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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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뜨거어어어어어어어!!!”
난데없이 불벼락을 맞게 된 지크가 비명을 지르며 펄쩍 뛰었다.
물론 큰 데미지는 없었다.
단지 별생각 없이 한번 해본 곡괭이질이 폭발을 일으키고, 뒤이어 불길마저 치솟아 오르게 할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소스라치게 놀란 것이었을 뿐….
“저, 전하! 물을! 어서 물을 가져와라! 전하께 불이 붙었다!”
“으악!”
“전하! 물 뿌리겠습니다! 소인의 불경을 부디 용서하여 주시기를!”
그렇게 소리친 기사가 양동이에 든 물을 지크에게 끼얹었다.
촤아아!
불벼락에 이어 물벼락이 지크를 덮쳤다.
“으… 이게 뭐야.”
덕분에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된 지크는 울상을 지어야만 했다.
“모처럼 만에 시찰 나온 건데… 흑!”
큰마음 먹고 나왔건만, 난데없이 불벼락에 물벼락 2단 콤보를 맞고 나니 ‘내가 이러려고 시찰 나왔나?’라고 자괴감을 느끼게 된 지크였다.
“전하. 어서 이 수건으로 옥체를 닦으시지요.”
“아, 예. 고마워요.”
지크가 기사가 건네준 수건으로 물기를 대충 닦아냈다.
“근데 뭐예요? 다이너마이트라도 매설돼 있던 건가?”
“소신도 잘 모르겠사옵니다. 일단 확인을 해볼 터이니, 전하께서는 안전한 장소로 대피해 계시지요. 바로 전문 인력들을 투입해 알아보겠사옵니다.”
“그러죠.”
지크는 기사가 전문 인력들을 불러 폭발과 불기둥의 원인을 찾는 동안 잠시 옷과 머리를 말리기로 했다.
그러던 중.
“전하. 폭발의 원인을 찾아냈답니다.”
“뭔데요?”
기사의 보고에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털어내던 지크가 물었다.
“B등급 마정석이랍니다.”
“B등급 마정석요? 마정석이 충격이 가해지면 폭발을 일으키던가요?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B등급 중에서도 순도가 특히 높은 마정석의 경우 정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큰 물리적 충격을 받으면 폭발할 가능성이 있사옵니다. 그래서 B등급 이상의 마정석 광산을 개발할 때는 특급 인력들이 투입되어 조심스레 작업하기 마련이옵니다.”
“그렇군요. 근데 B등급 마정석같이 비싼 물건이 왜 거기 떨어져 있었던 걸까요?”
“그것은 소신도 잘 모르겠사옵니다. 아까 그곳은 최근에 언덕을 깎아내리고 길을 낸 곳인지라, 아주 오래 전에 떨어져 묻혀 있던 게 우연히….”
그때였다.
“저, 저어어어어어어어언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폭발이 일어난 지점을 조사하던 고급 인력들 가운데 하나가 비명을 지르며 지크를 향해 달려왔다.
철푸덕!
그러더니 넙죽 엎드려 절하며 소리쳤다.
“가, 감축드리옵니다!!!”
“뭘요.”
지크가 뱀눈을 뜨고 물었다.
‘누구 놀리냐? 불벼락에 물벼락까지 맞았는데 뭘 감축을 드려!’
지금의 지크는 약간 삐뚤어진 상태였다.
“그, 그것이!!!”
“예?”
“그것이이이이…!!!”
고급 인력은 당장 숨이 넘어가기라도 할 것처럼 헐떡이느라 말을 제대로 잇지를 못했다.
“아, 그러니까 그것이 뭐요. 도대체 뭘 감축드린단 겁니까?”
“그것이이이이… 저, 저어언하아아아!!! 소인이 전하께 감축을 드리는 이유는….”
“……?”
“전하께서 B등급!!!”
“B등급?”
“B등급!!! 마정석 광산을!!! 소유하시게 되었기 때문이옵니다아아아아아아아아!!!”
“예?!”
순간 지크는 제 귀를 의심했다.
“B등급 마정석 광산을 소유해요?”
“그러하옵니다!!! 전하!!! 소인들이 조사해본 결과, 전하께서 봉변을 당하셨던 지점이 거대한 마정석 광산의 끄트머리 부분이었사옵니다!!! 그것도 B등급 마정석 말이옵니다!!!”
“그, 그 말을 믿으라고요?”
“믿어주소서!!! 정녕 B등급 마정석 광산을 발견하신 것이옵니다!!!”
“…….”
