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220
219
‘다들 왜 이러는 거야!!!’
지크는 자신이 무언가 신격화되고 있단 생각에 너무나도 민망해서 혀를 깨물고만 싶었다.
맙소사.
금화에 얼굴이 새겨지는 걸로도 모자라 이제는 그걸 밟았다고 사람을 패질 않나, 심지어 맞은 놈은 반성까지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크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민심.
즉, 백성들의 마음이 바로 그것이었다.
지크는 정말로 잘 몰랐지만, 왕에 대한 프로아 왕국 백성들의 충성심과 존경심은 이미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지크가 왕으로서 부임하기 전.
전임 영주였던 베르봉은 전형적인 탐관오리로서, 백성들을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착취하던 악덕 영주였다.
덕분에 당시 프로아 영지의 백성들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식량과 물자들만 가진 채로 버텨야만 했다.
심지어 제비뽑기를 통해 매달 열 명씩 뱀파이어 로드에게 산 채로 바쳐지면서 말이다.
그러나 지크가 베르봉의 목을 날리고 왕으로 즉위한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적극적인 몬스터 토벌.
탐관오리들의 숙청.
북방의 야만 부족 토벌.
노르드족과 스톤 아일랜드와의 무역을 통한 폭발적인 경제 성장.
레노마 왕국에 괴뢰 정부를 세워서 얻은 경제적 이익.
다양한 인재의 등용.
그리고 뱀파이어 로드 토벌까지.
지크가 본의 아니게 이루었던 수많은 업적들은, 프로아 왕국 백성들의 삶을 순식간에 변화시켰다.
언제 죽을지 몰라 안절부절못하고, 식은 감자나 딱딱한 빵으로 연명하던 삶이 180도 바뀌었다.
이제는 프로아 왕국의 백성들 중 누구도 죽음을 걱정하는 이가 없었고, 경제 호황으로 인해 누구도 배를 굶지 않았다.
심지어, 최근에는 인기 연예인인 그랭구아르의 외화벌이로 인해 복지 정책이 크게 좋아지면서 비생산적인 직업-예를 들면 예술가-에 종사하는 이들의 생활도 크게 윤택해져 있기까지 했다.
그러한 이유로, 지크에 대한 프로아 왕국 백성들의 사랑은 가히 절대적일 수밖에 없었다.
무슨 공산주의 사회나 독재자가 군림하는 사회처럼 강요와 세뇌에 의한 맹목적인 충성이 아니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자신들의 국왕, 지크를 사랑하는 것이었다.
‘으으! 창피해! 이러지들 마!!!’
정작 그 자발적인 사랑을 받는 지크는 부끄러움에 치를 떨었지만 말이다.
***
자신에 대한 백성들의 사랑을 확인한 지크는 다음으로 농업과 목축업이 이루어지는 지역으로 향했다.
그런데.
“뀌익, 뀌이이이이익!!!”
“히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음메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메에에에에!!!”
“꼬끼오오오옥!!!”
“꽥꽥, 꽤엑!!!”
순서대로 돼지, 말, 소, 양, 닭, 오리 농장을 찾은 지크는 가축들이 울부짖는 소리에 귀를 틀어막아야만 했다.
“뭔 일이라도 있는 겁니까?”
지크가 목장을 운영하는 사내에게 물었다.
“일이야 있지.”
“뭡니까?”
“아니, 글쎄. 이것들이 발정기도 아닌데 단체로 미쳐서 짝짓기를 하고 있지 뭐요.”
“예? 이게 짝짓기 하는 소리였다고요?”
“여기뿐만이 아니라오. 무슨 역병이라도 도는지, 가축을 기르는 곳마다 발정들이 나서 교미만 해대는 통에 뭘 할 수가 없다오. 격리를 시켜 놓으면 우리를 부숴버리는 것도 서슴지 않고 있소.”
“으음.”
“이렇게 되면 몇 개월 후에는 가축들의 개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터인데… 큰일이구려, 큰일이야.”
그 말을 들은 지크는 어째서 가축들이 열심히 짝짓기를 벌이고 있는지를 간파했다.
‘이것도 대왕의 축복받은 땅 버프 효과겠지?’
그러지 않고서야 이 비정상적인 대규모 짝짓기를 설명하기란 불가능할 터, 지크는 그렇게 판단을 내렸다.
‘가축들이 늘어나면 고깃값도 싸지겠지? 그럼 백성들의 식생활도 윤택해질 테고. 남은 건 해외에 수출해서 외화벌이도 하면 되잖아. 그럼 내가 뭘 해야 할까?’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가축들의 개체 수가 늘어날 테니까 목장 부지를 확장하고… 고기를 가공할 수 있는 시설도 세워야 할 테고… 양이나 오리는 털도 중요한 자원이니까 털 가공 공장도 세워야겠네…?’
