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218
217
포스 오브 더 로드.
변방을 지키는 군주들을 위한 고대의 마법.
지크가 처음 프로아 왕국에 부임했을 당시에 발동되었던 그 고대의 힘이 다시금 그를 감싸고, 새로운 권능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오오!”
“위대하신 왕이시여!”
“대왕 전하!”
“하늘이 내리신 성군이시다!”
그 광경을 본 프로아의 신민들은 너무나도 놀라워하며 지크를 향해 경배를 올렸다.
당연한 일이었다.
지난 수백 년 동안 그들을 잡아먹던 뱀파이어 로드를 토벌한 위대한 왕을 상서로운 빛이 휘감았는데 감탄하지 않고는 배길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백성들이 괜히 지크를 향해 이란 칭호를 바친 게 아닌 것이다.
그러는 사이.
[알림 : 고대의 마법 가 당신에게 새로운 힘을 부여합니다!]알림창이 떠오르고.
띠링!
새로운 권능에 대한 내용이 지크의 눈앞에 떠올랐다.
[대왕의 축복받은 땅]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대왕이 왕좌에 앉아 있는 동안 고대의 마법인 가 영토에 축복을 내립니다.
•타입 : 패시브 (상시)
•효과 :
– 위인 출몰 : 다양한 분야에서 훌륭한 인재들이 출몰할 확률이 올라갑니다.
– 자원 발굴 : 영토 내 숨겨진 자원들이 드러나게 됩니다.
– 인재 고양 : 영토 내 신민들의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수뇌부 핵심 인사들의 경우 성장 속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 상시 풍년 : 농사가 언제나 풍년이 듭니다. 각종 병충해와 자연재해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새로운 권능인 은 국가를 운영하는 이에게 있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효과를 자랑했다.
비록 지크가 경영에 특화된 군주 계열 클래스를 가지고 있지는 못했지만, 이만하면 그 여느 군주 계열 클래스들에 못지않았다.
오히려 더 유리했으면 유리했지.
그뿐만이 아니었다.
[대왕]위대한 업적을 이룬 군주에게 주어지는 칭호.
•타입 : 칭호
•등급 : 전설
•효과 :
– 신민들의 사랑 +1,000
– 신민들의 충성심 +1,000
– 신민들의 존경심 +1,000
– 군주의 위엄 +1,000
칭호는 보다 효과가 더 좋았다.
비록 프로아 왕국의 신민들 한정이긴 했지만, 그로써 지크는 왕으로서 신민들을 대상으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그랭구아르는 그 사건을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밤의 마왕이 왕께 공물을 바칠 것을 강요하니 왕께서는 그 요구에 응하는 듯 보이셨다.
하지만 그런 왕의 몸가짐은 훗날을 도모하기 위한 인내에 불과하였더라.
사흘 후 왕께서 밤의 마왕을 토벌하기 위해 출정하시었다.
왕께서는 그 뛰어난 지략으로 밤의 마수와 밤의 마왕이 상잔하게끔 하신 뒤 그들의 영혼을 봉인하는 데 성공하시어 프로아의 태평성대에 크게 기여하시었다.
이에 프로아의 신민들이 왕을 가리켜 대왕大王이라 칭하니, 왕께서는 영광을 품에 안게 되시었다.
아아!
경배하라!
위대한 뱀파이어 로드 슬레이어를!
위대한 라이칸스로프 로드 슬레이어를!
– 프로아왕조실록 제1부 제5장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1세
편
그뿐만이 아니었다.
왕께서 지니신 지략은 실로 깊고도 깊어 저 푸른 바다처럼 그 끝을 헤아릴 수가 없었다.
왕께서는 가히 무력과 지략을 두루 갖춘 문무겸전의 군주셨고, 지혜롭기가 현자에 비할 만하였다.
– 프로아왕조실록 제1부 제6장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1세
편
그랭구아르가 제아무리 지크의 흑역사를 박제하는 악취미-라기보다는 사실 업무에 충실한 것이지만-를 가지고 있다고는 해도, 지크가 일구어낸 훌륭한 업적들을 기록하는 일에 결코 소홀하지 않았던 것이다.
***
그 후 지크는 사후 처리 역시 잘 마무리했다.
우선 전투 중 사망한 게이머들이 떨군 랜덤 드랍 아이템을 모조리 수거한 후 그들에게 돌려주었고, 약간의 위로금 역시 지급했다.
“캬. 이 성님 의리 보소.”
“감사합니다!”
“이걸 돌려주시네. 보너스까지….”
“안 그러셔도 되는데… 정말 고맙습니다.”
게이머들은 지크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지크는 NPC들 또한 잊지 않았다.
전투에 참가한 NPC들에게 훈장을 내리고, 1계급씩 특진을 시켜주는 한편 보너스를 두둑하게 챙겨주었다.
특히나, 지크가 가장 잘한 일은 전사자들에 대한 예우와 보상금에 대한 문제였다.
