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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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크는 또다시 부활을 경험하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설마 또다시 살아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부활]지크프리트의 의지 세트에 담긴 부활의 권능.
지크프리트의 의지 세트에는 착용자를 절대로 죽지 않게 하겠다는, 죽으면 되살리겠다는 제작자의 의지가 담겨 있다.
인간의 강한 의지력이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고, 기적을 일으키는 것.
그 불멸한 의지가 담긴 덕분에, 이 갑옷 세트를 착용하면 죽는다고 해도 즉시 부활하게 됩니다.
단, 부활이 거듭되다 보면 장비가 파괴될 수도 있습니다.
세트가 진정한 불사[不死]를 이루어주지는 않는다.
제아무리 히든 클래스의 소유자인 용설화가 전능석을 이용해 온갖 능력을 때려 박았다 하더라도, 결국은 한계가 찾아오기 마련이 아니겠는가?
벌써 두 번을 부활했는데 장비가 멀쩡한 걸 보면, 내구도가 그리 나쁘지 않은 것만은 분명했다.
“헛수고.”
하지만 창조주는 지크의 부활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유는 간단했다.
창조주의 무력은 지크를 단 한 방에 죽여 버릴 수 있을 정도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지크의 목을 움켜쥐고 부러뜨릴 정도인데, 부활 같은 걸 신경 쓸 리가 없었던 것이다.
“…미친.”
지크는 창조주를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어떻게 해야 하지?’
지크는 솔직히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
창조주의 이동속도, 움직임, 파워는 그야말로 넘사벽이었다.
인공지능 AI가 개입하는 의 움직임으로도 창조주를 막을 순 없었다.
왜?
창조주는 AI 중에서도 끝판왕 NPC였으니까.
게이머 본연의 실력으로는 절대로 뛰어넘을 수 없고, AI가 일정부분 개입해서 도움을 주는 으로도 공략이 불가능한 상대가 바로 창조주였다.
괜히 최종보스이겠는가?
애초에 클리어하라고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크는 절망하지 않았다.
‘이게 어디야.’
과 의 조합은 창조주를 대적불가 신[神]의 위치에서 끌어내렸다.
이제는 더 이상 무적 상태가 아니었으니, 데미지만 충분하다면 죽이는 게 가능했다.
쉽게 말하자면, 신에서 인간이 된 격이라고나 할까?
물론 인간이 되었다지만, 지크조차도 감히 비벼보지 못할 초강자이긴 했지만 말이다.
“이계에서 온 이방인이여.”
창조주가 지크를 향해 말했다.
“내가 너에게 여유를 준 이유는… 네가 나의 피조물이 아닌 다른 세계에서 온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더는 봐주지 않을 것이다.”
다음 순간.
촤라락!
창조주의 등 뒤에 달려 있는 천 개의 날개가 매섭게 휘몰아치며 지크를 덮쳐왔다.
‘또 죽을쏘냐.’
지크는 즉시 스킬을 제5단계까지 끌어올렸다.
지크가 의 자력 버프 스킬인 을 제5단계까지 사용하는 건 이번에 처음이었다.
은 짧은 시간 동안 사용자의 모든 능력치를 증폭시켜주는 엄청난 버프 스킬이었지만, 지속시간이 짧고 육체에 가해지는 부담이 크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지크조차도 3단계 이상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모든 걸 걸어야 가능성이 있어. 내가 이길 확률은… 1퍼센트도 안 돼. 죽음은 감수한다.’
지크는 를 믿고 목숨을 등한시하기로 했다.
는 밸런스 파괴성이 짙은 사기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창조주는 더 사기였다.
애초에 말 한 마디로 최상급의 그랜드 마스터인 지크를 즉사시키는 존재를 상대하면서, 이렇듯 부활 능력이라도 없으면 어떻게 이기란 말인가?
창조주를 상대함에 있어 부활 능력은 선택 같은 게 아니었고, 승리의 필승 카드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냥 기본.
부활 능력이 없으면 애초에 상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싸움이 성립되지도 않았다.
창조주가 괜히 창조주겠는가?
‘버티자.’
그렇게 제5단계가 켜졌다.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지크의 몸에서 마치 체인 라이트닝과 같은, 그야말로 엄청난 양의 전류가 뿜어져 나왔다.
거기서부터 시작이었다.
화르르르르르!
스으으으으으!
뒤이어 스킬을 켜고 와 을 전개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강화시키면서, 창조주에게 디버프를 걸었다.
