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232
231
슈우우우웅!
저 멀리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떨어져 내리고 있는 운석.
그 운석을 본 981과 호라치오의 얼굴이 흙빛으로 물들었다.
왜?
마른하늘에 운석이 떨어지는 건 결코 흔한 현상이 아니었으니까.
사람이 평생을 살면서 운석이 떨어지는 걸 목격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저 멀리서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을 보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별똥별이 자신의 머리 위에 떨어질 확률이 얼마나 될까?
1퍼센트?
혹은 0.1퍼센트?
아니면 0.01퍼센트?
정확한 확률이야 산출할 수 없겠지만, 그 확률이 극히 희박하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아마 없을 터였다.
그런데 그 운석이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다?
그것도 푸르른 불길에 휩싸인 채로?
그렇다는 말은, 저 운석의 정체는 누군가 인위적으로 소환해낸 것이란 얘기밖에 되지 않았다.
운석 소환 주문.
정확한 명칭으로는 미티어 스웜(Meteor Swarm).
8써클 이상의 그레이트 위저드들만이 구현 가능하다는 그 무시무시한 주문이 구현된 것이다.
물론 지금 떨어져 내리고 있는 운석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미티어 스웜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과거 마법의 지존이라는 치천존이 적국의 전략적 요충지를 완전히 파괴할 때 전개했던 것처럼 거대한 운석 수십 개가 떨어지지는 않았기에, 진짜배기 위력은 결코 아니었다.
게다가 미티어 스웜은 즉발 캐스팅이 불가능한, 오직 마법진을 통해 오랜 시간을 공들여야 하는 주문이었으므로 지금 상황과는 맞지 않았다.
하지만….
단 한 개의 작은 운석일지라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미티어 스웜이 아닐지라도.
대기권 밖에서부터 떨어져 내리는 운석이 품은 운동 에너지란 가히 재앙에 가까울 게 분명했다.
“…….”
“…….”
981과 호라치오의 눈이 마주쳤고, 둘은 같은 생각을 했다.
‘X됐네.’
‘X발 X됐구나.’
지금 상황은 평화롭던 어느 마을에 라는 안내 방송이 떠오른 상황이나 다름없었다.
슈우우우!
그로부터 정확히 0.7초 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718번 크립티드 터널을 중심으로 반경 3킬로미터 일대가 하얀 섬광에 휩싸였다.
***
비슷한 시각.
번쩍!
지크가 승구, 그리고 오버로크 대장과 고위급 장교들을 데리고 718번 크립티드 터널로부터 약 10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으로 이동한 직후.
“전하. 오셨사옵니까.”
데시마토가 그런 지크를 맞이했다.
“어?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러하옵니다, 전하.”
데시마토가 웃었다.
“소신이 어찌 전하를 기다리지 않을 수 있겠사옵니까?”
“그러면서 X꼬에 들어가긴 싫고요?”
“그, 그것은… 소신은 불사의 몸이 아니기에… 그 위험한 지역에 들어갔다가 혹시 죽기라도 하면… 앞으로 전하께 봉사할 날이 수십 년도 더 남았기에….”
“변명은 죄악이라는 걸 몰라요?”
“소, 소신에게 시간과 예산을 좀 더 주신다면….”
“여기서 시간이랑 예산이 왜 나옵니까?”
“크, 크흠!”
“어쨌거나 고마워요. 덕분에 살았습니다.”
지크는 데시마토가 살짝 얄미웠지만, 이 충성스러운 노마법사의 체면(?)을 생각해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나저나….”
지크가 화제를 돌리려던 때.
슈우우우웅!!!
저 멀리, 약 10킬로미터쯤 떨어진 하늘에서 푸른 운석 하나가 떨어져 내리는 게 보였다.
“엥? 대낮에 운석이 다 떨어지네.”
“소신이 전개한 미티어 스웜이옵니다.”
“미, 미티어 스웜요?!”
“전하께서 텔레포트를 마치신 직후 적들을 궤멸시킬 수 있게끔, 소신이 미리 미티어 스웜을 캐스팅해 놓았지요.”
데시마토가 자신의 발밑을 가리켰다.
그런 데시마토의 발밑에는 아직까지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는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그 복잡함이 가히 아스트랄해서 딱 봐도 초고위급 마법에 필요한 매개체임이 분명해 보였다.
“미티어 스웜도 할 줄 아세요?”
“아직 초급이긴 하지만 나름 그레이트 위저드이기에 가능은 하옵니다. 물론 급하게 펼친 것이라 제 위력의 1/10도 낼 수가 없었사옵니다만….”
데시마토가 거기까지 말하던 때.
콰앙!
번쩌억!
쿠우우우우우우웅!!!
