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204
203
지크가 테실리우스를 쓰러뜨린 직후.
툭.
웬 철퇴가 땅에 떨어졌다.
‘어? 저게 설마 그건가?’
그 결과 테실리우스가 드랍한-맨주먹으로 싸워 놓고 어째서 철퇴를 드랍했는지 물으면 지는 거다-아이템은 이 맞았다.
하지만 그 옵션은 메르세데스 공방의 카탈로그에 적힌 것과는 많이 달랐다.
[가이아의 주먹]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힘이 깃든 철퇴.
그 파괴력은 가히 재앙에 가까울 정도이다.
•등급 : 신화
•속성 : 無
•레벨 제한 : 210
•공격력 : 4,500
•내구도 : 100 / 100
•추가 능력치 :
– 근력 +1,000
– 적을 타격할 때마다 을 중첩시킵니다. 중첩이 100회 쌓이면 을 개방시켜 작은 필드에 을 일으킵니다. (천지개벽 스킬과 조합 가능!)
진짜 가이아의 주먹은 메르세데스 공방에서 만든 초 고퀄리티의 모조품보다 공격력과 근력이 각각 500씩이나 더 붙어 있었다.
모조품은 진품을 이길 수 없는 전형적인 예라고나 할까?
“어이! 젊은 친구!”
그때, 용태풍이 지크를 향해 소리쳤다.
“예?”
“그거, 가지고 싶지?”
“여기 온 이유가 저겁니다.”
지크가 솔직히 말했다.
“가져. 그건 젊은 친구 거야.”
“정말이십니까?”
“젊은 친구 아니었으면 우리 다 몰살이었을 텐데, 당연히 그 아이템은 자네 거지.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동생들?”
용태풍이 천명 길드원들에게 물었고.
“당연한 말씀을.”
“죽어서 패널티 먹을 뻔한 걸 구해준 건데 당연히 양보해야죠.”
“주무기라도 떨궜으면 어쩔 뻔했겠습니까? 저건 당연히 저 친구 거죠.”
천명 길드원들은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에 대한 지크의 소유권을 인정했다.
‘하긴. 저 정도 레벨쯤 되면 사망 패널티가 엄청 부담스러울 테니까.’
250레벨 이상의 고레벨 게이머들에게 있어 사망이란 정말이지 피하고 싶은, 때로는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는 매우 중차대한 문제였다.
왜?
악랄하게 안 오르는 레벨이 떨어짐은 물론, 자칫 잘못했다가는 재수 없게 강화가 잔뜩 된 주무기를 떨구는 최악의 대참사가 생길 수도 있었으니까.
사망 패널티가 부담스럽지 않은 건 어디까지나 200레벨 이하, 저레벨 구간 때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럼, 제가 챙기겠습니다.”
지크는 곧장 을 날름 챙겼다.
“그런데 젊은 친구?”
용태풍이 지크에게 물었다.
“예?”
“내 무기는 언제 돌려줄 건가? 설마 먹ㅌ….”
“아! 여기 있습니다.”
지크가 황급히 +15 화룡도를 용태풍에게 넘겨주었다.
솔직히 먹튀를 하고 싶은 마음이 단 1퍼센트도 안 들었다면, 그건 거짓말일 터였다.
하지만 지크는 그런 멍청하고 어리석은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
‘저거 먹고 튀었다간 진짜 X되는 거다.’
안 그래도 제네시스와 드잡이질을 시작한 마당에, 10대 길드 중 서열 5위의 천명 길드와 척을 지게 된다면 게임을 영원히 접어야만 할 테니까.
아예 게임을 접을 작정으로 먹튀한 +15 화룡도를 처분하려다 천명 길드의 척살령에 당해 49시간마다 죽고, 죽고, 또 죽은 뒤 결국엔 먹튀한 템마저 드랍해 버리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고.
“고생했어. 젊은 친구.”
“아닙니다.”
“이것도 인연인데 우리 어디 카페라도 가서 커피 한잔할ㄲ….”
하지만 용태풍은 말을 다 끝마치지 못했다.
“햄찌야! 가자!”
“뀨! 수고했다! 주인 놈아!”
“버프 주느라 고생했어.”
“햄찌 발바닥에 땀났다! 견과류 많이 줘야 한다!”
“견과류 고고.”
용태풍의 수작질(?)에도 불구하고, 지크는 이미 햄찌와 함께 던전에서 빠져나갈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지크는 그러면서 생각했다.
‘자꾸 늙은이들만 꼬이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인가?’