‘막고.’
지크는 를 우산 형태로 바꾸어 날아드는 창조주의 날개들을 쳐냈다.
팟!
뒤이어 창조주의 등 뒤로 텔레포트.
‘죽인다.’
를 좌에서 우로 힘껏 휘둘렀다.
촤라락!
도제 베텔규스의 비기인 스킬이 터져 나오며 창조주의 몸통을 갈랐다.
그런데….
“마, 말도 안 돼….”
지크는 경악했다.
왜냐하면….
[알림: -1HP]을 제5단계까지 켜고, 디버프를 걸고, 까지 펼쳤음에도 들어간 데미지가 1이었다.
조금 전 일격으로 신에서 죽이는 게 가능한 존재가 되었다지만, 고작 들어간 데미지가 ‘겨우’ ‘1’이라니….
“소용없다고 말했을 텐데.”
창조주가 손을 뻗었다.
퍼엉!
뒤이어 지크의 왼팔이 말 그대로 펑! 하고 산산조각으로 터져 나갔다.
“크악!”
지크는 그 엄청난 고통을 가까스로 참아내며 를 펼쳤다.
급한 대로 빛의 검들을 소환해내 시간을 벌려는 것이다.
쏴아아아!
그렇게 수십만 개의 빛의 검들이 빗발치는 사이.
우웅!
가 은은하게 빛나는가 싶더니, 터져 나갔던 지크의 왼팔이 눈 깜짝할 사이에 재생되었다.
생명력 재생 기능, 그리고 상처 수복 기능까지도 탑재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소용없다고 말했을 텐데.”
어느새 수십만 개의 빛의 검을 모두 튕겨낸 창조주가 지크를 향해 날개를 휘둘렀다.
“……!”
지크는 그 광경을 보고 그만 얼어붙어버렸다.
촤라! 촤라라라라라!
덮쳐오는 창조주의 날개들은, 마치 천 개의 손이 뻗어오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아.”
지크는 반응하지 못했다.
늦었다.
지크의 능력으로는 창조주가 휘두르는 천 개의 날개를 막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촤아아아!
지크의 육체가 산산조각으로 찢어졌다.
[알림: 생명력이 0이 되었습니다!] [알림: 당신의 캐릭터가 사망했습니다!] [알림: 10초 후 접속이 종료됩니다!] [알림: 10, 9, 8….]그렇게 지크는 세 번째 죽음을 맞았다.
***
창조주의 무적 상태를 깨뜨린 것은, 그저 싸움이 성립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에 불과했다.
비유하자면, 그저 방어막을 벗긴 것에 불과했다.
창조주의 방어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지크가 스킬로 증폭시킨 조차도 창조주의 방어력을 0에 가깝게 만들지 못했다.
왜?
그만큼 창조주의 방어력이 높았으니까.
의 효과는 바다에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린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미친.”
즉시 부활한 지크는, 창조주를 바라보며 진절머리를 쳤다.
괴물 그 자체.
이쯤 되면 은 물론 도 소용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출력 높여.’
지크가 잡귀에게 명령했다.
지금 상황에서 믿을 건 세계 등급의 무기인 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더는 불가능해.
‘죽어도 상관없어.’
– 죽어도 상관없는 게 아니라, 출력이 올라가기 전에 니가 먼저 죽어. 니가 죽었다 살아나는 건 알겠지만, 그런다고 출력을 뽑아 쓸 수 있는 게 아냐.
‘방법 없냐?’
– 미안하지만… 없다. 니가 강해져야 출력을 높이는 게 가능해.
‘…알겠다.’
그러나 지금 지크의 능력으로는 의 진정한 힘을 끌어내기는커녕, 자살하는 꼴밖엔 되지 않았다.
으득!
지크는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소용없다고 말했을 텐데.”
창조주가 지크를 타일렀다.
“몇 번을 죽어야 포기할 텐가?”
“두 번 다시 살아날 수 없을 때까지. 그때까지. 절대로. 포기 안 해.”
지크는 그와 동시에 창조주를 향해 달려들었다.
제5단계를 켜고, 스킬로 모든 디버프 오라를 증폭시키고, 가진 모든 굵직한 스킬들을 모조리 퍼부었으며, 의 출력을 최대한 뽑아내었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
[알림: 당신의 캐릭터가 사망했습니다!] [알림: 당신의 캐릭터가 사망했습니다!] [알림: 당신의 캐릭터가 사망했습니다!] [알림: 당신의 캐릭터가 사망했습니다!](중략)
지크는 죽고, 죽고, 또 죽었다.