718번 크립티드 터널에 자리한 10킬로미터 밖에서 하얀 섬광과 함께 엄청난 폭발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듣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 일대가 무슨 꼴이 되었을지 상상이 갈 정도였다.
“그레이트 위저드? 미티어 스웜?”
그때, 오버로크 대장이 끼어들었다.
“이보시오, 마법사 양반. 방금 무어라 하시었소? 그대가 진정 그레이트 위저드란 말이오?”
“그, 그것이….”
데시마토는 순간 말문이 막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니. 그보다. 방금 그대가 지크 중령에게 전하라 부른 것을 분명히 들었소만?”
“허허허….”
데시마토가 난처한 웃음을 지었다.
‘에라이.’
지크는 역시 데시마토의 말실수에 당황했지만, 이제는 굳이 정체를 숨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오버로크 대장에게 말했다.
“오버로크 대장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지크 중령.”
“제가 다 설명을 드릴 테니, 일단 같이 사령부로 복귀하시죠. 대화를 나눌 시간은 앞으로도 많을 테니까요.”
“아, 알겠네….”
그때였다.
띠링!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 새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칭호 획득!]순간 지크의 눈이 가늘어졌다.
‘어째 요즘 뜸하다 했다.’
지크의 얼굴에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지난번 뱀파이어 로드 사건 때에는 어째 보기 좋은 칭호만 획득하나 싶어 조금 이상했는데, 이번에는 어김없이 쓰레기 같은 이름을 가진 칭호가 뜬 것이다.
‘옵션이나 보자.’
어느덧 해탈의 경지에 이른 지크는 칭호의 이름에는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칭호의 옵션을 알아보았다.
[뺀질이]적들을 약 올리며 잘 도망친 사람에게 주어지는 칭호.
•타입 : 칭호
•등급 : 유니크
•효과 :
– 신속 : 이동 속도 +7%
– 약 오르지? 데헷! : 도주 시 이동 속도 +50% (액티브)
– 넌 이제 뒈졌다 : 사용 중 피격 시 받는 데미지 +25%
칭호에는 기본 이동 속도를 7퍼센트나 높여 주었지만, 장단점이 존재했다.
스킬을 사용 시 이동 속도가 빨라지지만 피격 시 받는 데미지가 25퍼센트나 증가하기에 사용 시 주의가 필요했던 것이다.
‘열 받은 사람한테 잡히면 더 처맞아서 그런 건가?’
지크는 효과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하기야, 뺀질거리며 도망 다니던 상대를 잡게 되면 쌓인 분노를 분출하느라 한 대 때릴 걸 두 대 세 대를 때리기 마련이 아니던가.
하지만.
‘안 잡히면 그만이지. 헤헤.’
긍정적인 사람인 지크는 안 잡히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며, 칭호를 유용하게 쓰기로 했다.
“그럼, 일단 사령부로 복귀할까요?”
“이쪽으로 오소서.”
데시마토가 지크를 안내한 자리에는 연합군 제3군사령부로 향하는 텔레포트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저 양반 참 쓸모가 많단 말야.’
지크는 과거 데시마토를 거두어들인 걸 잘했다고 생각하며, 사령부로 향하는 텔레포트 마법진 위에 올라섰다.
***
복귀한 직후.
– 빠라바라밤~ 빠라바라밤~ 빠라바라 빰빰빠밤~ 빰빠밤빰빠밤~ 빰빰 빰빰빰빰 빰빰 빰빰빰빰 빰빰빰빰 빰빰 빰 빰빠밤!
지크는 비머리언 공방에서처럼 군악대의 연주 속에 제3군 사령부의 막사로 입성했다.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고위급 장교단의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으며.
그로부터 한 시간 뒤.
“그, 그게 정말인가? 그랬단 말이야?”
간단한 샤워와 식사를 마친 진짜 오버로크 대장은 우드브릿지 중장을 포함한 장교들의 보고를 받고 경악했다.
“내, 내가 정말 납치를 당하고 바꿔치기까지 당했다고?”
“예, 사령관님.”
“허… 정말이지 큰일이 날 뻔했구먼… 이 한 목숨 조국과 민족의 번영을 위해 스러지는 것은 내 전혀 개의치 않네만… 나의 납치로 인하여 나라 전체가 망할 뻔했으니… 그야말로 천만다행이군….”
오버로크 대장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야말로 놀랄 노 자였다.
최고위 지휘관인 사령관이 적들의 스파이로 교체되다니….
만약 지크가 스파이를 색출해내지 못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이보게, 지크 중령. 정말 고맙네. 정말 고마워. 자네는 나를 구한 게 아닐세. 우리 맥캘란 왕국, 나아가서는 대륙을 구한 것이야.”