지크는 자신이 어떠한 조치를 취해줘야 할지를 금세 깨닫고는, 인터페이스에서 을 켜 필요한 것들을 메모했다.
***
같은 시각.
지크가 프로아 왕국을 시찰하고 있을 때, 노르드족의 영토인 흑색 군도에서는….
카강, 캉!
금속과 금속이 격렬히 부딪혔다.
부딪히고 있는 금속 중 하나는 검이었고, 다른 하나는 거대한 도끼였다.
그러던 중.
콰앙!
귀청을 찢어발길 것만 같은 굉음과 함께, 누군가 쓰러졌다.
그리고….
휘리릭, 터엉!
거대한 도끼가 차가운 땅에 깊숙이 박혔다.
“마, 맙소사…!!!”
쓰러진 사내… 노르드족의 왕 라이언베르트가 자신을 쓰러뜨린 자를 바라보며 경악했다.
“도, 도대체가… 언제 이렇게 강해진 게냐…?”
그러자 라이언베르트를 쓰러뜨린 자가 답했다.
“아뇨. 아직 멀었어요. 저는 더 빨리 강해지고 싶어요, 아빠.”
“허… 도대체 얼마나 강해지고 싶기에….”
“마스터.”
“……!”
“저는 그 경지에 도달하고 말 거예요.”
잉그리드가 답했다.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요.”
“딸아, 어째서 그렇게까지 강함에 집착하는 게냐? 우리 노르드족이 제아무리 강함을 숭상하는 민족이라지만, 강함에 대한 네 집착은 정말이지….”
사실 라이언베르트는 최근 들어 자신의 딸인 잉그리드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성장 속도가 가히 무시무시해서 이제는 그조차도 이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대로라면….
잉그리드가 멈추지 않고 쭉 성장만 잘해준다면….
어쩌면 노르드족 소드 마스터가 탄생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딸아.”
“네, 아빠.”
“도대체 무슨 수로 그렇게 강해진 것이냐? 네가 검술에 재능이 있다는 건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지금의 이 성장 속도는 비정상적일 지경이구나.”
“아빠.”
잉그리드가 대답했다.
“아빠는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 순간.
오싹!
라이언베르트는 잉그리드의 섬뜩하기 짝이 없는 눈빛에 그만 오금을 지려버리고 말았다.
저토록 무시무시한 눈빛이라니….
“그, 그거야… 이 아빠는 언제나 진실하고 진정한 사랑을 했지. 너도 알다시피 아빠는 모든 엄마들과 금슬이 좋지 않니… 허허허허허.”
라이언베르트는 노르드족의 왕답게 정실부인 둘에 첩을 열일곱이나 거느린 난봉꾼이자 사랑꾼이었다.
그것이 노르드족의 왕이자 족장인 라이언베르트가 가진 의무기도 했고.
“아뇨.”
잉그리드는 그것을 뻔히 알면서도, 고개를 저었다.
“아빠는 진정한 사랑을 해본 적이 없으세요.”
“어, 어째서!”
라이언베르트는 억울했다.
“아빠가 진정한 사랑을 해본 적이 있으셨다면, 지금 그렇게 약하진 않으셨을 테니까요.”
“그게 무슨 소리냐, 딸아.”
“저는 반드시 강해질 거예요. 강해져서.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서. 그 자식을. 가지고. 말 거예요.”
“누, 누굴?!”
“강제로라도.”
그렇게 말한 잉그리드가 타오르는 듯한 마나를 발산하며 라이언베르트를 뒤로하고, 자신의 개인 훈련장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펄럭!
그런 잉그리드의 옷자락에서 손바닥만 한 크기의 직사각형의 양피지 조각이 떨어졌다.
“으음?”
라이언베르트가 잉그리드가 떨어뜨린 양피지 조각을 주워들었다.
“이게 무엇… 앗!!!”
양피지 조각을 주워든 라이언베르트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양피지 조각에는 한 남자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어떻게든 널 가지고 말 거야. 강제로라도. 만약 널 갖지 못하면, 그때는 내 손으로 부숴 버리겠어.
…라는 문구와 함께.
***
오싹!
목장을 나선 지크는 알 수 없는 섬뜩함을 느끼고 몸을 떨었다.
‘뭐지? 채형석이 내 욕이라도 하고 있는 건가?’
지크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채형석이 정신 병동에 강제 수용을 당했다는 기사를 접했기 때문이다.
뇌경색으로 인한 일시적인 불안장애라나 뭐라나?
회복은 되긴 할 테지만, 지금은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한 시기라고도 했다.
