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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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야? 시체 위에 왜 횃불이 떠 있어…?”
지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혼잣말하자 햄찌가 그게 무슨 개소리냐는 듯 되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주인 놈아?”
“저거 안 보여?”
지크가 시체 위에 떠 오른 횃불들을 가리켰다.
“시체 말이냐?”
“아니. 그거 말고. 시체 위에 둥둥 떠다니는 거.”
“뀨우?”
햄찌가 눈을 부비부비 비비더니 지크가 가리킨 방향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주인 놈아.”
“응?”
“요즘 손장난을 너무 친 거 아니냐? 헛것이 보이는 걸 보면 그런 것 같다.”
“그게 뭔 개소리야.”
“밤에 잠 안 자고 ㄸ….”
“아니거든.”
지크가 으르렁거렸다.
“진짜 안 보여? 시체 위에 횃불 같은 게 떠다니잖아.”
“씻고 자라, 주인 놈아.”
“…….”
“뭐가 보인다고 자꾸 그러는 거냐.”
아무래도 시체 위에 떠 오른 횃불들은 햄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듯했다.
‘뭐지? 진짜 헛것을 본 건가?’
지크는 제 눈을 의심했다.
그러나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떠보아도, 푸른빛으로 일렁이는 횃불들은 여전히 NPC들의 시체 위에 두둥실 떠 올라 있었다.
시체 한 구마다 한 개씩 말이다.
“이야아아아아압!!!”
그때, 뒤늦게 달려온 기사 하나가 지크를 향해 달려들었다.
빡, 콰앙!
지크가 마치 파리를 쫓듯 망치를 휘둘러 그 기사를 날려버렸다.
그런 지크의 시선은 여전히 NPC들의 시체 위에 떠 올라 있는 횃불들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러던 중.
[기사의 영혼]레노마 왕국 기사의 영혼.
지크의 눈앞에 횃불에 대한 정보가 떠올랐다.
‘어? 영혼이라고? 내 눈에 영혼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건가?’
그때.
[알림 : 를 이용해 영혼을 흡수해 보세요!]비로소 알림창이 떠올랐다.
‘아! 마검 때문이었구나!’
지크는 그제야 의 고유 옵션을 떠올리고는 어째서 죽은 NPC들의 영혼이 보이기 시작했는지를 깨달았다.
– 영혼 수확 : 영혼을 검 안에 가둠으로써, 그 에너지를 통해 검을 강화시킵니다. 영혼을 많이 가둘수록 무기의 공격력과 마법력이 상승합니다.
– 혼령 쥐어짜기 : 검 안에 가둔 영혼들을 쥐어짜 사용자가 가진 힘을 증폭시킵니다. 이때, 사용자의 생명력과 스태미나의 소모가 엄청나게 커집니다.
지크가 를 가지고 있었기에 죽은 NPC들의 영혼을 볼 수가 있고, 또 그 영혼들을 ‘수확’하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이걸 어떻게 하는 거지… 일단 마검을 들고… 허억…!!!”
처음으로 마검을 뽑아본 지크는 너무나도 놀라 헛바람을 집어삼켜야만 했다.
쭈우우우욱-!!!
검을 쥐자마자 마검이 그의 생명력, 마나, 스태미나를 미친 듯이 빨아들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주인 놈아! 뭐냐!”
뭔가 이상한 기척을 느낀 햄찌가 소리쳤다.
“주인 놈아! 그거 당장 놔라! 그 검이 주인 놈한테 빨대 꽂았다! 뀨우!”
“잠깐만!”
지크는 당장에라도 검을 손에서 놓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쓰러져 있는 NPC들의 시체를 향해 을 시전해 보았다.
슈우우우우!!!
그러자 NPC들의 시체 위에 떠 있던 영혼들이 마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라도 한 듯 지크가 쥔 마검으로 빨려들었다.
[을 흡수해 마검의 공격력이 0.2 올랐습니다!] [을 흡수해 마검의 공격력이 0.2 올랐습니다!] [을 흡수해 마검의 공격력이 0.2 올랐습니다!]그뿐만이 아니었다.
[을 흡수해 마검의 마법력이 0.2 올랐습니다!] [을 흡수해 마검의 마법력이 0.2 올랐습니다!] [을 흡수해 마검의 마법력이 0.2 올랐습니다!]레노마 왕국 대소신료들의 영혼을 수확하자 마법력이 올랐다.