집무실 안.
“전사자들은… 2계급씩 특진시켜 주고 장례식은… 역시 국장으로 치러야겠지?”
지크가 서류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전하. 국장은 조금 과한 것 같습니다. 국장은 최소한 공작 이상의….”
“나도 알아.”
미켈레의 말에 지크가 대답했다.
“근데 나라 지키다가 죽은 사람들이잖아. 제대로 대우해 줘야지. 그래야 나중에도 뭔가 위기가 찾아왔을 때 다들 목숨 걸고 싸우지 않겠어?”
“으음.”
“그냥 국장으로 치러. 보상금은 20년 치 월급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서 그 가족들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하고. 국고도 넉넉하잖아.”
“전하….”
미켈레가 약간 감동받은 표정으로 지크를 바라보았다.
‘점점 더 군주다워지시는 것 같습니다, 전하.’
그런 미켈레의 눈에는 지크를 향한 존경심이 깃들어 있었다.
비록 때때로 무책임하고 약간은 허술한 듯 보이긴 했지만, 지크는 믿고 따를 만한 군주였다.
가끔은 행정의 천재이자 지략가인 미켈레조차 섬뜩할 정도로 두뇌 회전이 비상한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었고.
“그럼, 명령하신 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응.”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구덩이 있지?”
“예.”
“거기 땅 메워서 농사도 짓고 목장도 만들자. 둬서 뭐 해.”
지크가 말한 ‘그 구덩이’란 이 떨어졌던 지역을 뜻했다.
한때는 뱀파이어 로드 마그누스의 성채인 블러디 캐슬과 이름 모를 야산, 그리고 들판이 있던 곳 말이다.
“아니면 아예 저수지를 하나 파도 되겠네.”
“저, 전하?”
미켈레가 당황했다.
“으응?”
“어디 아프십니까?”
“나? 완전 멀쩡한데?”
지크가 그게 뭔 소리냐는 듯 미켈레를 돌아보았다.
“그건 왜 물어? 나 어디 아파 보이나?
“가, 갑자기 너무… 똑똑해지신 것 같아서. 하하하….”
“…….”
“그, 그럼 말씀하신 대로 처리하겠습니다. 저는 업무가 바빠서 이만.”
그렇게 미켈레가 서류 뭉치들을 들고 후다닥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으음.”
지크가 다소 벙찐 표정으로 혼잣말했다.
“평소에 내가 그렇게 어리바리해 보였나?”
지크 본인만 모르고 대소신료들은 모두 다 아는 사실이었다.
***
청담동의 모 고급 한우 전문점.
지글지글!
불판 위의 소고기가 먹기 좋게 익어가고 있었다.
그런 불판을 가운데 놓고, 태성과 천우진과 승구는 다시 모였다.
못다 한 회식을 마저 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그래서 둘 다 잡았다고?”
“우웅.”
태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물우물!
3일 전 못다 먹은 소고기를 마저 먹으려는 듯, 태성의 입속에는 최고급 한우 등심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거 봐라.”
천우진이 짐짓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말했지. 너 강해지는 거 시간문제라고.”
“이게 강해서, 우물우물… 이긴 거냐? 꼼수로 이긴 거지….”
“생각해 보니 그러네. 그래도 너 이제 세졌잖아. 앞으로는 더 세질 거고.”
“렙이… 올라야 세지지.”
태성은 고기를 먹느라 정신이 없어 천우진의 말에 진지하게 대꾸하지 않았다.
평소 편의점 음식과 도시락으로 연명하는 태성이었기에, 이렇듯 최고급 한우를 마음껏 먹을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돈을 수십 억씩 긁어모으면 뭐 하겠는가?
쓸 시간이 없는데.
돈이 있건 없건, 한태성이란 인간은 어쩔 수 없는 프로 겜돌이였다.
“근데 오늘은 니가 내는 거 맞지?”
“당연…하지.”
태성이 대답했다.
“걱정… 꿀꺽! 마라. 그땐 바빠서 그런 거고. 내가 설마 일부러 먹튀 했겠냐? 이깟 소고기 얼마나 한다고? 나 돈 많거든?”
“졸부 보소? 돈 좀 벌었다고 이깟 소고기냐? 돈 자랑 오지네.”
“말이 그렇단 거지.”
…라고 말했지만 태성의 겉과 속은 달랐다.
‘이번엔 어떻게 밥값을 뒤집어씌우지?’
돈이 아까운 게 아니었다.
‘저번에 먹튀 할 때 느꼈던 스릴… 그걸 다시 느끼고 싶다고.’
도대체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는 모르겠지만, 천우진을 골탕 먹이는 게 왠지 재미있게 느껴졌던 것이다.
“진짜 니가 쏘는 거 맞지? 튀는 거 아니지?”
“아, 그렇다니까.”
태성이 짐짓 화난 표정을 지으며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식탁 위에 탁! 하고 올려놓았다.
“나 카드 꺼냈다?”
