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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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그놈이냐?”
함장실 문을 부수고 들어온 지크가 함장에게 물었다.
“그, 그놈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
“니가 어제 스텔라루멘 광산에 포탄을 쏜 놈이지?”
“스텔라루멘? 아! 어제의 그 오발 말이로군!”
함장은 자신의 실수를 기억해냈다.
“그렇다. 내 휘하 수병의 실수로 스텔라루멘 광산에 딱 한 발 포격한 적이 있다.”
“그렇다 이거지….”
지크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니가 범인이란 소리네…?”
“그게 뭐 어때서 내게 이러는 건가! 고작 한 발을 잘못 쐈을 뿐이다! 그리고 거긴 개전 초기에 포격으로 무너져버린 광산이라 누가 있었을 리….”
“내 부하들이 있었지.”
“……!”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거든.”
“복구 작업이라….”
“총 사상자 스무 명. 그중 사망자가 열한 명. 나머지 아홉 명은….”
“……?”
“팔이 잘린 사람이 둘. 두 다리가 잘린 사람이 하나. 파편에 얼굴이 벌집이 된 사람이 하나. 복부에 파편이 꽂혀 사경을 헤매고 있는 사람이 하나. 화상으로 전신 피부가 녹아내린 사람이 셋. 그리고 한쪽 눈에 파편이 박혀 애꾸가 된 사람이 하나다.”
지크는 죽은 노동전위대 대원들의 숫자와 부상당한 이들의 상태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훤히 꿰고 있었다.
지크의 손으로 직접 사망자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부상자들을 구해냈었기 때문이다.
“그, 그게 뭐 어쨌다는 말이냐!”
“뭐?”
“전쟁하다 보면 좀 죽을 수도 있고! 눈먼 화살에! 눈먼 포탄에! 심지어 아군의 오인 사격으로도 죽을 수가 있는 것이다!”
“뭔가 오해하나 본데. 우린 스톤 아일랜드 소속이 아냐.”
“아, 아니라고?!”
“용건이 있어서 잠시 광산 복구 작업을 도왔던 것뿐이지, 전투에 참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넌 아무 상관도 없는 타국의 군인들을 죽인 거야.”
“…그렇다면 유감이로군.”
“유감?”
“죽은 네 부하들은 안됐지만, 어쩌겠나. 거기에 있었던 것 자체가 잘못인 것을. 애초에 네 부하들이 그곳에서 복구 작업을 벌였던 건 따지고 보면 네 잘못이 아닌가?”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더니, 누가 아둔야뎃 왕국의 군인 아니랄까 봐 범인은 뻔뻔하기가 짝이 없었다.
으득.
지크는 당장에라도 빌어먹을 자식의 머리통을 부숴버리고 싶었지만, 일단은 참기로 했다.
‘넌 나보다 노동전위대 대원들한테 넘겨주는 게 좋겠어.’
비록 노동전위대 대원들이 사회화되었다지만, 그들의 본성은 어디까지나 호전적이고 사나운 야만인들이었다.
분노한 야만 부족들에게 그들의 원수를 던져준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 머리통을 깨부수는 것보다야 최소한 1,000배쯤은 더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꼴을 당할 게 분명했다.
“죽여라.”
그때, 범인이 당당하게 가슴을 쫙 펴고 지크를 향해 말했다.
“나는 위대한 아둔야뎃 왕국의 장교로서, 목숨을 구걸할 생각이 없다.”
“아니. 넌 구걸하게 될 거야.”
지크가 장담했다.
“그러니까….”
지크의 주먹이 범인의 명치를 뚫어버릴 듯 후려갈겼다.
“우웨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명치를 세게 맞은 범인이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오늘 아침에 먹은 음식물들을 쏟아냈다.
“품위를 지키시죠. 위대한 아둔야뎃 왕국의 장교 나리.”
지크는 통증과 구토로 인해 괴로워하는 범인을 한 번 비웃어 주고는, 그의 뒷덜미를 움켜잡았다.
그리고는 그를 질질 끌고 함장실을 나섰다.
지크가 함장실을 벗어나서고 약 20초 뒤.
퍼엉!
스톤 아일랜드의 함대에서 발사한 포탄이 해당 군함을 격침시켰다.