[알림 : 의 위력이 1% 증가했습니다!]그리고 마검의 진정한 권능이라고 할 수 있는 스킬의 위력 또한 강해졌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알림 : 마검의 페널티가 더욱 강해졌습니다! 마검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더욱 탐욕스럽게 당신의 에너지를 빨아들일 것입니다!]양날의 검.
는 말 그대로 양날의 검이라서, 지크가 적을 죽이기 전에 지크가 먼저 말라죽을 수도 있었다.
‘리치라서 버틸 수 있었던 거네.’
지크는 어째서 불사왕이 이 검을 들고도 멀쩡할 수 있었는지를 깨달았다.
‘이걸 어떻게 잘 써먹어야 할지는 차근차근 생각해 보자.’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마검을 칼집에 도로 넣었다.
마검을 더 들고 있다가는 앉은 자리에서 사망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주인 놈아! 괜찮은 거냐? 안색이 안 좋다!”
햄찌가 걱정‘은’ 되었는지 지크에게 물었다.
“별거 아냐. 가자.”
“알겠다.”
지크가 텔레포트 스크롤을 찢었다.
***
그로부터 세 시간 후.
그러니까, 지크가 레노마 왕국의 어전을 피바다로 만들고 프로아 왕국으로 귀환한 직후.
국경에 생성된 에 배치된 레노마 왕국군의 총사령관인 ‘하이데른’ 대장(★★★★)은 자칭 프로아 왕이란 자로부터 황당하기 짝이 없는 통신을 받았다.
“허! 그러니까, 차원의 균열에 주둔한 우리 군대를 철수시키고 몬스터 웨이브의 후방을 치라는 말씀이시오?”
기껏 유인 작전을 통해 몬스터 웨이브를 프로아 왕국으로 떠넘겼는데, 미쳤다고 그 요청에 따르겠는가?
프로아의 왕이라는 자는 폭탄 돌리기를 했는데, 떠넘긴 폭탄을 다시 가져오라고 말하고 있었다.
– 아.
지크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 한 세 번쯤 말한 거 같은데. 말귀를 못 알아들으세요?
“후후. 귀하는 상황이 급박해지니 아무래도 미친 것 같소. 아니, 어깨 위에 달린 머리통이 장식이 아니라면 한번 생각을 해보시길 바라오. 내가 미쳤소? 그따위 요청에 따르게? 나는 영광스러운 레노마 왕국의 군인이오. 오직 레노마 왕국의 국익을 위해 움직일 따름이지.”
– 아니, 그러니까 이게 당신네들 국익을 위한 거라니까?
지크가 답답하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쯧쯧… 계속 따위 개소릴 지껄이려거든, 난 이만 통신을….
바로 그때였다.
– 야 이 새끼야!!!
갑자기 프로아 왕국 측 화면에서 피츠제럴드 국왕이 튀어나와 하이데른 대장을 향해 쌍욕을 퍼부어 대었다.
그런 피츠제럴드 국왕은 꽤 심하게 맞기라도 했는지, 그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 까라면 까, 이 새끼야!!!
“……!”
– 옷 벗고 싶어? 어? 이 새끼가 까라면 까지 뭔 말이 많아!
“저, 전하…?”
하이데른 대장의 표정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왜 전하께서 거기서 나오시는 것이옵니까? 옥안은 왜 그리 망가지셨는지….”
– 보면 모르나? 인질로 붙잡혔으니까 그렇지!
“……!”
– 레노마 왕국의 국왕이자 군 통수권자로서 말하건대, 지금 당장 과인의 군대를 이끌고 몬스터 웨이브의 후방을 치게! 지, 금, 당, 장, 말, 일, 세.
피츠제럴드 국왕이 시뻘게진 얼굴로 목에 핏대를 세웠다.
– 당장!!! 자네, 내 목이 떨어져 나가는 꼴을 보고 싶어? 어?
“아, 아닙니다!”
– 당장 실시하게, 당ㅈ… 커헉!
그때, 누군가 피츠제럴드 국왕의 죽빵을 후려갈겼다.
– 아오. 시끄러워라. 조용히 안 해? 여기가 니네 집 안방이냐?
– 죄, 죄송합니다….
– 할 말 끝났으면 찌그러져 있어.
– 예….
피츠제럴드 국왕이 찌그러지고, 그의 죽빵을 후려갈겼던 장본인이 나타나 하이데른 대장에게 말했다.
