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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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크는 이른바 을 통해 크립휴먼스들로부터 상당히 많은 정보들을 얻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핵심 중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정보까지는 얻을 수가 없었는데, 그 이유는 크립휴먼스들조차도 자신의 종족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 목표가 뭔지에 대해서는 까맣게 몰랐기 때문이다.
단지 시키는 대로.
크립휴먼스들은 그저 상위 개체의 명령에만 따랐을 뿐이었다.
그들이 아는 것이라고는 초거대군락의 지하에 엄청나게 커다란 동굴이 있으며, 그 안에 고위급 크립티드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것 정도가 다였다.
물론 꽤 괜찮은 정보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1. 크립티드 종족은 태생이 외계 행성이다.
2. 크립티드 종족을 뉘르부르크 대륙으로 불러들인 건 오즈릭 교단이다.
3. 크립티드 종족과 오즈릭 교단 간에는 긴밀한 거래가 있다.
4. 사실 크립티드 종족의 본진은 외부의 초거대군락이 아닌, 지하에 있는 거대한 동굴이다.
5. 크립티드 종족의 우두머리가 어떠한 존재인지는 크립휴먼스들조차 모르며, 하위 개체가 가진 정보는 상위 개체가 가진 것을 넘을 수가 없다.
6. 거대한 굴 안에는 절대로 출입할 수 없는 어떠한 밀실이 있는데,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크립휴먼스보다 상위의 개체들도 모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정보는….
7. 크립티드들에게 협력하고 있는 모험가가 몇 명 있다. 그들이 고위급 장교들을 납치하는 것을 도왔다.
크립휴먼스69가 분 정보였다.
“뭐? 모험가들 중에서 크립티드에 협력하는 놈들이 있다고?”
“그, 그렇습니다!”
“왜?”
“저희는 인간들을 죽여 빼앗은 금은보화를 이용해 몇몇 모험가들을 매수했고, 정보를 얻었습니다.”
“와.”
지크가 혀를 내둘렀다.
“하다하다 이제는 몬스터한테 협력하는 놈들까지 있네. 나 원 참, 어이가 없어서….”
게임 BNW는 거의 무한에 가까운 자유도가 보장되는 게임이었으므로, 게이머가 몬스터들에게 협력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긴 했다.
하지만 제아무리 막돼먹은 게이머라 할지라도 몬스터들에게 협력하는 건 상당히 드문 일이었다.
몬스터들에게 협력해봐야 얻는 것보다는 잃을 게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만약 몬스터들에게 협력했다가 발각되기라도 하면 NPC들의 적대를 사는 것은 물론, 퀘스트를 진행하는 같은 게이머들 역시 적으로 돌리게 될 터였다.
게다가 악명이 올라 명예가 시궁창으로 처박히고, 사악한 존재 이외에는 그 어떠한 이들로부터 호감을 살 수도 없었다.
즉, 몬스터들에게 협력한다는 건 사실상 미움받는 걸 좋아하는 변태이거나 돈에 환장한 인간이라는 걸 스스로 인증하는 꼴밖엔 되지 않는 것이다.
혹은 진지하게 ‘악(惡)’ 성향으로 컨셉을 잡고 게임하는 컨셉충이거나.
“그놈들 명단 아냐?”
“압니다.”
“그래? 여기 다 적어 봐. 아니다. 니가 인상착의를 설명하면 내 개인 화가가 알아서 그려줄 거다.”
“개인 화가 말씀이십니까?”
그때였다.
“일단 인상착의부터 설명하시죠.”
“앗! 깜짝이야!”
마치 귀신처럼 등장한 그랭구아르에 크립휴먼스69가 화들짝 놀랐다.
“일단 얼굴형부터 시작할까요?”
어느새 캔버스와 연필을 든 그랭구아르가 크립휴먼스69에게 물었다.
크립휴먼스조차 화들짝 놀랄 정도로 귀신같은, 거의 무(無)에 가까운 존재감이었다.
“그럼 어느 정도 정보도 모았겠다… 여기요!”
지크가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을 불렀다.
“예! 지크 중령님!”
“얘들 다 조각조각 토막 친 다음에 드럼통 같은 데 넣어서… 그 뭐더라? 공구리 친 다음에 바다에 던져 버리세요.”
