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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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0분 후.
[커헉!]이그니토가 복부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그, 그만… 이제 그만 죽여다오….]“노노. 아직 33대 더 남았어.”
[제, 제발….]“우주는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한다며? 넌 나보다 약하니까 처맞아야지. 안 그러냐?”
[그런데 왜 하필 명치만 때리는 건가… 분풀이를 하려거든 적당히 패다 죽여 주는 게….]“니가 아까 내 명치를 X나 세게 때렸잖아.”
[……!]“맞았으면 돌려줘야지.”
[너, 너무한 것 아닌가? 나는 고작 한 대를 때렸을 뿐인데, 너는 100대를 채우겠다니….]“최소한 100배 정도는 갚아줘야 직성이 풀릴 거 아냐. 그리고 니가 내 아이템 물어낼 거냐? 너 돈 많아?”
[돈이라… 물질적인 화폐는 우리 종족에게 아무런 의미가….]“그럼 처맞아야지.”
[…….]“원래 1,000배인데 내가 지금 바빠서 특별히 90퍼센트 세일하는 거니까 운 좋은 줄 알아라. 알겠지? 자. 딱 대. 33대 남았으니까 파이팅하고.”
그렇게 말한 지크가 다시금 이그니토를 일으켜 세웠다.
파멸의 불꽃을 피워 올리며 보스다운 포스를 뿜어내던 이그니토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의 이그니토는 그저 뒤끝 있는 강자에게 철저히 보복당하는 불쌍한 외계인 신세일 뿐이었다.
“맞느라 수고했다.”
지크는 기어코 100대를 다 채우고 나서야 이그니토를 놓아주었고.
[드디어 끝난 것인가… 이제 나는… 죽을 수가 있는 건가….]“그래. 이제 죽어도 돼.”
[그렇군… 이제 나는 죽을 수 있는 것이로군….]이그니토는 감격에 겨운 표정을 한 번 지어 보이고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쾅-!
[알림 :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175레벨 달성!]이그니토가 죽자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들이 주르륵 떠올랐다.
“아. 진이 다 빠지네.”
지크가 질렸다는 듯 중얼거렸다.
무려 네 시간에 걸친 싸움… 제아무리 게임이라지만 지치는 게 당연했다.
“헤엑… 헤에엑….”
햄찌 역시 쳇바퀴를 너무 심하게 굴렸는지, 땅바닥에 드러누워서 헥헥대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쉴 때가 아니었다.
“야. 햄찌야. 일어나서 템 줍자.”
“헥헥… 주인 놈아… 나 힘들다… 햄찌 쉬고 싶다….”
“나도 죽겠다. 근데 어쩌겠냐? 지금 바로 존버 요새로 합류해줘야 돼. 거기도 지금 급하다고.”
제2차 웨이브를 저지하는 게 다가 아니었다.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정리하고, 존버 요새로 가서 전투에 합류해 주어야만 했다.
“그럼 넌 쉬고 있어. 난 템부터 주울 테니까.”
지크가 죽은 이그니토가 드랍한 구슬인 을 주우려던 때였다.
스릉!
누군가 지크의 목에 검을 들이대었다.
“뭐야, 이건.”
지크가 고개를 돌렸다.
“프로아의 왕 지크프리트.”
지크에게 검을 들이댄 장본인은 레노마 왕국의 기사 칼라일이었다.
***
“너는 조국의 원수. 나 칼라일. 레노마의 기사로서 조국을 대신해 원수를 갚….”
그때였다.
스릉!
또 다른 검이 칼라일의 목을 겨눴다.
“내려놔라.”
칼라일의 목에 검을 가져다 댄 사람은 다름 아닌 기사단장이었다.
“단장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내려놓으라고 말했다.”
“지금 조국의 원수를 보호하시는 겁니까? 지금 단장님께서는 적국의 수괴를 상대로 검을 내려놓으라고 말씀하고 계신 겁니다! 이건 반역 행위입니다!”
“…그렇겠지.”
기사단장은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는 결과적으로 우리 마법사들을 지켜 주었다. 그 많은 적들을 홀로 쓰러뜨렸다. 그런 자에게 이제 와 검을 겨누는 것이 기사 된 도리인가?”
“기사 된 도리라고 하셨습니까? 기사도가 무엇을 가르쳤습니까? 기사도는 애국을 가르쳤습니다! 조국에 충성하고 기사 서약을 한 군주에게 충성하는 것! 그것이….”
