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231
230
“혀, 형님? 왜 그러십니까?”
지크가 텔레포트를 시전하지 않자, 승구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물었다.
“그게 말야.”
“예, 형님.”
“여기선 텔레포트가 안 된다는데…?”
“예?!”
승구가 화들짝 놀랐다.
“그, 그걸 지금 말씀하시면 어떡합니까!”
“나도 이제 알았어!”
지크가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정확히 몇 미터 아래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가 너무 깊은 곳인가 봐. 텔레포트가 안 돼.”
“그렇단 말은… 우리 X됐네요, 형님.”
승구가 딱 잘라 말했다.
확실히, 지금 상황은 속된 말로 X이 된 게 맞았다.
원래 계획은 오버로크 대장과 고위급 장교들을 확보한 후 곧장 텔레포트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러지 못하게 된 이상,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게 되어버린 터였다.
아니, 그저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었다.
지금 이곳은 크립티드 초거대 군락 지하에 자리한 본진이었으므로, 크립티드들이 얼마만큼이나 득실거릴지 전혀 예측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등장하는 크립티드의 등급이 최소 B등급일 만큼 레벨이 높기도 했다.
적진 한복판.
끔찍한 괴생명체들이 득실대는 이곳에서 만신창이가 된 사람들을 데리고 탈출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이보게 지크 중령.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겐가?”
그때, 오버로크 대장이 혼란스럽다는 듯 지크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납치당하기 전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기억이 없는 모양이었다.
“으음.”
지크가 난감하다는 듯 대답했다.
“대장님은 납치당하신 겁니다.”
“나, 납치?!”
“그래서 제가 구해드리러 오긴 했는데… 지금은 저희랑 같이 X되셨으니까… 일단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 알겠네….”
오버로크 대장은 지크가 무슨 소릴 하는지 전혀 알아듣지 못했지만, 어쨌거나 상황을 대충이나마 이해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승구야.”
지크가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싸우는 건 내가 할 테니까, 이분들 잘 지켜 드리면서 따라와.”
“예, 형님.”
그렇게 지크는 오버로크 대장을 포함한 고위급 장교 30여 명을 데리고 방을 나섰고, 그러자마자 동굴 안을 꽉 메운 크립티드들과 마주치게 되었다.
[크립티드 나이트]인간형 몬스터로서, 크립티드 종족의 기사이다.
매우 강력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
•존재 구분 : 몬스터
•종족 : 크립티드
•클래스 : 크립티드 나이트
•레벨 : 230
•등급 : S
•특이 사항 : 매우 강력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상대하는 데 주의가 필요하다.
지크 일행의 앞을 가로막은 S등급 크립티드 나이트들은, 동굴 안을 가득 메우고도 남을 정도로 많았다.
저 멀리 보이는 곳까지 빼곡히 들어찬 것이,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아까 만천화우를 써서 마나가 별로 없으니까… 꿀꺽!”
지크가 황급히 마나 포션을 들이키고는 을 움켜쥐었다.
“뚜까 패는 수밖에 없겠네.”
지금이야말로 의 위력을 실험해볼 때였기에,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지크의 입가에는 희미하게나마 미소가 드리워져 있었다.
화륵, 화르륵!
뒤이어 가 깔리고.
“다 꺼져.”
지크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S등급 크립티드 나이트들을 닥치는 대로 뚜까 패기 시작했다.
***
쾅!
이 앞선 S등급 크립티드 나이트의 머리통을 내리쳤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그러자 지크의 눈앞에 경험치 상승을 알리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그 다음에도 마찬가지.
콰앙!
이 쓰러진 S등급 크립티드 나이트의 뒤에 있던 개체의 머리통을 내리치자 똑같은 알림창이 지크의 눈앞에 떠올랐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원 샷, 원 킬!
안 그래도 기본 데미지가 높은 무기가 무려 15강에다가, 디버프 필드까지 깔리자 그 위력은 정말이지 무시무시했다.
[두 방은 멋이 없어서 안 된다. 한 방에 패 죽여야 하느니라.]사부가 지크에게 했던 말… 디버프 마스터로서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사부는 고강 무기 없이, 에인션트에 근접한 웜급 드래곤을 오직 주먹만으로 때려죽이는 괴물이긴 했지만.
