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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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르부르크 대륙 서남쪽 바다.
아둔야뎃 왕국의 제일 군함인 의 선실에서는 해군 수뇌부들 간의 회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도대체 몇 번째인지 모르겠소.”
아둔야뎃 왕국의 해군 총사령관이자 차크리호의 함장인 브룸나트 대장(★★★★)이 볼멘소리를 내었다.
“지난 6개월 동안 대규모 상륙 작전만 무려 열한 번이오, 열한 번! 그런데도 아직 놈들을 끝장내질 못하고 있으니 이 일을 어찌한단 말이오!”
그 질책에 아둔야뎃 왕국의 해군 수뇌부들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함부로 입을 열었다가는 몇 시간이고 갈굼을 먹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 어렵다는 해상 봉쇄에 성공했음에도 대규모 상륙 작전에서 모두 패배했다는 게 말이 되오? 우리 군의 해병대가 이리도 무능한지 본 제독은 미처 몰랐소이다!”
결국, 비난의 화살은 늘 그래왔듯 상륙 작전의 주체인 해병대에게로 돌아갔다.
“그, 그것이….”
아둔야뎃 왕국의 해병대 사령관 마히돈 중장(★★★)이 땀을 삐질 흘리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시다시피 스톤 아일랜드 놈들의 육군 전력이 상상을 초월하는지라….”
“누가 그걸 모르오? 그건 벌써 6개월 전에 알았소!”
“…….”
“하나 3개월 전 우리 군이 해상 봉쇄에 성공한 이후 놈들의 모든 보급로는 차단이 되었소. 지원군 역시 마찬가지지. 도대체 지칠 대로 지쳐서 오늘내일하는 놈들을 상대로 왜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게요? 해병대는 그깟 소모전 하나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오?”
호된 질책-이라고 쓰고 갈굼이라고 읽으면 된다-에 마히돈 중장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 할 말이 없지는 않았다.
‘이런 X발! 놈들의 기사단이 고위급 아티팩트를 둘둘 두른 걸 나더러 어쩌라고! 예산을 늘려 주기라도 하던가!’
일반 병졸들로 이루어진 아둔야뎃 왕국의 해병대와는 다르게, 스톤 아일랜드의 육군은 질적으로 차원이 달랐다.
스톤 아일랜드는 예로부터 금, 은, 마정석, 초월석, 화염석 등 각종 광물이 채굴되기로 유명한 곳인지라 부유하기가 이를 데 없는 도시 국가였다.
비록 인구는 적을지라도 장병들과 기사단의 무장 부분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훌륭한 장비빨(?)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아둔야뎃 왕국은 개전 초기 스톤 아일랜드의 해군 전체를 전멸시키는 위대한 업적을 이룩했음에도, 뜻밖에 상륙전에서 번번이 엿을 먹으며 전쟁을 끝내지 못하고 있었다.
“도대체가 언제 이길 거요? 언제?”
“죄, 죄송합니다….”
“죄송하단 말 하지 말라고 했소! 안 했소!”
“그리하셨지요….”
“그런데 뭐가 또 죄송하다는 게요! 죄송하면 그에 걸맞은 성과를 내야지!!! 성과를!!!”
“하, 하오나 총사령관 각하….”
갈굼을 참다못한 마히돈 중장이 억울하다는 듯 항변했다.
“아시다시피 해군이야 10년 전부터 비밀리에 해군력을 증강시켜 왔사오나… 저희 해병대는 아니질 않았사옵니까. 장병들의 교육 훈련 수준도 그리 높지 않고… 특히나 놈들이 가진 것들에 비해 우리 해병대원들의 장비 수준이….”
그 말은 사실이었다.
아둔야뎃 왕국은 알짜배기 섬인 스톤 아일랜드를 집어삼키기 위해 10년 전부터 남 몰래 해군력을 증강시켜 왔고, 그 덕분에 개전 초기 역사에 길이 남을 대승을 거둘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해전의 승리에만 눈이 멀어 함대의 전력 증강에만 힘쓰다 정작 섬에 상륙해 승리의 깃발을 꽂아야 할 해병대에게는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해 상륙전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국왕 전하께 말씀을 드려 저희 해병대에 대한 시간과 예산을 좀 더….”
“변명은 죄악이라는 걸 모르오!!!”
“……!”
“정신력으로 극복하면 되질 않소! 정신력!!! 지금 유령도 잡는다는 해병대가 그깟 장비빨에 무너진다는 게 말이 되오? 이거 군기가 빠질 대로 빠졌구먼! 역시 사관 학교 출신이 아니라서 그런지 무능하기가 짝이 없군!”
그 순간.
‘아오! 저걸 그냥 확!’
마히돈 중장은 눈앞에 있는 재떨이로 브룸나트 대장의 뚝배기를 깨버리고 싶었다.