“별말씀을요.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아닐세, 아니야. 내 이번 건은 왕실에 강력히 건의해 자네를 구국의 영웅으로 추대하는 방안을 모색해 보겠네.”
“하하….”
“고맙네, 정말 고마워.”
지크의 두 손을 덥석 잡은 오버로크 대장의 두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라에 대한 걱정.
그리고 지크에 대한 고마움.
사령관으로서 처신을 잘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죄책감까지.
오버로크 대장의 눈물 속에는 꽤나 복잡한 심경이 깃들어 있었다.
“힘내셔야 합니다.”
지크가 그런 오버로크 대장을 위로했다.
“그래야 다시 놈들과의 전쟁을 수행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당연하지.”
오버로크 대장이 이를 악물었다.
“내 반드시. 일평생 군인으로 살아온 나의 삶과 명예와 목숨을 걸고서라도 이 기나긴 전쟁을 반드시 끝내고 말 것이네.”
“멋지십니다.”
지크가 미소를 지었다.
“일단 좀 쉬고 계시죠. 저는 좀 할 일이 있어서.”
“으음?”
“굽던 거 마저 구우러 가야 되거든요.”
지크가 오싹한 미소를 짓고는, 사령부 막사를 나섰다.
“자, 잠깐! 이보게! 지크 중령! 아까 미처 못다 한 얘기는 해야지!”
오버로크 대장이 지크를 불러 세웠지만.
“이따가 한꺼번에 묶어서 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막사를 훌쩍 떠나버렸다.
지크는 아직 이야기를 나눌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
그로부터 30분 후.
지글지글…!!!
사령부 건물 사열대 앞 연병장에는 한바탕 바비큐 파티가 열렸다.
하지만 그 바비큐 파티에는 그 누구도 뭔가를 먹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는 것들이 인간이 아닌 괴생명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 괴생명체들이 연합군 내 고위급 장교들로 위장해 있던 모든 크립휴먼스들이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지크에게 고문을 당한 크립휴먼스009가 자신이 아는 모든 정보를 분 덕분이었다.
“으악,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악!!!”
“야 이 악마 같은… 으아아악… 새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
“사, 살려 주십시오!!! 아악!!! 으아아악!!! 제, 제바아아알!!!”
덕분에 연합군 내 고위급 장교들로 위장해 있던 모든 크립휴먼스들은, 지크가 크립휴먼스009에게 가했던 것과 똑같은 고문을 당하게 되었다.
“주인 놈아! 고추기름 좀 더 발라야겠다! 꾸우!”
“고고.”
햄찌가 페인트칠을 하는 붓으로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는 크립휴먼스들의 피부에 고추기름을 골고루 바르기 시작했고.
“아아아아악!!!”
“아, 악마도 너보다는 덜 사악하겠… 아아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악!!!”
크립휴먼스들은 더더욱 끔찍한 고통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오버로크 대장을 포함한 연합군 제3군사령부의 장교단은….
오싹!
지크의 사악함에 치를 떨었다.
“지, 지크 중령… 만약 대마왕이 있었어도 자네의 악랄함 앞에서는… 고개를 저을 게 분명하네….”
오버로크 대장은 지크에게 이렇듯 무시무시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 그럼.”
그때, 지크가 쾌활한 말투로 소리쳤다.
“지금부터 아는 대로 모조리 부는 거다? 선착순 한 명! 셋, 둘, 하나! 손! 뭐야! 왜 아무도 손 안 들어! 니들 불기 싫어?”
그러자 어느 크립휴먼스가 소리쳤다.
“야 이 미친 새끼야!!! 손이 묶여 있는데 손을 어떻게 들어!!! 이 또라이 새끼야!!!”
“아, 맞다.”
지크가 아차! 싶다는 표정을 지었다.
“주인 놈은 가끔 똑똑한 건지 멍청한 건지 분간이 안 간다. 뀨우.”
절레절레-
햄찌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햄찌야.”
“뀨?”
“쟤한테 후추랑 소금 좀 뿌려라. 어디 건방지게 실수 하나 했다고 쌍욕이야.”
“알겠다! 뀨우!”
그렇게 지크의 잘못을 지적했던 크립휴먼스는 동료들보다 더더욱 끔찍한 고문을 당해야만 했다.
“자. 그럼 다시. 하나, 둘, 셋 하면 제일 먼저 소리치는 놈이 부는 거다? 하나, 둘, 셋!”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제, 제가 불겠습니다!”
“저요!”
“제가 많이 압니다!!!”
크립휴먼스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너부터.”
지크가 제일 빨랐던 크립휴먼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는 대로 다 불어.”
“그, 그게 그러니까 말입니다….”
선착순에 성공한 크립휴먼스가 자신의 종족에 대해 아는 모든 것들을 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