어쨌거나 지크는 디버프를 걸고 적을 한 방에 때려죽이는 미친 데미지를 과시하며, S등급 크립티드 무리를 상대로 고속도로를 개통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그러나 엄청난 양의 경험치를 먹은 것과는 별개로, 레벨은 속된 말로 오지게도 안 올랐지만 말이다.
“혀, 형님!”
그때, 승구가 소리쳤다.
“뒤에서도 옵니다!”
“뭐?!”
“이거 완전 샌드위치 아닙니까?”
“뒤는 니가 막아! 그냥 막기만 해!”
“알겠습니다!”
지크의 외침에 승구가 다급히 아이언 골렘 2기를 소환해 후방을 차단했다.
그 선택은 탁월했다.
아이언 골렘 2기가 소환되자 좁은 동굴 안이 가득 차버려서, 지크 일행의 뒤를 쫓던 S등급 크립티드 나이트들의 진로가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S등급 크립티드 나이트들이 아이언 골렘들보다 레벨도 높고, 전투력 또한 압도적이었다는 것.
“형님! 이거 오래 못 버팁니다!”
“너 골렘 몇 기나 있어?”
“아직 18기 소환 더 가능합니다!”
“그럼 오링 날 때까지는 버텨 봐! 최대한 빨리 뚫어 볼게!”
“예!”
그 후 지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을 휘두르며 앞길을 가로막는 크립티드들을 닥치는 대로 패 죽였다.
그리고 유일한 탈출구인 X꼬, 정확히는 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
비슷한 시각.
[까득, 까드드득, 까득, 까드득, 까득!]“뭣이?!”
[까드드득, 드득, 까드득!]“이런 빌어먹을!”
오즈릭 교단의 푸른 추기경과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던 크립티드 커맨더 981은 하위 크립티드로부터 보고를 받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 망할 자식이 인간 장교들을 데리고 도망치고 있어?”
“그게 무슨 말이지?”
푸른 추기경 호라치오가 물었다.
“그 지크라는 훼방꾼 말일세.”
“으음?”
“그 망할 자식이! 우리 본진에 침투해 인간 장교들을 데리고 달아나고 있단 보고야!”
“……!”
“지금 당장 놈을 잡으러 가야겠네!”
“나도 가지.”
호라치오가 선뜻 발걸음을 옮겼다.
“그 훼방꾼의 얼굴을 좀 보고 싶거든.”
“그러게나.”
그렇게 981과 호라치오는 달아나고 있는 ‘그 훼방꾼’을 잡기 위해 나누던 대화를 멈추고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
의 위력이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지경이었다.
쾅, 쾅, 콰앙, 쾅, 쾅, 쾅쾅, 콰앙!
이 휘둘러질 때마다 지크의 앞을 막아서는 크립티드들은 등급과 종류에 상관없이 죽어나갔고, 어느 순간부터 그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현재 지크의 위치와 718번 터널 사이에 그 어떠한 갈림길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말은, 지크가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을 크립티드들이 추가로 투입될 수가 없는 지점까지 도달했단 이야기였다.
‘거의 다 왔어!’
지크의 시선이 저 멀리 보이는 구멍에 머물렀다.
남은 거리는 약 150미터.
그 앞을 가로막은 크립티드들의 숫자는 어림잡아 200여 마리.
그 200여 마리만 처리한다면, 지크 일행이 이곳을 무사히 빠져나가리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으. 광역기를 쓸 수도 없고.’
지크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이곳은 좁은 동굴 안.
만약 이레디에이트 스킬을 썼다간 지크 본인을 제외한 아군들까지 죽여 버릴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렇다고 천지개벽 스킬을 쓰자니 자칫 동굴이 무너져 내릴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아군뿐만 아니라 지크 자신마저도 매몰당할 게 뻔했다.
“혀, 형님!!!”
그때, 승구가 소리쳤다.
“뒤에 무시무시한 놈들이 오는데요???”