“정확히는 알 수 없사오나, 소인이 추측하기에는 매장량이 150년 정도는 충분히 캐고도 남을 것 같사옵니다!!! 감축드리옵니다, 대왕이시여!!!”
그러자 광산을 지키는 기사들, 병사들, 노동자들이 일제히 지크를 향해 넙죽 엎드려 절했다.
그리고는 앞다투어 지크를 칭송하기 시작했다.
“오오! 성군이시여!”
“과연 대왕이시옵니다! 어찌 마정석 광산이 거기 있는 것을 아시고!!!”
“대왕 전하의 은혜에 만백성의 삶이 윤택해질 것이옵니다!!!”
“하해와 같은 사랑에 감사드리옵니다!!!”
그들이 지크를 칭송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B등급 마정석 광산이 가지는 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
코딱지만 한 나라인 프로아 왕국으로서는 그 광산 한 개만으로도 신민들의 삶의 질이 최소 40퍼센트 이상 상승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B등급 마정석을 이용해 기존의 에너지 공급 시스템의 출력을 높이고, 또 그것들을 해외에 내다 팔았을 때 벌어들일 외화 역시 천문학적인 액수일 게 뻔했다.
즉, 마정석 광산은 국가의 경제력을 크게 상승시키는 데 매우 훌륭한 천연자원인 것이다!
‘어이가 없네.’
하지만 우연찮게 B등급 마정석 광산을 발견한 장본인인 지크는 내심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는 격이라더니, 생각 없이 휘두른 곡괭이가 B등급 마정석 광산의 끄트머리를 강타할 줄이야….
애초에 석탄이나 나오던 광산 바로 밑에 B등급 마정석이 잔뜩 묻혀 있었다는 것 또한 미스터리였다.
‘이거 너무 억지 아니냐?’
…라고 지크는 생각했지만 생각해 보면 또 그런 것만 같지는 않았다.
[자원 발굴]영토 내 숨겨진 자원들이 드러나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번에 새로 얻은 칭호인 에 숨겨진 자원 발굴 옵션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자원 발굴 옵션이 아니라면, 이 억지스러운 발견은 도무지 설명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흠. 자원 발굴이라. 이리저리 돌아다녀 봐야겠네.’
예기치 않게 자원 발굴을 하게 된 지크는 한동안은 프로아 왕국 방방곡곡을 들쑤셔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광산을 나선 지크는 이번에는 프로아 왕국의 수도인 프로이센을 시찰하기로 했다.
‘마스크가 있어서 다행이네.’
메타모포시스 마스크를 뒤집어쓴 덕분에 누구도 지크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일종의 잠행이랄까?
때때로 왕들이 몰래 궁궐 밖으로 나가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살펴보는 것 말이다.
‘캬. 에너지 공급 시스템 훌륭하고. 도로도 깔끔하고. 건축물들도 다 아름답네. 백성들 표정도 밝고.’
민생 탐방에 나선 지크는 프로이센 시티의 전경을 보고 크게 만족했다.
백성들의 표정은 밝았다.
근심?
혹은 걱정?
그런 건 찾아볼 수가 없었다.
거리는 활기찼고, 사람들의 표정은 각자의 삶을 영위하는 데 조금의 불편함도 없는 듯했다.
‘그래. 이거지. 쓸데없이 땅 넓고 인구 많으면 뭐 해. 좀 좁아도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면 그만이지. 역시 영토 확장은 어지간하면 하지 말아야겠다.’
영토가 넓어지고, 또 인구가 많아지면 사회가 복잡해져 감에 따라 백성들의 삶의 질이 하락하고 다양한 문제점들이 야기될 게 분명했다.
지크는 그것을 알았기에, 영토 확장이나 인구 증가 같은 건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작지만 강한 국가.
그게 지크가 바라는 프로아 왕국의 모습이었으니까.
‘역시 소수 정예가 최고지. 양보다는 ㅈ… 으응?’
그런 생각을 할 무렵, 지크는 저 멀리서 무언가 소란스러운 일이 벌어졌다는 걸 깨닫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놈!”
거구의 사내가 버럭! 하고 고함을 지르며 젊은 청년을 두들겨 패고 있었다.
퍽, 퍼억!
그것도 아주 힘껏 말이다.
“악!”
“감히! 이따위 짓거리를 벌이다니!”
“자, 잘못했습… 으악!”
문제는 거구의 사내가 젊은 청년을 두들겨 패고 있는데,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싸늘하다 못해 무서울 정도였다는 점이었다.
“더 패! 그런 놈은 좀 맞아야 돼!”
