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210
209
한 번의 실패.
그리고 강화기의 고장으로 인한 두 번째 강화.
의 강화 결과는….
지크의 귓가에 BGM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지크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이건?’
강화 성공을 알리는 웃음소리… 그렇다는 말은….
[알림 : 님께서 의뢰하신 강화가 성공했습니다!]성공.
12강 무기를 13강으로 띄우는 데 성공한 것이다.
[알림 : 님께서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는 것.
[알림 : 님께서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알림 : 님께서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순간 지크는 제 눈을 의심했다.
‘버, 버그인가?’
12강 무기를 딱 한 번 강화시켰을 뿐인데, 14강이 되고 15강이 되다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에이. 버그겠지. 텍스트 오류인가 보네. 벌집 고객센터에 신고해야겠다.’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별생각 없이 강화를 빠져나온 에 시선을 돌렸다.
스으으…!!!
지금 막 강화가 끝나서인지 시뻘겋게 달아오른 에서는 허연 증기가 뭉게뭉게 뿜어지고 있었다.
‘공격력이 얼마나 올랐을까?’
지크는 을 사용해 의 공격력을 알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15 가이아의 주먹]어째 아이템의 이름이 좀 이상했다.
***
이상한 건 비단 아이템의 이름뿐만이 아니었다.
공격력도 좀 이상했다.
[공격력 : 4,500(+2,432)]2,432의 추가 공격력.
의 추가 공격력이 1,105이었다는 걸 떠올려 보면, 무려 두 배가 넘는 수치였다.
“잠깐만요.”
그렇게 말한 지크가 로그아웃 버튼을 눌렀다.
우웅!
그러자 로그아웃을 상징하는 마법진이 떠오르고, 지크의 형체가 사라졌다.
그로부터 30초 뒤.
번쩍!
다시금 강화기 앞에 강림한 지크가 혼잣말했다.
“이럴 땐 재접이 최고지.”
게임 BNW는 버그나 핵이 존재하지 않는 완전체 게임이었다.
그러나 서버와 캡슐 간 통신 장애가 발생하거나 캡슐의 사소한 오류로 인해 텍스트나 그래픽이 깨지는 경우가 있었으므로, 버그가 발생했다 싶을 땐 재접속을 하면 해결되곤 했다.
“뭐야.”
다시금 을 통해 으로 추정되는 아이템을 통찰한 지크가 눈살을 찌푸렸다.
“재접했는데도 안 고쳐지네. 다시 한번 해봐야겠다.”
“저, 전하?”
“잠시만요.”
그렇게 말한 지크는 빌헬름이 미처 말릴 사이도 없이 다시금 로그아웃-재접의 과정을 반복했다.
그것도 세 번씩이나.
“뭐지. 진짜 15강이 맞나.”
무려 다섯 번이나 재접을 한 지크는 이 여전히 이라는 사실에 혼란스러워했다.
“전하.”
그때, 빌헬름이 지크를 향해 말했다.
“믿기 힘드시겠지만, 전하께서 의뢰해주신 아티팩트는 15강에 성공했습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저는 분명히 한 번만 강화했을 뿐인데요?”
“그게….”
빌헬름이 난처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확실치는 않지만, 재가동된 강화기 안에 남아 있던 에너지들이 12강 가이아의 주먹이 13강으로 강화되는 과정에서 스며든 것 같습니다.”
“음?”
“그래서 자동적으로 강화가 두 번이 더 된 것 같습니다.”
“지, 진짜요?”
“예.”
“그럼 어떡하죠? 설마 강화를 취소시키고 다시 해야 한단 말씀은 아니시죠?”
지크는 그렇게 말하며 을 자신의 인벤토리 안에 냉큼 집어넣었다.
혹시나 을 빼앗길지도 모른단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닙니다.”
빌헬름이 희게 웃었다.
“한 번 강화한 무기는 강화 실패로 인해 파괴될 순 있어도 다운그레이드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 그렇다면….”
“예. 전하께서는 15강 가이아의 주인이 되신 겁니다.”
그 순간.
‘오늘 저녁은 소고기다!’
지크는 오늘 저녁만큼은 편의점 도시락이나 컵라면 따위가 아닌 고기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15강이라니!
12강도 아니고, 13강도 아니고.
그렇다고 14강도 아닌 15강이라니!
