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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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맥캘란 왕국의 국왕인 아르샤 반 세크메트라고 해요.”
놀랍게도, 맥캘란 왕국의 국왕 아르샤가 가진 미(美)는 가히 경국지색이었다.
금발.
푸른 눈.
결코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뚜렷한 이목구비.
우유 빛깔 피부.
탄력 있는 S라인까지.
아르샤는 마치 ‘미녀의 정의란 바로 나를 가리키는 말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은 아름다움을 가진 여성이었다.
[아르샤 반 세크메트]맥캘란 왕국의 국왕.
미녀 중의 미녀로서, 그녀를 보고 한눈에 반한 남자가 족히 만 단위에 이른다고 한다.
•존재 구분 : 네임드 NPC
•레벨 : 77
•성별 : ♀
•나이 : 22
•소속 : 맥캘란 왕국
•직위 : 국왕
•클래스 : 로드 오브 더 맥캘란
•칭호 : 맥캘란의 별★ / 미인 / 초특급 미녀 / 고뇌하는 젊은 군주 / 위태로운 꽃
오죽 예뻤으면, 지크가 은근슬쩍 티 안 나게 을 사용해 그녀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았을 정도였다.
…는 거기까지.
“저 역시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라고 합니다. 아르샤 전하.”
지크가 아르샤를 향해 자신을 소개했다.
그렇게 간단한 통성명이 끝난 후.
“오버로크 대장에게 전해 들었어요. 전하께서 아라크니드 임시 주둔지에서 복무하시며 혁혁한 전공을 올리셨다죠.”
“별말씀을….”
“제가 받은 보고서에 의하면… 전하께서는 본 맥캘란 왕국을 구원하신 구국의 영웅이세요.”
“아닙니다. 어쩌다 보니 그리되었을 뿐,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지는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지크가 영웅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는 겸손함을 선보였다.
그러자 맥캘란 왕국의 대소신료들은 그런 지크의 태도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
‘실로 훌륭한 영웅이 아닌가!’
‘오오!’
‘허! 젊은 영웅이 겸손하기까지!’
‘프로아 왕국은 앞으로 번영을 누리겠구나!’
지크가 선보인 겸손을 단순한 겉치레나 눈속임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본래의 사람 됨됨이가 그렇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지크가 가진 칭호의 영향력이 아주 컸다.
이른바 칭호가 바로 그것이었다.
[위대한 자의 명예]•효과 :
– 긍정적인 첫인상 +500
– NPC들의 호감도 +500
– 강자의 위엄 +500
– 카리스마 +500
지크가 , , 칭호 세 개를 모두 모아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 후 조합해 만든 그 칭호는, 사실 엄청나게 유용한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일종의 착시 현상?
혹은 콩깍지라고나 할까?
예를 들자면, 지크가 벤치에 앉아 멍한 얼굴로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고 가정해보자.
게이머들의 경우엔 그런 지크를 보며 ‘뭐야 저 병신은?’이라고 생각할 확률이 99.9퍼센트였다.
혹은 ‘바보인가?’ 하는 생각을 가지거나.
그러나 NPC들은 달랐다.
칭호의 영향을 받는 NPC들은 지크가 띨띨해 보이는 짓을 하고 있더라도 그것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확률이 매우 높았다.
예컨대 ‘어머! 무슨 생각을 저리 골똘히 하고 계시는 걸까?’라거나, ‘고뇌가 깊군.’이라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우수에 젖어 있어!’와 같이 말이다.
그리고 칭호의 효과는 사실 지크가 처음 어전에 발을 내디뎠을 당시에도 여전히 효력을 발휘해서, 당시 맥캘란 왕국의 대소신료들은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저렇게 당당한 걸음걸이라니! 아주 상남자로구먼! 걸음걸이부터가 영웅호걸이야!’
‘작은 소국의 왕이라기에 별 볼 일 없는 자일 줄 알았건만, 저리도 훤칠하고 멋진 사내였을 줄이야!’
‘으음. 저 형형한 눈빛. 수려한 외모. 떡 벌어진 어깨. 당당한 걸음걸이. 과연 범상치 않은 남자로다.’