– 봤지?
“…….”
– 내 말이 곧 너희 국익을 위한 거라니까 그러네.
“저, 전하를 납치한 것이오?”
– 보면 몰라?
지크가 쓰러져 울고 있는 피츠제럴드 국왕을 가리키며 말했다.
– 마지막으로 말한다. 너희 왕은 내가 인질로 붙잡고 있으니까, 왕을 살리고 싶으면 지금 당장 군대를 이끌고 몬스터 웨이브의 후방을 쳐. 안 그러면….
지크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 너희 왕의 어깨 위에 있는 걸 장식품으로 만들어서 내 집 성문 앞에 전시해놓을 테니까.
“지금 당장….”
하이데른 대장이 입을 열었다.
“군대를 이끌고 몬스터 웨이브의 후방을 치도록 하겠소….”
왕이 인질로 붙잡힌 이상 하이데른 대장으로서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하이데른 대장과의 통신이 끝난 뒤.
“잘하셨습니다, 전하.”
미켈레가 지크를 칭찬했다.
“덕분에 부담이 많이 줄어든 셈입니다. 이게 다 전하께서 적국의 수괴를 확보하신 덕분입니다.”
“그래도 한참 부족하잖아.”
지크가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몬스터들의 숫자가 10만이라며. 우리 군 2만. 레노마 왕국군 2만. 다 합쳐도 반도 안 되는데?”
“그건 그렇습니다만….”
“방어선이 뚫릴 때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지도를 들여다보는 지크의 표정이 심각했다.
현재 프로아 왕국군은 란 전략적 요충지에서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내느라 사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오스칼 총사령관과 승구 경이 최선을 다해 저지하고 있사오나, 여의치가 않은 것 같사옵니다. 신이 예상하기에는 약 24시간 정도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레노마 왕국군이 합류해도?”
“예.”
결국, 피츠제럴드 국왕을 납치해 레노마 왕국군을 강제로 참전시킨 것도 부담이 줄어든 정도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던 것이다.
“일단은.”
지크가 발걸음을 떼어놓았다.
“뒷일을 부탁할게.”
“설마…!”
미켈레가 놀랐다.
“차원의 균열을 잠재우러 가시는 겁니까?”
“여기서 만약 몬스터 웨이브가 더 쏟아져 나오면, 걔들이 어디로 가겠어? 레노마 왕국군도 빠진 마당에.”
“당연히 레노마 왕국군의 후방을 추격하지 않겠습니까?”
만에 하나 차원의 균열에서 후속 몬스터 웨이브가 쏟아진다면, 그 몬스터들이 어디로 향할지는 안 봐도 뻔했다.
레노마 왕국군 차원의 균열 근처에 군대를 주둔시킨 이유도 몬스터 웨이브가 추가로 쏟아져 나왔을 때 그것들을 또다시 프로아 왕국에 떠넘기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상황에서 몬스터 웨이브가 또다시 쏟아진다면, 그땐 정말로 파멸이었다.
의 형세가 되어 레노마 왕국군이 제일 먼저 전멸하고, 뒤이어 몬스터 웨이브 두 개가 한 덩어리를 이루어 존버 요새를 덮칠 게 분명했다.
즉, 지금 중요한 건 몬스터 웨이브를 막는 게 아니라 부터 잠재우는 것이 급선무인 것이다.
“전하! 안 됩니다! 전하 혼자서 차원의 균열을 잠재우시는 건….”
“나도 알아.”
지크도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차원의 균열을 혼자서 잠재우기란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었다.
괜히 고위급 던전이겠는가?
BNW의 투기장인 에서 초고수 이상 등급을 찍은 게이머들조차도 파티를 이루어 도전해야만 하는 던전이 바로 이었다.
그런 던전을 혼자서 솔플로 깬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인 것이다.
“차라리 모험가들을 모아서 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 지역에 오가는 모험가들이 많은 건 아니지만….”
“모험가들이 실패하면?”
“그건….”
“모험가들은 존버 요새에 투입해. 한 손에 열 손을 못 당한다잖아. 골드 아끼지 말고 뿌려서 최대한 모험가들의 협조를 구하라고.”
“……!”
“그동안 나는 어떻게든 차원의 균열을 잠재운 뒤에 합류할 테니까.”
그렇게 말한 지크가 곧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