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64
163
‘이런 의도였던가!’
부스로이드는 지크가 어째서 아우토니카 공방이 아닌 이곳에서 거래를 진행하려는지 깨달았다.
그들과 정반대 편.
비머리언 공방의 수석 대장장이인 크반트와 장로 몇 명이 마주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비머리언 공방 측에서도 그런 아우토니카 공방 측을 발견했는지, 수석 대장장이 크반트가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앗! 네놈들은! 허접하기 짝이 없는 쓰레기들이나 만들어내는 놈들이 아니냐!”
크반트가 먼저 극딜을 때려 박았다.
“닥쳐라, 크반트! 미적 감각이라고는 개뿔도 모르는 무식한 놈 같으니! 네놈들이 기술을 아느냐!”
그에 맞서 아우토니카 공방의 장로인 아르팔 역시 크반트를 향해 극딜을 퍼부어 댔다.
그리고 그게 비머리언과 아우토니카 공방 사이에 벌어진 난투극의 시발점이 되었다.
처음에는 설전이었다.
“그렇게 디자인에 목매달 것 같으면 아티팩트 제조 따위는 집어치우고 귀금속 제조로 업종을 전환하시지들 그래?”
“니들이 만든 아티팩트로 고블린이나 잡겠냐? 쯧쯧!”
“그 잘난 디자인 팔아서 얼마나 잘나가나 보자? 끽해야 귀족 영애들한테나 인기 있겠지.”
비머리언 공방은 아우토니카 공방이 유달리 디자인에 집착하는 것과 타 공방에 비해 살상력이 다소 미흡한 걸 가지고 공격했고.
“어디 고물상에서나 볼 법한 골동품이나 만드는 주제에.”
“그래서 니들 매출이 그렇게 잘 나오시나? 요즘 할인 판매에 눈이 돌아간 것 같던데?”
“니들 기술력으로 궁극의 살상력이 구현 가능하기는 하냐? 풉!”
아우토니카 측은 최근 비머리언 공방의 공격적인 할인 판매를 주로 씹어댔다.
그렇게 시작된 서로를 향한 비난은 차츰 심해져 욕설과 쌍욕이 난무하게 되었고, 급기야는….
“어쭈? 이게 미쳤나! 이거 안 놔?!”
“못 놓겠다면 어쩔 건데? 크크!”
성질 더러운 크반트가 아르팔의 멱살을 움켜쥠으로써 물리적인 충돌로 이어졌고.
“이런 싸가지 없는 놈! 뒈져라!”
“커헉!”
잔뜩 흥분한 비머리언 공방의 어느 장로가 아우토니카 측 직원에게 드롭킥을 날리는 것으로 싸움은 시작되었다.
그렇게 벌어진 패싸움.
“뒈져라! 이 계집애 같은 자식들! 니들이 그러고도 남자냐!”
“주둥이를 부숴주마!”
“어어? 너 이 새끼… 이, 이거 안 놔?”
“물어? 물었다 이거지?”
“악! 저 자식이 날 할퀴었어!!!”
“아아아악!!!”
비머리언과 아우토니카는 주먹질로도 모자라 서로 물고, 뜯고, 할퀴고, 머리채를 잡아당기는 등 치졸하고 유치하게 싸웠다.
“…뭐야.”
때마침 극장 앞에 도착한 지크는 비머리언과 아우토니카 간의 패싸움을 보곤 그만 할 말을 잃었다.
“사, 사이가 아주 좋네? 하하하하하….”
두 공방이 서로 견원지간이라는 것쯤은 익히 알았지만, 설마하니 만나자마자 패싸움을 벌일 줄이야….
“저, 저기요?”
지크가 황급히 나서서 양측 공방 간의 패싸움을 말리려 해보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워낙에 서로 흥분해 있는 데다가 엉킨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켜 있어 지크의 말을 듣지도 않았고, 일일이 뜯어말릴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휴. 괜히 둘 다 불렀나.”
지크는 비머리언과 아우토니카를 동시에 부른 걸 후회하며 마나를 끌어모았다.
우웅!
그러자 지크를 중심으로 검은색 디버프 필드가 생겨나고.
스륵, 스르륵!
그림자들이 튀어나와 지크를 돌아보았다.
“다치지 않게 좀 말려 봐. 참, 영 좋지 않은 거기는 건드리지 말고.”
지크가 말한 ‘영 좋지 않은 거기’의 의미는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으리라….
“뭐야!”
“흐, 흐읍!”
“이건?!”
“으윽! 몸을 움직일 수가…!!!”
“갑자기 무슨 일이!”
