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207
206
퀘스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산적 토벌]최근 화이트 타운 근처에 자주 출몰하는 신흥 산적 세력인 을 토벌하고, 빼앗긴 티에리 상단의 물품들을 되찾아주기.
•보상 : 구찌오의 호감도 +500 / 특별한 선물
•주의 사항 : 패왕산적단은 매우 강력한 집단이므로, 상대하는 데 주의가 필요합니다.
적이 강력하다는 주의 사항을 빼면 꽤나 단순한 형식의 퀘스트였다.
‘레벨 업도 할 겸 이거나 하자. 어차피 210까지는 아직 7레벨이나 더 올려야 하니까.’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구찌오가 준 퀘스트를 받아 티에리 상단을 나서, 패왕산적단의 근거지로 추정되는 곳으로 향했다.
***
패왕산적단의 두목인 세스크 그레이엄은 오늘도 수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후웁!”
세스크가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쉬고는, 자신의 발아래 놓인 철봉을 움켜쥐었다.
그런 철봉의 양옆에는 특수한 금속으로 이루어진 원판이 다섯 개씩 끼워져 있었는데, 개당 무게가 500킬로그램이나 되었다.
즉, 원판 열 개의 무게가 5톤인 것이다.
거기다 역시 특수 재질로 이루어진 철봉의 무게 100킬로그램을 더하면, 현재 세스크가 들어 올리려 하는 중량의 총합은 5.1톤이었다.
물론 불가능한 중량은 아니었다.
왜?
이 세계에는 마나라는 게 존재했으니까.
마나를 이용하면 근력을 몇 배에서부터 많게는 수십 배까지 순간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기에, 사실 5.1톤의 무게를 들어 올리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세스크는 달랐다.
“Yeah buddy! Light Weight baby!!!”
과거 어느 흑인 모험가에게서 배운 이세계의 언어를 소리친 세스크는, 마나를 단 한 움큼도 사용하지 않은 채 5.1톤의 바를 힘껏 움켜쥐고 힘을 더했다.
데드리프트.
스쿼트, 벤치 프레스와 함께 웨이트 트레이닝에서 일컫는 ‘3대 운동’의 하나였다.
“후웁, 후! 후웁, 후! 후웁, 후!”
세스크는 허리를 숙여 5.1톤의 무게를 들어 올렸다 내려놓고, 또 들어 올렸다 내려놓으며 반복을 실시했다.
그 회수가 무려 여덟 번.
“후우! 후우!”
중간에 1분 정도 호흡을 고른 걸 빼면, 세스크의 5.1톤 데드리프트는 무려 5세트나 반복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비록 원판을 갈아 끼우거나 빼 무게를 줄이긴 했지만, 세스크는 뒤이어 스쿼트와 벤치 프레스를 실시했다.
중량은 스쿼트가 4.6톤, 벤치 프레스가 4.1톤이었다.
역시 마나는 단 한 줌도 사용하지 않은 채….
“후우. 벤치 프레스 중량이 잘 오르지 않는군. 요즘 좀 게을렀나.”
운동을 마친 세스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스스로 반성했다.
3대 운동의 총합이 13톤-최대 중량으로 치면 15톤까지도 가능하다-이 넘는 괴물 주제에 할 말은 아니었지만, 세스크의 그 혼잣말은 진심이었다.
왜냐하면, 그냥 근력 운동에 관심이 많은 일개 산적이었던 세스크를 이런 괴물로 만들어준 책에 ‘3대 운동 20톤 이하는 멸치다’라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 책의 제목은 였는데, 그 안에는 옛 절대 강자의 깨달음과 기술들이 적혀 있었다.
즉, 세스크는 우연히 습득한 책을 통해 평범한 산적에서 이런 괴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이다.
톤 단위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가능하게 해주는 특수한 운동 기구들 역시 가 발견된 던전에 함께 있던 것들이었다.
“언제쯤 3대 운동 20톤을 달성해서 멸치 신세를 벗어날 수 있을까….”
세스크가 말하는 멸치란 3대 운동 20톤 이하에 몸무게 150킬로그램 미만인 자를 뜻했다.
즉, 과거의 절대 강자의 기준에서 보자면 이 세상 사람들의 99.999999999999999퍼센트는 말라깽이를 뜻하는 멸치였던 것이다.
도대체가 얼마나 괴물이었을지….
“얼른 멸치부터 탈출하자.”
세스크는 과거의 절대 강자가 말한 멸치 상태를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만 싶었다.
“그래야 산적왕이 될 수 있을 테니.”