비록 레벨 제한 210의 무기이긴 했지만, 이 정도 강화 수치라면 어딜 가서라도 충분히 대접받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내 클래스면 평생 무기로 써도 되겠는데?’
무기빨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하지만 좋은 무기를 쓸수록 그에 비례해서 강해지는-디버프 마스터의 특성상 15강 가이아의 주먹이면 299레벨까지 쓰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축하드립니다. 전하. 본 공방의 과실이 전하께는 큰 행운이 된 것 같습니다.”
“아무럼요.”
지크가 환히 웃었다.
“덕분에 지옥과 천당을 오가네요.”
“예?”
“그, 그냥 너무 짜릿하다고요.”
“그렇군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지크는 강화기의 고장이라는 해프닝 덕분에 강화 실패를 패널티 없이 넘어갔다.
뿐만 아니라 무려 15강 가이아의 주먹의 소유자가 되는 행운을 누릴 수가 있었다.
“뭐야? 누가 15강에 성공한 건데?”
“강화기 고쳤나 보네? 근데 누구?”
“뭔데 12강에서 15강까지 스트레이트로 띄운 거야?”
“저 사람이다! 와 쩐다! 15강이래!”
그때, 모험가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알림 : 님께서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라는 알림창을 보고 몰려든 것이다.
웅성웅성-
정말이지 오래간만의 15강 성공 소식에 게이머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누군가 지크를 향해 바람을 불어넣었다.
“16강 가즈아!!!”
그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16강, 16강!”
“16강, 16강!”
“16강, 16강!”
강화기 앞에 모인 게이머들이 지크를 향해 일제히 16강을 외쳐댔다.
‘무슨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님도 아니고.’
지크는 16강 노래를 부르는 게이머들을 바라보며 황당해했다.
하지만 딱히 이해가 안 가지는 않았다.
‘터져라! 터져!’
‘지르고 한강 가라!’
‘남자라면 16강 지르고 자살이지!’
지크는 게이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16강이 아니고, 15강 무기를 강화하다가 펑! 하고 터져 나가는 걸 보고 싶을 뿐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았다.
그래서 지크는 자신을 향해 16강을 부르짖는 게이머들을 돌아보며 웃었다.
“ㅎ”
…라고.
“님들 수고요.”
그리고는 재빨리 로그아웃을 해버렸다.
“아! 쫄보 새끼!”
“남잔 16강인 거 모르냐!”
“빠른 손절 보소?”
“에라이 졸렬한 새끼야!”
게이머들이 그런 지크를 향해 욕설을 퍼부어댔지만, 이미 로그아웃한 지크는 그런 것에는 눈곱만큼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신난닭! 오늘 저녁은 소고기닭!”
현실로 돌아온 태성이 캡슐 뚜껑을 열고 소리쳤다.
***
그날 밤.
지글지글!
태성은 청담동의 모 고급 한우 전문점에서 천우진과 승구에게 저녁을 대접했다.
“짠돌이 니가 웬일이냐?”
천우진이 태성에게 물었다.
“평소에 밥 좀 사라고 할 때는 어떻게든 안 사려고 발버둥을 치더니, 이런 데를 다 데려오고?”
“먹기 싫냐?”
태성이 천우진의 앞접시를 슥 빼며 물었다.
“먹기 싫단 건 아니고.”
천우진이 자신의 앞접시를 다시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겼다.
“돈도 많은 놈이 허구한 날 편의점 음식에 건강 도시락이나 시켜 먹고, 밥은 죽어도 안 사려고 하다가 갑자기 이런 데를 데려오니까 그렇지.”
“아, 그거?”
태성이 씩 웃으며 대꾸했다.
“좋은 일이 좀 있어서.”
“무슨 좋은 일?”
“나 15강 띄웠다.”
“15강을 띄웠으면 소고기 한 번 살 만하지… 음?”
순간 천우진의 눈을 번쩍 떴다.
“뭐? 15강을 띄웠다고?”
“210렙제 신화급 무기인데, 쿠폰으로 12강 띄운 다음에 스트레이트로 15강까지 갔어.”
“뻥치시네.”
천우진은 태성의 말을 믿지 않았다.
“형님. 허풍이 좀 심하십니다.”
승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게 어디서 구라를 쳐. 그게 말이 되냐? 쿠폰으로 12강 띄운 건 그렇다 쳐도 어떻게 스트레이트로 15강을 띄우냐?”