‘당장에라도 내 사위로 삼고 싶을 정도로군!’
칭호에 영향을 받은 맥캘란 왕국의 대소신료들은 처음부터 지크에게 큰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알림 : 맥캘란 왕국의 대소신료들이 당신을 좋아합니다!] [알림 : 당신에 대한 맥캘란 왕국의 대소신료들의 호감이 +100 상승하였습니다!] [알림 : 맥캘란 왕국의 대소신료들이 당신에게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심지어….
[알림 : 맥캘란 왕국의 국왕 가 당신에 대해 궁금해 합니다!] [알림 : 맥캘란 왕국의 국왕 가 당신과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합니다!]국왕인 아르샤마저도 지크에게 호감이 있단 알림창이 떠올랐다.
‘뭐야 왜 이렇게 노골적이야? 칭호 때문인가?’
지크는 호감도 관련 알림창이 어지간히 확실한 상황이 아니라면 잘 떠오르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짐작해낼 수가 있었다.
“지크프리트 전하.”
그때, 아르샤가 지크에게 말했다.
“예, 아르샤 전하.”
“저는 국왕 대 국왕으로서, 전하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요. 저와 함께 대화를 나눠주실 수 있으신가요? 차라도 한잔하시면서요.”
“물론입니다.”
지크는 미녀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
대화는 주로 아르샤가 묻고, 지크가 대답하는 식으로 이어졌다.
지크는 아르샤와의 대화를 나누며 생각했다.
‘빨리 보상이나 줘요. 현기증 난단 말입니다.’
…라고.
애초에 이곳 맥캘란 왕국에 온 이유가 보상을 받기 위해서였지, 미녀와 차나 마시며 수다를 떨기 위해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큰 보상을 받기 위해 아르샤가 묻는 질문에는 최대한 예의바르고 공손하며, 또 성심성의껏 대답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저희 맥캘란 왕국은….”
아르샤가 입술을 떼었을 때.
띠링!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알림 : 지금부터 보상이 지급됩니다!]퀘스트 클리어를 알리는 알림창이었다.
“프로아 왕국이 형제의 나라임을 공식적으로 공표하겠어요.”
“형제의… 나라요…?”
“네. 그에 따라 본국은 프로아를 위한 원조를 아끼지 않겠습니다. 또한, 프로아와 이루어지는 모든 거래에 대해 관세를 매기지도 않겠어요.”
금전적인 후원.
그리고 무역 특혜.
이는 프로아로서는 엄청난 이득이라서, 어지간한 퀘스트의 보상을 씹어 먹을 정도로 막대하다고 할 수가 있었다.
단기적으로 보면 눈에 확 띄는 이득은 없겠지만 무역이 이루어지면 이루어질수록 프로아가 보는 경제적 이익이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것이었다.
하지만 보상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프로아가 훌륭한 기사들을 배출해낼 수 있도록, 앞으로 프로아에서 본국의 기사 아카데미로 유학 오는 후보생들에게는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겠어요.”
맥캘란 왕국은 예로부터 훌륭한 기사들을 배출해내기로 유명한 곳이었고, 그 배경에는 왕립 기사 아카데미라는 훌륭한 교육적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었다.
때문에, 수없이 많은 국가들의 기사 후보생들은 맥캘란 왕국의 기사 아카데미에서 유학하길 원했다.
그러나 입학하기가 대단히 어렵고 까다로우며, 또 그 학비가 어지간한 고위급 귀족들조차 부담스러워할 정도로 비싸다는 단점이 있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뉘르부르크 대륙의 하버드 대학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그런 훌륭한 교육 기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프로아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주면서도 군사력을 크게 향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터였다.
왜?
유능한 지휘관과 기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군사력이 상승한다는 건 두말하면 입 아픈 이야기였으니까.
[알림 : 맥캘란 왕국으로부터 를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맥캘란 왕국으로부터 를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맥캘란 왕국으로부터 를 획득하셨습니다!]지크의 눈앞에 알림창들이 주르륵 떠올랐다.
‘대박인데? 무조건 이득이라는 이유가 있었네.’
지크는 순간 자신의 입이 귀에 걸리는 것을 막으려 최대한 노력해야만 했다.