“저런 불경한 놈은 버르장머리를 단단히 고쳐줘야 해요!”
“흥! 감히 그따위 불경죄를 저지르다니!”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켜보던 이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거구의 사내를 응원하며 청년을 욕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뭐지?’
문득 그 이유가 궁금해진 지크는, 사건 현장으로 향했다.
“잠깐! 멈추시오!”
그때, 수도 프로이센의 치안을 담당하는 치안수비대 소속 기사와 병사들이 달려와 거구의 사내를 뜯어말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 청년을 구타하는 것이오?”
“때릴 만하기에 때렸소이다.”
거구의 사내가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그 이유가 무엇이오? 백주 대낮에 사람을 때리면 안 된다는 것쯤은 아실 것이라고 믿소만?”
“그쯤은 나도 알고 있소이다. 나를 현행범으로 체포해도 상관없으니 잠시만 기다리시오. 내 이 불경한 놈을 혼쭐부터 내주고 감옥에 가겠소.”
“아니, 알 만한 양반이 도대체 왜 그러냐고 묻지를 않았소.”
“아니, 이놈이 글쎄….”
거구의 사내가 청년을 팬 이유를 말했다.
“땅에 떨어진 금화를 밟았지 뭐요?”
“뭐?! 금화를 밟아? 이런 불경한 놈 같으니!!!”
놀랍게도, 별 시답잖은 이유에 치안수비대 소속 기사는 크게 분노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허! 맞을 짓을 했구먼!”
“저런 쳐 죽일 놈을 보았나.”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놈 같으니.”
병사들 역시 마찬가지로, 구타를 당하던 청년을 경멸 섞인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왜들 이래? 다들 미쳤나?’
잠자코 그 광경을 지켜보던 지크는 너무나도 황당해서 이게 무슨 상황인지를 좀처럼 이해하지 못했다.
“흠. 그대가 이 청년을 때린 이유는 잘 알겠소이다. 이 청년은 명백히 불경을 저질렀으니 맞아도 싸다고 생각하오. 솔직히, 내가 나라의 녹을 먹는 기사가 아니었다면 그대와 함께 이 청년을 혼쭐을 내주었겠지. 하지만 말이오.”
기사가 내키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허리춤에서 수갑을 꺼내들고는 말했다.
“엄중한 국법에 따라, 본인은 그대를 체포할 수밖에 없소이다.”
“나 역시 그리 생각하오. 비록 내가 이놈을 패긴 했지만, 나 역시 국법을 준수하는 준법 시민이라오. 단지 너무 화가 났을 뿐이니, 기사께서는 괘념치 마시고 본인을 체포하시오.”
점입가경.
뭔가 이상한 상황이 계속되었다.
문제는 청년의 반응은 더욱 기가 막혔다는 것.
“기, 기사님! 부디 저분을 체포하지 말아 주십시오!”
“으음?”
“제가 잘못한 게 사실이질 않습니까? 땅에 떨어진 금화를 갖고 싶은 욕심에 눈이 멀어 불경을 저지른 것이 사실이니, 부디 저분을 선처해 주셨으면 합니다.”
“허허….”
기사가 난처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어쩌나… 국법에 따라 체포는 해야겠고… 당사자는 선처를 요구하고….”
참으로 요상한 광경이 아닐 수가 없었다.
***
‘아! 도저히 궁금해서 못 참겠네!’
지크는 자신의 머리로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에, 옆에 있던 사람에게 물었다.
“저기요.”
“예?”
“그깟 금화 하나 밟은 게 뭐 그리 큰일이라고 저러는 겁니까?”
“허허. 이분 큰일 날 분이시군.”
“예?”
“금화 뒷면에 무엇이 새겨져 있는 줄 알고나 묻는 거요?”
“저, 저는 잘 몰라서….”
“허. 외국인인가 보구먼. 그럼 내가 가르쳐주지. 봉변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이오. 자, 이걸 잘 보시오.”
지크가 질문을 던진 사람이 품속에서 금화 하나를 꺼내 지크에게 보여주었다.
“이건 우리 프로아 왕국에서 공식적으로 발행한 금화인데… 뒷면을 보면… 이렇게….”
“……!”
“지엄하신 국왕 전하의 용안이 새겨져 있다오. 보이오? 비록 실물은 아니지만 국왕 전하의 수려하고 훤칠한 용모가?”
그 순간.
“그딴 수치플레이는 하지 마!!!!”
지크는 쥐구멍에라도 숨어들어 가고 싶어져서, 얼굴이 시뻘게진 채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