세스크의 꿈은 과거의 절대 강자처럼 강해져 뉘르부르크 대륙에 존재하는 72개의 네임드급 산적단을 모조리 무릎 꿇리고 칭호를 획득하는 것이었다.
“두목, 두목!!!”
그때, 패왕산적단의 졸개 하나가 황급히 뛰어와 운동 후 휴식을 취하던 세스크에게 보고했다.
“큰일 났습니다!”
“큰일?”
“정찰을 나갔던 형제들이 떡이 돼서 돌아왔습니다!”
“떡이 돼? 자세히 설명을 해봐.”
“웬 모험가가 두목과 우리 형제들을 토벌하겠다고 쳐들어오는 중이랍니다.”
“흠.”
부하의 보고를 들은 세스크가 자신의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결국 내가 나서야 한단 소리잖아?”
“아, 아무래도 그러셔야지 않겠습니까? 우리 산적단은 사실상 두목 말고는 강자가 하나도 없잖습니까… 하하… 하하하.”
“그럼 형제들더러 어디 나가지 말고 곱게 짱박혀 있으라고 해. 그 자식이 오면 내가 직접 상대할 테니까.”
“안 가십니까?”
“지금은 안 돼.”
그렇게 말한 세스크가 벤치에서 엉덩이를 떼고 일어섰다.
‘히, 히익?!’
졸개는 그런 세스크의 모습에 내심 경악했다.
그럴 만했다.
신장 190센티미터에 몸무게는 약 150킬로그램에 달하는 거구의 근육질 남성이 주는 위압감이란 가히 압도적이었으니까.
게다가 잔뜩 펌핑-근력 운동 후 해당 부위에 피가 쏠려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 된 근육들이 땀에 젖은 채 꿈틀대는 모습이란….
‘하, 핥고 싶다. 한 번만… 앗! 지,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졸개는 문득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고 식겁했다.
“지금은 왜 안 된다고 하시는 겁니까?”
“지금은 운동 후에 샤워하고 영양 보충할 시간이야.”
“…….”
“그러니까 그 자식이 올 때까지 다들 몸 사리고 있어. 오면 내가 상대할 테니까.”
그렇게 말한 세스크가 영양 보충을 위해 자신의 거처로 향했다.
***
패왕산적단의 근거지로 향하는 길.
“뭐야. 왜들 이렇게 허접해.”
지크는 여태 마주쳤던 패왕산적단 졸개들의 수준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뭐가 강력한 집단이라는 거야? 이 정도면 거의 평범한 화전민들한테 무기만 달랑 쥐여준 게 다인데?”
그도 그럴 것이, 패왕산적단 단원들의 레벨이 기껏해야 5에서 10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크는 죽이기보다는 그냥 몇 대 쥐어패는 것으로 패왕산적단의 본거지를 알아낼 수 있었고, 현재 그쪽으로 가는 중이었다.
“이렇게 허접해서야….”
“뀨! 두목이 제일 센 거 아니냐?”
햄찌가 그런 지크의 말을 받았다.
“그런가?”
“왠지 그럴 것 같다! 이런 허접한 놈들이 무슨 산적질이냐?”
“그것도 그러네. 상단 호위 무사들한테도 탈탈 털릴 놈들이니까.”
지크와 햄찌는 패왕산적단이 사실상 두목 빼면 시체라는 걸 알아채고는, 딱히 긴장감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그로부터 30분 후.
“문은 왜 활짝 열어놓은 거야.”
“그냥 들어오라는 거 아니냐?”
지크와 햄찌는 패왕산적단의 소굴인 산 속 오두막 마을의 목책들이 모조리 치워져 있는 걸 보고는 황당해했다.
“드루와! 드루와!”
“두목님께서 기다리고 계신다!”
“니들 이제 뒤졌어!”
패왕산적단 소속 졸개들이 지크 일행을 윽박질렀다.
“이것들이 미쳤나… 팍, 씨!”
지크가 슬쩍 손을 추켜올렸다.
“으아악!”
“으어!”
“죄, 죄송….”
그러자 패왕산적단 소속 졸개들이 화들짝 놀라 마을 입구로부터 황급히 물러섰다.
‘두목이야, 아니면 소년 가장이야.’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패왕산적단의 소굴에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입성할 수가 있었다.
“야.”
“예에?!”
지크의 물음에 어느 패왕산적단의 졸개가 화들짝 놀라 대답했다.
“니네 두목 어딨냐.”
“저, 저기 계십니다.”
졸개가 제일 큰 오두막을 가리켰다.
“땡큐.”
