이 아니었다.
[김HAMOSU] 부활을 해버리네;;;; [Cavendis_] 와 [궁예♥왕건] 겜 망하는 줄 알고 식겁했는데 ㄷㄷㄷㄷ [Mincheol Shin] ??? [fdfdf7719] 미쳤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의 공식 채널을 통해 지크와 창조주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던 전 세계의 게임팬들 역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간혹 아주 까다로운 보스 몬스터들이 패턴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게이머가 자력으로 부활하는 모습은 전 세계 최초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죽은 지 10초도 채 되지 않아 부활하게 된 지크.
“내 의지를 거슬렀다는 건가? 다른 세계에서 온 이방인이?”
창조주는 무표정했지만, 그 말엔 약간의 놀라움이 담겨 있었다.
신 앞에서 스스로 부활한 존재가 얼마나 될까?
지크의 부활은 곧 창조주의 의지를 정면으로 거슬렀다는 의미.
놀라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게.”
지크가 스스로도 놀랍다는 듯 대꾸했다.
“아직 안 끝난 거 같네. 이 싸움.”
“소용없다.”
창조주가 고개를 저었다.
“너의 부활은 네가 입은 갑옷에 담겨 있는 권능일 뿐이다.”
“그래서?”
“깨져라.”
창조주가 를 향해 명령했다.
그러나….
파직! 파지직!
놀랍게도 는 창조주의 명령을 거부하고, 스파크를 뿜어내며 저항했다.
“이 무슨…!”
그걸 본 창조주가 진심으로 놀랐다.
한낱 아티펙트가 신인 창조주의 명령을 거부하고 오히려 으르렁거릴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지켜줄 거야. 곁에서 지켜주진 못하더라도, 내가 만든 이 갑옷이 오빠를 어떤 위협에서도 지켜줄 거야. 그게 창조주라 할지라도.’
에 담긴 용설화의 의지.
그게 창조주의 명령을 거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지크를 지키겠다는 용설화의 의지가 창조주의 의지만큼이나 강력해서, 명령이 먹혀들지 않았던 것이다.
“제아무리 이계에서 강림한 이방인들일지라도….”
창조주가 놀랍다는 듯 혼잣말했다.
“나 창조주의 의지를 거스르는 게 가능했단 말인가…?”
지크는 창조주와 말을 섞지 않았다.
대신에 에 근원력을 불어넣었다.
‘너도 한 건 해야지?’
용설화가 만들어낸 가 창조주의 명령을 거슬렀다.
그보다 높은 등급의 아이템인 라면 그 이상을 해주어야 옳았다.
위이이이이이이이잉!!!
지크는 무지성으로 의 출력을 높였다.
육체에 가해지는 부담?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았다.
저 창조주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의 진정한 위력이 필요했다.
신조차도 죽일 수 있다는, 세계 등급 무기의 진면목이!
***
– 니 몸이 갈기갈기 찢어져서 죽을 수도 있다.
잡귀.
그러니까 에 깃든 자아가 지크에게 경고했다.
– 아직 넌….
‘닥치고 도와줘.’
지크는 잡귀의 경고를 듣지 않았다.
지금은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스킬조차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게 밝혀진 상황.
찬밥 더운밥을 가리기보다는, 죽을 각오를 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해야 했다.
설령 의 출력을 올리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휘이이이이이이이이이!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
의 출력이 올라간 만큼, 원뿔의 회전은 더욱 빨라졌다.
그에 따라 원뿔을 휘감은 태풍의 크기도 점점 더 커졌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악!!!”
지크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를 움켜쥔 두 손아귀가 찢어지면서, 팔뚝까지 갈기갈기 찢어졌다.
양팔이 믹서기에 갈린 것처럼 찢겨져 나가고 있었지만, 지크는 멈추지 않았다.
도 조각조각 찢어지고 있었지만, 역시나 개의치 않았다.
전능석으로 이루어진 는 파괴되어도 곧 복구될 테니까.
우웅!
의 원뿔에 스킬이 맺혔고, 창조주를 덮쳤다.
퍼엉!
커다란 폭발.
“……!”
순간 놀라는 창조주.
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소멸의 태풍이 휘몰아치며, 모든 것을 파괴했다.
우르르르르르르!
심지어 필드인 이 무너지며 시공간이 일그러지고, 뒤틀렸다.
그리고….
[창조주]생명력 : ■■■■■■■■■■
창조주의 생명력이 기존의 무한(∞)에서 게이지가 존재하는 유한한 상태로 뒤바뀌었다.
출력을 높인 와 스킬이 조합되자 무적 상태의 중립 오브젝트와 같았던 창조주의 존재마저도 바꾸어놓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의 창조주는 세상 전체에 스며들어 있다가 다시금 존재를 되찾고 있는 과정이었으므로, 완전체가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에 미립자 형태로 흩어져 있던 창조주의 파편들이 모여드는 중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엄청난 데미지가 들어오니 무적 상태가 깨진 거였다.
“감히.”
창조주의 입에서 분노가 터졌다.
“하찮은 존재 따위가.”
다음 순간.
“커헉!”
창조주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지크의 목을 움켜쥐었다.
콰직!
지크의 목이 부러지고.
[지크프리트 폰 프로아]생명력 : □□□□□□□□□□
그렇게 지크는 두 번째 죽음을 맞이했다.
[알림: 캐릭터가 부활합니다!] [알림: 당신의 캐릭터가 부활했습니다!] [알림: 가 당신을 축복합니다!] [알림: 스킬이 발동되었습니다!] [알림: 생명력이 100퍼센트가 되었습니다!] [알림: 근원력이 100퍼센트가 되었습니다!] [알림: 스태미나가 100퍼센트가 되었습니다!]그리고 두 번째로 부활했다.
용설화의 의지가 담긴 는 지크의 죽음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