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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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뉘르부르크 대륙에 존재하는 세계 각국이 공동으로 설립하고, 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일종의 국제기구였다.
그런 의 주된 목적은 게이머들끼리 벌이는 알력 다툼을 관리하는 것이었는데, 그 목적은 평범한 NPC들과 그들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예컨대, 세력전 같은 것 말이다.
처음 길드 콘텐츠-모험가 길드-가 존재하지 않았을 당시, 뉘르부르크 대륙에서는 무분별한 게이머들 간의 전투로 인해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인간이란 무릇 비슷한 부류들끼리 뭉쳐서 세력을 형성하기 마련인데, 이는 게이머들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것은 길드 콘텐츠가 아직 구현되지 않았을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초창기 BNW의 게이머들은 길드 콘텐츠가 존재하지 않았음에도 서로 뭉쳐 다니며 세력을 형성했다.
그에 따라 세력과 세력 간의 다툼이 벌어지고 자연스레 무력 충돌이 벌어지게 되었다.
문제는 게이머들끼리 치고받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애꿎은 NPC들까지 다쳤다는 점이었다.
무분별한 패싸움.
적대 세력이 보이면 닥치는 대로 PVP를 벌이는 게이머들 덕분에 애꿎은 NPC들은 목숨을 잃거나 혹은 가게를 날려먹는 등,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입어야만 했다.
그렇다고 게이머들이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보상해주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이유로 게이머들 간의 패싸움은 이내 곧 뉘르부르크 대륙의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그래서 뉘르부르크 대륙의 세계 각국은 이 크나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
3년 전.
“이런 빌어먹을 자식들! 이계에서 온 주제에 남의 세계에서 깽판을 치는 게 말이 되오? 다 죽여 버립시다!”
“모험가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자고? 그럼 흉악한 몬스터들은 누가 막소? 최근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기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험가들의 힘이 꼭 필요하단 말이오!”
“죽이면? 부활해서 복수하려 들 텐데, 불사의 존재들을 무슨 수로 상대한단 말이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세계 각국의 군주 혹은 국무 대신 이상의 고위급 인사들은 이 답 없는 문제를 놓고 무려 3일 동안 연속으로 설전을 벌였다.
그도 그럴 것이, NPC들의 입장에서 게이머들이란 필요악적인 존재였다.
게다가 불사의 존재들인지라 쓸어버릴 방법 역시 없었고.
그러던 중.
“짐이 한마디 해도 될까.”
3일 연속 침묵을 지키던 이가 입을 열었을 때, 세계 각국의 고위급 인사들은 입을 꽉 다물었다.
슈트카르트.
세계 최고의 권력자.
세계 각국이 모두 덤벼들어도 이길 수 없다는 마우레키온 제국의 황제.
회의에 몸소 참석했음에도 3일 내내 와인만 홀짝이던 그가 입을 열자 세계 각국의 고위급 인사들이 얼어붙은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거대한 아공간 속에 전장을 하나 만들면 자연스레 해결될 일 같은데. 그러면 그들 간의 분쟁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를 줄일 수 있겠지.”
슈트카르트 황제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마시던 와인을 한 모금 더 하고는, 하던 말을 이어서 했다.
“인간이란 무릇 법규에 종속되는 존재. 제아무리 이계에서 온 존재라지만, 그들 역시 인간. 우리가 룰을 만들면, 그들은 자연스레 따를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탄압은 룰을 어겼을 때 집행해도 늦지 않아. 명분은 우리에게 있다.”
그 순간.
“……!”
“……!”
“……!”
세계 각국의 고위급 인사들은 망치로 머리를 세게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슈트카르트 황제의 발언은 이 크나큰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핵심을 정확하게 꼬집고 있었다.
모험가들끼리의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그것을 어길 시에만 제재를 가한다.
세계 각국이 민간인 피해라는 아주 강력한 명분을 손에 쥐고 있는 이상, 모험가들로서도 따를 수밖에 없는 아주 획기적인 방안이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의 고위급 인사들은 내심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에 몸을 떨었다.
‘무, 무서운 자….’
‘설마?’
‘지난 3일간 우리의 생각을 훤히 들여다보며 즐기고 있었군. 소름 끼치는 인간 같으니.’
비록 심증에 불과했지만, 세계 각국의 고위급 인사들은 슈트카르트 황제가 3일 내내 그들을 기만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왜?