‘그래. 내 욕 많이 해라. 나도 니 욕 많이 했으니까. 근데 앞으로 더 하게 될 거다. 넌 아직 내 욕을 반의반의 반도 안 했어.’
지크는 채형석을 더더욱 괴롭혀줄 것을 다짐하며, 시찰을 계속해 나갔다.
***
지크는 패시브 스킬의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왕국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녔다.
성과는 매우 훌륭했다.
지크는 처음 발견했던 B등급 마정석 광산에 이어, 수도 프로이센의 끝자락에 있는 이름 모를 야산에서 각종 초고위급 포션의 재료가 되는 라는 매우 귀중한 꽃의 대규모 서식지를 발견했다.
연금화는 연금술의 촉매로 이용되는 매우 희귀하고 귀중한 꽃으로서, 그 모종의 가격만 해도 톤 단위의 금에 맞먹을 정도였다.
오죽하면 연금화를 보유한 영지나 국가들에서 그 모종을 보호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는가?
그 비싼 연금화의 대규모 서식지를 발견한 지크는 곧바로 그레이트 위저드인 데시마토를 불러 그것들을 안전하게 왕성으로 옮겼다.
그밖에 여러 가지 소소한 자원의 발견은 덤이었고.
그렇게 돈방석에 앉게 된 지크는 미켈레에게 다음과 같이 명령했다.
“조만간 가축들의 개체 수가 크게 늘어날 테니까,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해 줘. 털이랑 고기 가공하는 시설도 세우고.”
“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 남는 건 수출해서 외화벌이해야 하니까, 유통 경로도 미리 뚫어놓자.”
“전하. 어째서 그런 명령을 내리시는지… 갑자기 가축들의 개체 수가 불어난다는 게 소신은 잘 이해가….”
“이럴 땐 그냥 시키는 대로 하자. 알겠지?”
“예, 알겠습니다.”
미켈레는 지크의 의도가 궁금했지만, 일단 계급이 깡패였으므로 까라면 깠다.
그러자 지크를 뺀 나머지 모든 이들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전하께서 어찌 이 사실을 아시고!!!”
“오오! 과연 성군이시로다!”
“전하께선 이런 것까지 모두 알고 계시는구나!”
프로아 왕국 내에서 가축을 기르는 업종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이 지크를 칭송했다.
그리고 그 시점을 기준으로, 프로아의 백성들 사이에서는 자발적으로 지크의 초상화를 거실에 걸어두는 유행 아닌 유행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물론 지크가 알았다면 경기를 일으켰을 테지만 말이다.
***
칭호의 정점은 다름 아닌 기술 개발이었다.
“전하! 신형 대포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였사옵니다!”
“신형 대포요?”
“기존의 대포보다 파괴력이 더 크고, 연사 속도 또한 빠르며, 또 가벼운 데다 반동도 약하다고 하옵니다!”
“그래요?”
“게다가 승구 경의 아이언 골렘에 장착해 운용할 수도 있으니, 이는 곧 본국의 군사력이 크게 증강되었다는 증거이옵니다!”
국방부 차관이 지크에게 좋은 소식을 보고했고.
“그럼 한번 볼까요?”
지크는 신형 대포의 위력을 구경하기로 했다.
장소는 수도 프로이센의 서쪽에 자리한 거대한 돌산이었다.
“포병대, 방열!”
“방열!”
“사격, 준비!”
“준비!”
“3, 2, 1! Fire!!!”
“Fire!!!”
그와 동시에 열 개의 신형 대포가 돌산을 향해 불을 뿜었다.
펑, 퍼엉, 퍼어엉!!!
신형 대포의 위력은 가히 엄청나서, 뉘르부르크 대륙의 강대국들이 사용하는 것들에 비해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게다가 승구의 아이언 골렘에 장착해서 운용한다면, 그 전술적 다재다능함이란 굳이 두말할 필요도 없을 터였다.
‘개쩌는데?’
지크는 신형 대포의 위력에 크게 만족했다.
‘슬슬 나라 꼴이 나라다워지는구나.’
지크는 자신의 왕국이 나날이 발전해 나간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꼈다.
‘두고 보자. 약소국이라고 듣보잡이라고 무시했던 놈들 콧대를 납작하게 눌러줘야지. 흥.’
지크는 쌓였던 설움을 꾹 누르며 프로아 왕국의 발전에 박차를 가하기로 다짐했다.
***
같은 시각.
프로아 왕국의 수도 프로이센의 서쪽에 자리한 돌산 속 어느 레어에서는….
번쩍!
몸길이가 무려 30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드래곤이 슬며시 눈을 떴다.
[누가… 나의 단잠을… 방해하는가.]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