덕분에 정신없이 패싸움을 벌이던 양측 공방의 인사들은 필드의 기본 효과와 그림자들의 개입으로 인해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저어… 여러분? 패싸움은 이쯤에서 그만들 두시고 일단 들어가시죠?”
그렇게 말한 지크가 휘적휘적 걸어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지크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크반트와 부스로이드의 눈이 반짝였다.
‘호오. 그림자들을 불러내는 필드라. 지크프리트… 어디서 이런 신비한 능력을 얻은 게요?’
‘역시 달라. 모험가들 중에서도 독보적이야.’
크반트와 부스로이드는 어째서 지크가 강함에 비해 비정상적인 업적들을 이룩할 수 있었는지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
극장 안.
지크에 의해 안내된 비머리언과 아우토니카의 인사들은 무대 정중앙을 기준으로 좌우로 나뉘어 앉았다.
“빌어먹을 자식들.”
“치사한 놈들.”
“비열한 놈들 같으니….”
그런 그들의 얼굴은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거나, 코피를 질질 흘리거나, 얼굴에 손톱자국이 새겨져 있는 등 치열한 패싸움의 흔적이 역력했다.
‘어휴. 애들도 아니고.’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손가락을 튕겼다.
스르륵!
그러자 무대를 가리고 있던 장막이 걷히고, 햄찌가 뽈뽈 걸어 나와 단상 앞에 섰다.
“뀨! 지금부터 중고 아티팩트 경매를 시작하도록 하겠다!”
그러자 양측 공방의 인사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경매?”
“설마 지금 저 자식들이랑 가격 경쟁을 하라는 건가?”
“허허허….”
“이래서 여기로 부른 것이로군.”
양측 공방의 인사들은 그제야 지크의 의도를 깨닫고 허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크게 놀랐다.
그 비머리언과 그 아우토니카를 동시에 불려다 놓고 경매에 부쳤던 인물이 있었던가?
3대 공방 체제가 확립된 이후 이런 대담한 짓을 벌인 사람은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없을 테고.
하지만 이 약소국의 국왕은 달랐다.
자신 있게 두 공방 모두를 불러서 경매를 열고, 가격 경쟁을 붙이겠단다.
보통 대담한 배짱이 아니었다.
‘아니. 직원이나 몇 명 보내지 뭔 수석 대장장이에 장로들까지 몰려오고 지랄들이야. 부담스럽게.’
정작 지크는 비머리언과 아우토니카가가 고작 중고 아티팩트 경매에 너무 고위급 인사들을 보내 부담스러워하고 있었지만.
“뀨! 그럼 첫 번째 경매를 시작하도록 하겠다! 첫 번째 경매품은 이거다! 시작 가격은 150골드부터다!”
그때, 햄찌가 지크가 주운 아티팩트 중 하나를 선보이며 경매를 시작했다.
“160골드!”
비머리언 공방 측 인물이 160골드를 불렀다.
“161골드!”
아우토니카 공방 측 인물이 161골드를 불렀다.
그리고 패싸움에 이어 가격 경쟁이 시작되었다.
“어쭈? 161? 170골드!”
“풉! 고작 170골드? 200골드다!”
“210골드 부르겠소!”
“이 미친놈이 돌았나! 저걸 210골드나 주고 사겠다고?”
“쫄리면 뒈지시던가!”
“250골드다! 어쩔래!”
“250골드??? 네놈이 정녕 돌았… 에라 모르겠다! 300골드!!!”
“야 이 미친놈아! 누가 저딴 걸 300골드나 주고 사!!!”
“내 맘이다!!! 돈 없으면 닥치고 있어!!!”
“뭐??? 내가 돈이 없다고? 하! 이런 미친놈이! 우리 공방의 재력을 보여주마! 다음, 다음 물품을 보여주시오! 저놈의 콧대를 눌러줘야 하니까!”
그렇게 경매는 비머리언과 아우토니카 간의 자존심 대결이 되어버리고 말았고, 양측 공방은 지크가 판매하는 중고 아티팩트들을 시세 대비 3~4배에 달하는 가격에 구매하는 돈지랄의 끝을 보여주었다.
씨익.
덕분에 아이템이 하나하나 낙찰될 때마다 지크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올랐고.
경매는 굶주린 왕이 드랍한 를 비머리언 공방 측에서 추정 가격 대비 11배나 되는 가격에 구매함으로써 화룡점정을 찍었다.
하지만 그건 비머리언의 승리가 아닌 아우토니카 공방의 낚시였다.
“풉. 멍청한 놈들. 그걸 그 가격에 사냐. 쯧쯧.”
“……!”
“그 아티팩트가 가치 있는 물건이긴 해도 그 가격에 사다니. 어지간히도 돈이 썩어나나 보다? 후후후!”
“이… 이이이…!!!”