“정의.”
기사단장이 칼라일의 말을 잘랐다.
“기사도의 제일 원칙은 정의다. 비록 저자가 정의로운 자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 눈에 비춘 저자에게 악의란 없었다.”
“조국의 원수입니다.”
“누가 만들어낸 원수인가!”
“……!”
“우리의 조국은 살기 위해 비열한 짓을 저질렀다. 저자 역시 살기 위해 내 조국의 어전을 피로 물들이고 나의 왕을 납치했으며, 내 조국의 군대를 이용했다. 우린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말입니까! 지금 이자를 그냥 보내시겠단 말씀이십니까? 저는 그렇게는 못 하겠습니다! 단장님께서 저를 막으시겠다면, 저는 단장님부터 벨….”
그러나 칼라일은 그 뜻을 이룰 수가 없었다.
스릉!
기사단장에 이어 동료 기사가 그의 목에 검을 들이대었다.
“검을 내려놓아라, 칼라일.”
“이, 이반! 너까지!”
이반이란 이름의 기사뿐만이 아니었다.
“이보게, 그만두게.”
“오늘은 아닐세.”
“그러려거든 진작 덤볐어야지. 이 무슨 비겁한 짓인가.”
절대다수의 기사들이 나서서 칼라일의 행동을 뜯어말렸다.
‘얘들 지금 지들끼리 뭐 하는 거야? 내가 곱게 죽어준다고 말한 적도 없는데?’
지크는 갑작스레 벌어진 일에 황당해했지만, 일단은 잠자코 두고 보기로 했다.
“…이 일은 상부에 보고할 것입니다.”
그렇게 말한 칼라일이 검을 거두고는 지크로부터 등을 돌리고는 말에 올라탔다.
“두고 보자. 조국의 원수. 내 언젠가 네놈을 죽여 조국의 치욕을 갚아줄 것이다.”
“…뭐라는 거야.”
“다시 만나는 날에는….”
“그날이 올까.”
지크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지크는 호구가 아니었으므로, 자신에게 감히 검을 들이댄 칼라일을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후환을 남기는 건 머저리들이나 하는 짓이었으므로….
그런데.
[알림 : 지금 칼라일을 죽이면 퀘스트의 클리어 보상을 받으실 수 없습니다!]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보상을 받을 수 없다고? 가만. 보상이 뭐였더라… 보스 몬스터 처치 시 드랍되는 아이템… 그건 저 구슬일 테고… 쓸 만한 녀석들이 도대체 뭐야?’
지크가 의아해하는 사이.
“제 부하의 무례를 사죄드립니다.”
기사단장이 지크에게 사과했다.
“예, 뭐. 무례하긴 했죠. 그래서….”
지크가 ‘지금 죽이려고요’라고 말하려던 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전하.”
“말씀하시죠.”
“저를 받아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예? 누구를 받아달라고요?”
“제 이름은 오를랑 데 몽그리브. 레노마 왕국에서 기사 서품을 받았습니다. 전하께서 받아만 주신다면, 충성을 맹세하고 싶습니다.”
제 이름을 밝힌 기사단장 오를랑이 지크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
충성을 바치고 싶단 말을 한 것은 비단 오를랑뿐만이 아니었다.
“충성을 맹세하고 싶습니다.”
“충성을 맹세하고 싶습니다.”
“충성을 맹세하고 싶습니다.”
다른 기사들 역시 오를랑을 따라 지크에게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충성을 바치고 싶단 의사를 밝혔다.
문제는 그게 기사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이 늙은이 역시 전하께 충성을 바치고 싶사옵니다.”
게이트가 닫히자 로부터 해방된 데시마토 후작과 마법사들 역시도 기사들과 같은 의사를 밝혀왔다.
‘쓸 만한 녀석들이 기사들과 마법사들이었어?’
지크는 그제야 이번 퀘스트의 보상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퀘스트의 보상은 아이템 같은 게 아니라 ‘사람’이었던 것이다.
“괜찮겠습니까? 저는 일개 모험가일 뿐입니다.”
지크가 기사들과 마법사들에게 물었다.
“제게는 대륙 통일 같은 거창한 야망 같은 게 없습니다. 영토를 넓히고 싶은 마음 또한 없습니다. 그저 제가 다스리는 이 조그마한 나라를 먹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 정도가 전부입니다.”