어쩌면 자신에게 중년 이상의 나이 든 남성들을 유혹하는 페로몬이라도 나오는 게 아닐까, 하고.
***
번쩍!
데시마토가 눈을 뜨자, 그의 푸르른 동공에서 시퍼런 빛이 번뜩였다.
그런 데시마토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 상태였는데, 그 주변으로 새카맣게 타버린 로브의 잔해가 널려 있었다.
“이 느낌은….”
눈을 뜬 데시마토는 알몸인 자신의 두 손과 가슴팍, 다리 등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뭐지?’
그리고 순간 제 눈을 의심했다.
‘왜 내 피부가 이렇게 매끈하지?’
기이하게도, 70살이 넘어 손등을 잔뜩 뒤덮고 있던 자글자글한 주름들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내가 죽은 것인가….”
“그렇지 않네.”
“……!”
“자네는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 육체의 재구성을 이루었을 뿐, 죽은 게 아닐세.”
데시마토는 눈을 돌려 목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보았다.
퍼시발.
프로아 왕국의 마법 아카데미 학장을 맡기로 한 1써클의 노마법사가 그를 바라보며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스터의 경지… 말씀이십니까?”
퍼시발이 비범한 인물이라는 걸 직관적으로 알아챈 데시마토가 높임말을 써 물었다.
“그렇다네. 확인해 보게나. 자네 심장에 맺힌 써클이 몇 개인지를.”
“써클의 개수가… 앗!!!”
“껄껄껄! 정확히 여덟 개로군! 안 그런가?”
“어떻게 이런 일이!!!”
“그거야 자네가 오랜 세월 동안 마법에 대해 공부하고, 고민해왔기 때문이지. 그러던 중에 내가 슬쩍 던진 한마디에 깨달음을 얻어버린 것이고.”
“세상에나….”
“아, 물론 1써클의 의미를 깨달으려면 최소한 30년은 더 걸릴 테지만 말일세. 늙어 죽을 때까지 모를 수도 있고.”
“어르신께서는 도대체 누구십니까? 설마….”
데시마토는 퍼시발이란 노인이 자신이 짐작하는 ‘그’가 맞는지 물어보려 했다.
“껄껄! 내가 누군지 뭐 그리 중요하겠나? 난 그저 1써클의 노마법사 퍼시발일 뿐일세. 이 코딱지만 한 왕국에서 마법 아카데미를 맡고 있지. 슬로건은 기초는 확실하게! 라네.”
“어르신….”
“새 옷은 거기 두었으니 입고 갈 길 가보게나. 내 자네가 육체의 재구성을 이루는 걸 지켜주느라 피곤하구먼.”
“아,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축하하네.”
퍼시발이 문을 열고 나가며 씨익 하고 웃어 보였다.
“그레이트 위저드가 된 것을 말일세.”
그렇게 지크가 퀘스트의 보상으로 받았던 ‘쓸 만한 녀석들’ 중 하나인 데시마토는 뜻밖의 깨달음을 얻어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게 되었다.
***
그로부터 두 시간 후.
“오늘은 일찍 끝내놓고 던전이나 좀 돌아야겠다.”
승구는 여느 때처럼 공사 현장으로출근하며 혼잣말했다.
승구의 일상은 접속-공사 현장-던전-로그아웃 순으로 언제나 같았다.
그러던 중.
“데시마토 후작님!”
승구는 앞서가던 마법사의 익숙한 뒷모습에 손을 흔들었다.
“좋은 아침이오. 승구 경.”
데시마토가 그런 승구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간밤에 잠을 잘 주무시었소?”
“엥? 데시마토 후작이 아니잖아?”
승구가 뱀눈을 뜨고 데시마토를 노려보았다.
“난 하도 뒤태가 비슷하길래 맞는 줄 알았는데….”
“그게 무슨 소리요? 승구 경. 나 데시마토가 맞소.”
“구라 치네.”
“……!”
“내가 아는 데시마토 후작은 너처럼 안 젊거든? 곧 양로원 갈 노인인데.”
“고, 곧 양로원이라니.”
“너 소속이 어디냐? 혹시 제네시스에서 보낸 첩자 아냐?”
승구는 데시마토를 닮은 중년의 마법사에게 을 비추어 보았다.
[데시마토 데 미켈슨]•존재 구분 : NPC
•레벨 : 300
•성별 : 남
•연령 : 72세
•클래스 : 위저드
•등급 : 초급 그레이트 위저드 (마스터/8써클)
•소속 : 프로아 왕국
•작위 : 후작
•지위 : 궁중 수석 마법사
•칭호 : 고뇌하는 노마법사 / 레노마의 비의 / 프로아의 지성
순간 승구는 제 눈을 의심했다.