“비싸게 주고 산 조~흔 물건 자~아아알~ 쓰시지? 낄낄낄!”
아우토니카가 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매우 강력한 어둠의 마법이 깃들어 있기에 비머리언만큼 원하지는 않았다.
아우토니카 측은 그 점을 이용해 비머리언 공방을 충동질하고, 본래 가격의 11배에 달하는 바가지를 씌우는 데 성공한 것이다.
부들부들…!!!
덕분에 비머리언 공방 측은 분노로 인해 몸을 떨었고, 아우토니카 공방은 고소해했다.
‘표정 관리하자, 표정 관리!’
지크는 너무 좋아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
경매가 끝난 후.
지크는 상처뿐인 자존심 싸움을 한 양측 공방의 대표자들을 만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먼저 만난 건 아우토니카 공방의 수석 대장장이인 부스로이드였다.
“심계가 깊으시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이리도 악랄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부스로이드가 미소 띤 얼굴로 지크에게 말을 건넸다.
“에이. 악랄하다니요. 그저 값을 조금이라도 더 받고 싶어서 그런 거죠.”
“틀린 말씀은 아니지만 악랄하시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군요.”
“하하….”
“하지만 저희 아우토니카 공방에서는 전하를 언제나 최고의 대우로 모실 것임을 약속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건 전하께서 의뢰하신 것들입니다.”
부스로이드가 지크에게 의뢰를 맡았던 아이템들을 건네주었다.
[쿼드터보 세트]아우토니카 공방의 초고성능 전담 부서인 에서 업그레이드시킨 바이터보 세트.
기존의 바이터보 세트에 터보차저를 2개 더해 총 4개의 터보차저가 장착되어 굉장히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 쿼드터보 메일
– 쿼드터보 숄더
– 쿼드터보 글러브
– 스킬 위력 30% 증가
– 스킬 범위 80% 증가
– 모든 스킬 레벨 +2
그렇게 지크는 디버프 마스터에게 특화되어 있는 세트 아이템을 완성하게 되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쿼드터보 세트가 바이터보 세트에 비해 세 배는 더 비싸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그리고….”
부스로이드가 지크의 귓가에 속삭였다.
“저희 아우토니카 공방은 비머리언 놈들보다 전하께 잘해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그러니 언제든 찾아만 주십시오.”
“아, 예….”
“그럼, 전하의 방문을 기다리겠습니다.”
부스로이드로부터 쿼드터보 세트를 획득한 지크는 곧바로 비머리언 공방의 수석 대장장이인 크반트를 만났다.
“경매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허허. 별말씀을.”
“혹시 기분이 나쁘시지는 않으셨는지….”
“그럴 리가 있겠소! 오래간만에 아우토니카 놈들의 면상도 보고, 죽빵도 갈기고 하니 그간 쌓였던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소이다!”
눈탱이가 시퍼렇게 물든 상태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았지만, 지크는 크반트가 만족해하자 딱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건 무엇이오? 설마 아우토니카 놈들의 제품을 입은 것이오? 보아하니 기존 아티팩트에 상당한 튜닝이 들어간 물건 같은데….”
“으음… 어쩌다 보니 필요해서….”
“맙소사! 당장 벗으시오! 그 재수 없는 놈들의 아티팩트를 착용했다간 무슨 병이 옮을지도 모르오! 갑자기 남색(男色)을 탐하게 될 수도 있단 말이오!”
“그, 그게 무슨 논리인지….”
“설마 우리 비머리언 공방을 버리고 저 자식들이랑 놀아나겠다는 게요?”
“예?”
“어디까지 간 게요!”
“…뭘 어디까지 가.”
지크는 어이가 없었다.
“저놈들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인 거 아니오? 솔직히 말해보시오! 우리요! 아님 저 재수 없는 놈들이오! 말을 해보시오, 말을!”
“아니… 그런 게 아니라요… 필요한 게 있어서 찾아갔다가….”
“허! 지금 고작 그따위 아티팩트에 넘어갔다고 말하는 게요? 피나비의 춤 세트로도 부족했던 것이오?”
“일단 제 말씀을 좀….”
“아우토니카? 그 빌어먹을 자식들은 잊으시오! 내 그대의 마음을 사겠소! 얼마면 되오? 뭐가 필요하오? 필요한 아티팩트가 있으면 말만 하시오! 재료만 구해온다면 내 뭐든 무상으로 제작해 주리다!”
“진짜요…?”
“물론이오! 보아하니 하체 방어구와 신발과 투구가 없는 거 같은데, 그건 우리가 메꿔주도록 하지!”
그 순간.
띠링!
지크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아우토니카 공방에 이어 비머리언 공방에서도 퀘스트가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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