그게 세계 최강 대국 황제의 모습이었으니까.
비단 슈트카르트뿐만이 아니라, 황제쯤 되는 인물이라면 무릇 그 정도 지혜와 심계쯤은 갖추고 있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이들에게는 때때로 기만질이 필요하기도 했다.
그것은 경고였다.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고, 너희들의 생각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니 뒤에서 엄한 꼼수 부리지 마라.
가지고 놀다 짓밟아 버리기 전에.
…라는 경고 말이다.
“표정들을 보아하니 모두들 짐의 제안에 동의하는 것 같은데, 그럼 그렇게 진행토록 하지. 아. 그리고 해당 국제기구에 대한 예산과 투자는 본국이 3퍼센트를 담당하고, 나머지가 97퍼센트를 나누어 내는 것으로. 그럼, 난 이만.”
그렇게 슈트카르트 황제는 자국이 국제기구 설립에 낼 돈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버리고는, 회의장을 빠져나가 버렸다.
그리고 남겨진 세계 각국의 수뇌부들은….
“…….”
“…….”
“…….”
슈트카르트의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기습에 눈탱이(?)를 맞게 되어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부들부들…!!!
뒤늦게 눈탱이를 맞았단 사실을 알아채고 분노했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린 뒤였다.
게다가 감히 슈트카르트 황제를 향해 항의할 용기도 힘도 없었고.
슈트카르트 황제.
그는 뉘르부르크 대륙 국제 사회의 깡패이자 양아치였다.
그리고 그런 슈트카르트 황제의 퇴장이 불러온 것은 다름 아닌 아귀다툼이었다.
“그럼 우리는 5퍼센트를 내지!”
“그게 뭔 개소리요! 이번에 나름 경제 호황을 누리는 걸로 아는데? 닥치고 15퍼센트는 내놓으시오!”
“우리 돈 없어! 죽어도 못 내! 배 째!”
“어허! 뭐 그리들 싸우시오? 그냥 좋게 갑시다! 남은 97퍼센트 중에서 우리가 7퍼센트를 담당할 테니… 뭐? 이 새끼가 어디서 삿대질이야! 뒈질래? 전쟁해?”
“우린 딱 6퍼센트. 그 이상은 못 내오!”
슈트카르트 황제를 뺀 세계 각국의 수뇌부들은 국제기구 설립에 필요한 자금을 서로 적게 부담하기 위해 아귀다툼을 벌였다.
그 싸움은 무려 일주일 내내 계속되었는데, 각국 수뇌부들은 서로가 서로를 향해 쌍욕을 퍼붓고 멱살을 붙잡고 심지어 주먹다짐을 벌이는 등 촌극을 빚어내었다.
그러한 진통 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였으며, 그로부터 정확히 3개월 후 게임 BNW에는 길드 콘텐츠가 출시되었다.
NPC들이 게이머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낸다는 것.
그것이 바로 게임 BNW가 전 세계를 사로잡을 수 있었던 매력들 중 하나였다.
***
이렇듯 뉘르부르크 대륙의 국제 사회가 만들어낸 기구인 모험가 길드는 오직 단 하나였으며, 그 위치는 대륙 최북단 동쪽 끝 에 있었다.
모험가 길드가 이렇듯 세계의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이유는, 이곳에 세력전의 주 무대인 으로 향하는 게이트가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세계의 권력자-NPC들-들은 게이머들이 대규모로 밀집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누가 원하겠는가?
게이머들은 기본적으로 강력한 무력을 지닌 존재들.
그런 이들이 적게는 수천에서 많게는 수만이 북적대면 제아무리 강대국이라 할지라도 부담스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NPC들은 자칫 모험가들이 국가를 전복시킬 것을 매우 두려워하고 있었다.
번쩍!
그런 모험가 길드가 있는 에 지크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무렵이었다.
‘필요한 게 뭐였더라.’
지크는 과거에도 길드를 운영해본 경험이 있었으므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모험가 길드 건물로 향했다.
그러던 중.
“저 새끼 그 새끼 아냐?”
“야! 저 그 새끼 맞지?”
“이 새끼가 미쳤나. 여기가 어디라고 대놓고 돌아다니네.”
지크를 발견한 제네시스 길드원들이 하나둘씩 몰려들어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뀨! 주인 놈아! 그 자식들이다! 어떡하냐!”