그때마다 부활해서 다시 창조주에게 덤벼들었지만, 결과는 다를 게 없었다.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했음에도, 창조주에게 데미지가 박히지 않았다.
쿨타임이 돈 이 창조주에게 입힌 데미지는 고작 1,500에 불과했다.
심지어, 의 즉사 효과마저도 아예 먹히지 않았다.
지크가 할 수 있는 건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는 것뿐이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고나 할까?
[임덕순] 몇번을 죽은거임;;; [napoleon] 아…. [17년산동그랑땡] 포기를… 안하내….전 세계 수억 명의 시청자들은, 지크의 그 눈물겨운 사투를 지켜보며 안타까워했다.
또한, 절망했다.
[Chester4856] 저걸 어떻게 깨;;; [erônica marques] ……. [ekaghkrhdqbdtls] 아…………. [큰촉수왕] 못이기내…. [الاغنيهي] 끝이야 다….지크와 창조주의 싸움을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알았다.
그 지크조차도 창조주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아무리 쿨타임 없는 부활로 무장한 채 불사의 몸이 되어 싸운다고 해도, 창조주에게 데미지를 입히지 못하는 이상 의 클리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게임 BNW의 판타지 서버는… 오픈한 지 10년을 채 채우지 못하고 서비스를 종료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왜?
최종보스인 창조주를 막지 못하는 한 세계멸망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으니까.
***
[알림: 캐릭터가 부활합니다!] [알림: 당신의 캐릭터가 부활했습니다!]이번이 몇 번째 부활일까?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몇 시간 동안 이 짓을 반복하고 있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수도 없이 죽었고, 수도 없이 부활했으며, 수도 없이 덤볐다.
결과는 늘 죽음뿐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것마저도 한계였다.
푸슥, 푸스슥!
의 내구도가 다했는지, 바스러지고 있었다.
거듭된 부활로 인해 장비에 과부하가 걸려서, 내구도에 엄청난 타격을 입은 게 분명했다.
[알림: 가 당신을 축복합니다!] [알림: 스킬이 발동되었습니다!] [알림: 생명력이 30퍼센트가 되었습니다!] [알림: 근원력이 30퍼센트가 되었습니다!] [알림: 스태미나가 30퍼센트가 되었습니다!]그 증거로, 버프의 성능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까?
10번?
혹은 5번?
아니, 장비의 상태를 보면 기껏해야 서너 번 정도나 남았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지크는 더 이상 부활하지 못할 터….
그러나 이대로 포기해버릴 순 없는 노릇.
‘다시…!’
지크는 창조주를 향해 덤벼들었다.
콰직!
창조주의 손아귀가 지크의 목을 움켜쥐었다.
“커헉!”
“포기하지 않을 생각인가.”
“컥… 커헉… 포기… 같은 거… 몰ㄹ….”
“너는 절망을 모르는가?”
“해… 보고 안 되면… 컥… 마, 마는… 거지… 포기를 왜… ㅎ…ㅐ… 컥!”
“너의 끈기와 근성 하나만큼은 인정한다만….”
창조주가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
“너의 의지는 그 갑옷을 만든 이보다 나약하군.”
“그, 그게… 크윽… 무슨….”
“그 갑옷을 만든 제작자. 그리고 도움을 준 이들의 의지는 내 명령에 저항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하지만 너는 어떠한가? 너의 의지력은 나의 의지력을 거스르지 못한다. 지금까지의 숱한 죽음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 순간.
‘의지… 의지의 힘… 내 의지는… 창조주의 힘을 거스르지 못해…? 내가…?’
의문이 뇌리를 스쳤다.
‘내 의지가… 약해? 도대체 어떤 면에서?’
억울함과 동시에 사부의 가르침이 떠올랐다.
“필멸자의 의지가 가장 강한 힘이니라.”
그건 일관된 가르침이었다.
가 되었을 때부터 가 된 지금까지.
사부는 처음부터 포기하지 않는 근성, 절망을 모르는 끈기, 그리고 의지의 힘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의지의 힘… 의지의 힘이라… 내 의지가… 내 생각… 내 믿음이….’
생각의 촉수가 거기까지 미쳤을 때.
번뜩!
깨달음이 찾아왔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