“예!”
그러자 아는 정보를 모두 분 크립휴먼스들이 지크를 욕하기 시작했다.
“야 이 비열한 새끼야! 불면 살려준다며!”
“아는 거 죄다 불었는데 뭐? 토막을 치고 공구리를 쳐? 니가 사람이냐!”
“이 쓰레기 새끼야!”
“이 인간 같지도 않은 새끼! 악마보다 더 나쁜 새끼!”
지크의 비열한 통수에 크립휴먼스들은 정말이지 열이 받아서,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지크는 그런 크립휴먼스들의 반응에 눈곱만큼도 동요하지 않았다.
“네. 다음 몬스터들.”
…라고 말하며 피식 웃은 지크가 오버로크 대장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 심도 깊게 얘기를 나눠볼까요?”
“그, 그러세….”
오버로크 대장이 지크의 뒤를 따랐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지크 중령. 자네의 정체는 도대체 무언가? 선한 사람인가? 아니면 악마인가.’
어느새 지크가 두려워진 오버로크 대장이었다.
***
오버로크 대장의 개인 집무실 안.
“사실은….”
지크가 자신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오버로크 대장에게 말해주었다.
“그, 그게 정말인가? 자네가 황제로부터 왕국을 하사받은 바로 그 모험가였어?”
오버로크 대장은 황제가 어느 생존 대회에서 우승한 모험가에게 작은 왕국 하나를 하사했단 사실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예,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비행선이 추락하는 바람에 강제로 참가한 거라서.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 그럼 자네는 평범한 모험가가 아닌… 일국을 다스리는 군주였다는 것이지?”
“예.”
“맥캘란 왕국의….”
그렇게 말한 오버로크 대장이 갑작스레 차렷 자세를 취해 보이더니.
“백작이자 아라크니드 임시 주둔지 연합군 제3군 사령관 오버로크가 프로아 왕국의 국왕이신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전하를 뵙습니다.”
…라고 말하며 지크에게 경례를 올려붙였다.
“아니, 대장님!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일국의 국왕이신 분께 어떻게 계속 하대를 하겠습니까? 게다가 전하께선 저의 조국인 맥캘란 왕국을 구원하신 구국의 영웅이십니다. 예의를 갖추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래도 그렇지….”
“전하. 이는 본 사령관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예의이니, 괘념치 마시지요.”
“알겠습니다.”
결국, 지크는 무려 4성 장군(★★★★)인 오버로크 대장의 경례를 받게 되었다.
“흠흠. 일단은 거기까지 하시고, 제가 수집한 정보들을 알려드리죠.”
지크가 오버로크 대장에게 오즈릭 교단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그런 사악한 무리가 있단 말입니까?!”
“예.”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왕이 되기 전에 우연히 마주친 뒤로, 뭔가 큰 사건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부딪혔거든요. 아무래도 대륙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현상의 배후에는 그 자식들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다는 아니더라도 상당 부분은 지분이 있을 게 확실합니다.”
“이런 쳐 죽일 놈들이 있나! 제가 당장 국왕 전하께 보고를 올려서….”
“아뇨.”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혼자만 알고 계시죠. 저희 왕국 정보국에서 따로 조사하고 있고, 최근에 유의미한 실마리를 잡았으니까 지켜보시는 게 좋을 겁니다.”
“하지만….”
“맥캘란 왕국 같은 나름 강대국에서 대놓고 추적하면, 그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더 깊이 숨어버릴 겁니다. 그러니 제가 따로 말씀드릴 때까지는 비밀을 지켜 주셨으면 합니다.”
“아, 알겠습니다.”
오버로크 대장은 지크의 말을 알아듣고는 일단은 오즈릭 교단에 대한 생각을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일단은 부대 내 크립티드들에게 협력하고 있는 모험가 놈들부터 처리하고, 계속 임무를 수행해 나가시죠.”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전하.”
“쁘락지 색출은 제가 마무리하겠습니다.”
“그저 감사드릴 뿐입니다.”
그렇게 지크는 부대 내 크립티드들에게 협력하는 게이머들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
게이머들을 잡아 죽이는 건 별로 재미있는 일이 아니었다.