‘지는 무슨 사관 학교 출신이라서 잘난 줄 아네! 예산을 그 정도로 처먹었으면 나도 그 정도 전공은 쌓겠다!’
사실 브룸나트 대장은 그리 유능한 인물이 아니었다.
대대로 해군 장교들을 배출한 명문가에서 태어나 해군 사관 학교를 졸업한 엘리트였지만, 개인의 능력보다는 가문의 후광과 같은 사관 학교 출신 선배 장교들을 등에 업고 해군 총사령관 자리에 오른 인물이었다.
즉, 개인의 능력보다는 ‘정치력’으로 출세한 케이스였던 것이다.
사실 해전의 대승도 아둔야뎃 왕국의 국가 재정이 뿌리째 뽑힐 만큼의 전폭적인 지원-스톤 아일랜드를 먹으면 손해를 메꾸고도 남는다는 계산-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 브룸나트 대장이 잘나서라고는 결코 말할 수가 없었다.
반대로 마히돈 중장은 비 사관 학교 출신 장교로서, 오직 개인의 능력만으로 무려 3성 제독의 자리에 오른 걸출한 인물이었다.
‘할 줄 아는 거라곤 허구한 날 소리나 지르고 예산이나 타 먹을 줄 아는 주제에! 정신력? 에라이 X발! 정신력이 밥 먹여주냐! 장비빨 차이가 넘사벽인데 무슨 수로 이기라고! 니들이 가진 예산 1/5만 있었어도 나도 진작 대승했다!’
물론 마히돈 중장은 속마음을 토로할 수가 없었다.
왜?
그랬다가는 상관모독죄로 즉시 체포되어 영창으로 직행할 테니까.
“하여간 이 전쟁이 끝나면 국왕 전하께 건의를 올려 해병대 사령관부터 갈아치워야겠군! 사령관의 정신머리가 그따위니, 해병대원들의 전투력도 개판인 거겠지!”
“…….”
“해군의 반의반만 했어도 진즉에 끝냈을 전쟁을….”
그때였다.
“총사령관님! 국왕 전하로부터 통신이 걸려왔습니다!”
“그래?! 내 당장 갈 터이니 잠시만 기다리시라고 말씀드리도록!”
브룸나트 대장은 마히돈 중장을 갈구던 걸 멈추고 즉시 발걸음을 옮겼다.
***
그로부터 5분 후.
제일 군함 차크리호의 갑판 위.
“안 그래도 신이 해병대 사령관에게 호된 질책을 하던 참이었사옵니다.”
도대체 언제 전쟁을 끝낼 거냐는 국왕 마하 2세의 독촉에 브룸나트 대장은 여느 때처럼 해병대의 무능함을 탓했다.
몰라서가 아니었다.
브룸나트 대장도 상륙전에서 왜 패배할 수밖에 없는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룸나트 대장은 해병대의 무능함을 탓한 이유는 다름 아닌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서였다.
예산을 군함 전력의 증강에만 몰빵하고, 해병대에 대한 지원은 대폭 삭감한 장본인이 다름 아닌 브룸나트 본인이었기 때문이다.
‘왕실 재정이 파탄 나기 직전이다. 지금 해병대에게 추가 예산을 편성해 달라고 했다간 내 실책이 탄로 나고 만다. 어떻게든 해병대를 닦달해 추가 예산의 편성 없이 이 전쟁을 끝내야만 한다.’
해병대에게 그리도 강조하던 ‘정신력’은 사실 브룸나트 본인의 실책을 감추기 위한 핑곗거리에 불과했던 것이다.
– 그럼 해병대 사령관을 당장 교체해야 하는 것 아니오?
“그 방법 또한 있사오나, 현재는 전시이옵니다. 아무래도 사령관의 교체는 지휘 체계에 혼선을 줄 수가 있사옵니다.”
– 으음….
“내일 오전에 대규모 상륙 작전을 한 번 더 펼칠 생각이옵니다. 마지막 기회를 주심이 좋을 듯 사료되옵니다.”
브룸나트가 그렇게 핑계를 댄 이유는, 누가 뭐래도 마히돈이 유능한 지휘관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 흠. 그렇구려. 그렇담 한 번 더 믿어보도록 하겠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현명하신 판단이시옵니다.”
– 해상 봉쇄는 어떻소?
“보소서.”
브룸나트가 통신 장치의 렌즈를 바다로 돌렸다.
“전하의 해군이 바다를 철통같이 지키고 있사옵니다. 단언컨대,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이 바다를 지나갈 수는 없을 것이옵니다.”
– 그렇소?
“예, 전하.”
– 정말로 그런 것이오? 내가 보기에는 아닌 것 같소만. 대체 뭘 철통같이 지키고 있단 거요?
“예…?”