***
지크가 범인을 포획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아둔야뎃 왕국의 사령부에서는 나쁜 소식이 끊이질 않고 있었다.
“제3함대… 총 25척 중 17척 침몰… 8척 나포되었습니다….”
“제4함대… 총 25척… 모두 침몰했습니다….”
“제5함대… 현재 전투 중… 패전할 가능성… 매우 큽니다.”
해전이 시작된 지 고작 세 시간 만에 아둔야뎃 왕국은 총 다섯 개의 함대 중 네 개를 잃고 말았다.
스톤 아일랜드의 최신식 군함으로 이루어진 백상아리 함대의 압도적인 화력과 나포당한 아군 함대에 의해 순식간에 궤멸하고 만 것이다.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라는 것.
“모험가들이 일으키는 소요 사태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모험가들로 이루어진 용병대가 국경 지역을 쑥대밭으로….”
“주요 동맹국과의 통신 시설들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모험가들이 벌인 테러입니다!”
“본국의 육군 장성 일곱 명이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됐다고 합니다! 누군가 모험가들을 고용해 암살을 지시한 게 분명합니다!”
주요 시설물 파괴.
통신 시설 파괴.
육군 주요 장성들 암살.
도심에서의 난동.
국경 지대에서의 게릴라 공격.
약 300여 명의 게이머가 프로아 왕국의 의뢰를 받고 아둔야뎃 왕국을 안팎으로 뒤흔들고 있었다.
“어, 어떻게든 제해권만은 지켜야 한다!!! 차크리 호를 중심으로 적들의 해군과 맞서라!!! 차크리 호라면 놈들의 신형 군함이 제아무리 강력할지언정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마하 2세가 소리쳐 명령하던 때였다.
“전하! 차크리 호로부터 통신이 걸려왔습니다!”
때마침 아둔야뎃 왕국의 마지막 희망이나 다름없는 차크리 호로부터 통신이 걸려 왔다는 보고에, 마하 2세는 통신에 응답할 것을 명령했다.
그런데.
정작 영상이 출력되고 보니 차크리 호로부터 걸려 왔다는 통신은 해군 사령관인 브룸나트가 아니었다.
– 안녕들 하십니까.
마하 2세와 아둔야뎃 왕국의 수뇌부들로서는 생전 처음 보는 젊은이의 얼굴이 스크린에 떠올랐다.
“네놈은 누구냐!”
마하 2세가 그 젊은이를 향해 호통쳤다.
– 저는 프로아 왕국의 국왕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라고 합니다.
“프로아 왕국? 도대체 거기가 어디에 붙어 있는 나라지?”
– …….
“누구 프로아에 대해 아는 사람 있는가?”
마하 2세가 신하들에게 물었지만, 아는 사람은 딱 하나밖에 없었다.
유일하게 프로아 왕국에 대해 아는 한 신하가 마하 2세에게 자신이 아는 사실을 고했다.
“전하. 프로아 왕국은 대륙 서북쪽에 자리한 곳으로, 말이 왕국이지 영지나 다름없는 코딱지만 한 곳이옵니다.”
“음. 약소국 중의 약소국이란 말이로군.”
“그렇사옵니다.”
“아니, 그럼….”
마하 2세가 지크를 돌아보았다.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 어째서 차크리 호에서 과인에게 통신을 걸었단 말인가! 네 이놈! 당장 브룸나트를 바꾸지 못할까!”
– 아. 그게….
지크가 빈정이 팍 상한 듯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 브룸나트 사령관님이 지금은 좀 통화가 곤란하셔서 말입니다.
“지금 과인에게 통신을 걸어놓고 본인은 바빠서 네깟 놈에게 대신 말을 전하게 했단 말인가?”
– 그런 셈이죠?
“이런 불경한 놈을 보았나! 당장 브룸나트를….”
– 통화 곤란하시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뭣이?!”
– 직접 보시죠.
지크가 카메라 역할을 하는 마법의 거울을 다른 각도로 돌려 브룸나트를 보여주었다.
“……!”
브룸나트의 상태를 확인한 마하 2세의 눈이 크게 떠졌다.
마하 2세가 직접 확인한 브룸나트는 도저히 통화를 계속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왜?