“올!”
천우진이 대견하다는 듯 태성을 바라보았다.
“야. 나 잠깐 화장실 갔다 온다.”
“그래.”
“승구야. 화장실 같이 가자.”
“예, 형님.”
고기를 먹던 승구가 티슈로 입을 슥슥 닦고는 태성과 함께 일어섰다.
“애들도 아니고 뭔 화장실을 같이 가.”
천우진은 그런 태성과 승구를 바라보며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는 사이.
“형님?”
“어?”
“거기 화장실 아닌데요.”
승구는 태성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이 화장실이 있는 방향이 아니라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이라는 걸 지적했다.
“나도 알아.”
“예?”
“혹시 쫓아올지도 모르니까 빨리 튀자.”
그렇게 말한 태성이 재빨리 주차관리원에게 현금 만 원을 건네고는 페라리의 차 키를 받아들었다.
“혀, 형님? 또 먹튀 하시려는 겁니까?”
“응.”
“왜…?”
“재밌잖아. 짜릿해. 늘 새로워. 먹튀 하는 게 최고야.”
“…….”
“왜, 넌 아니야?”
“으음… 사, 사실 재밌었습니다.”
“뭐 해? 빨리 안 타고.”
그렇게 말한 태성이 재빨리 페라리에 올라탔다.
부와아아아앙!
나 홀로 소고기를 먹던 천우진은 문득 가게 밖에서 들려오는 카랑카랑하고 사나운 배기음에 눈을 번쩍 떴다.
예술에 가까운 저 배기 사운드의 정체는 분명히….
‘설마?’
천우진의 시선이 재빨리 가게 바깥으로 향했다.
붉은색 페라리.
태성의 차량이 빠르게 주차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저기요.”
천우진이 종업원을 불렀다.
“이 카드로 결제… 한번 해보실래요?”
“네, 잠시만요.”
그로부터 2분 후.
“저어 손님?”
“예?”
“그게요….”
“잔액 없죠?”
천우진이 물었다.
“네.”
종업원이 대답했다.
부들부들!
또 한 번 밥값을 덤탱이 쓰게 된 천우진이 몸을 떨었다.
***
다음 날 오전.
여느 때처럼 BNW 클라이언트에 접속해 뉘르부르크 대륙에 강림한 지크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왕성을 나섰다.
‘한 2~3일 정도 슥 둘러보지 뭐.’
최후의 골칫덩어리인 뱀파이어 로드 토벌에 성공한 김에 잠시나마 내정을 돌보기로 한 것이다.
‘그래도 내 집인데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아야 할 테니까.’
서류 작업을 지나치게 날림으로 하고, 또 대부분의 업무를 미켈레에게 떠넘긴 덕분에 지크는 프로아 왕국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그렇게 나선 길.
“주인 놈아! 이번엔 어디 가는 거냐!”
“그냥 둘러보러. 산책이라고 생각해.”
“그럼 햄찌 안 간다. 잠이나 잘 거다.”
햄찌는 프로아 왕국을 둘러본다는 말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저 귀차니즘 보소?”
지크는 그런 햄찌가 얄미웠지만, 어차피 햄찌가 있건 없건 상관없었으므로 가던 길을 계속 가기로 했다.
지크가 가장 먼저 들른 곳은 탄광으로, 아주 미량의 석탄이 채굴되는 작은 광산이었다.
“국왕 전하!”
“국왕 전하를 뵙습니다!”
광산의 노동자들이 지크를 향해 일제히 넙죽 엎드려 절했다.
“오셨습니까, 전하.”
광산을 관리, 감독하는 기사가 지크를 향해 무릎을 꿇고 예를 올렸다.
“전하께서 이런 누추한 곳엔 어쩐 일로….”
“그냥 둘러보러 왔죠.”
지크가 주변을 슥- 하고 돌아보았다.
“어째 조용하네요?”
“실은 최근 들어 석탄의 채굴량이 급격히 감소하였사옵니다. 아무래도 매장량에 한계가 온 것 같습니다.”
“그래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매장량이 다 떨어지면 보고하세요. 곧바로 폐쇄 명령을 내릴 테니까요.”
“명령 받들겠사옵니다, 전하.”
“웬 곡괭이가 여기 떨어져 있네.”
그렇게 말한 지크가 땅에 떨어져 있던 녹슨 곡괭이를 손에 쥐었다.
“전하! 어찌 그런 낡고 더러운 연장을 손수 잡으시옵니까! 어서 소신에게….”
“그냥 옛날 생각나서요.”
지크가 씩 웃으며 생각 없이 곡괭이를 휘둘러 맨땅을 찍었다.
군 시절 곡괭이를 들고 행보관 소유의 화단을 가꾸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쩌억!
지크가 찍은 땅 밑에서 무언가 갈라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퍼어어엉!
뒤이어 폭발이 일어나며 시퍼런 불기둥이 치솟아 올라 지크를 덮쳤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