– 저 지나가는 쾌속정 한 척은 뭐요? 과인이 보기에 아군의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마하 2세의 지적에 브룸나트가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쏴아아아-
웬 길쭉하게 생긴 쾌속정 한 척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물살을 가로지르며 아둔야뎃 왕국의 군함들 사이를 유유히 지나가고 있었다.
“저, 저것들 뭐야!!! 당장 침몰시켜버려어어어어어어어엇-!!!”
브룸나트가 얼굴이 시뻘게져서는 소리쳤다.
***
펑, 퍼엉!
불 뿜는 함포.
푸화아아악!
치솟아 오르는 물줄기.
아둔야뎃 왕국의 함대가 쉴 새 없이 포탄을 쏴 재꼈음에도, 길쭉한 쾌속정은 거침없이 물살을 가르며 스톤 아일랜드로 향했다.
그런 쾌속정의 조타수는 인간이 아닌 거대한 햄스터였다.
“뀨우우우우우우우우우-!!! 씬난다, 씬나!!!”
햄찌는 미친 듯 쏟아지는 포격에도 뭐가 그리 재밌는지, 연신 소리를 질러대며 를 거칠게 몰아붙였다.
“우웨에에에에에에엑!”
덕분에 그랭구아르는 몰려드는 어지럼증에 그만 구토를 참지 못하고 물고기들의 밥을 줘야만 했다.
“와. 겁나 빠르네. 하나도 안 맞잖아?”
지크는 멀어져만 가는 아둔야뎃 왕국의 함대를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노르드족의 쾌속정인 는 정말이지 빨랐다.
그냥 빠른 정도가 아니라, 아둔야뎃 왕국의 함대 전체를 농락하고도 남을 만큼의 기동성을 자랑했다.
“하긴. 그때 마사바 해군도 이 쾌속정 때문에 허수아비 신세였었지.”
지크는 아쿠아 러너를 탄 노르드족의 해병대가 마사바 해군 전체를 농락하고 유유히 항구에 상륙했던 걸 떠올랐다.
아쿠아 러너는 비록 함포를 탑재할 수 없었지만, 상륙 작전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성능을 지닌 소형 상륙정이었다.
“지나갑니다!”
덕분에 지크는 수백, 수천 발에 이르는 포탄에 단 한 발도 맞지 않은 채 무시무시한 아둔야뎃 왕국의 해상 봉쇄를 뚫을 수가 있었다.
“이… 이이이이…!!!”
그 광경을 지켜보던 브룸나트의 피가 거꾸로 솟은 건 지크의 알 바가 아니었다.
“뀨! 주인 놈아! 봤냐! 햄찌 운전 실력 이 정도다!”
“굿 보이!”
지크가 햄찌를 향해 작은 봉지를 하나 던져주던 때였다.
[라라~ 라라라라라 라라~ 라라라라라 라라~ 라라라 라라라~]어디선가 아름다운 미성이 들려와 지크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여성이 부른 것으로 추정되는 노랫소리였다.
“어디서 누가 노래를 부르네…?”
“뀨우?”
지크와 햄찌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순간.
[알림 : 상태 이상!]지크는 갑작스레 어지러워진 시야에 당황했다.
우웅!
마나를 끌어올려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윽. 이건 도대체 뭔 상태 이상이야.’
그러던 중.
[알림 : 당신의 캐릭터가 매우 강력한 마성의 음파에 노출되었습니다!] [알림 : 상태 이상 에 걸렸습니다! 캐릭터에 대한 통제력이 약해집니다!] [알림 : 마성의 음파가 당신의 육체를 파괴합니다!]에 걸렸단 내용의 알림창이 주르륵 떠오르자마자 지크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주르륵!
양쪽 귀, 코, 입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불끈불끈!
눈은 당장에라도 튀어나올 듯 팽창되었으며.
우웅!
마나홀에 있는 마나가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심지어, 캐릭터가 통제를 잃고 조금씩 조금씩 바다에 뛰어들려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까지 했다.
“으윽… 야… 해, 햄찌야… 이거 뭐냐….”
“뀨? 주인 놈아, 괜찮은 거냐? 어디 아프냐? 갑자기 왜 그러냐?”
“너, 넌 아무렇지도 않냐…?”
“뀨우? 햄찌 멀쩡하다!”
상태 이상에 걸린 지크와는 다르게, 햄찌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그, 그럼 이거 뭐야 도대체… 설마 저 노랫소리가…?”
지크가 의 원인을 찾던 때였다.
“우우 우우우- 우우 우우우-.”
아주 깊고 묵직한, 풍부한 공명음이 울려 퍼지는가 싶더니 들려오는 여성의 노래와 합쳐져 하나의 화음을 이루기 시작했다.
‘뭐야.’
무심결에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지크.
“우우 우우우- 우우 우우우- 우우우우우우-.”
그런 지크의 눈에 보인 건 갑판에 서서 노래를 하고 있는 그랭구아르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