브룸나트는 머리와 몸통이 깔끔하게 분리된 상태였으니까.
“브, 브룸나트가…!”
– 예.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 지금 막 참수가 되셔서 통화가 곤란하십니다.
“그렇다는 말은….”
– 오늘부로 이 배는 제가 접수했단 말이 되겠죠?
지크의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제1함대….”
통신병이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했다.
“궤멸… 직전… 차크리호… 적에게 나포… 되었다고… 합니다….”
그 보고에 마하2세를 포함한 아둔야뎃 왕국 수뇌부들의 표정이 시퍼렇게 질렸다.
제1군함 차크리는 아둔야뎃 왕국 해군이 가진 결전 병기이자 이 전쟁의 핵심으로써, 전체 해군 예산의 약 20퍼센트를 잡아먹는 기함(Flagship)이었다.
그만큼 차크리 호는 매우 강력한 군함이었다.
백상아리 함대가 제아무리 화력이 뛰어나다고 한들, 차크리 호가 버티고 있는 한 이 해전에서 쉽사리 승리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그 차크리 호가 ‘듣도 보도 못한 잡놈’에게 나포되었을 줄이야….
그렇다는 말은… 아둔야뎃 왕국이 망하기 거의 일보 직전까지 갔단 말과도 별반 다르지가 않았다.
– 순순히 항복해라.
지크가 마하 2세에게 권유했다.
– 약소국의 왕.
그런 지크의 말은 지극히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차크리 호가 없는 아둔야뎃 왕국은 프로아보다 더 약소국이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통신이 끝난 후.
“아오!”
지크가 분통을 터뜨렸다.
“내가 진짜 서러워서 영토를 넓히든지 해야지. 이제는 코딱지도 모자라서 뭐? 어디 붙어 있어? 아오!”
비록 마하 2세에게 톡톡히 갚아주긴 했지만, 기분이 나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전하.”
앙겔레르가 지크를 향해 말했다.
“신경 쓰지 마셔요. 프로아는 분명히 강대국이 될 거예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분명히 그렇게 되실 거예요. 전하께는 그럴 능력이 있으세요.”
그렇게 말하는 앙겔레르의 눈에는 지크를 향한 고마움과 존경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아직 멀었죠.”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전 아직 약해 빠졌으니까요,”
“네…?”
앙겔레르는 당황했다.
‘강하단 말을 듣고 싶으신 걸까?’
지크가 한 ‘전 아직 약합니다.’라는 말이 꼭 답정너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도대체 누가 약하다는 건지….
혈혈단신 차크리 호에 난입, 아둔야뎃 왕국의 정예 수병들과 몇몇 기사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고 배를 나포한 주제에 뭐가 약하단 말인가?
아둔야뎃 왕국의 기사들과 병사들의 수준이 그리 높은 건 아니었지만, 혼자서 차크리 호를 나포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물론 지크는 답정너 같은 게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운이 좋았지.’
지크는 아쿠아 러너의 무시무시한 기동성과 갑판이라는 지형적 이점-디버프 필드를 100퍼센트 활용 가능한 공간이기에-이 있었기에 차크리 호를 나포할 수 있었을 뿐, 본인이 강하단 생각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세져야겠죠.”
지크가 의지를 불태웠다.
“아직 한참 멀었으니까.”
“분명히 더 강해지실 거예요. 전 믿어요.”
앙겔레르는 지크가 답정너가 아니라 단지 강함에 대한 열망이 너무나도 강할 뿐이라는 걸 깨닫고 미소를 지었다.
‘전하께서는 오직 강해지는 것밖에는 모르시는 바보시군요….’
앙겔레르는 자기보다 열 살은 어린 지크가 내심 존경스러웠다.
“응원 감사합니다. 그럼….”
지크가 저 멀리 아둔야뎃 왕국의 해군 기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끝내러 가 볼까요? 이 전쟁?”
속전, 속결!
이제는 이 전쟁-지크의 입장에서는 퀘스트-을 끝내러 갈 시간이었다.
차크리 호를 나포하고 해전에서 압승을 거둔 이상, 스톤 아일랜드가 전쟁에서 이기는 건 시간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지크는 무려 6개월 동안이나 계속되었던 이 전쟁을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내버릴 방법을 알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