“보여줘?”
태성이 자신의 핸드폰에 담긴 영상, 15강 가이아의 주먹의 동영상을 천우진과 승구에게 보여주었다.
“이래도 뻥이라고?”
그러자 천우진과 승구의 표정이 굳었다.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지?’ 하는 표정이었다.
“살다 살다 이렇게 운 좋은 놈도 처음 보네.”
“형님… 운 좀 나눠주시지 말입니다.”
하지만 태성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운이 좋기는. 인생 꼬일 대로 꼬였다가 이제 겨우 입에 풀칠하면서 사는 거지.”
천우진과 승구는 풀칠 열 번만 했다가는 만수르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일단은 태성의 15강 강화 성공을 축하해 주었다.
“참. 형님. 그거 아십니까?”
“뭘?”
“데시마토 후작 말입니다.”
“데시마토 후작? 그 양반이 왜?”
“그레이트 위저드 됐습니다.”
승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툭.
태성이 젓가락을 떨어뜨렸다.
투욱.
천우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데시마토 후작이 마스터가 됐다고?”
“데시마토라면 그저 그런 늙은 마법사 아니냐? 그 NPC가 그레이트 위저드가 돼?”
태성과 천우진이 이구동성으로 물었다.
“저도 말은 모르지만 갑자기 깨달음을 얻었다나? 그랬습니다. 그래서 레벨 100이던 양반이 갑자기 300으로….”
“급성장 이벤트가 발생했나 보네.”
천우진이 딱 잘라 말했다.
“무슨 계기가 있었나 보지. NPC들 중에 가끔 그런 케이스 있어. 어느 순간 100레벨 정도는 우습게 뛰어넘더라고.”
“그, 그래?”
“공식 홈페이지 설정 자료집에서 나와 있을걸? NPC들은 게이머들처럼 초월의 룬이 없는 대신에 급성장 이벤트로 벽을 뛰어넘는다고.”
“들은 것도 같기는 한데….”
태성이 말끝을 흐렸다.
“그럼 이제 프로아가 마스터를 보유했으니까.”
“약소국은 벗어났네.”
천우진이 말했다.
마스터.
299레벨을 뛰어넘은, 사실상 절대 강자의 경지.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뉘르부르크 대륙에 마스터는 오성천 딱 다섯 명-샤키로가 죽었으므로 네 명인 셈이었지만-이 전부일 정도였다.
그런 존재를 보유했다는 건 프로아가 더 이상 코딱지만 한 약소국 취급을 받지 않아도 된단 뜻이었다.
“처음엔 빌빌대더니 슬슬 기틀이 잡혀가는 것 같다?”
“그러게.”
태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다가 아닙니다. 오스칼이 요즘 렙 업이 장난이 아닙니다. 벌써 200렙이 넘었던데요?”
“오스칼이?”
태성은 이번에도 놀랐다.
“예. 하루가 다르게 레벨이 쭉쭉 오르는 게 NPC가 저렇게 빨리 성장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무섭던데.”
“뭐지.”
태성이 고개를 갸웃거릴 때.
“뭐긴 뭐야. 니 영향을 받은 거지.”
천우진이 그 이유를 알려주었다.
“NPC들은 게이머의 영향을 받게 되어 있어. 깡통 AI가 아니니까 게이머가 근처에 없을 때도 알아서 움직이지만, 게이머가 근처에 있을 때 활성화돼.”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경험상 그래. 특히 너는 왕이니까, NPC들이 니 영향을 받아서 급격히 변화하는 것도 안 이상하지.”
“으음….”
“곧 제네시스 잡겠는데? 머릿수만 충분하면?”
그때였다.
위잉!
천우진의 전화기가 울리고.
“여보세요? 응. 근데? 뭐?!”
누군가와 통화하던 천우진이 눈을 번쩍 떴다.
“야. 태성아.”
“어?”
“너 빨리 로그인 해봐라.”
“왜?”
“니네 집 안방에 난리 났다는데?”
“그건 또 뭔 소리야. 그걸 니가 어떻게 알고?”
“수호자들 멤버 중에 니네 국무대신인가 하는 애랑 정보 교환하는 애가 있어서 그래.”
“근데 뭔 일인데?”
“뱀파이어 로드가 지금 널 찾는다는데?”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