푼돈에 눈이 먼 찌질이.
혹은 진지하게 컨셉을 잡고 게임하는 컨셉충.
그런 부류의 게이머들을 잡아 족쳐 봤자 지크는 그 어떠한 쾌감도 느낄 수가 없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그저 죽은 쁘락지들이 떨군 랜덤 드랍 아이템을 몇 개 주워 먹고 대머리력(?)이나 올릴 수 있었을 뿐….
‘슬슬 퀘스트도 완료된 것 같으니까… 용병 길드로 가 볼까?’
지크가 그렇게 생각하던 중.
“지크프리트 전하.”
오버로크 대장이 그의 막사를 찾았다.
“어? 대장님. 어쩐 일이세요?”
“방금 본국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전하를 뵈러 온 것입니다.”
“무슨 연락인데요?”
“본국의 국왕 전하께서 전하를 뵙고자 하십니다.”
“저를요…?”
“아무래도 구국의 영웅이시니 직접 뵙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 하시는 듯합니다.”
“나 바쁜데….”
“예?!”
“아무것도 아닙니다.”
“전하. 바쁘신 건 익히 알겠으나, 저희 맥캘란 왕국의 국왕 전하의 성의를 봐서라도 이 초대에 응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 순간.
띠링!
지크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순수한 초대]맥캘란 왕국의 수도로 가 국왕을 만나라.
•진행률 : 0%
•보상 : 큰 이득(보상의 내용은 당사자의 외교적 역량에 따라 달라집니다!)
•참고 : 이 퀘스트는 무조건 이득입니다!
퀘스트의 내용을 확인한 지크가 재빨리 태세 전환을 시전했다.
“제가 잘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국왕 전하를 뵈어야 하긴 할 것 같네요. 이렇게 초대까지 해주셨는데, 안 가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거든요. 시간이 없으면 만들면 되죠. 하하하!”
그러자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지크는 뭔가 이득이 되는 일이 있다면, 없는 시간도 만들어내서 달려가는 인간이었다.
“오오! 알겠습니다! 곧바로 본국에 보고를 올려 전하를 영접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지크는 용병 길드로부터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한 퀘스트를 진행하던 중 맥캘란 왕국의 수도까지 방문하게 되었다.
***
다음 날 오전.
맥캘란 왕국의 수도인 에서는 수십만 신민들이 모여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람은 맥캘란 왕국이 수십 년째 괴생명체들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아라크니드 임시 주둔지에서 혁혁한 공로를 세운 전쟁 영웅이었다.
또한 프로아라는 생소한 이름을 가진 소국의 국왕이었다.
처음 글렌피딕의 신민들은 그들이 왜 코딱지만 한 소국의 왕을 영접해야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소국의 왕이 아라크니드 임시 주둔지에서 어떠한 전공을 세웠는지가 알려지자, 여론은 180도 달라졌다.
[영웅을 영접하자!] [프로아를 형제의 나라로 인정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궁핍한 프로아 왕국을 도와주자!] [프로아 왕국은 본국의 은인이다! 형님의 나라로 모셔야 한다!]오버로크 대장의 보고로 인해, 지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맥캘란 왕국의 은인이자 영웅으로서 추앙받게 되었고.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전하, 만세!!!”
“만세!!!”
맥캘란 왕국의 수도 의 수십만 신민들로부터 열렬한 환호와 박수, 그리고 아리따운 미녀들의 키스 세례를 받고 나서야 왕을 만날 수가 있었다.
손, 목, 얼굴 등 피부가 드러난 모든 부위에 키스 마크를 잔뜩 새긴 채로….
맥캘란 왕국의 왕성 안 어전.
“어서 오세요,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전하.”
맥캘란 왕국의 국왕이 지크를 반겨주었다.
“이렇듯 초대에 응해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려요.”
“아, 예.”
지크가 맥캘란 왕국의 국왕을 바라보았다.
‘헉?’
그리고 놀랐다.
‘뭐 저렇게 예뻐?!’
맥캘란 왕국의 국왕은 지크가 여태껏 본 그 어떤 여성 NPC보다 아름다운 미모를 지닌 미녀 중의 미녀였던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