“어떡하긴 뭘 어떡해? 이렇게 하면 되지.”
그렇게 말한 지크가 자신을 향해 몰려든 제네시스 길드원들을 향해 가운뎃손가락(ㅗ)을 들어 올려 보였다.
씨익-
썩은 미소와 함께.
“이 미친 새끼가! 너 X발! 뒈질래?”
졸지에 뻐큐를 먹게 된 제네시스 길드원 중 하나가 흉흉한 기세로 지크를 향해 다가섰다.
“왜? 때려보시게?”
지크가 그 제네시스 길드원을 향해 자신의 뺨을 내밀어 보였다.
“쳐. 쳐 봐. 어떻게 되나.”
“이 새끼가…!!!”
“쳐 보라니까? 왜, 못 치냐? 남자가 그 정도 패기도 없어?”
“이 X발놈이!!!”
“풉. 한 대 치지도 못할 거면서 허세는.”
지크가 피식 웃으며 그 제네시스 길드원의 약을 올렸다.
“겜 접을 용기 없으면, 그냥 아닥하고 갈 길 가라.”
“…죽여 버린다.”
“아이고. 무서워라.”
그렇게 말한 지크가 제네시스 길드원들로부터 등을 돌렸다.
적에게 등을 보인다는 것.
심지어 어깨너머로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인다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라면 ‘나 죽여줍쇼.’라고 광고하는 꼴밖에는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크가 마음 놓고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이곳 에서는 PVP가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에는 그 어떠한 오라도 적용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마음만 먹으면 PVP가 가능했다.
단, 그것은 대륙국제연합이란 무시무시한 단체의 척살령을 감당할 자신이 있을 때의 이야기였다.
지금껏 그 어떤 게이머도 에서 사고를 치고 게임을 접지 않은 사례가 없었다.
으득!
덕분에 제네시스 길드원들은 그렇게도 죽이고 싶어 하던 지크를 코앞에 두고도 농락을 당해야만 했다.
“야! 저 새끼 길드 만들려나 보다! 누가 빨리 운영진들한테 보고해! 빨리!”
그런 제네시스 길드원들이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는 지크가 길드를 설립하려 한다는 것을 보고하는 일뿐이었다.
***
길드를 설립하는 건 그리 어렵지가 않았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았다.
1. 신청서를 작성한다.
2. 모험가 길드로부터 신청서에 대한 간단한 심사-사실상 도장 찍기가 전부-를 받는다.
3. 심사에 통과하면, 길드 아지트가 세워질 부지의 땅문서를 제출한다.
4. 부지에 길드 아지트를 건설한다.
5. 아지트 건설이 끝나면 길드의 로고를 제작한 뒤 그것으로 상징물-뱃지나 팔찌 같은-과 깃발을 만든다.
5. 모험가 길드에 길드 아지트, 상징물, 깃발 제작 완료를 알린다.
6. 마지막으로 길드 설립 비용 1,000골드를 내고, 길드 마스터를 포함해 길드 설립 최소 인원인 세 명의 명단을 제출한다.
이처럼, 길드 설립 조건은 그리 까다롭지 않았다.
왕인 지크에게는 더더욱 쉬웠다.
부지?
비록 코딱지만 하긴 했지만, 프로아 왕국의 영토 전체가 지크의 것이었다.
아지트 건설?
승구와 노동전위대 대원들을 투입한다면, 작은 성 하나 제작하는 데 드는 시간은 일주일이면 충분할 터였다.
로고 제작은 위대한 예술가인 그랭구아르에게 맡기면 그만이었고, 상징물과 깃발은 적당한 것으로 고르면 그만.
마지막으로 돈이 많은 지크에게 1,000골드쯤 납부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슥, 스윽.
그래서 지크는 를 대충 휘갈겨 써서 창구에 제출했다.
‘바로 프로아로 복귀한 다음, 적당한 부지 찾아서 아지트나 건설해야지. 그랭구아르한테 로고 제작도 맡기고.’
하지만 그런 지크의 생각은 이내 곧 산산조각으로 부서지고 말았으니….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전하라고 하셨습니까?”
“예, 그런데요.”
“죄송한 말씀이지만, 전하께서는 길드를 설립하실 수가 없으십니다. 승인 불가입니다.”
“예?!”
지크가 제 귀를 의심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