그 말에 지크가 뒤를 돌아보았다.
[크립티드 뱅가드]크립티드 나이트가 진화한 존재로서, 그 전투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존재 구분 : 몬스터
•종족 : 크립티드
•클래스 : 크립티드 뱅가드
•레벨 : 260
•등급 : 챔피언
•특이 사항 : 사망 시 폭발을 일으키므로, 상대하는 데 주의가 필요하다.
크립티드 뱅가드는 무려 260레벨의 몬스터로서, 크립티드 본진에 서식하는 존재들 가운데서도 정예 중의 정예라 할 수 있었다.
“260짜리 몬스터들이 저렇게 많다고?”
지크가 화들짝 놀랐다.
몬스터의 레벨이 260이라는 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몬스터들의 능력치는 같은 레벨의 게이머나 NPC보다 압도적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몬스터가 괜히 몬스터이겠는가?
하지만 그런 지크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크립티드 뱅가드들을 앞세우고 등장한 존재들 때문이었다.
•생명력 : ■■■■■■■■■■
[푸른 추기경 호라치오]•생명력 : ■■■■■■■■■■
다른 때 같았으면 모르되, 지금은 절대로 마주쳐서는 안 되는 거물들의 등장이었다.
“네놈이 그 훼방꾼인가?”
“순순히 정체를 밝히시지. 네놈,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가 맞겠지?”
981과 호라치오가 동시에 지크에게 물었다.
지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승구야! 최대한 막아! 1분만 버텨봐!”
“예! 형님!”
지크의 외침에 승구가 아이언 골렘들을 모조리 소환해 바리케이드를 형성했다.
그러는 사이 지크는 에 명속성 에너지를 더했다.
슬슬 마나가 다시 차올랐던 덕분이었다.
‘빠르게 뚫는다.’
지크가 명속성 에너지를 머금은 을 휘둘렀다.
파직, 파지직!
촤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그러자 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전류가 뿜어져 나와 앞길을 가로막은 크립티드 나이트들을 전기구이로 만들어 버리기 시작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명속성 에너지를 뿜어내는 지크의 전투력은 가히 몬스터 살육 기계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지경이었다.
“981! 서둘러라! 놈이 도망치기 전에!”
그 광경을 본 호라치오가 981을 재촉했다.
왜냐하면, 크립티드 뱅가드들이 승구가 불러낸 아이언 골렘들과 드잡이질을 하느라 지크 일행을 붙잡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 걱정할 것 없네. 저놈들은 독 안에 든 쥐야.”
“그게 무슨 소리지?”
“내가 텔레파시로 지상에 있는 아군을 불러들였네. 저 자식들이 도망쳐봐야 더 많은, 그리고 더 강한 적들을 만나게 될 뿐이지. 후후.”
“그랬군.”
호라치오는 크립티드 커맨더가 텔레파시를 통해 멀리 있는 하위 크립티드들을 불러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포위.
981이 지상군을 불러들인 이상, 굳이 이곳에서 잡으려고 애쓸 필요 없이 천천히 뒤따라가기만 하면 지크 일행을 포위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츄릅, 츄릅!
지크 일행은 의 구멍 안으로 몸을 비집고 들어가고 있었다.
“두, 두고 보자!”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인 승구가 그렇게 소리치며 981과 호라치오를 향해 주먹감자를 날린 후 재빨리 로 몸을 날렸다.
“천천히 따라가세.”
“그러지.”
981과 호라치오는 서두르지 않고, 승구가 남기고 간 아이언 골렘들이 정리될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렸다.
츄릅, 츄릅!
그리고 그들 역시 도망친 지크 일행을 따라 718번 크립티드 터널을 타고 지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지상으로 올라온 직후 멘탈 붕괴를 일으키고 말았다.
왜냐하면….
[까득, 까드득!] [크르르….] [까드드득, 까드득!]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지크 일행이 아니라 981이 불러들인 하위 크립티드 무리들뿐이었으니까.
“이런 빌어먹을! 설마 텔레포트 스크롤을….”
그제야 비로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깨달은 호라치오가 으르렁거리던 그때.
슈우우우웅!!!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