지크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게이머, 즉 모험가였다.
게임 BNW의 무대가 되는 뉘르부르크 대륙을 종횡무진으로 누비며 몬스터와 싸우고, 아이템을 얻고, 레벨을 올리고, 퀘스트를 깨는 것이 주된 목표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게임 속 콘텐츠 중 하나로 국가를 운영해 나가는 것 또한 재밌을 테지만….
‘그렇게 되면 맨날 집무실에 갇혀서 서류에 사인이나 해야 되잖아.’
지크는 나라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 무시무시한 ‘문서 작업’이 늘어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즉, 지크의 야심은 ‘국가’가 아닌 ‘개인’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지크의 물음은 오히려 기사들과 마법사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는 게 함정이었다.
‘태평성대를 추구한다… 덕이 있는 군주들만이 할 수 있는 말….’
‘명분 없는 정복 활동은 전쟁광들의 광기일 뿐. 어쩌면 이런 소탈한 마음가짐이야말로 참된 군주가 가져야 할 덕목일지도….’
지크가 문서 작업이 싫어 영토를 넓히기 싫어하는 걸 까맣게 모른 채 그저 듣기 좋게 해석해버린 것이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저는 더더욱 전하를 모시고 싶습니다.”
“이 늙은이 역시 마찬가지이옵니다.”
오를랑과 데시마토가 지크에게 재차 머리를 조아렸다.
“충성을 맹세하고 싶습니다!”
“충성을 맹세하고 싶습니다!”
“충성을 맹세하고 싶습니다!”
나머지 기사들과 마법사들 역시 오를랑과 데시마토를 따라 지크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주인 놈아! 받아줘라! 부려 먹히고 싶다는데 부려 먹어주는 게 예의 아니겠냐! 뀨우!”
햄찌가 지크에게 그들을 받아줄 것을 건의했다.
‘하긴. 인력도 부족하고 하니까.’
안 그래도 최근 미켈레가 인재 영입 좀 해오라고 죽는소리를 하던 참이었으므로, 지크는 ‘쓸 만한 녀석들’을 부하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좋습니다. 여러분들을 제 신하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지크가 미소를 지었다.
[알림 : 오를랑 외 57명의 기사들을 신하로 받아들였습니다!] [알림 : 데시마토 외 69명의 마법사들을 신하로 받아들였습니다!]알림창이 떠오르고.
“전하. 명령을 내려주소서.”
오를랑이 지크에게 말했다.
“우선 이곳부터 빠르게 정리한 후 프로아로 귀환하겠습니다.”
“신 오를랑. 명령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명령에 따라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전장을 정리하는 동안 지크는 신의 지팡이와 마검을 회수한 후 이그니토가 드랍한 아이템부터 주웠다.
[파멸화 보주]파멸의 불꽃이 담긴 구슬.
매우 강력한 화속성 에너지가 집약되어 있다.
지크는 파멸화 보주를 줍자마자 스킬을 이용해 보았다.
[알림 : 화속성 에너지를 충분히 흡수하셨습니다!] [알림 : 스킬이 강화되었습니다!]그렇게 지크는 명속성, 암속성에 이어 화속성 에너지까지 모음으로써 디버프 마스터의 핵심 스킬인 스킬까지도 강화시키게 되었다.
‘오케이. 스킬 강화 성공. 영혼도 흡수해 주시고.’
그런데.
[알림 : 의 영혼을 흡수하셨습니다!] [알림 : 의 영혼을 흡수하셨습니다!] [알림 : 의 영혼을 흡수하셨습니다!] [알림 : 의 영혼을 흡수하셨습니다!] [알림 : 의 영혼을 흡수하셨습니다!] [알림 : 의 영혼을 흡수하셨습니다!]네임드급 몬스터들과 보스인 이그니토의 영혼은 단지 ‘흡수를 했다’라는 메시지만 떠오를 뿐, 마검의 공격력과 마법력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
‘왜 그런 거지? 이해할 수가 없네. 더 많이 올라야 정상 아닌가?’
하지만 지크로서는 그 이유를 알 길이 없었기에, 일단 넘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알림 : 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을 획득하셨습니다!]이후 지크는 에서 나온 몬스터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특산물(?)인 들을 수거한 후 새로운 부하들과 함께 존버 요새로 향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