졸개에게 고맙단 말을 한 지크가 패왕산적단의 두목이 있다는 커다란 오두막 앞에 섰다.
“저기요! 안에 계시면 좀 나와 보시죠? 긴히 할 말이 있는데.”
“안 그래도 지금 나가.”
오두막 안쪽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오나 싶더니, 문이 끼익 하고 열리며 패왕산적단 두목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음? 두목이 타이탄 종족이었어?”
“멍청한 주인 놈아! 저건 인간이다! 타이탄은 저렇게 작지 않지 않냐! 뀨우!”
지크의 착각에 햄찌가 핀잔을 주었다.
‘덩치가 왜 저래? 저 정도면 그냥 거인족 아닌가?’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패왕산적단의 두목이라는 떡대, 그러니까 세스크를 향해 을 비추어보았다.
[세스크 그레이엄]•존재 구분 : NPC
•클래스 : 스트렝스 마스터
•레벨 : 240
•소속 : 패왕산적단
•직위 : 두목
•칭호 : 산적왕을 꿈꾸는 자 / 머슬 매니아 / 패왕의 후예 / 노출의 제왕 / 크고 단단한 자
지크는 세스크의 칭호에 주목했다.
‘패왕의 후예? 설마?’
그 순간.
[알림 : 퀘스트가 발동했습니다!]퀘스트창이 주르륵 떠올랐다.
[사부의 한]•분류 : 퀘스트
500년 전 대륙 최강자라 불렸던 9인의 강자들 중 스승 데우스를 제외한 나머지 강자들의 후예들을 격파하라.
•진행 상황 : 0%
– 뇌신 바즈라의 후예
– 검성 무르시엘라고의 후예
– 대현자 지그하르트의 후예
– 혈마 베르세르크의 후예
– 법왕 마우그리스의 후예
– 신궁 윈드포스의 후예
– UP! 패왕 브라움의 후예
지크는 패왕산적단의 두목 세스크가 다름 아닌 패왕 브라움의 후예라는 걸 깨달았고.
“오케이. 잘됐네.”
퀘스트를 완수하기 위해 겸사겸사 그를 향해 다가섰다.
깨고, 도 일부 클리어하고.
이것이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한판 붙자.”
“그래.”
세스크는 그게 무슨 대수냐는 듯 쿨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지크와 마주 섰다.
‘어쭈. 대놓고 약점을 다 드러내?’
지크는 자신과 마주한 세스크의 자세가 지나치게 허점투성이란 점을 의식하고, 선제공격을 시도했다.
쒜에엑!
지크의 철퇴가 매서운 소리를 내며 세스크의 그곳(?)을 노렸다.
하필 그곳을 노린 이유는, 현재 세스크가 그곳을 가린 삼각팬티를 빼면 그 어떤 옷도 입고 있지 않은 알몸이었기 때문이었다.
철퇴가 세스크의 그곳을 정통으로 강타했다.
쩌엉!
그러자 쇠와 쇠가 맞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악!”
지크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뭐, 뭐야!’
지크는 오른손 전체에서 전해져 오는 아찔한 통증에 그만 철퇴를 놓아버릴 뻔했다.
‘왜 거길 때렸는데 내 손아귀가 찢어질 것 같은 거야? 팬티가 강철이라도 돼…?’
그보다 남성의 신체 기관 중 가장 약하고 데미지가 큰 부위를 철퇴로 후려쳤는데, 그 소리가 퍽! 이 아니라 쩌엉! 이라는 것부터가 이상했다.
더 놀라운 것은, 세스크가 멀쩡했단 점이었다.
“남자의 약점을 노린 공격이네.”
그곳을 맞고도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은 세스크가 별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듯 심드렁한 투로 말했다.
“근데, 미안하지만 난 약점 같은 게 없어. 여긴 내 신체 부위 중에서 제일 방어력이 높은 곳이거든. 여길 단련시키느라 내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너는 모를걸.”
“뭐, 뭘 어떻게 단련을 시켰다는 거야…?”
“처음엔 추를 매달고….”
“안 듣고 싶으니까 입 닥치시고, 이거나 먹어.”
지크가 세스크의 말을 자르며 재차 철퇴를 휘둘렀다.
콰앙!
철퇴가 세스크의 안면을 강타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데미지는 박히지 않았다.
“너 나 두 대 때렸다.”
“뭐, 뭐야 이 괴물 같은 자식은…?”
“이제 내 차례지?”
그 순간.
콰앙!
세스크가 내지른 주먹이 지크의 가슴팍을 강타하던 바로 그 순간.
“아악!”
지크의 몸이 포물선을 그리며 하늘을 날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