이 얼마나 막대한 이득인가!
만약 지크가 일개 게이머에 불과했다면, 고작 골드 몇 푼에 아이템 몇 개에 허울뿐인 작위 같은 게 주어졌을 게 뻔했다.
하지만 제아무리 코딱지만 한 국가일지라도, 왕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이상 그 보상은 가히 천문학적이었다.
‘천우진 얘한테 밥 한번 제대로 사야겠는데?’
지크는 과거 천하제일생존대회 당시 우승을 권유했던 천우진에게 고마움-비록 최근 천우진을 통수 치는 데 맛이 들리긴 했지만-을 느끼며, 아르샤의 배려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아르샤 전하.”
“별말씀을요. 전하께선 저희 왕국의 구국의 영웅이신걸요.”
“하하.”
“그런데….”
아르샤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지크에게 물었다.
“저어, 혹시….”
“……?”
“전하께서는 제게 궁금한 게 없으신 건가요?”
“네?”
지크가 순간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뭐지 이 질문은? 내가 뭘 궁금해해야 하는 건가?’
지크는 아르샤의 말뜻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르샤에게 물었다.
“전하?”
“네?”
“제가 뭘 물어봐야 하는 겁니까?”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지크가 솔직하게 말했다.
“전하와 저는 오늘 처음 뵈었고, 일국을 다스리는 군주 대 군주로 만나 뵙게 된 건데… 초면에 이것저것 여쭤보면 실례가 아닐까요?”
“하, 하지만!”
아르샤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저는 이미 전하께 수없이 많은 질문을 던졌는걸요?”
“아! 오해는 하지 마세요! 전 전하께 무례하단 말씀을 드리려는 게 아닙니다! 절대로요!”
순간 지크는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깨닫고 황급히 해명이란 걸 해야만 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명백한 말실수가 맞긴 했다.
나는 실례될까 봐 너한테 아무것도 안 물어봤는데, 너는 나한테 질문을 수백 개쯤 던졌잖아? 그러니까 넌 무례해!
…라고 들릴 수도 있는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상 다 취소되는 거 아냐?’
지크는 자신의 발언이 갑자기 분위기를 싸해지게 만들 수 있단 생각에 식겁했다.
그리고 그 광경을 잠자코 지켜보던 햄찌는….
도리도리-
역시나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뀨우. 주인 놈 괜히 모쏠이 아니었다. 다 이유가 있었다.’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이유는, 부뚜막에서 불을 피우기 때문이라는 건 불변의 진리였다.
***
다행스럽게도, 아르샤는 지크의 말에 빈정이 상하지 않았다.
“그럼… 저에 대해 궁금한 게 없으신 건가요?”
“딱히요?”
지크는 굳이 아르샤의 비위를 맞추려 하지 않고, 솔직하게 자신의 심정을 말했다.
“제가 뭘 궁금해야 하나요? 하나도 궁금한 게 없는데?”
“그, 그렇군요.”
그 순간 아르샤의 마음에서는 어떠한 생소한 감정 하나가 피어올랐다.
‘이런 분은 처음이야.’
아르샤는 지크의 태도가 무척이나 낯설었다.
‘내게 궁금한 게 없다니… 다들 내게 뭔가를 묻기 바빴는데.’
미녀 중의 미녀인 아르샤에게 있어 지크의 반응은 너무나도 낯설 수밖에 없었고.
‘알고 싶어!’
그녀의 호기심을 더더욱 자극하는 기폭장치가 되었다.
덕분에 지크의 눈앞에는 다음과 같은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 맥캘란 왕국의 국왕 가 당신에 대해 더더욱 궁금해합니다!!!]굉장히 노골적인 알림창….
지크는 혼란에 빠졌다.
그래서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야. 햄찌야.”
지크가 햄찌에게 아주 작게 속삭였다.
“뀨우?”
“저 여자가 왜 자꾸 나에 대해 궁금해하는지 넌 아냐?”
“주인 놈아.”
“으응?”
“햄찌 암 걸렸다.”
“왜?”
“그냥 그거 잘라라.”
햄찌가 지크의 아랫도리를 가리켰다.
[다음 편에서 계속]