‘뭐지? 정보는 분명 데시마토 후작이 맞는데? 설마 하룻밤 사이에?’
문득 승구는 과거 BNW의 공식 설정 자료집에서 보았던 내용을 떠올렸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 NPC들의 경우 특정 상황에서 특정 계기가 받쳐준다면 가 발생합니다.
를 발생시킨 NPC들은 아주 짧은 순간에 200레벨 이상의 급격한 레벨 상승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NPC는 육체의 재구성이 일어나고, 스탯이 엄청나게 강화됩니다.
ex) 70레벨 평범한 기사 ▶ 300레벨 초급 소드 마스터
“설마. 데시마토 후작님.”
“껄껄!”
데시마토가 웃었다.
“어쩌다 보니 운이 좋아 깨달음을 얻었소이다, 승구 경.”
“미친… 오바잖아….”
“으음?”
“아, 아닙니다.”
승구가 고개를 저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데시마토 후작님.”
“고맙소, 승구 경.”
“형님이 이 사실을 알면 어떻게 반응하시려나.”
승구는 지크의 반응이 정말로 궁금했다.
***
진짜배기 을 획득한 지크는 용태풍 일행과 헤어져 곧장 메르세데스 공방으로 향했다.
“가이아 교단의 사제들 좀 부탁드립니다.”
“…….”
“그럼, 전 이만.”
차원의 균열에 휘말렸던 이들의 뒤처리를 용태풍에게 떠넘겨 버리는 기염을 토한 채로….
그렇게 다시 찾아간 메르세데스 공방.
“…맙소사. 진짜 구해오실 줄이야.”
빌헬름은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 혀를 내둘렀다.
차원의 균열에 휘말려버린 아티팩트를 진짜로 구해올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차원의 균열은 몇 개의 차원으로 나뉜 것인지 아직 파악조차 되지 않은 다차원 균열이었음에도….
“맙소사. 전하께선 진정 VVIP 대접을 받을 만한 분이시로군요.”
빌헬름이 지크를 인정했다.
그건 정말이지 대단한 일이었다.
메르세데스는 3대 공방 중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니만큼, 예로부터 권위주의적이기로 유명했다.
그런데 그곳의 수석 대장장이로부터 극찬을 받기란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알림 :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지크는 새로운 칭호를 획득하게 되었다.
[트리플 크라운]뉘르부르크 대륙 3대 명가 모두로부터 VVIP 고객 등급을 획득한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타입 : 칭호
•등급 : 전설
•효과 :
– 3대 공방 30% 할인
– 3대 공방 강화기 이용 시 강화 성공 확률 +3%
‘가, 강화 확률을 올려줘?!’
지크는 새롭게 획득한 칭호의 옵션에 놀랐다.
예로부터 제대로 된 게임이라면, 강화에 대해서는 대단히 보수적이고 엄격한 법이다.
또한 바늘 구멍 하나 들어갈 틈 없이 지독히도 통제된 환경을 조성하기 마련이 아니던가?
강화는 게임의 파워 밸런스를 담당하는 가장 큰 축이다.
그러므로, 강화 콘텐츠를 함부로 건드렸다간 잘나가던 게임이 폭삭 주저앉는-매출과는 별개로-경우가 다반사였던 것이다.
이는 BNW도 마찬가지다.
BNW에는 애초부터 강화 콘텐츠에 관한 캐시 아이템이 존재하지도 않았다.
지크가 가진 강화권과 같이 극히 드문 케이스를 빼면, 모든 강화기의 확률은 동일했다.
물론 게이머들의 경우, 특정 지역에 설치된 특정 강화기가 확률이 높다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진 경우가 많았지만 말이다.
“그럼, 이틀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고객님께서 구해오신 무기를 12번 강화시켜 드리겠습니다.”
“아, 예.”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진품은 메르세데스 공방에서 제작한 게 아닌데도 가능한 거죠?”
“물론입니다.”
빌헬름이 웃었다.
“사실 강화에 특정 브랜드는 딱히 중요한 게 아닙니다. 단지 브랜드의 가치와 정통성을 위해 통제하고 있을 뿐이지요.”
“그렇군요.”
“3일 뒤에 뵙겠습니다.”
빌헬름이 지크가 구해온 진품 을 가지고 사라졌다.
“주인 놈아! 이제 우리 뭐 하냐! 뀨!”
햄찌가 물었다.
“3일 동안 근처 던전이나 돌자.”
지크가 대답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